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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현대미술관] <송번수_50년의 무언극>, <레슨제로> 전시

작은천국 2017. 4. 10. 09:48

[국립 현대미술관] <송번수_50년의 무언극>, <레슨제로>




설레는 봄, <송번수_50년의 무언극>과 <레슨제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의미 있는 두 개의 전시를 한꺼번에 보고 왔다. 


<송번수_50년의 무언극>은 한 사람의 예술 인생을 총망랑하는 전시고

<레슨제로>는 현재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는 한편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묻고 있는 전시다. 


아름다운 벚꽃이 길잡이가 되어주는 과천 현대미술관. 

봄 날의 미술관 어때요? 




 <송번수_50년의 무언극>


지난 3월 약 한 달간 타이완 타이중에 머물렀다. 

타이완에서도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 타이중은 

국립타이중미술관이 시내 중심에 자리를 잡고 타이중 예술의 북극성이 되고 있다. 

타이중에 머무는 내내 내가 가장 많이 간 곳도 국립타이중미술관 일대였다.


타이중 사람들은 미술관을 단순히 관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자체를 즐기며 도심의 휴식처로 삼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타이중의 예술 문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대미술관과 우리가 미술관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타이중에서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의 현대미술관이 내내 그리웠기에 

한국에 오자마자 들려온 현대미술관의 전시 소식은 두 배로 반가웠다.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네 번째 공예 전시로 

 <송번수_50년의 무언극>은 제1전시실과 중앙홀에서 6월 18일까지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첫 전시로 

섬유공예 분야의 송번수 작가의 50년 예술 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내가 처음 현대미술관을 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자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시 디스플레이가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화이트 월의 일자벽 외의 가벽도 단순함보다 

작가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숨은 1cm까지 극대화 하고 있는 점은 

전시를 보는 내내 관계자들의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공예는 통상 2층의 전시실을 이용하는데  송번수 작가의 경우 

공예작가로 한정하기 힘들 만큼 

판화, 종이부조, 환경조형물, 타피스트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한 작가로 

작품의 수도, 규모도 상당해 이례적으로 제 1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송번수 작가의 <미완의 면류관>은 경기도 광주 능평성당의 제단 벽에 설치된 타피스트리로

작가의 섬유미술과 종교미술, 공예와 회화가 어우러진 최고의 작품이자 각 분야의 지평을 열어준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송번수 작가의 타피스트리는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타피스트리 전시에서 

최고상을 수상해 한국 현대섬유예술의 국제적을 위상을 높일 만큼 인정받고 있으나 

한국에서 대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송번수 작가의 예술 50년이 총망라된 작품들은  

 작가의 작가관은 물론이고 작가의 인생까지

느껴볼 수 있는 전시여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다. 



송번수 전시를 맡은 학예사의 전시 도슨트. 



중앙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 당시의 기록이 담긴 

조선일보의 신문 호외로 구성된 전시는 마치 퍼포먼스처럼 느껴졌다. 


 언론의 공정성과 사명감에 대해 '기래기'라고 표현될만큼 

많이 회자되는 요즘에도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판토마임> 

하나는 1971년의 초기 작품이고 또 하나는 2009년의 작업으로 

각자의 시간이, 또 다른 두 개의 시간이 마모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열쇠가 마모되는 과정이 담긴 판화와 

열쇠에 담긴 텍스트가 가진 의미는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공습경보> 


송번수 작가의 작품들이 말해주는 작가의 작업관 

"작가는 시대의 기록자이자 감시자, 비판자여야 한다." 는

전시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공습경보 시리즈 작품들이 던지는 메세지는 강렬했다. 



공간의 가장 안쪽에 걸린 현수막은 1971년의 작품으로 전시포스터를 

현수막으로 제작해 아방가르드 전시에 참여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이런 작업을 종종 보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획기적인 작품이었을듯 하다. 


당시 전시에 참여했던 젊은 작가들은 45년의 세월을 지나 원로작가들이 됐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을 만나는 시간은 

작가 개인에게도 울컥한 순간이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도 울컥하는 순간이다.



중앙홀의 판화 전시를 보고 제 1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어두컴컴한 공간이다. 


판화가로 성공적인 작가의 인생을 과감히 던지고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고 이후 타피스트리 작가가 되기까지, 

또 현재에 이르기까지 예술가의 50년 인생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연극처럼 구성했단다. 






2부 전시는 작가 독백의 공간으로  세상에 대해, 자신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흔적은 예술에 대한 광기로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송번수 작가의 대표적인 가시 작품이 초기에서 중기 후기까지 어떻게 변해가는지 볼 수 있도 좋았다. 




그저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타피스트리 작품들 


결코 평탄하지 않았을 그의 인생을 말해주는 작품들앞에 

예술가는 구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송번수 작가의 전시였다. 



 <레슨제로>


백년지대계인(百年之大計)인 교육의 중유성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한 사람으로 태어나 그 사람이 가진 우주가 한 인간으로 다양성을 키우는 것이아니라 

획일한 교육아래 획일한 인간으로 만드는 작금의 교육 현실은 점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비극적인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들여다 보게하는 <레슨제로> 6월 18일까지 전시 한다. 


<레슨 제로>는 '가르치고', '배우는' 인간의 행동이 어떤 방식으로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는 전시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어섰다가 결코 가볍지 않은 전시들을 보면서 한참을 머물렀다. 



각자 다른 우주로 태어났음에도 모두 똑같은 무게 5.6kg으로 

획일화 되는 교육 제도가 공포스럽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국내작가 12인과 해외작가 6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교육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사회의 적나라한 교육 현실이 무겁게 다가오지만

전시는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가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작업들은  '이런 것도 예술이구나' 라며 

현대예술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문방구 앞에서 흔히 보는 설탕 뽑기도 예술이었고


전시장 곳곳에 유입물처럼 쌓아 놓은 종이들도 예술이다. 



무엇보다 한쪽벽이 텅 비어 있어 '이건 왜 하다 말았어' 이런 느낌이었는데


사람들이 벽에 딱 붙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신기했다. 



바로 서도호 작가의 벽지작품 <Who Am We?>는 정말 감탄에 감탄을. 


영상 하나하나 모두 재미가 있어

이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공부에 지친 혹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들 등등 

아이들과 함께 전시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레슨제로> 전시다.



예술을 선물하세요. 현대미술관 멤버십


이번에 현대 미술관에서 멤버십 카드를 선물로 주셨다. 

멤버쉽 제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현대미술관 입장료가 비싼 편이 아니라 굳이 멤버십 카드가 필요할까 싶었다. 

막상 멤버십 카드를 받고 보니 1년 동안 미술관 전시 무료관람에 다양한 혜택이 솔솔한 점이 참 좋았다. 

특히 가격대비 혜택이 많아 그야말로 가성비 갑!!

 멤버십 카드를 구입해 선물하면 카드를 받은 사람이

미술관에 방문해 등록 하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니 선물로도 참 좋을 것 같았다. 

매번 지인들 생일 선물이나 특별한 선물로 뭘할까 고민이었는데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 멤버십을 선물하는 걸로 결정했다. 

멤버십(회원제도)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페이지 링크를 참조할 것. 


http://www.mmca.go.kr/contents.do?menuId=0030002110



※ 전시장 사진촬영은 현대미술관의 협조를 받아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