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Japan

[교토여행] 금빛 찬란한 금각사 그 치명적인 매력속으로!

작은천국 2015. 2. 10. 06:30

[교토여행] 금각사냐 은각사냐 하다가 금각사로~ 

 

 

교토를 대표하는 사찰 중에 이름도 비슷한 금각사 (金閣寺, 킨카쿠지)와 은각사(銀閣寺, 긴카쿠지)가 있다.

 

혹자는 킨카쿠지로 발음되는 금각사와 긴카쿠지로 발음되는 은각사를 두고

고민끝에 금각사로 결정했으나 킨을 모기만한 목소리로 발음했더니

택시기사분이 은각사로 데려줬다는 웃픈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간이 짧은 교토 여행자에게 금각사냐 은각사냐를 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디를 가야할지 상당한 고민을 해야하는 스폿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은 금각사가 더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은각사가 더 좋다고 하니

결국 아니 물어보는 것이 더 결정하기 쉬울뻔 했다는

어이없는 결론 앞에 기가막히게 고민을 원점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이처럼 금각사와 은각사가 교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하고 

모든 면에서 두 절은 묘하게도 참 많이 닮은 절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두 절 모두 무사들이 권력을 휘두르던 무로마치 시대에 건립이 되었고

취하고 있는 양식마저도 언뜻 보기에는 참 비슷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면 충분하니 일정에 따라서 편한 곳을 선택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어찌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만의 콩떡이자 천만의 말씀이다.

 

금각사와 은각사는 당시 무사들이 옹호하던 선종의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이 두 절은 약 5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막부의 권력이 점차 이동해가면서  

막부의 문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건축양식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모르고 볼 때는 상당히 비슷한 듯하지만

내용도 분위기도 상당한 차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먼저 화려한 금빛 누각을 가지고 있는 금각사로 고고고~

 

금각사의 정문으로 선종에서는 정문을 총문(總門) 이라고 부른다.

금각사도 가을 단풍여행지로도 유명한 곳인데 아쉽게도 가을단풍은 은각사에서만 즐겼다.

 

총문을 지나면 매표소가 나오는데 워낙 한국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 한글로 안내가 되어 있다.

 

 

 

교토의 다른 절들과 달리 금각사와 은각사는 입장권이 부적형식을 취하고 있다.

금각사리전을 부처님이 수호한다는 내용과 개운초복, 가내안전이 적혀 있으니

어쩌면 입장권이 아니라  관람하는 동안 부적을 지니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금각사가 가장 황당했던 것은 아무 준비없이 금각이 툭! 하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미 수 년전에 교토를 방문했을 때 금각사를 관람했던 적이 있었기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금각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적응은 실패였다.  

 

금각사의 이름이 된 '금각'이니 설렘을 가지는 시간차를 주면 좋겠는데

시간차 공격없이 강스파이크로 들어오는 금각은 보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는 절로 쏟아진다. 

 

거울 못에 비친 금각은 4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눈이 내린 풍경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금각이 얼마나 유명한지 정식이름인 로쿠온지(鹿苑寺 대신 금각사로 불리는 곳이다.

이 절을 중심으로 무로마치 시대에 기타야마(북산)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너무 길어지니 간단하게 이렇게만 정리하겠다)

 

무로마치 막부의 3대 장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별저로 조성한 공간으로

3층 누각의 금각은 1층은 헤이안시대 귀족주의 건축양식을,

2층은 무가식 건축양식을, 3층은 중국풍의 선종 불전 건축양식이며

불전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다.

 

이처럼 금각은 왕실의 귀족문화, 막부, 선종이라는 3가지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초기 무로마치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번쩍이는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는 금각이다.

 

교토가 불바다가 되는 오닌의 난으로 금각사가 전부 불타없어지는 상황에서도

금각은 살아 남으며 550년 동안 자리를 지켰건만 1950년 한 승려의 방화사건으로 허무하게 불타버렸다.

이 방화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에서 패스~하겠다.

 

어쨋거나 이 사건이 얼마나 사회적인 이슈였던지 다양한 문학작품이 탄생했는데

그 중 미사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가 가장 많이 알려져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소설 '금각사'를 한 줄로 요약하면 '금각의 아름다움에 반해 불을 질렀다'는 내용이다.  

물 빛에 어른거리는 찬란한 금각사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금각의 어떤 매력이 그렇게 사람들을 사로 잡는 것일까?'와 더불어 

설명이 필요없는 금빛의 치명적인 매력은 온갖 드라마틱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긴한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바로!!!!!  금각을 관람하기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있어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으려면 장난 아닌 몸싸움으로 사람들 사이를 파고 들어야 한다.

 

이러니 여유롭게 '금각아 내가 왔다. 너의 매력이 무엇이더냐~~' 하는 마음은  

사진도 겨우 찍어야 할만큼 사람들에게 떠밀리며 소음 작렬한 공간은

금각과 편안히 마주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없이 입장하는 순간 헉! 하고 카리스마 있게 나타난 금각은 

사람들에 치어 다시 한 번 헉! 하며 짧은 감상을 마치고 바쁘게 돌아서야 한다.

 

그래도  여기서 반드시 사진은 한 장 찍어야 한다.

금각이 가장 멋지게 나오는 사진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천회유식의 연못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방장이 나오는데

아쉽게도 금각의 방장은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방장 옆으로 멋드러진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리큐슈노마쓰라고 불리는 소나무는  배의 모형을 하고 있는 매우 특이한 소나무로

요시미쓰가 직접 심은 소나무라고 전해지는데 교토 3대 소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한 눈에 봐도 무척이나 잘생긴 소나무가 처음 금각사가 조성될 시점부터 건재하며

무려 600년의 세월동안 불이 타고 다시 재건되고 다시 불이나고 또 다시 재건된

금각사의 역사를 혼자 지켜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웬지 좀 더 특별하게 와 닿았다.

 

입구에서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금각사지만 다행스럽게도 한 번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큰 위안이다.

 

방장쪽으로 오면 이곳에서 측면과 뒷면까지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금각을 찬찬히 볼 수 있다.

또한 정원을 따라 걷게되면 다양한 각도에서 금각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금각은 불에 타고난 뒤 한 번 복원이 됐지만 제대로 복원이 되지 않아

1986~1987년에 걸쳐 다시 한 체례의 대복원으로 지금의 화려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때 금박 복원에만 소요된 순금이 20Kg, 금박만 20만 매에 공사비가 무려 7억엔 이상이나

들었다고 하니 상상 초월의 몸값을 지닌 금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 문화재 복원 성공사례로 이 금각이 소개되기도 했었다.

 

금각의 정원 뒷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을 하며 언덕을 오르게 된다.

 

요시미츠가 차를 끓일때 사용했던 긴가센을 지나면 

중국 고사 등용문을 표현한 잉어석이 위치하고 있다.

이런 잉어석은 덴류지 정원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일본 정원 양식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수년 전에는 철쭉이 한창인 계절에 금각사를 찾았기에 꽃들이 참 많았는데

녹음 우거진 길을 지나 가을 단풍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언덕을 오르면  금빛 찬란한 봉황 한 마리가 금각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봉황은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동물로 일본 엔화의 만엔 지폐에도 봉황이 등장하고 있는데

지페에 등장하는 봉황이 있는 곳은 교토 남쪽에 위치한 뵤됴인이라는 곳이다.

 

그리고 이 언덕에는 석가정이라는 다실이 있는데 에도 시대 유명한 다도가가 지은 것으로

원래 금각이 조성될 때는 없었고 17세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저녁 노을에 비치는 금각을 멋있게 조망할 수 있다고 해서 석가정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금각사의 노을이 지는 시간까지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금각사 관람의 맨 마지막 순서인 부동당은 부동명왕을 모시고 있지만

비불로 평소에는 개방을 하지 않고 있기때문에 그냥 스쳐도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길을 붙드는 건 오른쪽에 있는 영어, 일어, 한글 등의 주황색의 유료 운세통이다.

 

금각의 멋진 모습을 긴 여운으로 가지고 내려오는 순간 운세통 앞에 고꾸라지는 인간의 심리란~~

게다가 한국어에 영어를 비롯해 다른 외국어까지~~ 이런 일본 문화는 참 적응이 안된다.

 

어쨋거나 이렇게 한 바퀴 돌면 금각사 관람은 끝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금각사를 좀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오전에 아라시야마를 방문하고 그 다음 일정으로 금각사를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그게 왜 특별하냐고? 물론 버스를 타고 금각사를 가도 되지만

바로 일본에서 전차가 가장 먼저 생긴 교토이니

란덴열차를 이용한다면 조금은 더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이 란덴열차는 노면전차로 참고로 일본에서 몇 군데 남아 있지 않다.

특히 아라시야마와 금각사를 연결하고 있는 기타노선은 봄에는 벚꽃열차로 인기만점이다.

 

 기타노선을 이용하면 버스로 이동하기 애매한 묘신지, 료안지를 비롯해 

금각사까지 전부 기타노선으로 이동이 가능하기때문에 편하게 관람이 가능하다.

란덴연선으로 하루 일정을 구성한다면 시간 낭비없이 하루에 세계문화유산만 3개를 볼 수 있다. ^^

게다가 아라시야마에서 금각사까지 전철과 버스로 환승한다고 해도 30~40분 정도면 충분하다.

 

올 봄에 교토 벚꽃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란덴연선 강력 추천한다.  

 

참고로 란덴연선을 이용해 구성한 일정이 교토 책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 금각사를 둘러봤으니 이젠 은각사로 가볼 차례~~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

 

낚인것 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은각사까지 쓸 생각이었으나 내용이 너무 길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