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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6] 서울, 첫 눈!

작은천국 2016. 11. 26. 16:45

2016.11.26. 서울, 첫 눈!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얼마 전이었다.

이때부터 살엄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며

점차 겨울 기분이 드는 시기라고 <24절기>는 설명하고 있다.

 

오늘 그  첫 눈이 내렸고 이젠 거부할 수 없는 겨울 시작이다.

하루 이틀 사이에 울긋불긋 단풍은 바닥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성질 급한 것들은 이미 앙상한 나무 가지를 드러낸다.  

 

여름끝자락 갑자기 추워 초겨울 같더니

선선한 가을로 이동을 했고

다시 완연한 가을날인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로 진입했다 싶으면서도

마음은 가을이었는데

오늘 첫 눈왔으니 이제 진짜 겨울.

 

올 겨울에 펼쳐질 겨울이야기를 기대하며.

 

오늘 아침 창문을 여는데 창밖으로 울긋한 이파리가 떨어진 것이 유난히 눈에 들어 와서 사진을 찍었다.

 

 

그랬는데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 눈이다. 첫 눈.

 

첫 눈이 내리면 이나이에도 항상 설레였는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런 설레임은 많이 잦아 들었다.

 

매번 흐지부지 끝나던 첫 눈이었는데 오늘의 첫 눈은 꽤 길고 푸짐하게.

 

 

 

 

오전에 잠깐 나갈 일이 있어 첫 눈내리는 풍경도 담아봤다.

 

 

 

아직 잎사귀가 남아 있는 단풍나무는 가을을 붙들고 있는 중.

 

볼 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 오는데 녹지않은 눈은 살얼음이 되었다. 

 

 

눈은 여전히 그칠줄 모르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

 

하천을 따라 운동하는 사람.

 

 

셔트스피드를  조정하면 눈은 비처럼 보이기도.

 

눈을 담으려면 플래쉬 강제 발산에 

노출은 한 스텝 혹은 두 스텝 오버로^^

 

눈이 와도 서울둘레길을 걷는 사람들.

눈 오는 날 걷는 것도 참 좋은데.

 

 

우산도 없이 나섰는데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날씨가 춥지 않은 건 다행이나 옷이 젖어 가는 중.

 

날씨가 추워지니 계속 미루다 며칠 전에 화분을 거실로 모두 옮겼다.

눈이 와서 밖은 쌀쌀한데 초록 식물 덕분에 작고 소박한 식물원에 앉은 기분이 든다.

그저 물과 바람 그리고 햇빛을 보도록 해준 것 뿐인데

시기가 때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묵묵히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모든 건 순리대로-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걸까
왜 첫눈이 오는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사이에 늘 도래 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 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 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만나야 한다고 약속을 한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장을 끼고 걸어본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거리에
커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 장수 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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