☆ Cho Yong Pil/YPC history

[음악얘기] 조용필과 트롯록 그리고 '텔미'

작은천국 2007. 11. 18. 21:31
 

- 트롯은 싸구려 음악?
트롯은 강제점령기 때 생겨난 서구 대중음악 장르임은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아는 지식입니다.  단음계(마이너 스케일)구조를 가진 트롯은 지금의 푸대접과는 달리  당시 지식인과 문화인에게는  새롭고 수준 높은 고품질 음악 장르.
물 컵 속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처럼 스피커가 있는 공간에는 트롯이 퍼져나가지만 확산  속도가 줄어들면서  포크, 고고,  록과  디스코를    거쳐 R&B까지 끝없는 변종(장르)를 만들어 냅니다.  생명체의 끝없는 업그레이드인 진화와 다를 바 없는 현상.  기본적으로 동물(사람포함)은 끊임없이 새로움(감성)을 추구하는 기질을 지닌 듯.

평론가, 지식인들은 지금 잣대로 지난 시절 음악 장르를 낮은 수준으로 결론 내리기 좋아합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음악인은 인색하게 평가하고 낯선 음악인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트롯 음악  중에는 뻔한   멜로디 라인과(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진행, 또는 화성학 적으로 5도권 진행) 키보드  자동반주, 저속한 가사를 접목해 히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이유로
트롯 장르가 음악 수준이 낮다고 싸잡아 비난함은 지나친 형벌이죠.  평론가 덕분에 팝 뮤지션 중에서 스웨덴의  혼성 그룹 아바(ABBA)가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듯 합니다.


- 트롯 VS 컨츄리
미국의 전통 음악인 컨츄리는 아이들 심금을 울렸던 동요에 버금가는  단순 멜로디를 가집니다. 장조(메이저) 진행으로 다장조라면 3개  코드(C, F, G7)면 해결됩니다.  하나 둘  씩 모인 술자리가 어느새 M.T분위기 되었을 때 노래 한가락 해보라는 군중심리에 화답하듯  노래자랑이 됩니다.  그런데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라는  썰렁한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이  꼭 있더군요.   정치인에게서 찾기  힘든 진실만큼     허접한 '노래 시작했다~' 멜로디가 초창기 컨츄리 연상합니다.

존덴버, 케니로져스, 돌리파튼, 올리비아  뉴튼존.. 가수들은 컨츄리를  메인 장르로 활동하지만, 음악성을 의심하거나  낡은 음악이라 표현하는 평론가, 음악인 없습니다.   최근 여성 컨츄리(포크)보컬  중에서는 보이스 컬러가 좋으면서 편안한  '노라존스'가 유명하죠.예전 컨츄리 스타일 중에서 Tammy wynette<Stand by  your man> 같은 곡은 언제 들어도 흑백사진처럼 옛 향기가 느껴집니다.

위에 적은 컨츄리 아티스트가 전통이라는 이유로 단순함을  고집하거나 안주했다면 트롯에 편견을 가지는  우리 현실의 복사본이 될  확률 높습니다.  다행이랄까 컨츄리 아티스트들은 화성학의 차용화음, 대리코드, 조성변화, 또는 리듬변화와 다양한  악기를 추가하는 등등, 새로운 작, 편곡과 연주로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노력의 댓가로 항상 히트(돈)가 따르기 때문이죠.  


- 트롯+록=필연적 만남, '돌아와요 부산항에'
강대국 미국에서 다시 우리 음악으로 물꼬를 틀어 봅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록그룹의 기본 편성인 일렉 기타 리프(전주)와  노래 사이사이 바이올린 간주가 멋들어집니다.  가장  큰 변화의 핵심
은 GOGO 리듬.  록 그룹 사운드 악기편성인 강력한 일렉 기타, 베이스, 드럼  사운드
는 가슴과 귀를 파고들기에 일반인 귀를 만족했을 터.민요의 흥얼거림과 비슷한 트롯 멜로디는 팬타토닉 5음계 보다  친숙했으리라 보여집니다.  결국 파워풀 록 그룹사운드에 트롯필의 필연적
만남은 세계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개성강한 '트롯록'이 탄생합니다.록과 트롯의 특별한  만남으로 개성강한 보컬의  YP를 초대형 스타,    즉 대표 주류 뮤지션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처럼 트롯 록 원조에 해당하는 곡은 최병걸 '진정난 몰랐었네', '윤수일  '사랑만은 않겠어요', '갈대',  최헌 '구름나그네', '오동잎' 등등이 있겠군요.


- 트롯 록의 진화
경쟁이 필수인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예전 스타일 우려먹다 망한  케이스가 아주 흔합니다.  최헌과 윤수일은 정통 록 그룹 보컬 출신이면서 현실이라는 장벽에 마지못해 트롯 록을 불렀습니다.  그러다 빅히트로
메이저 음악인이 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헌은 트롯 가수의 길을 향해가고 윤수일은 다른길을 가게 됩니다.물론 최헌은 보컬이고 윤수일은 뮤지션(작, 편곡, 노래)이라 시작부터
출발점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최헌은 안치행 작곡의   '오동잎'을 발표하고 빅히트를  하자 판박이  
스타일 '앵두',  '순아' 같은  곡으로 끝없이  우려먹기를 시도.  그러나   큰 재미를 못 보자 외국 번안곡을 부르고 '가을비 우산속에'같은  발라드까지.

윤수일은 기존 곡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 <토요일밤>,  <아파트>, <제2의고향>, <떠나지마>, <아름다워>  등등 직접 작곡하면서  밴드 활동하는데 곡 완성도가 높습니다.<토요일밤>, <아파트>, <떠나지마>에서 전주의  기타 리프는 물론,   간주와 중주마저 걸출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준 명곡. <아름다워>는 80년대 중반에 나온 곡임에도 메이저 세븐스의 풍부한 화성과 펑키비트의 그루브한 리듬감으로 시대를 함부러 추월한 명곡.윤수일 곡  군데군데 트롯  필이 담긴,  이른 바  트롯록에 가까움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트롯 필 장점을(친숙한 멜로디, 중장년층 거부감 없는 멜로디)록 표현력에 짝을 맞춘 음악성과 대중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트롯록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맥주에 마른오징어처럼 3남매 김트리오 '연안부두'를 건너 뛸 수  없군요.  여름밤 오징어잡이  불빛처럼 환한 빛깔톤의 신디사이저 키보드 스트링이 리드하는 전주,  럼주와 시가로 유명한 쿠바의 리듬이  떠오르는 드럼 연주는 발군.안치행이 작곡한 뻔한  트롯 멜로디를  고급스러운 팝  편곡, 뛰어난  연주 그리고 꾸밈없는 보컬의 창법.  여기에 여성 보컬의 새로운 하모니 라인까지 맛보는 그야말로 트롯 록 진수.


- 메이저 음악에 숨어있는 D.NA(트롯록)
조용필, 윤수일,  김수철...등등 음악성,  대중성 모두   합격점을 받은 1980년대 최고 스타들은 물론, 이후 1990년대 주류 대중음악에도 트롯록 코드는 마술사 손안의 동전처럼 슬쩍 숨겨있습니다.
신승훈, 노이즈,   룰라, 영턱스,  H.O.T, 잭스키스,   쿨, 코요태,  DJ D.O.C, 박진영까지 이 트롯록 DNA가 전해지지 않은 곡이 없군요.   최근 신드롬 정도로 가요계를 평정한 원더걸스  '텔미'. 이 곡을 들으
면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80년대 복고풍  멜로디, 댄스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 트롯 멜로디.    '텔미'곡을 트롯이 느껴지니까 트롯록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곡인 <희야> 곡을 살펴봅니다.
하모닉스 기법을 이용한  일렉 기타로  종소리 효과를  내는 인트로,  애절한 이승철 보컬, 끊어질 듯  흐느적 이어지는 김태원의 기타 간주와 중주, 엔딩 부분의 김태원 허스키 보컬... 모든 요소들이 명품의  섬
세한 부분처럼 어울릴 때 <희야>는 부활의  록발라드 대표 명곡으로 대중음악사 한 페이지에 오릅니다.
그러나 짙은 윙크를 보내면서 입술 깨물고 허리춤에 손을 올려  놓고 노래하는 나훈아가 '희야 날 좀 바라 봐 하면서 부르면 완벽한 트롯으로 재 탄생됩니다.
  멜로디 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트롯필로 곡의  장르를  한정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유를 이해하시겠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중음악에는 이른 바 트롯 필이 전혀 없는  곡은 없을까?  의문이 드는군요(왜 없겠습니까~).한양대 작곡과(클래식)에서  공부한  화성학에 재즈   표현력을 담은 한 장 앨범을 남긴 '유재하',  재즈한 브라스 파트 편곡 귀재인 김현철의 곡에는 트롯 필이 거의 없습니다('달의 몰락' 같은 몇 곡은 좀 아니지만).  외에도 작곡가 이현도(듀스), 김형석, 김동률(가수겸),  YP  18집 '오늘도' 작곡자 '임보경'도 있겠군요   반대로 트롯필이 주 무기는 아니더라도 적절하게 사용하는 윤일상, 김창환, 주영훈, 박진영(가수)가 있겠군요.


- 끝으로
대중음악 모두가 유재하처럼  클래식 멜로디에 화성학의  조성변화를 끊임없이 펼친다면 사람들 미쳐 버릴지도 모릅니다.  정말 현실이라면  꿀벌이 꽃을  찾고, 전인권이  약물을 찾아  방황하듯 트롯록   음반을   만들어 달라는 욕구가 인터넷에 쏟아지겠죠.사람은 낮에 노동을 하면 잠을 자야하고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개운한 음료를 섭취해야 하는 매커니즘을 가집니다.
클래식한 곡을 듣다가 지루해지면 귀에 쏙쏙 들어오는 트롯필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감성 밸런스를 맞춰야 함은 음양오행설이나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지 않아도 누구나 느끼지 않습니까.  
위 이유들로 세상이 여러 번 바뀌어도  트롯필, 트롯록은 주류음악의 히트 코드 자리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듯. 음악인들은 이런 트롯필에 다른 장르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멜로디,  새로운 리듬,  악기  편성    시도를 계속해야  합니다.  신세대  가수를 키워내는  박진영이 이런   부분에서는 가장 앞서가는데 개인적으로 뮤지션보다는 장사꾼  같아서 큰 매력은 못 느낍니다.

  언제부터인지 YP 음악에  트롯필 들먹이며 뒤떨어진  음악인이라는 뉘앙스 글이 전문가 또는 평론가의 손을 거쳐 나오더군요. YP는 옛노래 모음이라는  트롯 앨범도  만들었고 자신 앨범에  트롯넘버를 꼬박꼬박 담을 정도로 트롯 장르는 그에게 친숙합니다. 트롯록 스타일이 YP 곡에도 존재하며 부정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주류 음악인은  곡의 히트를  통해 제작사와  많은 스텝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뮤지션 CEO이기 때문이죠.   히트 코드를 외면하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추구하기란 아마추어 음악인이 훨씬 자유스럽습니다.

트록록의 예로는 '물망초', '어제오늘 그리고',  '그대여', '꽃바람'...등등이 있지만, 트롯 느낌을 멋지게 숨기고  전혀 새로운 느낌을 전하는 작법은훌륭합니다.

그 외에  독보적이고  실험적인 곡들 '단발머리', '고추잠자리','자존심', '한강', '황진이', '여행을 떠나요',  '1987년 서울', '슬픈베아트리체', '꿈', '고독한  러너', '그대의 향기는  흩날리고'...  열거하기도
쉽지 않군요.  이런 명곡을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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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고를 통해 안도현 시인의 시를 보게됩니다.   아래 시 연탄재에서
YP를 느껴봄은 가을이 깊어가서만은 아닌듯...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끝-

 

 

글출처 : 조용필 팬클럽 위대한탄생  아이디 '승훈' 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