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6년 10월 소소일기] 직면하라!

작은천국 2016. 10. 29. 02:43

[2016년 10월 소소일기]  직면하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그 길을 가보지 않고는 그 길 끝에 어떤 세상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 다리를 건널 것인가

아니면 다리를 건너지 않을 것인가

 

해답은?

 

직면하라!

<2016년 5월, 경주 옥산서원>

 

며칠 있으면 벌써 11월이다.

 

하-

 

벌써 11월이라니.

 

그러고 보니 올 한해는 몸이 정말 바쁜 한해였다.

몸이 바쁘면 바쁠수록 마음이 더 휑-했다는 걸 며칠 전에 깨달았다.

마음이 한없이 게을렀다고나 할까.

참 이율배반적인데 그 외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지금 내 앞엔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는 큰일이 생겼다. 

마음은 정확히 반반!

 

선택해야 하는 이유와 내가 그것을 선택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이미 경험을 해 보았기에 어쩌면 더 주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상황이 나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인지는 미처 몰랐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내 상황이  

 내가 고민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소름 끼칠 뿐.

 

기존의 '습'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책을 출판한 이후로 에너지가 소진됐다.',

'다른 일로 너무 바빠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내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계속 회피하고만 있던 것이 엉뚱하게도

 이 문제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줄 몰랐다. 

그런데도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하고 냉정하다.  

 

 한 번씩 이유 없는 답답증이 몰아칠 때면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곱씹었다.  

 

"너는 너 이름에 대한, 작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자신에 대해 그렇게 게을러서 다음 작업은 시작이나 하겠냐

한 템포 쉬는 동안에 실제 해야 할 일 대신 다른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으니

몸만 바쁘고 마음은 게으른 것이다. "

 

그런 조언에 충분히 공감하고 나 역시 그래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았다. 그러니 갖은 핑계를 댈 수밖에.

그리고 스스로 '뭐 좀 그러면 어때, 나는 지금 충전 중' 라고 위안을 삼았다.

 

 

내내 괜찮았다.

괜찮은 줄 알았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정해경 작가님이시죠?

블라블라블라.

의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기분이 뭔가 좀 이상하다.

아- 심상치 않아...

 

결정장애가 생길 만큼 정확히 반반으로 나뉜 이 일이

가슴 한구석에 돌 한 덩어리 올려놓은 것처럼

되도록 피하고 싶어 회피로 일관한 나의 정체성에 관한 키가 될 줄이야.

 

과연 이것이 해답일까?

아니면 해답을 얻기 위해 또 하나 거쳐야 하는 과정일까?

아니면 굳이 힘들게 거치지 않아도 되는 과정일까?

마음은 이리도 냉정하고 이유도 명확한데 도저히 결론을 못 내리겠다. 

 

이 어지러운 상황에 대해  K 선생님은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셨다.

 

"에너지를 쏟았을 때 몸은 녹초가 되어도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 나는게

느껴질 때 그게 진짜 자기 일이다." 라고..

 

GO or STOP ?

 

내가 아무리 피한다고 하더라도

곪을 만큼 곪게 되면 자의가 됐든 타의가 됐든 터지게 되어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 한 번 건드려지긴 했었다.

그래서 '이젠 별도리 없이 직면해야 하는 시간이 됐나 보다.'  생각하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반강제적으로 터질 줄이야.

결국 직면만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  

 

그다음 내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신의 몫으로.

 

어쩜 인생이 이다지도 버~라이어티 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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