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o Yong Pil/YPC history

제13집<THE DREAM> 제5부 눈을 감아봐요 사랑이 보여요

작은천국 2007. 9. 7. 12:11
 

한국대중음악사에서 ‘록의 대부 신중현’, ‘80년대를 대표하는 록그룹 들국화’ 같은 표현은 정의되어있다. 그런데 언더시절부터 밴드활동을 통해, 추구하고 다듬질했던 음악은 록이었고, 현재도 한국의 위대한 록그룹에 속하는 ‘위대한 탄생’을 백밴드로 두고 있는 조용필이지만, 선명하게 상징해주는 로커에 대한 표현은 비켜간다.

이는 조용필의 음악영역이 록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도 넓게 존재하고, 또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조용필의 음악여정이 있기에 섣불리 어느 하나의 분류 쪽을 택해 단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부분 때문에 조용필 마니아들의 자존심과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애증이 교차 할 수도 있겠지만 뮤지션의 광폭한 음악공간이 안겨주는 자부심은 틀림없이 공통적으로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조용필은 잠실이란 넓은 플로어를 두고, 올 스탠딩으로 갈수 있을 만큼의 특정 층의 대상만을 원하지 않고, 플로어를 꽉 채운 모두가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택한 뮤지션이다. 폭우도 막지 못한 그것이 더욱 빛났던 것은 10대에서 60대 이상까지 이르는 대중적인 영역이다.

70년대 80년대 퀸의 공연이나 핑크플로이드 공연 같은 것을 마냥 동경만 하며 살아야했던 청소년들이 지금은 기성세대가 되어, 젊은 층을 이야기할 때, 자신이 이에 속하는 건지, 제외되는 건지 혼동하게 하여 간혹 불필요한 소외감마저 곁들이게 되지만, 조용필이 제공한 플로어는 동경했던 것이 현실로 이뤄지면서 동시대와의 호흡이 이뤄지고, 젊음마저 끄집어 내주기에 한국의 대중들에겐 국민가수 이면에 막연하게라도 용필이오빠가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로커로 획일하게 정의되지 않고 대중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가왕이 된 조용필. 그의 록밴드가 나타내는 것을 눈여겨 볼 것이 록 못지않은 발라드연주이다.

19세기 춤곡으로 시작되었을 발라드음악은 요즘 들어 댄스음악과 더불어 천편일률적인 부분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장르를 고집하는 뮤지션들에게는 곁들일 수 있는 좋은 연주방식이다. 특히 록밴드에서 그렇다.
꾸준히 록음악이란 한 장르를 고집하는 금속 톤의 음색을 지닌 김종서 역시 시작은 발라드였고, 록음악을 모태로 삼는 김경호도 여성스런 음색과 폭넓은 음역으로 서정적인 발라드를 소화한다. 이승환 역시 발라드음악이 공존하여 다소 시비에 휘말릴 정도고, 보컬부분에선 한국최고 로커 반열에 등극시키는 임재범, 역시 깊은 울림과 폭넓은 음역은 발라드연주에도 조화가 잘된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록 음반들을 보거나 로커들을 살펴봐도 발라드연주를 많이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을 보더라도 유명한 록밴드에서 솔로로 독립하여 여전히 록음악을 추구하는 Chris Cornell이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리메이크 하여 발표하였고, 이를 두고 영국평단은 리메이크음악 역사상 최고에 꼽힐만한 수작으로 평가하였다. 이는 록발라드로 전환한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이문세-변진섭-신승훈 라인업이 구축한 발라드 음악은 점점 발전된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이 흐름에 있어서도 조용필의 역량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80년대 폐부를 찌르는 감상적인 형식에서 10집을 교두보 삼아 12집 음반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발라드 곡들이 자리했고 14집에서 절정을 이룬다.
12집-13집-14집에서 이룩한 발라드 곡들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도 멜로디가 더욱 부각되면서 통속적이던 대중음악 수준을 끌어 올려 청자들의 감성을 포용하는 깊이가 더욱 짙어진다. 그 감각은 16집에서도 잃지 않으면서, 80년대 창법을 곁들이며 또 다르게 변화를 추구했다. 기회가 된다면 90년대 초반과도 다른 16집 17집에 나타난 메마른 세상과 호흡하기 위한 뮤지션의 영적인 면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덧붙이자면 일간 조용필의 인터뷰를 살펴볼 때 발매 될 19집에서도 세계 전체가 점점 우울하게 가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세상을 향한 영감이 이어질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즉 장르 혹은 연주방식을 떠나 조용필적인 서정성 짙은 음악이 나올 상황으로 예상하게 하는 것이다. 더구나 18집에선 건너 뛴 부분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물론 일성이 존재한다. 18집 발매시기 전후하여 세계적인 거장 몇 명도 음반을 발표하며 전쟁의 폐허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부분을 두고 볼 때도 일성의 배치는 여러모로 아쉽다.)

13집 음반에 배치된 ‘기다림’은 조용필이 추구한 팝적인 사운드에 걸맞은 세련된 창법과 음색. 가사가 존재한다. 12집부터 세밀함을 추구하면서 시작된 발라드 음악들의 가사는 전문작사가를 선정해서 새로움과 감성적인 흐름에 동참시켰다. 13집 대부분의 곡들의 가사를 입힌 김선진이란 신예 작사가가 돋보이게 하는 곡은 ‘기다림’과 ‘지울 수 없는 꿈’으로 보인다.

필자 개인 소견이 공유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주관적인 것을 받아들여준다면, 소름끼칠 만큼이나 가창력이 과시되는 곡은 ‘창밖의 여자’이고, 너무나도 완벽하게 노래잘한다고 느끼게 할 때는 ‘허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용필 콘서트를 보면서 ‘허공’이 완벽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는 리듬감은 물론 음감이 출중하게 뛰어난 부분과, 로커로서 갖춘 고음영역의 매끄러운 창법, 호소력 짙은 음색과 창법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부분은 어느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분명 언더시절 음악의 모태를 추구하면서 창법개발에도 무던히 애쓴 결과로 보인다. 조용필의 발라드 곡들을 듣고 있으면 가슴속에 담아 놓고서 감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처럼 느껴져 감탄하게 한다. 외람된 비유지만 홈런신기록을 기록한 배리본즈의 뛰어난 강점은 ‘자기중심에 공을 놓고 타격한다.’는 부분과 동일하다. 80년대의 어택이 사라지고 포근한 질감의 음색이 깃든 진성 창법과 매끄러운 연주가 90년대의 발라드음악들은 아름다움 경지에 이른다.  

‘기다림’은 13집에서 당연히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선정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겠다. 서구 유명한 록 음반들에 간간히 끼어있는 서정성 짙은 발라드 곡처럼 13집의 무게를 실어 주는데도 역량을 다해주는 곡이다. 대체적으로 화려하거나 웅장하고 특출하게 도드라진 음악을 구사하는 조용필의 노래들을 두고 볼 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흘러나오는 음악의 흐름에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곡은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중 ‘기다림’은 가장 적절해 보인다.
즉 품격 높은 특급호텔 로비, 혹은 고혹한 미술전시관에서 흘러나와도 결코 방정맞지 않게 그 흐름에 같이 할 수 있는 곡이다.

발라드음악에 적용시켰던 강한어택, 쥐어짜는 창법들은 80년대라는 시대의 흐름에 보내 버린 후 13집에선 오버랩 되지 않는 진솔한 창법을 구사하면서도 가창자의 보이스에는 감정이 잔뜩 배어 있어 청자들의 가슴을 건드려준다.


사랑은 홀로서기가 아니라, 둘이 마주서야 하는데, ‘기다림’의 사랑 하나는 멀리 있다.
사랑 하나가 멀리 있는 상황이나, 짝사랑처럼 고통을 주는 것이 있을까?
그 고통은 기다리는 아픔이다.
포근한  음색으로 아픔은 시작된다.

‘그대 사랑한 순간부터 어쩌면 그 모든것이 괴로움인가요’

식음을 전폐했던 사랑을 겪어보지 않았을지라도, 아픔의 고통은 충분함을 알 수 있는, 이 직설적인 표현을 묻어가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진성의 음색은 이 곡의 질적 수준을 높여주고 있다.


보상받을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이 없다면 기다림의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을 터


‘이젠 싫어요. 끝없는 기다림’
‘눈을 감아봐요 사랑이 보여요’

기다림을 포기하면서, ‘기다림’이 만들어낸 아픈 가슴을, 눌러 견디게 한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된 음색은, 청자들의 가슴을 건드리는데, 노출되지 않게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여 발라드 특유의 역설적인 아름다움으로 느껴주게 하고 있다.

‘슬픈 기억속에 떠오르는 모습’

반복되면서 파이널을 장식하는 부분에선 고음영역에서도 진성을 유지하며 매끄럽게 빠지는 파워발라드를 구사하여 조용필의 역량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기다림’은 드러나게 히트하지 않은 탓에 혼자 몰래 간직하고 있어도 좋을 곡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혹은 어느 자리에서 노래 한곡 추천 해 줄 일이 있다면 설렘을 안겨 줄 곡이겠다.
더구나 탄탄한 멜로디로 인해, 묻혀버린 명곡이란 느낌보다는 흘려보낸 명곡으로 느껴져  묻힌 명곡을 추천함에 있어서 겪는 이질감도 없겠다.

특급호텔 혹은 각국의 기내에 자리했을 때 그 품격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흐르는 음악이 있다. 특별한 시스템이 있지 않는 한 총지배인 혹은 기장의 지시에 의해 음악이 컨트롤될 터이고, 외국인지배인의 지시를 받는 호텔의 음향담당은 세미클래식으로 구성된 정상의 목록들을 건네받고 선곡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목록을 무시하고 U2의 Vertigo를 선곡하여 고요한 아침의 로비를 하나 둘 셋하고 외치게 할 수도 없겠고, 의젓하게 자리하며  비즈니스에 애쓰는데 ‘못찾겠다 꾀꼬리를 찾아 달라곤 할 순 없겠지만, 선곡의 범위를 벗어난다면 U2의 ’Beautiful Day‘ 혹은 조용필의 ’기다림‘도 그 품격을 지켜내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 글출처 : 조용필 팬클럽  '위대한 탄생' 아이디ms 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