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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철도] 타이중 기차역, 백 살 된 기차역이 건네는 위로

작은천국 2017. 4. 25. 21:04

[해외철도] 타이중 기차역, 백 살 된 기차역이 건네는 위로 


타이완은 일본 못지않게 철도가 발달한 나라로 

도시 간의 이동은 물론이고 기차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타이완 곳곳은 유서 깊은 기차역은 물론이고 

기차와 관련된 시설물이 쓰임새를 다 하고 난 뒤에도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또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며 

타이완뿐만 아니라 해외의 관광객들까지 불러 모으고 있는 점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많은 기차역과 

기차역과 관련된 시설물들이 그대로 방치되다 점차 없어지는 것이 늘 아쉬웠다. 

다른 교통수단이 갖지 못하는 '기차'만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

좀 더 특색있는 장소로도 탈바꿈할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충분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게 됐던 타이중 기차역을 소개한다. 


타이중은 타이완 중심부에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전과 비슷한 위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이중은 타이베이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으로 

타이완 중부 도시인 타이중은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베이, 그리고 가오슝에

이은 제3의 도시로 최근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슬슬 관심을 두기 시작한 도시다.  




특히 타이중은 타이완 북부와 남부의 교통을 잇는 거점 도시로 

타이중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타이중 기차역 근처의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 

타이완에서도 유명한 여행지인 르웨탄, 루강, 장화, 아리산 등을 여행할 수 있어 

타이완 중서부 여행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타이중 기차역은 고속철을 제외한 모든 기차가 정차하는데  

우리나라처럼 타이중 고속철도 역은 도시 외곽에 

타이중 기차역은 도시 중심에 있어 타이중이나

 타이중 근교 여행을 위해 타이중 기차역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타이중 기차역은 타이중 여행의 핵심으로 

명실공히 타이중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타이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고 불리는 바로크풍의 고풍스러운 타이중 기차역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에 지어진 타이중역은 올해로 백 살이 된 유서 깊은 역이다. 


그래서인지 타이중 학생들 혹은 타 도시의 학생들이 타이중 기차역 앞에서 

타이중 기차역 투어를 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인솔자의 설명을 듣느라 학생들도 부모님들도 모두 주의 집중 모드. 


그러나 2016년 타이중 기차역은 신역사가 지어지면서 기차역 본연의 역할은 끝났다.  



원래 있던 기차역과 연결된 새로운 기차역이 만들어지면서 

구 타이중 역사 뒤로 고가 철로가 생겼고 타이중 역사 위쪽으로 

기차가 지나다니는 모습은 뭔가 생경하면서도 낯설지 않았다. 



처음 가 본 도시에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기차역이 낯설지 않은 건

바로크풍의 기차역도 그렇고 기차역 뒤편의 모습도 그렇고 

크기만 작을 뿐 개인적으로는 묘하게 서울역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기차역 뒤편의 풍경은 앞쪽보다 덜 복잡하고 서민적인 풍경이 가득한데 

서울 서부역 풍경과도 참 닮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날랐던 기차역의 역할을 끝났지만 그렇다고 역사의 껍데기만 남겨둔 것은 아니다. 

매표와 철로만 이용하지 않을 뿐 역사 내의 나머지 시설들은 여전히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뒤로 보이는 신역사의 철골구조와 100년 세월을 견딘 철골 구조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타이중 기차역 구 역사 내부의 모습. 



타이중 기차역의 구 역사를 거쳐 신역사로 이동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곳은 타이중 기차역 뒤편으로 연결된 20호 창고였다. 


원래는 화물 운송창고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1998년에 용도가 폐기되면서 현재는 예술가 레지던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단다. 

또한 이곳의 주소이자 창고 번호인'20'은 그대로'20호 창고'라는 이름이 됐다. 



화몰창고였을 때 이용됐던 낡은 침목은 그대로 길이 됐고 

20호 창고 옆으로는 지금도 덜컹거리며 기차가 지나다닌다. 



20호 창고가 있는 기차역 뒤편은 다소 허름한 편이지만 

20호 창고는 그 허름한 분위기의 특성을 오히려 이용하고 있다. 




각 창고 앞의 창고번호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는 총 7개의 창고가 있는데 20호 창고와 21호 창고는 각종 전시공간과 카페로 활용되고 있고 

22호에서 26호까지는 작가의 작업공간이자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20호 창고는 전체 7개의 창고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각 창고는 작가마다 자신의 개성과 자신의

 작업이 잘 드러나도록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 


23호 창고의 모습 


뭔가 엄청 큰 볼거리가 있거나 대규모는 아니어도 

기차역 옆으로 늘어선 창고마다 아날로그 감성 돋는 느낌이라 

시민들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삼아 오는 사람도 있고 

젊은 세대들은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이처럼 한 세기를 버틴 기차역은 

여전히 고색창연하고 여전히 건재했다. 


오래된 것이 가치를 발하고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에 

오래되고 낡은 것을 무조건 없애고 새로운 것을 새로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구구절절 설명해 무엇하랴


오랜 기차역이 갖는 세월의 무게가 녹아 있는 그 자리에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할 이곳. 


백 살 넘은 기차역이 건네는 위로.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