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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뜬다 교토여행] 오하라(大原) 산젠인, 호센인

작은천국 2017. 11. 17. 08:00

[뭉쳐야 뜬다 교토여행] 오하라(大原)

교토여행 산젠인(三千院) 이끼정원, 호센인(寶泉院) 액자정원  



<뭉쳐야 뜬다>가 찾아간 오사카에서 근교여행으로 다녀온 교토여행 편을 시청했다.

교토에서 어떤 곳을 갈지 눈여겨보았는데  

금각사와 오하라 그리고 아라시야마를 하루 만에 다녀오는 것이 아닌가.


자유여행이었다면 금각사, 오하라, 아라시야마를 

하루 만에 여행한다는 건 거리상, 시간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역시 패키지여행이다.


한 가지 특색있었던 점은 금각사를 제외하고도

 교토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청수사나 은각사 혹은 기온 대신

다소 거리가 있는 오하라와 아라시야마를 여행지로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오하라와 아라시야마는 교토를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꼭 가는 곳일 정도로 좋아하는 스폿인데

그런 곳을 모처럼 TV 화면으로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가웠다.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 교토,

교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오하라.

교토 여행의 추억을 되새겨 본다.




산길을 걷는 낭만 오하라(大原)



교토에서 버스로 약 1시간이 걸리는 오하라는 지리산 산골 마을과도 무척 닮은 곳이다.

옛날에는 농사도 짓기 힘들 정도로 오지 산골이었던 마을이었기에

교토의 니시키 시장에 여자들이 나무를 이고 나가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곳이다.  


히에이잔 기슭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오하라는 언제나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이곳에는 수천 년 전에 지어진 산젠인, 호센인, 잣코인 등 유서 깊은 절과 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오하라는 큰 곳이기도 하지만 버스 정류장을 기준으로 볼거리가

 산젠인 방향과 잣코인 방향 두 군데로 나뉘어 있어 제대로 다 보려면 하루가 걸린다.


 이끼 정원을 볼 수 있는 산젠인과 액자정원이 있는 호센인이 유명하다 보니

시간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들은 잣코인보다 산젠인이 유명해 산젠인 방향을 선호한다.

산젠인쪽만 둘러 본다고 하더라도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예상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계절이라면 몰라도 가을이라면 잣코인은 꼭 가야 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손꼽히기 때문이다.


교토에서 불과 1시간 거리인 오하라는 지리산 산골 마을과 묘하게 닮았고

 고즈넉함이 주는 정취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평온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여행.

오직 오하라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 어려웠던 시절 우리네 산골 어머니의 모습을 닮은 오하라메. 오하라메는 오하라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 잣코인으로 가는 길.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반긴다.


▲ 산젠인으로 가는 길에는 교토 3대 츠케모노 중 하나로 유명한 시바즈케의 재료인 차조기를 재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차조기는 여름에 보라색을 띈다.


▲ 오하라 행 17번 버스는 교토역에서 출발한다.


▲ 오하라는 산젠인과 잣코인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볼거리가 나뉜다.  



▲ 잣코인의 가을



이끼 정원이 있는 산젠인 (三千院)



오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산젠인은 8세기 말 8세기 초에 지어진 천태종 사원으로

왕족이 출가해 주지를 맡은 몬제키 사찰 중 한 곳이다.


산젠인의 여러 건물들은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데 건물보다 더 유명한 건 유세이엔(有淸園)이다.

 유세이엔은 이끼로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이끼 정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특히 이끼 정원에 숨바꼭질하듯 박혀 있는 지장보살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나도 같은 미소를 짓게된다.


이끼 정원 위로 울창한 삼나무와 단풍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이끼 위로 가는 햇볕이 드리는 풍경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자아내는데

일본의 소설가는 '동양의 보석상자'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푸른 초록이 뿜어내는 신비한 기운은 몸과 마음마저 맑게 만들어 주니

거창하고 거대하지 않아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된다.  


봄에는 철쭉이, 여름에는 수국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눈꽃이 피어

사계절을 제대로 누릴 수 있어 어느 계절에 가더라도 마음을 뺏기게 되는 산젠인이다.


▲ 산젠인까지 오하라 버스 정류장에서 표지판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 1945년에 창업한 시바큐((志ば久)는 시바즈케로 유명하다. 짭쪼름한 오이인 아이스큐리(アイスきゅうり)는 인기 아이템으로 더위의 갈증을 달래기엔 그만이다. 



▲  단풍나무로 가득한 산젠인 입구


▲ 산젠인은 일본의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관람로만 따라가면 여러 건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 이끼정원 외에도 아름답게 꾸며진 슈헤키엔(聚碧園)이 있다.


▲  986년에 지어진 오조고쿠라쿠인의 실내에는 국보인 아미타여래좌상을 모시고 있다.

 내부는 오랜 세월이 지나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지만 코발트블루 색을 칠한 천장과 25명의 보살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시절에 코발트블루 색을 사용했다는 신비로움으로 인해 오조고쿠라쿠인은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다. 


▲ 오조고쿠라쿠인 앞쪽으로 이끼정원이 있다.




▲ 동양의 보석이란 찬사를 받고 있는 이끼 정원의 모습





▲ 정원 곳곳에는 지장보살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장보살을 볼 수 있다. 지장보살은 산젠인의 기념엽서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  산젠인 주위로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산책로를 따라 한바퀴 돌아볼 수 있다.


▲  여름에는 산수국이 피어 더욱 싱그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단풍으로도 유명한데 교토의 북쪽에 있어 교토보다 단풍이 훨씬 늦게 든다.



액자 정원이 있는 호센인(寶泉院) 


산젠인에서 나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호센인이 있는데 이곳은 주지 스님의 숙소였던 곳이었다.

이곳은 일본에서도 액자 정원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액자 정원이란 기둥과 기둥 사이

혹은 문이나 창의 아래나 위를 가로지르는 문틀이 액자가 되어 정원 풍경을 액자처럼 감상할 수 있다.


호센인은 액자정원도 유명하지만 정원 마루에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대나무도 눈길을 끈다. 

또한 일본 사람들에게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 현장이 남아 있는 피로 물든 천장도 있다.


호센인의 액자정원은 오엽송과 죽립이 있는 두 개의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압권은 오엽송이다.

수령 700년 이상이된 오엽송은 천연기념물이자 교토를 대표하는 3대 소나무 중 하나다.

호센인의 액자정원은 회화 같은 풍경 때문에 '떠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아

'반칸엔(盤桓園)'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얼마나 대단한 풍경이기에 그렇게 찬사를 보내나 싶지만 호센인으로 들어서는 순간

 투덜거리던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황홀한 풍경에 반하게 된다.


말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기둥을 액자 삼아 오엽송을 보고 있노라면

정원을 보고 있는 것인지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인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호센인.


산젠인과 호센인은 분명 다른 곳인데 풍경은 하나로 이어진다.

발걸음은 절로 느려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멋진 여행이 되는 산젠인과 호센인.


나는 그곳을 '영혼의 산소통'이라 부른다.


▲ 산젠인에서 안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호센인이 나온다.


▲ 호센인의 입구 


▲ 저마다 편한 자세로 앉아 액자정원을 즐기고 있는 여행자들


▲ 가을 모미지 기간에는 라이트 업으로 조명을 밝히는 데 또하나의 볼거리다.


▲  호센인 입장권을 구매하면 무료로 말차가 제공된다.




▲  700년 이상된 오엽송은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  후시미성 전투의 피묻은 마루바닥을 이용해 천장을 만들었기에 일본 사람들은 천장을 꼭 확인한다.



오하라와 교토 여행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처음 교토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