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Photo Essay

[사진일기] 불쑥, 가을, 고요

작은천국 2016. 11. 9. 23:55

[사진일기] 불쑥, 가을, 고요.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이요

꽃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김용택 詩, 먼산-

 

 

[2016.11. 백양사의 가을]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 지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꽃들이 피어 꽃멀미 마저 느끼게 하는

 봄은 늘 요란하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단풍 드는 가을, 가을이려니 했다.  

큰 기대도,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곳에서

불쑥 가을을 만났다.  

 

생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문득 울긋 불긋한 가을이 소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나 소란스러운지 마음은 내내 주변인이 되어 걷돌며

심란해졌고 아무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가을 날의 풍경 속에 머물다 일상으로 돌아온 아침.  

말간 호수에 산 하나가 거울에 비치듯

마음 속 거울에 비친 단어 하나.

 

'고요'

 

손에 잡히는 데로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우리가 시간을 보낸 흔적 모두가 보이는 세계에 남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에 축적된다는 것이...' - 노란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서영은-

 

 

곧 지나갈 만추의 계절.

먼 산이 되어 가슴에 넣어둔 그리움이 모두 물 들고

구름이 피어오를 때를 기다리 듯

지금은 다시 고요해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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