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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여행] 백 개의 구름, 백운계곡 그리고 백운산행

작은천국 2015. 9. 2. 06:30

[포천여행] 백 개의 구름, 백운계곡 그리고 백운산행 

 

 

포천의 백운산(白雲山)은 백 개의 구름이 덮여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어디 그뿐인가!  그 이름이 품고 있는 절경을 자랑하며

해발 904m의 백운산은 주변으로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무리를 지으며 어우러지고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은 백운계곡을 따라 흐르고 있다.

 

여름이 물러가고 있는 계절,

여름이었다면 백운계곡을 소란스러움으로 온전히 품기 힘들었으리라.

 

늦게 시작한 등산에 만난 사람은 고작 6명.

계곡은 시릴만큼 맑았고, 맑은 만큼 깊었고, 깊은 만큼 짙었다.

 

사람 떠난 백운산과 백운계곡,

온전히 내 것을 품은 날,

내 마음에도 백 개의 구름이 넘나들었다.

 

 

백운산 등산 어디서 출발하나?

 

전국 각지에 백운산이라는 이름만 줄잡아 십 여개나 된다고 한다.

그중에도 포천에 위치한 백운산은 강원도 화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산림청에서 정한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만큼

수려한 경치에 생태환경이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운산의 들머리는 백운주차장에서 출발하거나 광덕고개에서 출발한다.

늦게 출발한 탓에 도마치봉, 향적봉까지 가지에는 무리가 있어 올라갈 때는 <제1코스> 백운계곡주차장 - 봉래굴 갈림길 - 백운산 정상(약4km)으로

내려올 때는 <제3코스> 백운산 정상 - 봉래굴 갈림길 - 백운계곡 - 백운계곡주차장 (약 5km)로 잡았다.  

 

 

ㅣ 오빠와 함께 등산을~

 

올 봄에 오빠 식구들과 함께 원효봉 등산을 가게 됐다.

한 달에 한 번 등산 혹은 도보여행을 가자고 했고 정상에서 마신 사이다맛나는 막걸리 한 잔에  화근(?)이 되어 본의아니게 등산을 따라다니고 있다.

여름에는 날 더워서 싫다고 서울 둘레길을 걷자고 했건만 뜬금없이 날아온 백운산 계곡 트래킹 사진 한 장.

다짜고짜 이번은 백운산 산행과 계곡 트래킹이라며 통보를 해왔다. (이게 무슨 ㅎㅎ)

하지만 가장 뜨거웠던 7월과 8월의 한창에는 서로의 스케쥴을 도저히 맞출수 없었고 조카들고 개학을 하고 나니 더욱 시간은 맞추기 힘들어서

결국, 평일에  휴가철 다 지나고 가게 된 백운산과 백운산 계곡 트래킹이었다.

사람 없으니 한적해서 좋고, 약간의 더위가 있긴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바람이라 더욱 좋았던 백운산을 온전히 품었다.

 

백운계곡 주차장에서 봉래굴 갈림길 까지

 

백운산의 들머리 중 차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백운계곡 주차장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얼마걷지 않아 백운산 산길로 접어든다. 늦게 출발해서인지 사람이 매우 한산한 백운산.

 

입구에는 세종의 친필이 보관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흥룡사가 위치한다.

하산 후 들러본 흥룡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아담했지만 전부 새로지어져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흥룡사를 지나면 바로 왼쪽으로 인조 26년(1648년)청암당부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흥룡사의 암자인 보문암을 창건한 청암대사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다고 하며 석종형의 부도가 나란히 서있는데 숙종7년(1781년)에 건립됐다고 한다.

 

 흥룡사를 지나면 백운1교와 백운2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곧장 백운산정상으로 향하는 4km의 제1코스와 향적봉으로 이르는 제3코스로 나뉜다.

백운산계곡이 있는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은 백운계곡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이쪽으로 길을 잡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려올때 향적봉이 있는 길로 내려온 것이 천번 만번 잘한 결정이었다는 건 내려올때 확인 할 수 있었다.

 

초반에 아름드리 키 높이 나무가 있어 조금 무난한 길이지만

 

곧장 계단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그러나 가뿐 숨을 몰아쉰 것도 잠시 얼마지나지 않아 이런 평지가 나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또 가파른 길이 이어지기도 하고 쉴 틈도, 질릴 틈도 주지 않는 백운산이었다.

보기에는 이렇지만 생각만큼 힘든 길이 아니어서 초보자들의 등산도 무난한 편이었다.

 

넌 누구니?

이런 도마뱀 같으니라고..

바위색깔과 비슷한 도마뱀은 한참을 도망치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이렇게 딱 멈춰서서 꼼짝을 안했다.

그건 바로 자신의 피부색과 바위색이 똑같을 것이라 여거 자신은 숨었다는 착각을^^

아니거든~~~ 하지만 배에 땅을 기는 동물들에는 공포가 있는지라 괴성 한 번 지르고 저 멀리 돌아서~~

 

 

한 번 숨고르기를 해야겠다 싶을 즈음 시야가 환해지며 능선을 바라보게된다.

아마 이곳에서 삼각봉, 도마치봉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역시, 100대 명산 중 하나라고 하더니 빼어난 경치에 취하고

시원한 바람이 스치니 땀 범벅이 된 몸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또 다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곳곳에는 화강암으로 된 바위가 있어 바위를 쉽게 걷기위해 이런 구조물들이 있어 다소 힘든 것 같아도

지난 달에 다녀온 운악산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지라 가볍게~

 

그리고 다시 바라보는 능선 저 멀리 또 하나의 백운산 들머리인 광덕고개 마루턱이 보인다.

사진상으로 잘 표시가 안나는데 광덕고개 마루턱까지 도로가 닦여있는데 이 광덕고개는 '캐러멀 고개'라는 별명이 붙어 있단다.

그건 바로, 한국전쟁 다시 구불구불한 이 고개를 넘어갈 때 미군 지프 운전병이 피로에 지쳐 졸음 운전을 방지하기위해

캐러맬을 건네 줬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아마 광덕고개에서 시작한다면 능선을 타고 오는 길이라 정상까지 얼마걸리지 않아 쉽게 도착할 수 있을 듯하다.

 

 

봉래굴 갈림길 - 백운산 정상, 그리 힘들지 않아! 

 

경사가 계속이어지는 봉래굴 갈림길을 지나고 나니 다소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정상까지 곧장 올라가는 길이라 가파르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가파르지는 않아

정상까지 소요시간 3시간 정도로 예상한 것과 달리 30분이나 단축됐다.

 

 

 

너무 늦게 시작한 탓에 해는 어느 정도 뒤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햇빛조차 스러지고 있는 가을이 와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다. 

 

 

다시 또 이어지는 평지길, 곧 정상임을 직감한다.

 

드디어 도착한 백운산 정상.

 

 

백 개의 구름이 넘어가는 산 답게 잠시 잠깐에도 구름의 모양은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며 감탄사를 자아낸다.

 

 

이젠 하산할 시간. 백운산 정상에서 봉래산 갈림길

 

이미 시계는 4시가 가까워지고 해가 짧아진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하산을 서두른다.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는데 사고 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까지 있는 걸 생각하면 생각했던 것 만큼 무난한 산은 아닌가 보다 싶었다.

 

 

앞 만보고 올라왔던 길은 다 안다 싶어도 되돌아 가며 다시 만나는 길은 새롭다.

 

드디어 도착한 봉래굴 갈림길.

 

 봉래굴 갈림길에서 백운계곡 상류의 봉래굴, 장난이 아니네~

 

백운산 등산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 이 산이 무난해도 무난하다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왠걸, 백운산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올라올 때 걸었던 길과 완전히 달라진 길에 아연 실색을 해야했다.

 

 

 

겨우겨우 밧줄에 몸을 의지해서 온 힘을 다해 내려가는 길.

올라갈 때 흘린 땀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땀을 흘리면서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자칫 길을 잘 못 들었다가는 이 힘든 길을 되돌아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미치자 그야말로 아찔.  

길을 잘 못 든 줄 알고 다시 한번 등줄기로 식은땀이.

표지판이 잘 돼있던 백운산이었기에  다행히도 주위에 등산객들이 달아놓은 표식을 발견하고 따라가니 정상 표지판이..

어찌나 반갑든지.

 

 

 

드디어 봉래골 도착!!

 

 백운계곡 따라 2km, 평지와 달리 계곡은 길어도 너무 길구나.

 

계곡의 상류부분은 올해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상류부분은 물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계곡의 바위인지 등산로의 바위인지 구분이 힘들었다.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걷는다.

 

 

 

그런 마른 길도 잠시,

백운산 정상에서부터 내려온 물길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며 자연적으로 생긴 계곡인 백운계곡.

백운산 한가운데 품고 있는 맑디 맑은 수려한 계곡은 깊었고 또한 신비로웠다.

 

 

아~~ 시원하다.

 

 

계곡 트래킹을 위해 아쿠아슈즈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포츠샌들을 챙겨올까 고민했었다.

급하게 나선 백운산등산이라 갑자기 찾는 스포츠샌들을 찾을리도 없고

물이 차가워지는 계절이니 아무래도 계곡 트래킹은 무리일 듯 했다.

그런 아쉬움이 있는 것도 잠시,

백운계곡은 산 길을 따라 걷다가도 계곡을 가로질러 가며 반대편으로 길이 이어지고

 

 

계곡을 따라 걷다가 다시 계곡으로 반대편 길로 안내되고 있는 멋진 길이었다.  

 

 

하류로 내려올 수록 바위들의 이끼는 점점 많아지고 숲은 더욱 신비감으로 잦아든다.

한 여름이라면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백운계곡 트래킹만으로도 좋을 듯 했다.

 

 

 

하산을 급하게 서둘렀던 발걸음은 흥룡사까지 약 700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나고 나니 이제서야 조금 여유로운 마음이 들었다.

계곡 따라 걷는 2km여 남짓, 평지보다 훨씬 더 긴 거리감이다.

 

 

 

 

물이 머물다 가는 곳, 물소리에 시름을 흘려 보낸다.

 

골짜기에서 흘러 흘러 내려온 물은 이곳에 와서야 잠시 쉬어간다. 

마치 한 마리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위해 용트림을 한 것 같기도 하고

퇴고적 용암이 흘러간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여름이었다면 발이 아니라 몸을 담그고 싶어질만큼 맑은 물이다.

아 정녕, 백운계곡이구나.

 

 

 

 

때론 고인 물인 듯하지만 촤라라락, 촤라라락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골짜기로 흘러간다.

그저 흐르는 물길따라 내 시름도 같이 흘러보내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등산으로 지친 발에 잠깐의 휴식을.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처음 시작할때와 달리 생각지도 못한 복병길이 있었던 덕분에 다리는 여전히 후들들하고

며칠 동안 잔근육통에 시달리겠지만 사람없는 백운계곡을 품었는데 그것이 대수랴.

 

 

 

다시 자박자박 걸어 나가니 출발했던 백운2교로 되돌아 왔다.

 

 

백운산 정상이 아니라 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을 잡았으면 어쩔^^

생각만 해도 아찔아찔하다.

 

나의 여름은 백 개의 구름과 백운계곡, 그리고 백운산행으로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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