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Photo Essay

[사진일기] 단풍 드는 날

작은천국 2016. 10. 19. 10:07

[사진일기] 단풍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 도종환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중

<2014년 일본 교토(Kyoto), 붉은 단풍에 눈동자까지 빨개질 것 같았던 도후쿠지(東福寺)의 가을>

 

 

단풍 들기 시작하는 가을이 됐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채로

가을이 찾아왔다.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이고

내가 아낌없이 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알지 못하기에 

 아직도 생의 절정에 서지 못하고

가을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붉은 꽃이 피어나는 봄. 

붉은 단풍이 물드는 가을.

 

어찌 이리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슬픔을 한껏 지니고 있을꼬.

 

단풍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인지

찾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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