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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서점] 최인아 책방, 강남 한복판에 책방이라니!

작은천국 2017. 1. 4. 13:05

[이색서점] 최인아 책방, 강남 한복판에 책방이라니!

 

 

최인아 책방.

 

'최인아'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방이 강남대로변에 둥지를 틀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로망 같은 공간을 품은 최인아 책방

작년 8월에 오픈했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수많은 서점이 문을 닫고

서적을 유통하는 곳이 부도가 나는 작금의 현실에서 

특색있는 최인아 책방은 그야말로 '핫한' 공간이니.

 

 헛헛한 마음이 든다면 한번 가볼지어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만큼은 별 생각 없이 지내던 사람에게도 절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12월 초중순부터 시작된 독감 때문에 거의 2주 넘게 자가격리됐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크리스마스였고, 몸을 좀 움직일만하니 연말이 됐다.

 

마음에 큰 구멍이 난 것처럼 참 헛헛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지는 일주일은

일 년 내내 별일 없이 산다 모드여도 마음이 센티해지는 시기가 아니던가.

 

 하루밖에 남지 않은 2016년이 애틋해졌고

2016년에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마무리하자 싶었다.

그건 바로 '책'.

 

책 출판 때문에 온갖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하다 보니 활자라면 지긋지긋해졌고

 지난 몇 년간은 일기도 쓰지 않았을 만큼 '글'이라면 넌덜머리가 났다.

그러던 것이 올해부터는 슬금슬금 책을 좀 읽어야겠다 싶었지만

결국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해의 마지막.

한번 가보려고 마음만 먹고 있던 최인아 책방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 강남 한복판 건물 4층에 서점이라니!!

 

최인아 책방은 선릉역 7번 출구에서 대로변을 따라 직진하면 두 번째 블록에 위치한다.

 

 

 강남 한복판에 책방이 있다는 점은 다분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니?

대로변 1층에 책방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가볍게 빗나갔다.

대로변 옷가게 옆 예쁜 대문 안쪽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건물 뒤쪽에 책방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으로 안쪽으로 들어서는데  

 

서점대신 눈에 들어온 건 계단과 엘리베이터!에 부디크 같은 앤티크한 분위기라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려 굳게 닫힌 책방 문 앞에서 서서 당황한 것도 잠시.

난방 때문에 문을 닫아놓은 것이니 주저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는 최인아 책방이었다.

 

'아. 이 서점 뭐지?'  설렘반 기대 반으로 서점 문을 열었다.

 

 

>>> 분명 책방인데 작은 도서관 혹은 개인서재 같은  마법의 공간.

 

분명 책방인데 안으로 들어서고 보니 작은 도서관 혹은 개인 서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복층 구조라니!!!!   

최인아 책방은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천장과 맞닿은 책장이다.

천장까지 맞닿은 책장에 책장 사다리는

책 좀 좋아한다는 사람이 가지는 로망 중 하나로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파주출판단지 <지혜의 숲>에도 천장까지 맞닿는 책장이 있어 참 좋아하는 곳이지만

천장이 너무 높다 보니 그저 관람용이었는데 최인아 책방은 내 집 서재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사람이든 뭐든 만만해야 눈길이든 손길이든 편하다. 

내친김에 사다리 올라 맨 꼭대기 서가에는 무슨 책이 있나 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런 용기는 - 

 

 

 

이젠 눈길은 복층의 공간으로

 

발걸음 살살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오르며 

 

테라스 같은 느낌이 드는 복층

 

뭘 하기에 애매한 오후 3시라는데 앉을 자리가 없다.

 

 

멋들어진 샹들리에와 앤틱한 분위기를 입고 있는 최인아 책방이다.

 

 

>>> 흔한 베스트셀러도, 신간도 없지만

 

 책방을 둘러봤으니 이제 책을 둘러볼 차례.

약 5천여 권의 장서들을 보유하고 있는 최인아 책방의 가장 특징은

그 흔한 베스트셀러도 신간도 없다는 점이다.

 

기존 서점이 경제, 문학 등 장르별로 서가대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감성을 자극하는 테마를 주제로 서가대 혹은  책상위 책 매대에 놓여 있다.  

 

 

 가장 눈에 띈 건 약 1,600여 권에 달하는 지인들의 추천서였다.

간혹 다른 서점에도 누구의 추천이라는 책장을 별도로 만들어 놓긴 했지만

사람 이름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인아 책방의 경우 12개의 테마로 분류했고

각 책 마다 추천인의 '북카드'에는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와

 추천한 사람의 프로필이 손글씨로 적혀있다는 점이다.

최인아 책방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테마별 제목은 절로 책에 손길이 닿도록 유혹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싶어 궁금해서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런 소감이.

 

<'지인 220명에게 ‘숙제’를 내줬고, 그중 150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숙제를 내주면서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아 미안했는데, 오히려 숙제를 제출한 지인들이 더 고마워했다.

지인들은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에 읽은 책이 다 다르더라.

나의 20년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한다.>

 

실제로 이 북카드를 보고 많은 사람이 책을 구입한다고 한다.  

 

 

그중 가장 눈에 띈 책은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들에게> 코너에 있던 달과 6펜스.

학창시절 해마다 방학이면 필독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던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내 책장에도 항상 꽂혀있던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너무 두꺼워 읽기 버거웠던 톨스토이의 <부활>도 읽어내던 중딩이었으나

폴 고갱을 이해하기에는 그때 나에게 이 책에 너무 어려웠고 지겨운 책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달과 6펜스>는 자연스레 내게서 멀어진 책이었다.

 

먼 길을 돌아 수십 년 만에 곧 만나게 될 <달과 6펜스>다.

 

추천 책 목록에는  이 책방의 주인인 최인아 씨와  동업하고 있는 최치헌 씨가 즐겨 읽은 책이라는 코너가 2층에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은 엄연히 서점이기 때문에 이곳 두 서가대에 있는 책들은 그냥 읽을 수 있지만

다른 서가대에 있는 책들은 모두 구매한 다음 읽어야 한다.

 

서점 구경도 끝났으니 음료 한잔 곁들이며 독서 모드

 

앉을 자리가 없기도 했고 찬찬히 서점 구경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이

원하던 2층에 자리가 났다.

커피는 되도록 마시지 않고 있기에 따끈한 핫초코로 대신.

 

다른 서가대에 있는 책중 손이 가는 몇몇 책이 있었으나

놀랍게도 <책방 주인이 읽은 책> 서가대에서

구매목록에 적어놓은 책들이 상당해서 그곳의 책들을 뽑아 들었다.

 

본의 아니게 구매할 책 미리 보기.

 

그 밖에 눈에 띄던 책들.

<일기일회>를 제외하면 조만간 도서관에서 이 책들은 빌려 볼 듯.

 

책을 넘기다 보니 책에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는지, 

이 책을 왜 읽었는지 등의 정보가 책방 주인의 자필로 적혀 있었다.

 

흘려 쓴 듯한 주인장의 자필로 적힌 노자의 대교약졸(大巧若拙)

 

주인의 프로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최인아 책방이지 않은가.

 

 

>>> 최인아 책방의 주인 최인아.

 

이런 멋진 책방을 운영하는 최인아 씨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최인아 책방의 주인인 최인아 씨는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으로 광고계의 전설로 불렸으며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카피를 썼단다.

 

삼성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임원으로 한창 잘나가던 3년 전 퇴사 후

산티아고 도보여행을 다녀온 뒤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인생 2막에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2016년 8월 중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최인아 책방을 오픈했단다.

최인아 책방에서는 때론 클래식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강연회도 열린단다.

 

역시, 남다른 창의성을 요구하는 광고계의 감각이 고스란히 책방에 옮겨놨구나 싶었다.

하지만 주인이 서점에 늘 머무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인아 씨가 모습을 드러낸 것.

그녀는 평소 늘 이공간에 머무르면서 서점을 꼼꼼히 챙기고

사람들이 원하면 구입한 책에도 기꺼이 사인을 해준다고.

 

최인아 책방에 들어서면 사실 책보다 공간에 더 반하게 된다.

실제로 유흥이 가득한 이 거리에 책방이 생기니 동네 주민들이 더 좋아한다는 최인아 책방이다.

 

이런 공간이라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공간에 들어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겠다 싶었다.

 

그래서일까. 그 흔한 노트북이나 스마트 폰을 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없이

오로지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 가득한 최인아 책방은 스마트한 시대에 흔치 않은 풍경이라 더욱 반가웠다.

 

2017년에는 말로만이 아닌 실천에 옮기는 '독서하는 한 해'라 되리라 결심!

 

천편일률적인 장르로 구분해 놓은 책이 아닌

새로운 시각의 책이 필요한 사람 혹은 

꼭 책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강남 한복판 최인아 책방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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