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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만추의 가을, 창덕궁 후원에서 노닐다.

작은천국 2016. 11. 17. 10:44

[창덕궁 후원] 만추의 가을, 창덕궁 후원에서 노닐다.

 

 

조선 정원을 꼽을 때 으뜸으로 치는 창덕궁 후원.

아름답고 넓은 후원을 가진 창덕궁은 다른 궁궐에 비해 왕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곳이다.

 

무려 궁궐의 60%나 차지하는 후원이니 창덕궁의 후원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다양한 연못과 정자를 만들고

자연 풍광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후원의 아름다운 사계의 모습은

외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만추의 가을, 창덕궁 후원에서 노닐다 왔다.

 

 

실은 지난주에도 창덕궁에 왔었다.

 

서울에서 가을 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궁이다.

 다른 계절에는 궁을 자주 가는 편인데 유독 가을에는 궁을 가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올해 가을에는 궁에서 단풍 구경을 하리라 작정을 하고 있었건만

늘 그렇듯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고 하릴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나날들이다.

 

이러다가 결국 올해도 놓치겠다 싶어 무작정 나섰건만

단풍시즌에 가장 붐비는 궁답게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후원은 모두 매진. ㅠㅠ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싶어 이왕 마음먹은 거 하루 날을 잡아 서둘기로 했다.

그리하여 화요일 지난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아침 10시에 창덕궁에 들러 매표를 하고 강남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창덕궁으로.

 

아침부터 시간에 쫓기니 마음도 급해지고 빠듯한 시간에 지하철도 2번씩이나 잘못 타는

해프닝까지 더해 창덕궁 후원 관람을 하게 됐으니...

 

 

가까이 있으니 자주 가지 싶어도 은근 자주 안 가는 곳이 궁이니

일단 표라도 가지고 있어야 의무관람이라도 할 듯하여 내친김에 궁궐통합 관람권으로 구매했다.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궁궐 통합관람권은 4대궁(경복궁, 창덩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 관람이 가능하다.

창덕궁의 가을 구경을 끝냈으니 이제 눈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거로~

 

한복을 입고 갈 경우 궁 입장료가 무료이다.

일본 여행할 때 전통 의상을 입고 꽃놀이에 단풍놀이를 하는 문화가 부러웠었는데

이젠 우리나라도 곱게 한복 차려입은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참 좋다.

 

나도 한복 입고 돌아다니고 싶지만 역시 젊은것들 앞에서는 안 된다. -

 

대부분 자유 관람인 궁궐과 달리 창덕궁 후원은 숲을 보호하기 위해

정해진 입장 시간과 한 회 100명(인터넷 50 + 현장예매 50)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정해진 코스대로 해설사와 함께 움직이며 정해진 시간 내에 관람을 해야 한다. 

 

하지만. 봄과 가을에는 특별관람 기간으로 정해 인원을 150명으로 늘리는 한편,

입장시간은 있지만 나오는 시간은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 관람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 특별관람 기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서둘렀던 것도 있다.

 

시간에 맞춰 후원으로 입장하는 사람들

 

 

평소에는 해설사와 함께 설명을 들으며 이동 동선대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후원은 그렇게 보기에는 시간상으로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별 관람 시기를 맞춘다면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온종일 이곳에서 머물고 싶었으나 이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

 

온통 가을가을 한 창덕궁 후원.

 

 

 

 

가장 먼저 만나는 부용지.

 

바람이 일렁이면 수채화 풍경으로 바람이 잦아들면 반영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임금이 무병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나의 통들을 깎아 만든 정성이 깃든 불로문에도 붉은 가을이다.

 

애련정은 공사 중이라 가림막이 처져 있었고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하늘에는 온통 단풍나무로 붉은 그늘을 드리운다.

 

 

호수에는 가을빛이 담겼고

 

 

 

단풍은 울긋 불긋

 

 

 

 

 

존덕정에 앉아 250살이 되었다는 은행나무와 눈을 맞춘다.

 

 

바람이 한 번 불때마다 노란 은행잎이 후두두 후두두

 

가을이 쏟아져 내린다.

 

경치 좋은 곳마다 하나씩 자리 잡은 정자는 그림 같다.

 

 

 

가을이 뒤덮고 있는 언덕을 올라 옥류천으로 향하는 길.

 

사람이 발길이 적은 덕분에 자연은 온전히 그대로다.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옥류천의 풍경에 어찌 반하지 않을쏘냐.

 

 

 

 

 

 

 

 

 

 약 2시간 30분이나 머물렀는데도 시간은 짧게만 느껴진다.

 

 부서지는 황금 햇살을 머리에 이고 창덕궁의 가을과 안녕을 고했다.

 

 

푸르고 시리도록 추운 겨울이 곧 시작되겠지.

 

올해는 본의 아니게 단풍을 참 많이도 보고 다녔다.

단풍 구경을 나선 건 아닌데 가는 곳마다 단풍이었다.

하지만 단풍 구경을 나선 것이 아니었던 관계로

단풍은 너무 이르거나 혹은 지고 있거나 였기에

절정의 단풍은 번번이 만나지 못했다.

 

지난주 창덕궁 후원을 왔었다면 아마도 절정이 가을이었을 것이다.

물론 하루 이틀 사이라 큰 차이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가을이 조금 지나고 있는 풍경은 조금 아쉬웠다.

 

9월 30일 인제에서 처음 본 단풍을 시작으로 태백산, 용인, 양평, 경주, 장성 백양사,

부안의 단풍과 창덕궁의 단풍까지 2016년 아낌없이 누렸던 가을.

 

흠뻑 취하지 못해 2% 아쉬운 마음은 내년의 가을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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