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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갈만한 곳] 백사실계곡, 부암동 백석동천

작은천국 2016. 7.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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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 계곡, 비밀스런 계곡의 황홀경!

 

서울 도심 안에 비밀스럽게 숨겨진 계곡이 있으니

바로 부암동의 백사실 계곡이다.

 

백악(북악산)의 수려한 산천에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란 의미를 담아

 조선 시대부터 백석동천(白石洞天)으로 불리던 곳이다.

 

워낙 물이 맑고 환경이 좋아 도롱뇽이 서식하는 곳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이자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명승으로

서울의 숨은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가도 좋은 백사실이지만 장마철이면

진짜 계곡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더욱 황홀해지는 곳이다.

 

 

장맛비와 불볕더위가 며칠 단위로 반복하고 있는 요즘.

문득 오랜만에 백사실이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백사실은 참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백사실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때부터 이곳을 찾았던 곳이었고

지금은 친한 지인들이 이 일대에 살고 있어 지인들과 함께 산책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장마철이나 큰비가 오지 않으면 백사실은 조금 마른 곳이기는 하다.

 

 

그런 백사실도 비가 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도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 김정희의 별서터가 있던 곳은 이렇게 물이 가득 찬 풍경을 볼 수 있다.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비 온 다음 날 딱 맞추기도 힘들고 해서 물이 가득찬 풍경은 한 번도 보지는 못했기에

이번 장맛비가 그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백사실을 가보겠다 마음 먹었다. 

 

장맛비가 내렸고 다음 날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일기예보는 빗나갔고 날은 점점 개는 중이었다. 

 

재작년 봄 이후 처음 와 본  백사실은 입구부터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세검정 초등학교에서 신영동을 지나 백사 계곡으로 향하는 길.

앞쪽으로 인왕산이 가깝게 마주하고 있는 풍경은 외국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마냥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내 계곡의 풍경과 마주한다.

 

 

계곡의 입구에는 현통사라는 절을 먼저 만나게 된다.

 

 

암반 위에 절을 지은 현통사의 모습.

 

비 온 다음 날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계곡을 따라 흐르는 요란한 물소리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현통사의 스님도 비가 내린 덕분에 암반을 흐르는 계곡 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풍경을 연신 사진으로 담고 계셨다.   

 

 

자, 이젠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다.

 

 

동네에서 불과 10여 분 정도만 걸으면 이렇게 깊은 숲을 만나게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서울 도심에서도 손대지 않은 청정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이곳이 오랜 시간 청와대 옆 군사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 구역으로 보존돼 왔기 때문이다.

 

 

백사실은 1급수에서만 산다는 도롱뇽이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도롱뇽을 비롯해 이 일대에 다양한 생물이 발견되는 등 보존가치가 높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이곳이 알려지고 난 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도 많았는데

무분별한 사람들 때문에 한때 도롱뇽의 생태계가 위협받으면서

지금은 계곡은 출입할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번갈아 가며 계곡을 지키고 계셨다.

 

 

계곡의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백사실 계곡이다.

 

 

숱하게 와본 백사실이건만 이렇게 물이 많은 건 처음이다.

 

 

그리고 연못을 보자마자 "이야~~!!!" 환호성이 절로 터져 나오던 풍경이다.

 

 연못의 기능을 상실한 곳이라 평소에는 토사가 가득해 연못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지만

비가 오고 나면 비로소 물을 가두는 제 역할로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곳이다.

 

 

이런 곳이 서울 도심의 풍경이라니 -

 

 

맑은 하늘에는 갑자기 여우비가 후두두.

동심원이 번져 나간다.

 

 

비가 온 바로 다음 날이라 물을 가두고 있지만 하루만 지나면 계곡으로 물이 빠져나갈 터.

비 온 다음 날 하루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풍경이다.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본다.

 

 

 

 

 

 

이곳은 추사 김정희의 별서(別墅,별장) 유적이 있는데 터만 남아 있던 백석정 부지를 사들여 새로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이 계곡의 이름이 백사실이라 백사 이항복의 별서터라는 얘기가 정설로 알려져 있기도 했는데

실제 백사 이항복의 별서였는지 근거는 없다고 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별서터가 남아 있다.

 

 

 

연못가에는 정자인 육모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지고 현재는 초석만 남아 있다.

 

 

한때 사람들로 넘쳐나면서 텐트를 치기도 했고 숲 곳곳엔 사람들이 들어앉아 있던 백사실이었기에

그 이후로 발길을 끊었는데  다시 한적함과 고요함을 되찾은 백사실 숲이었다.

 

백사실 지킴이들의 노력도 한몫했을 터.

 

 

지금은 계곡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곳곳에 나무로 펜스를 둘러놨고

자리 정도만 깔고 앉을 수 있도록 되어 간간히 바람 소리만 들릴 뿐.

 

호젓하고 한적한 숲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비가 오면 이곳에서 오랫동안 머물 생각이었으나 오랜만에 나선 길 계곡을 따라 한 바퀴 걸어 보기로 했다.

 

늘 그렇듯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백석동천(부암동)이 아닌 능금마을로 길을 들어선다.

이곳 역시 환경을 위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

 

이 길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온 덕분에 상류의 계곡에도 물이 넘쳐난다.

 

 

상류에도 백사실 지킴이가 있어 이곳에도 철저한 환경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봄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은

여름이 되니 짙어진 녹음으로 초록초록하다.

 

'길 없음'이라는 표지판이 나오더라도 왼쪽으로 계속 올라오면 된다.

 

마지막 부분에 빨간 벽돌 담길을 따라 걸으면 부암동과 연결된다.

이렇게 부암동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서울성곽도 눈에 들어오고 이곳에서 길을 어느 방향으로 걷느냐에 따라 목적지는 달라진다. 

북악산 팔각정으로 방향을 잡아도 되고 길은 무궁무진하다.

 

 

오랜만에 찾은 백사실이니 백사실에 충실히 하고자 다시 백석동천으로 내려 가기로 했다. 

 

자박자박 부암동 길을 걷다 어느 집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올라올 때 못 보았던 꽃을 내려갈 때 보게 된다는 명쾌한 시구가 품은 속뜻. 

심오함에 한참을 서성였다. 

 

골목에서 언뜻 보면 집 대문밖에 보이지 않지만

 

대문 앞으로 걸어 들어오면 왼쪽으로 백사실로 향하는 길이 숨어 있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가진 능금마을과 달리 잘 정비가 되어 있는 백석동천 길이다.

 

얼마 걷지 않아 암석에 백석동천이라 새긴 글씨를 발견한다.

원래 백악산은 3개의 골짜리를 가지고 있다.

백악산의 서쪽으로 흘러 경복궁의 오른쪽을 흐르는 백운동천(白雲洞天),

백악산의 동쪽으로 흘러 경복궁의 왼쪽을 흐르는 삼청동천(三淸洞天),

그리고 백악산의 북서쪽을 흐르는 백석동천(白石洞天)으로

이중 백운동천과 삼청동천은 청계천으로, 백석동천은 홍제천으로 흐른다.

 

능금마을을 올라오면서 백사실 지킴이를 하시는 분과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백사실이 가장 좋을 때는 한겨울 눈이 내릴 때와 보름달이 뜰 때라고 했다.

물론 불빛 한 점 없는 백사실 숲이니 어지간한 담력 아니면 이곳에 밤에 오기 힘들 거라며 덧붙였다.

 

역시!!

이름은 그냥 짓는 게 아닌가 보다.

 '흰 바위'를 뜻하는 '백석(白石)'은 바위가 달빛에 비치면 흰빛으로 보이게 되고

 계곡의 수많은 나무가 검은 배경이 되어 하늘에 뜬 달이 환상적으로 보이는 풍경이 이름에 숨어 있다.

근처 바위에는 '달빛이 머무는 바위'라는 '월암(月巖)'이라 새겨진 바위도 있다고 하니

백사실에 달이 뜬 고고한 풍경이 못내 궁금해진다.

 

별서에 앉아 달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읊었을 시 한 수. 

올라 올 때 보지 못한 그 꽃이었을까.

 

 

다시 능금마을과 백석동천의 갈림길로 되돌아 왔다.

 

 

초록 가득한 길을 걸어 현통사로 내려가는 길.

올라올 때 무심히 지나쳤던 꽃들이 거짓말처럼 눈에 들어 왔다.

 

 

출발할 때 흐렸던 날씨와 달리 어느덧 맑게 갠 하늘.

이제 내일이면 오늘과 같은 풍경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릴

비 온 뒤 오직 하루만 누릴 수 있는 물이 가득한 백사실 풍경이다.

 

 

약 1시간 30분의 짧은 산책으로 품었던 비밀의 숲 백사실 계곡.

이곳을 올 때마다  이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백사실 찾아가는 방법(세검정 방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후 3번출구에서 1020, 1711, 7022, 7212번 버스 환승 후 세검정초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 정면으로 보이는 편의점 옆 좁은 골목에서 보이는 백사실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