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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여행] 교토, 단풍으로 물들다.

작은천국 2015. 10. 13. 06:30

[교토여행] 교토 단풍여행 어디로 가야할까?

 

 

교토는 봄에는 벚꽃여행으로 가을에는 단풍여행으로 사랑받는 도시다.

어느 도시나 가을이면 단풍으로 곱게 물든다지만

교토의 단풍만은 조금 다르다.

직접 내 눈으로 보지 않고는 가늠이 안 되는

그런 단풍이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 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도심 단풍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해내는 교토의 단풍이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교토로 단풍구경을 나서는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다녀도 교토 단풍은 다 못 본다.

 

이러니, 교토 단풍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어디로 가야하나가 가장 고민일 터.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으로 남긴다.

 

참고로, 교토 단풍은 우리나라와 달리 11월 중. 하순 ~ 12월 초순이 절정이다.

 

교토 단풍여행 중 개인적으로 가장 으뜸은 바로 이곳! 에이칸도(永観堂)다.

가을이면 이런 단풍과 더불어 보물을 볼 수 있어 입장료도 훌쩍 올라간다.

가장 비싼 입장료를 지급해야 하는 곳 중 하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을 만큼 압권 중의 압권! 

 

다른 계절이라면 큰 볼거리가 아니지만, 가을이라면 이곳은 무조건 가야 할 만큼 필수다.

 

그렇다고 단풍구경만 하면 안 된다. 

가을에만 개방하는 보물을 보기 위해 한 발, 한 발 목조회랑과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높이감을 느낄 수 있는 건물 구조도 무척이나 독특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만날 수 있는 뒤를 돌아보는 아미타여래 입상의

살아있는 듯 생생한 표정 앞에 숙연해지는 기분,

 

가을 단풍 앞이라 더욱 그럴수도.  

 

금각사의 단풍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은각사의 단풍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소박한 은각이기에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과도 더욱 잘 어울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번쩍이는 금각이 아니면 어떤가? 이렇게 아름다운데.

 

수로각이 더 유명한 난젠지(南禪寺) .

가을이면 멋들어진 단풍이 더욱 멋스러움을 연출하는 곳이다.

 

벚꽃 하나미로 유명한 마루야마 공원.

북적이며 정신없었던 봄의 마루야마보다 한적함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날씨가 다소 흐리고 저녁때가 되어 사진은 다른 장소에 비해 단풍이 덜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좋은 곳~ 이다.

 

교토의 모든 곳을 좋아하지만, 교토 갈 때마다

이곳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몇 번을 걷게 되는 곳이다.

바로 기온 신바시(祇園新橋).

 

책에는 기온 신바시 부근만 소개했지만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새벽

기온 신바시를 흐르는 실개천 시라카와를 따라 걸으며

혼자만의 단풍놀이를 즐겼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교토에서는 철학의 길(哲学の道)을 걸어야 한다. 

벚꽃 대궐이 펼쳐지는 철학의 길은 봄이 가장 아름답긴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고즈넉함은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고즈넉함이 따라오는 철학의 길은

그야말로 진짜 사색이 가능한 철학의 길이 되어준다.

 

걷기 좋은 도시 교토는 철학의 길로 통한다.  

 

철학의 길에서 은각사 가까운 곳에 있는 호넨인(法然院)

그저 걸었을 뿐인데 호젓한 길에서 만나는 호넨인은 보물 같은 곳이었다.

그리 크지도 않고 입장료도 없는 호넨인은

이곳은 일본여행 책자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소개하는 스폿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철학의 길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그곳에 가려져 아는 사람만 아는 스폿이 되어 있었다.

 

여름에는 하늘을 뒤덮고 있는 원시의 녹음이 딴 세상 같았고

가을이 되니 녹음에 단풍이 더해져 또 딴 세상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라.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수만 배는 좋아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던 기타노텐만구(北野天満宮)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어 일본 수학여행에서 교토를 여행할 때 빠지지 않는 스폿으로 

초봄 매화정원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가을을 품은 기타노텐만구의 정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기타노텐만구여였기에

그곳에 이런 계곡을 품고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타노텐만구 단풍 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북한산의 깊은 계곡을 품고 있는 듯

도심의 소음은 모두 사라졌다.

바람은 알록달록했고

그에 맞춰 새들은 쉴 새 없이 지저귀며 쉬어가라 했다.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늦게 물드는 단풍이 아쉬웠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함 없이 충분했던 기타노텐만구.

 

취재가 아니라면 반나절 그저 단풍만 쳐다보고 싶었으나

다음 취재 일정 때문에 서둘러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

 

교토에서 단풍 여행지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도후쿠지(東福寺)

교토 최고의 단풍 여행지로 이곳에 들어서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미는 데로 발이 절로 움직이게 되는 곳이다.

 

누가 일본사람들이 질서정연하다고 했는가?

이곳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예쁜 것 앞에서는 그렇게 질서정연하다는 일본 사람도 중국 사람과 진배없었다.

정말 사람들에게 떠밀려 자칫 난간에서 떨어질 뻔한 아찔한 경험도 추억이다.

 

(정말 식은땀을 줄줄~~)

 

하긴 코앞까지 이런 단풍이 수천 그루가 펼쳐지는데

이성이 마비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도후쿠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인 호조정원을 가지고 있지만

가을 단풍은 그 유명세를 대신하고도 남는 곳이다.

 

사람들 얼굴은 모두 홍조를 띠며

단풍에 취한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교토에서 지겹도록 하는 단풍구경이지만 그렇다고 교토 근교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지리산 산골 마을과 닮아도 너무 닮은 교토의 산골 마을 오하라(大原).

이끼 정원이 있는 산젠인과 액자정원 호센인의 가을은

너무 유명해서 사진으로도 워낙 많이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제대로 된 감상은 힘들었다.

 

하지만 잣코인은 달랐다.

그들과 정반대 편에 있어 호젓한 가을 풍경을 가진 산길을 걷는 것부터가 설레였고

그렇게 품은 가을 풍경은 남다를 수밖에. 

더더군다나 아들을 위해 몸을 던진 어머니가 비구니가 된 사연을 가진 잣코인이지 않은가.

잣코인의 가을은 그래서 더 애달팠다.

 

아라시야마의 가을도 빼면 섭섭하다.

한 량짜리 란덴을 타고 느긋하게 만나는 아라시야마의 가을은 언제나 옳다.

다른 계절이라면 너무 볼거리가 많아 생략하게 되지만

가을 조잣코지(常寂光寺) 꼭 가야 한다.

 

교토에서도 손꼽히는 단풍명소로 늘 이름을 올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역시 그 명성답게 절정의 가을이 아니고 해 질 녘에 도착한 것이

너무너무 아쉬워 숨 넘어갈 뻔 했을 정도.

 

한 가지 위안은 이곳에서 어렴풋이 해지는 걸 볼 수 있었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좀 더 일찍 올걸' 하며 일찍 저무는 교토의 밤을 아쉬워해야 했다.

 

봄에 벚꽃 터널을 달리는 란덴연선(嵐電)이 있다면

가을에는 단풍터널을 달리는 에이잔 전철(叡山電鉄)이 있다.

 

낮에도 좋지만, 밤에는 조명이 밝혀 환상의 가을밤을 연출하는 에이잔 전철.

원래 있는 단풍나무에 그깟 조명 하나 달았을 뿐인데 이게 뭐라고..

이 열차 한번 타겠다고 엄청난 사람들이 몰린다.

게다가 천장까지 창문이 있는 키라라 열차까지 운행하고 있으니

'이건 마케팅일 뿐이야' 라고 속으로 곱씹었지만, 그저 부러웠을 뿐.

 

밤에는 정말 할 것이 없는 교토여행이라고들 입을 모으지만

단풍시즌은 오히려 밤이 더 바빠진다.

단풍이 있는 곳이라면 곳곳에 붉을 밝히는 라이트 업이

또 다른 가을밤의 낭만을 선물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 업 한 번 보기 위해 낮에 갔던 곳을 저녁에 다시 가기 위해

4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교토 여행의 90% 이상이 방문한다는 청수사의 가을밤은 어쩌지 못했다.

 

 청수사의 인근에 있는 고다이지(高台寺)의 라이트 업

 

금강산도 식후경, 단풍 구경도 했으니 맛있는 것이 생각나는 건 당연지사.

맛있는 것이 많은 교토에서 기억나는 음식이 많지만,

 가을이라 더욱 특별했던 음식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즈주(いづ重)의 스시.

 

비린 것 못 먹는 내가 사바 스시(고등어 초밥) 뚝딱 해치웠고

현재까지 내가 먹어본 유부초밥 중 가장 맛있는 이나리 스시(유부초밥)는

입맛 없을 때면 먹고 싶어지는 음식에 추가했다. 

하지만 교토에 가지 않으면 먹을 수 없으니 그저 그림의 떡일 뿐.

다른 계절과 달리 가을이 되니 단풍잎 그릇에 진짜 단풍잎이 올려진 세팅은

보자마자 이야~~~ 감탄사 절로 터졌다.

 

그리고 나는 곧 가을 단풍을 입안으로 불러들였다.

 

 교토의 단풍시즌은 일본사람에겐 늦여름 정도로 느껴지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쌀쌀한 날씨다.

구름이라도 낀 날은 더욱 쌀쌀해지니 뜨끈한 국물을 절로 찾게 한다.  

 

교토 시내보다 기온이 훨씬 낮은 오하라를 여행할 때

교토 음식이 아무리 입맛에 맞는다고 하더라도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을 절로 그리워하게 하였다.

 

구모이차야(雲井茶屋)의 미소나베는 환상이었다.

교토의 맑은 물로 만든 콩이니 그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구운 토종닭과 각종 채소가 들어가는 미소나베는

우리의 된장찌개와는 차원이 다른 낯선 맛이었지만

깊은 맛 하나는 일품이었다.

 

 국물 한 숟가락 밀어 넣고 나니

김흥국 아저씨의 리액션 '으아~~' 절로 나왔....

 

이 맛에 반해 이곳에서 파는 미소된장을 사 왔는데...

 그리고 닭을 사서 굽기도 했는데.....

 

구모이차야의 할머니들의 손맛을 내가 어찌 감히...

 

아~~ 요즘 같은 날씨,

미소나베 사진으로 군침 질질~~

 

주말 내내 <처음 교토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다시 교정을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이틀 밤을 새야 했지만

 교토 단풍과 함께 맛있게 먹었던 교토 음식보고 있으니

별로 피곤한 줄도 몰랐다.

 

그런데 사람이 이리 간사할 수가 있나.

벚꽃 피는 봄이 정말 좋아 교토는 단연코 봄 벚꽃이라고 했건만, 

단풍 사진을 보고 있으니 가을 단풍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어지다니.

 

아~~ 다시 가고 싶은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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