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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촛불집회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작은천국 2016. 11. 27. 14:38

제 5차 촛불집회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첫눈이 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춥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5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 많은 사람이 광장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무능과 부패의 최고봉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공범인 재벌, 검찰, 언론에 대한 개혁과 변화는 물론이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구태적인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열망이 광장으로 모이는 것이리라.

 

역사에 길이 남을 제5차 촛불집회 현장을 담아봤다.

 

지난번 3차 집회 때 시청역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발이 묶인 채 힘들었기에

어차피 사람이 많아 오도 가도 못할 바에야 집회의 심장인 광화문광장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오전에 일도 있었고 주말이지만 이것저것 해야 할 것도 많아

대략 오후 7시가 조금 못 돼 도착한 광화문역은 이미 북새통.

 

오후 5시 30분까지 청와대 200m 앞까지 행진이 허용됐기에

이른 시간부터 집회 및 행진에 참석한 일부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동선이 엉켜 엄청 복잡할 줄 알았는데 철도공사에서도

이번 집회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집회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어수선함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질서정연하면서도 일사불란함이 단련되는 듯하다.

 

 

광화문 벽에는 다양한 유입물들이 붙었다.

 

다양한 풍자의 패러디로 촌철살인을 남기고 있는 시민들의 아이디어에는 늘 감탄하게 된다.

 

언론이 스스로 재갈을 물면서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청비어천가를 부를 때 열일한 JTBC와 팟캐스트 방송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등등 삼삼오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든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의 학창시절과 달리

 '하야 세대'라 명명되는 지금의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공부는 확실히 시키고 있는 것 같아 그거 하나는 고맙다.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 이건 가히 시민혁명이라 할 수밖에.

 

지하철 계단에서부터 사람들로 넘쳐나고

예상대로 해치 마당 입구에서부터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해치 마당 계단과 경사로에 이미 빼곡한 사람들.

 

뒤로는 이순신 동상이.

 

 

앉기는커녕 뭐라도 보여야 하는데 온통 사람들 사람들.

겨우겨우 몸을 움직여 20m 미터도 채 되지 않는 해치마당을 벗어나는 데만도 1시간여.

 

지하철에 있을 때 안치환 님의 마지막 노랫소리가 들렸는데

이후 몇 번의 자유 발언이 이어지고 갑자기 들리는 노랫소리.

 

양희은 님의 아침 이슬!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금지시켰던 노래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현장에서 불리는 아이러니.

 

수많은 집회의 현장에서 수없이 불렸을 아침이슬은

그 어떤 현장보다 더 뜨겁게 떼창으로 부르는 사람들에 울컥해졌다. 

 

 

그 어떤 멘트 없이 담담하게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 '상록수' 연이어 세 곡이 불린다.

그리고 마지막 곡 상록수 "끝내 이기리라~"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매주 열리고 있는 이 촛불집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끝내 이겨내고 말 것이다.'는 광장의 다짐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양희은 씨의 노래가 끝날 즈음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 가장 히트송인 '하야송'을 다 같이 떼창으로~

 

 

 

오후 8시 침묵의 1분을 위해 촛불을 끄고 암흑세상으로 들어갔다.

인근 상가에도 불 끄기에 동참했고 일부 건물들에 불빛이 있자 "불 꺼라"를 외치던 시민들. 

 

이어진 박근혜는 퇴진하라.

 

그리고 다시 켜진 촛불!

 

 

 

오후 8시 30분경 청와대로 행진이 시작됐다.

 

 

 걷다가 발견한 다양한 패러디들

 

지난 3차 촛불집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사람들.

 

하다하다 향정신정 의약품에 비야그라까지 이러다 삼류 야동까지 등장할 판이다.

도대체 국민이 삼류 찌라시 같은 내용을 얼마나 더 알아야 이 사태가 끝날 것인가.

 

청와대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정부청사 쪽으로 차벽이 막아서고 있는데 경찰차 버스에는 꽃 스티커들이 붙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선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집회의 내용은 엄청난 무거움인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즐겁다.

가히 국민은 높은 수준의 새로운 집회 문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데 과연,

 

경복궁 사거리 앞에 촛불로 쓰인 박근혜 퇴진과 한일 군사협정 반대.

이 와중에도 이해할 수 없는 참 한심한 정부다.

 

 

지난주 차벽에 막현던 경복궁 사거리에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비아그라로 각종 패러디가 넘쳐난다.

#하야하그라  #청와대비우그라 #이제고만퇴근하그라 등등

 

약 30여 분 대치하다가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는 길.

 

 

다른 쪽 경로를 따라 행진한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속속 도착하는 중.

 

와- 엄청나다. 엄청나. 저 많은 사람이 어디에 있었던 거야.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숫자를 세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 모였다.

 

청와대로 향하는 촛불민심은 바람불면 꺼지기는 커녕

큰 바람을 타고 더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오늘 본 광경 중 가장 대박은 말을 탄 사람이었다.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말인지 소인지 분간이 잘 안 돼

한참을 따라가 봤는데 역시 분간은 안 됐다.

 

움직이는 모양새가 말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소라고.

 

그것도 '하야소'였단다.

 

거의 10시가 다 돼가는 시간.

내일 해야 할 일도 있고 지난번 집회에 막차를 놓쳐 고생한 터라 조금 일찍 귀가를 결정.

광화문역으로 가는데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이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1박2일 집회를 예고했으니 밤새도록 보게 될 풍경이겠다.

 

자유 발언대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

 

노브레인의 노래~

 

처음 출발했던 해치 마당으로 돌아오니 바닥에는 휴지 한 장 없다.

 

되지도 안한 가사를 문제 삼아 여성단체가 반발해 DJ DOC의 무대를 볼 수 없는 건

이번 집회의 옥에 티란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정도 표현의 자유도 용납이 안 된다면 어버이연합과 다를 바 무엇인가.

 

태어나 살면서 한 번도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가 본 적 없고

사회문제에 동참해 본 적도 없고 정치적인 인간도 아닌 내가

이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양극화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공평해야 하고 사회는 정의로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이백만 명이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멋지게 마무리된 5차 촛불집회.

 

다시 시작된 일상.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