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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백사실] 온통 설국의 세상

작은천국 2017. 1. 23. 14:09

[경복궁, 백사실] 온통 설국의 세상

 

 

 

눈이 오면 늘 보던 세상도 달리 보인다.

모든 것이 메마르고 앙상한 겨울 풍경은

마법을 부린 것처럼 풍성해진다.

 

서울에도 엄청난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면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걱정하게 되지만

눈이 오면 마음은 여전히 설렌다.

 

온통 설국의 세상에서

겨울 소경을 마음껏 누렸던

2017년 1월의 어느 하루다.

 

 

이번 아이템은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뤄야겠습니다.

 

눈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겨울에 쉽게 볼 수 있는 눈이기에

12월 아이템을 낼 때만 해도 별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첫눈이 내리고도 눈 다운 눈이 오지 않았고

잠깐 눈이 내릴 때는 다른 일이 있어 도저히 취재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

결국 고궁의 눈 내린 겨울 풍경 아이템은 연기됐고,

또 하염없이 눈을 기다리는 상황.

 

일기예보 '눈'을 그야말로 '눈' 빠지게 기다렸고

드디어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히죽거렸다.

 

 그렇게 밤새 눈은 소복하게 내렸다.

 

곧장 경복궁으로 향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역사박물관 8층의 옥상에서는 경복궁 일대가 조망할 수 있기에 전체 풍경을 담고 싶었다.

 

내국인 중에서도 이곳이 경복궁의 뷰 포인터라는 걸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데

동남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옥상에 살짝 당황.

 

드라마 '용팔이'의 촬영장소였기에

그 드라마의 영향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동남아 관광객들은

평생 처음 보았다는 눈과 함께 경복궁의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그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야 경복궁과 눈을 마주한다.

북악이 팔을 벌려 감싸 안은 곳에 자리 잡은 겨울 경복궁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일전 창덕궁 후원 관람할 때 구입했던 통합관람권을 내미니

입장권 받는 분 왈,

"비싼 입장권을 사셨네요-"

 

?????

 

4대궁에 종묘까지 단 돈 만원에 3개월 안에 관람이 가능한 통합입장권은

각각 입장권을 끊는 것 보다 당연히 가격이 싸다.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 의아했는데.....

 

2017년 1월 30일까지 2017 겨울 관광주간 동안

4대 궁과 종묘 관람의 경우 내국인에게 50% 할인된 가격이라고..

 

통합관람권을 구매한 이유는 가격보다도 올겨울에 무조건 궁 투어를 해보자였음이니

쿨하게-  (얼마 되지 않는 금전에 속이 쓰린 이유는 나도 몰라 ㅎㅎ)

 

 

★ 조선의 겨울왕국 속으로

 

광화문을 지나 근정전에 이르기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걷노라면

언제나 묘한 기분이 든다.

 

 

 

 

 

 

 

 

눈이 내리면 다른 계절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도 다 새롭다.

 

 

 

 

 

 

 

 

 

늘다른 동선으로 움직여 보자 싶지만

근정전에서 발길은 어김없이 경회루로 향한다.

경회루 하나에만 눈길을 주던 다른 계절과 달리

다른 곳으로 시선이 흩어진다.

 

 

 

 

 

 

구중궁궐의 백미 경회루는 벚꽃 피는 봄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벚꽃 핀 사진은 없으니 올해는 벚꽃 사진도 한번 담아봐야겠다.

 

 

향원정으로 향하는 길,

눈이 쌓여 푹푹 빠지는 진정한 겨울왕국.

눈 밭에 한 번 구르고 싶었으나 혼자였던 관계로....

 

 

텅 비어 버린 겨울 향원정 연못의 반영은 사라졌지만 또 다른 풍경을 그려낸다.

 

 

교태전, 자경전, 함원전 등 약 2시간 30여 분 넘게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그리고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여전히 발길이 닿지 않는다.

 

경복궁은 올 때마다 느끼지만 참 넓은 곳이다.

그런 경복궁이지만 전체 복원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그야말로 구중궁궐의 삶.

경복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지만 그 삶이 감옥이란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 백사실 겨울 풍경이 궁금해.

 

추운 날씨에 다니다 보니 몸은 점점 얼어가는데 그냥 집에 들어가기는 아쉬웠다.

경복궁과 종묘를 같이 가 볼 생각이었는데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니

눈은 점점 녹기 시작했고 토요일을 제외하고 자유 관람이 되지 않는 종묘여서 고민하던 중.

문득 백사실이 떠올랐다.

 

작년 장마 시즌에 찾았던 백사실에서 만났던 백사실 지킴이는

백사실은 보름달 뜰 때와 겨울 눈 내렸을 때가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번개처럼 스쳤다.

광화문에서 백사실이 있는 세검정까지 바로 가는 버스도 있으니 백사실로 향했다.

 

초록색 숲길을 걸어 만나는 백사실은

서울이나 서울 같지 않은 곳으로 언제 가도 감탄에 마지않는 곳이다.

정작 눈 내린 겨울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에 백사실은 어떤 풍경일지 궁금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인적 드문 숲길을 따라 백사실로 향했다.

 

도심에는 눈이 녹아 없어지고 있는데

이곳은 여전히 설국의 세상.

 

온통 초록의 세상으로 가득 차 있던 곳은 눈이 없다면 무척 쓸쓸한 풍경이다.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백사실.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심심한 풍경.

과연 난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사람이 거의 없는 고요의 시간 속에 한참을 머물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요함을 깨우는 발자국 소리.

 

홍제역에서부터 걸어 북악산을 향해 간다는 트래커들이

중무장을 하고 뽀드득뽀드득 눈길을 걷는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겨울 풍경.

 

 

이른 저녁을 먹고 눈 내린 풍경이 아쉬워

꽁꽁 여미고 밤 산책을 나선다.

 

 

 

앞으로 이 겨울이 가기 전 몇 번의 눈이 더 올지 모르겠지만

통합관람권 마감이 끝나기 전에 눈 내리는 창경궁과 종묘를 가 볼수 있기를 희망하며.

 

추운 건 죽도록 싫은데 그나마 눈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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