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like traveling/Seoul

[경춘선숲길] 기차가 멈춘 경춘선 숲길을 걷다.

작은천국 2017. 11. 18. 21:24

[경춘선숲길] 기차가 멈춘 경춘선  숲길을  걷다.



폐철길로 남겨졌던 경춘선이 경춘선숲길로 재탄생했다.

기타를 메고 경춘선 기차를 타고 MT를 가던 시절.

 '경춘선'은 말그대로 낭만 열차였다.


 '청춘'을 싣고 달리던 열차에는 도시를 떠난다는 설렘이 있었고

첫 데이트의 추억이 있었고 청춘의 낭만이 있었다.


 기차 안에서 '춘천 가는 기차' 노래를 흥얼거려 보고도 싶고 

'그때는 내가 말이야~"라며 허세 아닌 허세도 부려보고 싶지만

 나의 청춘 시대가 끝났듯 경춘선 열차는 복선화로 인해 운행을 멈췄다.


무얼 해도 한없이 어설프기만 했던 그 시절마저 그리운 계절.

덜커덩거리는 기차는 없지만 기찻길에 남겨진 추억의 시간은 여전히 달리고 있다.


낭만을 싣고 달리던 경춘선 기차는 떠났지만 경춘선이 남겨놓은 선물같은 경춘선숲길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시절의 낭만을 추억으로 남겨줄 것이다.




'경춘선 숲길', 경춘선 폐선부지가 경춘선 숲길로 .... 





우리에게 춘천 가는 열차로 익숙한 경춘선. 

경춘선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철도시설이다.

경춘선은 서울 성동역(城東驛)을 출발해 춘천까지 달리던 노선으로

1936년 만철북조선철도회사가 청량리에서 춘천 간을 부설했고

 1939년 7월 25일 성동에서 춘천 간 사철 철도로 운행을 시작했다. 


경춘선 무궁화 열차는 청춘들의 MT 여행지로 사랑받는

북한강을 따라 대성리, 청평, 남이섬, 강촌, 춘천까지 71년간 쉼 없이 달렸다.

그러다 지난 2010년 복선전철화로 인해 수도권 전철로 편입되면서 폐선으로 남겨졌다.

현재는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전동차와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ITX-청춘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2010년 운행이 중단된 뒤 폐선부지로 남겨진 경춘선 약 6km 구간은

2013년부터 3단계에 걸쳐 경춘선 숲길 재생사업이 진행됐다.

이미 완료된 1단계와 2단계 구간 외 3단계 구간인

육사 삼거리에서 서울.구리 경계 2.5km가 오늘(18일) 시민에게 개방된다.


아직 공사 중인 서울과학기술대 철교에서 동부아파트 삼거리 구간 0.4km는 

2018년 말 완공예정으로 이 구간이 완성되면 5.6km의 경춘선 철길은 완전히 개통되는 셈이다.


▲ 경춘선페철길 6km구간 


+ 경춘선 숲길 이용안내

1단계 구간 공덕 제2철도건널목~육사삼거리 1.9km (가는 방법)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2번출구

2단계 구간 월계동 경춘철교~서울과학기술대입구 1.1km   (가는 방법)지하철 7호선 공릉역 4번출구

3단계 구간 육사삼거리~삼육대교차로 3km (가는 방법) 1단계 구간을 따라가면 육사삼거리로 이어진다.  

+ 경춘선 숲길 이용 TIP   1단계에서 3단계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2단계- 1단계 - 3단계 순서로 길이 이어진다. 따라서 공릉역과 화랑대역을 이용할 경우 전구간을 걷게 되면 반복하는 구간이 나온다.  반복되는 구간을 피하고 싶다면 지하철 7호선 하계역(4번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을 이용하면 된다.  



▲ 18일에 개방된 육사삼거리 일대 화랑대역의 모습


▲  2단계 구간의 경춘철교


▲ 경춘선 폐철길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2단계 구간


▲ 1단계 화랑대역에는 아직 가을이 한창이다.


▲ 2010년까지 운행했던 경춘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향수에 젖는다.



▲ 1단계 구간과 2단계 구간이 연결되는 서울과학기술대 철교에서 동부아파트 삼거리 구간 0.4km은 2018년 말 공사가 완공될 예정이다.


▲ 경춘선숲길은 주민과 함께 하는 공간이니 주민에게 피해가 해는 행동은 자제하자.



공트럴파크, 경춘선숲길 잘생겼다! 20



1900년대 초반 서울에서 출발해 신의주를 오가던 경의선이

지하화되면서 폐철길로 남겨진 곳은 경의선숲길로 재탄생했다.

홍대와 연남동에 걸쳐 있는 경의선숲길은 '경의선숲길'이라는 이름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연남동을 합성한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이 더 유명할 정도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시민이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경춘선숲길의 경우도 1단계, 2단계 구간이 완성되자마자 

이곳 역시 공릉동의 지명을 활용해 '공트럴파크'라고 불리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경의선숲길의 경우 기차가 다니던 곳이라고 하지만

폐철길의 흔적은 드문드문 남아 있어 철길의 낭만은 덜하다. 

이런 경의선숲길과 달리 경춘선숲길은 폐철길의 원형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어

대부분의 구간에서 폐철길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경의선숲길에서  느낄 수 없는기찻길의 정취는

경춘선숲길이 가진 독보적인 감성이다. 


경춘선숲길은 옛 것을 무조건 허물고 없애고 현대식 건물로 채워넣기 보다

기존의 공간을 기억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잘생겼다! 서울20'에도 선정됐다.




▲ 경의선숲길과 달리 철길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춘선숲길



경춘선 숲길 2단계 구간 / 월계동 경춘철교에서 서울 과학기술대입구까지 1.1km  



 청량리에서 경춘선 열차를 탔던 기억을 가진 나와 달리

 경춘선숲길을 걸으러 간다는 네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난 성북역에서 탔었어."


경춘선을 어디에서 탔던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다른 열차와 달리 서울의 북쪽으로 접어드는 순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느린 풍경은

아직 서울을 벗어나기도 전인데도 서울을 떠났다는 기분에 들뜬다.

춘천까지 끊어놓은 기차표지만 대성리, 청평, 남이섬, 강촌에 기차가 설 때마다

 목적지와 다른 곳에 내리고 싶은 충동으로 뽐뿌질하던 춘천행 기차가 아니었던가.

대성리,청평, 남이선, 강촌까지 학년이 바뀔 때마다 장소만 바뀔 뿐

MT 장소로 데려다줄 경춘선은 청춘에게는 언제나 설레는 기차였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철길이 있는 경춘선숲길로 향하는 길.

새내기가 첫 MT를 떠나는 그때처럼 살짝 들뜬다.

 경의선 숲길과 달리 기찻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춘선숲길.

현행법상 철길에 내려가면 철도법 위반이지만

경춘선숲길에서는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춘선 기차가 달리던 철교는 보행교로 만들어져 중랑천 위로도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됐고

경춘선을 마지막으로 달렸던 무궁화 열차 2량이 멈춰서 지난날의 경춘선을 더욱 그립게 한다.


연신 사진을 찍는 내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는 한때 경춘선을 탔던 추억담을 늘어놓는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릴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좀 과장되면 어떤가?

할아버지의 청춘에도, 우리에게도 같은 경춘선이 달리고 있지 않은가.


▲ 근대문화유산인 경춘철교는 12개의 교각과 철로를 그대로 보전하면서 보행로를 조성했다.


 철교아래로 중랑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연계되도록 승강기와 전망공간을 조성했다.


 ▲  오랜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경춘철교.



▲ 선로보수에 사용됐던 레일핸드카 체험을 할 수 있다.


▲ 산책로를 비롯해 자전거 도로 등이 함께 조성돼 있다.



경춘선을 마지막으로 달리던 새마을호 2량은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로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공원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경춘선 숲길 / 1단계 구간 공덕 제2 철도 건널목에서 육사 삼거리까지 1.9km


경춘선숲길 방문자 센터를 지나면 아파트 공사 구간으로 인해 길이 끊어지는데

밑으로 내려와 도로변을 건너 그대로 골목을 따라 걸으면 경춘선숲길 1단계 구간으로 연결된다.

길이 막혀있긴 하지만 철길이 보이기 때문에 길을 찾는 데는 어려움은 없었다.

경춘선숲길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구간으로 인기를 누렸던 1구간은

주민들의 거주지와도 가까워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참여정원들이 눈길을 끈다.


경의선숲길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많은 잡음이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숲길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는데 경춘선숲길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의 애정이 듬뿍 담긴 철길 산책로는 2구간보다 호젓함은 덜하지만

공릉동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 추억의 놀이 한 번 하고 갈까?



▲ 시끌벅적한 연남동과 달리 호젓한 경춘선의 정취가 살아 있는 경춘선숲길 공릉동 카페거리.



▲ 강북 최고의 전통시장. 공릉동 도깨비시장.




▲ 혼자여도, 친구와 함께여도, 연인과 함께여도, 가족과 함께여도 좋다. 너와 걷고 싶다.


▲ 화랑대역 2번출구에서 육사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가을이 떠날 채비가 한창이다.



경춘선 숲길 / 3단계 구간  육사 삼거리에서 삼육대교차로까지  3km   



6호선 화랑대역에서 육사삼거리까지 짧은 철길은

경춘선숲길이면서 서울둘레길 2코스 구간에 해당한다.

철길 옆으로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숲길에는

서울에서도 멀리 가지 않고 가을의 낭만의 정취를 즐기기에도 충분했다.


철길 끝에 있는 육사 삼거리는 이번에 개방되는 경춘선숲길 3단계 구간 시작이다.

구. 화랑대역이 있던 곳은 철도공원으로 조성했고 어린이대공원에서 있던

 협궤열차와 증기기관차를 옮겨와 리모델링 해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큰 박공 하나로만 건축된 화랑대역은 단순하면서도 깔끔해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이 아니었다면 다소 밋밋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화랑대역도 육군사관학교의 일부인 양 단정하다.

빨간색으로 눈에 띄던 지붕과 차양은 원래 색깔인지는 모르겠으나

파란색 지붕의 색깔로 바뀌었는데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

 철길은 당장이라도 기차가 달려올 것처럼 반질반질 윤이 난다.

철길의 끝에는 협궤열차와 증기기관차가 멈춰 서 있다. 

둘 중 아무 기차에나 오르면 화랑대역을 지나 춘천으로 나를 데리고 갈 것 같지만 

기분 좋은 상상은 여기까지.


경춘선숲길이 생겨난 덕분에 덩그러니 남겨진 화랑대역에도 따스한 기운이 스민다.

 기차가 다니지 않아도 폐역이 된 화랑대역은 초라하거나 쓸쓸하지 않겠다.


낭만 싣고 달리던 경춘선의 기찻길에는 우리네 청춘의 시간은 여전히 남아 있고

이제는 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곳은 언제나 봄날이다.



▲ 1939년에 지어진 화랑대역(폐역)은 처음에는 경춘선의 간이역인 태릉역이었으나 1958년에 대한민국육군사관학교의 별칭을 따와 화랑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등록문화재 300호로  지정된 화랑대(폐역) 역사의 안과 밖. 심플한 박공지붕은 사관생도의 매무새를 보는 듯 절도있다.



▲ 경춘선숲길 화랑대역에는 철도공원이 조성됐는데 페역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 철도공원에는 미카형, 허기형 증기기관차와 협궤 객차가 전시되어있다.  

 미카형 기관차는 일본어로 황제(Mikado)라는 단어의 첫 두음절로 이름졌는데 미국에서 1919부터 약 300량이 도입돼 운행됐으나 현재는 모두 퇴역했다.



▲ 협궤의 일본 발음에서 유래된 허기형 증기기관차는 1927년부터 폭이 좁았던(762mm) 수려선과 수인선을 운행하던 열차로 1운행 효율성이 낮아 1978년 완전히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