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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철길] 항동철길이 건네는 가을 종합선물세트

작은천국 2017. 10. 30. 08:00

[항동철길] 항동철길이 건네는 가을 종합선물세트



기차가 다니지 않아 폐철길이 돼버렸지만 

그런 폐철길이 오히려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서울 핫스폿으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경의선 숲길이 그렇고 

부산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해남부선 폐철길이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소, 항동철길도 그렇다. 


기차가 떠난 자리를 진하게 채우고 있는 가을 낭만. 

폐철길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사색하기 좋은 깊숙한 가을에 가 닿는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대여, 폐철길을 걸어볼지어다. 



서울에서 불과 30분, 이런 곳이 있다니. 



예전부터 항동철길을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시간이 비어버린 화창한 주말. 

문득 항동철길이 가보고 싶었다. 




지하철 7호선 천황역에서 약 5분 남짓.  

시골길에서나 볼 수 있는 철로 차단기가 여전히 남아 있고

아파트와 주택 사이로 난 항동철길이 보인다. 


시골 기찻길에서나 보던 풍경을 서울에서 만났다.

기차가 지날 때마다 땡땡땡땡 울었대던 차단기는 더 울지 않겠지. 



 

+ 항동철길 가는 방법 지하철 7호선 천왕역 3번 출구에서 계속 직진 후 풍성마트에서 건널목을 건넌다. 건널목을 건넌 다음 오른쪽 앞쪽에 다시 건널목을 건너면 행복드림 한우와 지구촌학교 사이의 길이 항동철길 시작이다. 풍성마트 즈음에 오면 차가 진행하는 방향 앞쪽으로 노란색의 차단기가 보이는데 차단기 방향으로 가면 된다. 



도로변에 차단기가 남아 있는 모습도 생경한데

기차가 다니지 않은 기찻길이 그대로 남은 모습은 더 생경했다.

아파트와 집들 사이로 바짝 붙어 있는 철길의 모습.

'아직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굉장히 낯선데 묘하게 친근하다.

아름다운 공원으로 재탄생한 경의선 숲길은 

기찻길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기찻길이란 생각은 덜하다.

항동철길의 경우 폐철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기차가 다닐 것만 같았고 서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골 기찻길의 낭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항동철길.

서울답지 않은 낯선 풍경을 찾아 나선 이들이 참 많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철길.그런 철길을 걷는 연인들.

철길은 연인들이 마주 잡은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화물과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던 항동철길


항동철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 부천시 옥길동까지 잇는 약 4.5km의 단선철도였다. 

국내 최초의 비료 회사인 KG케미칼(구.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이 1954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에 설립하면서

원료나 생산물의 운송을 위해 설치된 화물철도로 1957년 9월에 착공해 1959년 5월에 준공했다. 


이 노선은 경인선 오류동역에서 분기해 소사구 옥길동까지 왕래하던 화물지선이었기에

항동철길이라는 이름 외에도 오류동선 혹은 경기화학선이라고도 불린다.

이후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공장을 통합하면서 부천의 비료공장을 폐쇄했고 열차 운행은 중지됐지만

화물 수송 외에도 군수용품 수송도 겸하고 있었기에 2016년 9월까지 화물열차가 비정기적으로 운행됐다.

그러다 항동공공주택 조성공사와 기존선로 철거 및 교체 공사를 진행함에 따라 이마저도 완전히 중단됐다.


기찻길 양쪽으로 아파트와 빌라가 늘어선 길을 조금 걸으니 더욱 호젓한 기찻길이 나타난다.

이미 선로가 일부 철거가 됐기에 기껏 걸을 수 있는 기찻길은 약 1.5km 남짓.

더는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항동철길을 찾는 사람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항동철길은 데이트 중인 연인이 많지만 연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색과 공감의 항동철길



낭만적인 기대를 품었던 항동철길은 서울 같지 않다는 의외성도 잠깐.  

 '사색과 공감의 항동철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사색에 잠기기에는 걸어볼 수 있는 기찻길은 짧고

날씨 탓인지, 사람이 많았던 탓인지 다소 편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걷다 보니 어느새 항동철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항동철길역에 도착했다.

공공미술로 만든 항동철길역은 아주 소박했지만 밋밋한 철길과 정말 잘 어울린다.

연인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기념촬영장소다.

기차가 달리기를 멈춘 항동철길역에서 만나는 엉뚱한 표지판.

항동역에서 개성까지 80km, 해남까지 325km.

이미 멈춰버린 기찻길이 영원히 굳고 녹슨 것이 아닐 것이라는 발칙한 상상.  

꿈같은 일이라는 건 알지만 진정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짧은 침목에 쓰인 의미심장한 단어들.

한국판 요람에서 무덤까지 나열된 숫자에 박힌 삶의 무게에 백배 공감.

살다 보면 위로가 필요한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알고 보면 길은 늘 열려 있었다.

내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침묵에 새긴 글씨를 따라 읽으며, 걸으며 사색과 친구 되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찰라, 항동철길 걷기는 끝났다.

철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푸른 수목원 정문까지 이어지던 기찻길이었으나

지금은 아파트 공사 때문에 더 앞으로 나가기는 힘든 상황이었던 것. 

철길에 핀 코스모스가 아쉬움을 달랜다.  








항동철길이 전부가 아니예요. ①더불어 숲길



항동철길의 중간 즈음에 있는 항동철길역에는 

푸른 수목원 출입로가 있다. 

 항동철길을 걷다 보면 길은 자연스레 푸른 수목원으로 이어지는데

짧은 항동철길이 아쉽지 않게 느껴지는 건 푸른 수목원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푸른 수목원보다 더불어 숲길이었다.


더불어 숲길은 푸른 수목원과 접하고 있는 천왕산을 한 바퀴 둘러 볼 수 있는 길로

이 길은 구로 올레길 산림형 3코스에 해당하는 길이기도 하다.

구로 올레길 산림형 3코스는 2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천왕역에서 항동철길을 따라 푸른 수목원의 후문이 있는 곳까지 약 1.1km가 한 구간이고

푸른 수목원에서 더불어 숲길을 따라 성공회대학교를 지나 온수역까지가 나머지 구간이다.  

더불어 숲길은 천왕산을 오르다 성공회대학교로 가는 게 아니라 다시 서울수목원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


항동철길을 걸으면 그 길의 끝에선 푸른 수목원, 구로 올레길, 더불어 숲길을 만난다.

항동철길이 아니었다면 있는지도 몰랐을 길들.

항동철길 덕분에 새로 난 길을 걸어본다. 






항동철길만 보고 오느라 이곳의 지리에 문외한이었기에 천왕산과 성공회대가 접하고 있는 줄 전혀 몰랐었다. 

애초에 푸른 수목원만 생각하고 있다가 더불어 숲길에 끌린 건 '신영복 선생 추모공원' 때문이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신영복 선생의 추모공원과 더불어 숲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발끝에 와닿는 흙길의 촉감이 폭신폭신하다. 


도심보다 계절이 조금 일찍 찾아온 숲은 절정의 가을을 지나고 있다.

낙엽이 떨어진 숲에 발 끝마다 채는 리드미컬한 가을의 소리.

낙엽을 발로 밟으면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내며 영혼처럼 운다고 했다지.

해마다 가을이면 낙엽 밟는 소리가 좋으냐는 질문의 대답을 이 길에서 찾는다.

낙엽 밟은 소리가 영혼의 지축을 흔드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더불어 숲은 내 안으로 걷는 길이다.

길 곳곳에 신영복 선생의 좋은 글귀가 사색으로 이끈다.

어느 시점부터 선생의 글귀에서 읽히는 행간의 의미와 깊이감.

더불어 숲은 나에게 깊은 가을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항동철길이 전부가 아니예요. ② 푸른 수목원



숲이나 가드닝에 관심이 있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 푸른 수목원이다.

푸른 수목원은 서울시 최초 시립수목원으로 항동저수지가 있는

 약 10만㎡의 부지에 2천여 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과 25개의 테마원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쓰레기배출로 식물, 인간, 환경이 공존하는 생태 공간으로

도심과 가까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수목원이다.


 푸른 수목원은 주차공간이 있는 정문 외에도 여러 출입구가 있는데

항동철길 혹은 더불어 숲이 끝나는 길에서도 푸른 수목원으로도 출입할 수 있다. 


여심을 저격했던 '도깨비'의 여운이 묻은 메밀꽃.

아직 천 일의 날짜가 채워지지 않은 천일홍에 반색한 것도 잠시,  

갈대 끝에 매달린 가을이 인사를 건네니 황화 코스모스는 절정의 가을로 초대한다.


기차가 떠난 폐철길을 걷다 보니 어은새 가을에 닿았다.

항동철길이 건네는 가을 종합선물세트 한 가득. 

아름다운 가을이다.









+ 푸른 수목원 이용안내  입장료 무료 개방시간 09:00~22:00(연중무휴) KB숲교육센터(온실) 동절기 09:00~17:00 하절기 09:00~18:00 주소 서울시 구로구 연동로 240(항동 81-1) 전화번호 02-2686-3200 홈페이지 http://parks.seoul.go.kr/template/sub/pureun.do   가는 방법 지하철 7호선 온수역에서 마을버스 07번 이용 기타 유모차, 휄체어 이용시 북카페에서 신분증 제시후 대여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