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6년 9월 소소일기] 추석, 지진 그리고 고향

작은천국 2016. 9. 20. 11:26

[2016년 9월 소소일기] 추석, 지진 그리고 고향

 

 

모처럼 길었던 2016년 추석 연휴가 끝이 났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추석에 많은 일(?)이 있어 긴 연휴였음에도

길다는 생각 없이 후다닥 지나간 듯하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느라 녹초가 된 몸은

추석 연휴 동안 원 없이 쉬면서 재충전하고 왔으니

다시 힘차게!!  

 

추석 '울산행', 지진

 

울산역 도착 2016년 9월 12일 19:25분. 집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는 중 스펙타클한 상황이 시작됐다.

갑자기 굉음과 같은 소리가 나면서 땅이 파도가 치는 듯 울렁거렸다.

기차가 탈선을 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난생처음 겪어보는 현상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웅성대기 시작했고

아무런 안내 방송도 없어 불안하던 차 뒤늦게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문자가 왔다.

 

지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다시 고요해졌기에 상황이 그리 심각한 줄 그때는 몰랐다.

한동안 전화가 불통이었고 카카오톡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 정도였으니. 

 

첫 번째 지진보다 더 큰 두 번째 여진이 왔을 때는 차 안에 있었기에 지진을 감지하지 못했다.

엄마로부터 '어디쯤이냐'는 전화가 걸려왔고 엄마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달랐으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상황설명에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뒤늦게 공포가 밀려왔다. 

 

집에 도착하니, 상황은 장난이 아니었다. 

1층의 모든 물건은 지진으로 심하게 흔들려 흐트러져 있고 

2층은 책상 위와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고 깨지고 장난이 아니었다.

 

엄마는 살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창문이 깨지는 줄 알아서 모든 문을 다 잠그고

재난안전처에 전화를 했지만 모두가 불통이었다고 했다.

 

추석 앞두고 야근 중이었던 동생은 두 번째 여진이 오고 이러다 죽는구나 싶어

직원들이 하던 일을 그대로 놔두고 바로 퇴근을 했다며 새파랗게 질린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겪어보는 지진은 '공포' 그 자체였다.

지진이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고리와 월성 원전은 물론이고 화학공단을 가지고 있는 울산은 지진이 나면

일본 후쿠시마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은 뻔한 일. 

어쩌면 한반도 전체가 위험 상황에 들어갈 수도 있기에 

 생각만해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능한 국가의 뒷북대책은 여전했고 그것만을 탓하기엔

 나 역시 지진에 대해 너무 안전불감증이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해야 했다.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지진 시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대피는 어디로 해야 하는지,

뒤늦은 지진대피 요령을 익히고 집 가까운 곳에 대피할 만한 장소는 어디에 있는지

가족들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그 밤에 갑자기 심각해졌다.

 

간밤에 피부로 느낄 정도의 여진이 있긴 했지만 계속 여진이 있었던 경주와 달리

 울산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상황은 다음 날로 종료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에서 절대 안전하지 않다.

실제 겪어 본 지진은 TV에서 보던 재난영화 그대로였다.

 

지진에 관한 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지만

지금부터라도 국가도 개인도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를 해야 할 때다.

 

 뉴스에서 내내 경주의 지진 상황과 지진피해 상황을 방송하고 있었기에

추석 당일 차례 지내고 난 뒤 상판에 피해를 본 첨성대로 향했다.

 

경주는 집에서 가까워 자주 가는 곳이고 첨성대가 있는 이 일대는 특히나 더 익숙한 곳이라

쓱-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첨성대를 이렇게 자세히 본 것도 처음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지진이 아니었다면 첨성대를 이렇게 자세히 쳐다볼 일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기울고 있는 첨성대의 모습에 이번 지진의 피해가 있긴 하겠지만

신라 천 년의 위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 다소 위안이 되긴 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디지털 첨성대에 들어가서 첨성대 설명을 보니

잘 안다 생각했던 첨성대는 실상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 첨성대가 저런 구조에 저런 역할이었구나

바보 도 터지는 소리를 해가며 신라인들의 시간을 만났다.

 

내친김에 신라 천 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궁궐의 발굴이 한창 진행중인 반월성에도 올랐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경주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곳이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고대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신라 천 년의 역사.

어쩌면 내 안에 흐르고 있는지도 모를 신라인의 피.

 

신라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좀 해보긴 해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젠 진짜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오랜만에 울산투어. 울산대숲, 대왕암, 명촌 억새 

 

 지난여름, 울산이 갑자기 여행지로 주목을 받았으니.

바로 대통령의 여름 휴가지로 울산대숲과 대왕암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다.

실제로 대통령 마케팅이 그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관광객이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울산은 관광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선사시대의 문화유적부터 도심에서 30분~1시간이면 산과 강 바다를 만날 수 있고

굳이 도심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연환경을 벗 삼아 여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업 도시로 성장하던 시기에 공해와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다 보니

울산과 관광이 잘 연결이 안 될 뿐. 

 

이번 정부의 호불호를 떠나 대통령을 마케팅을 통해서라도 좀 더 많은 사람이 울산을 찾아

울산의 재발견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약 4.3km에 걸친 대밭이 있는 울산 대숲.

 

대나무로 유명한 도시 담양이 있지만 그 담양도 갖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십리대밭이다.

도심 안에 태화강변을 따라  십리(약 4km)에 걸쳐 대숲이 있는 곳은 울산이 유일하다.

내가 중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울산대학교가 있는 곳까지도 전부 대나무가 있었으니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더 많은 대나무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홍수 때문에 대나무를 심었다고 하나 조선 시대 문헌 기록에서도

대숲이 있다는 기록이 있는 거로 보면 아주 옛날부터 대나무가 많았으리라 짐작되어 진다.

 

 

울산대숲이 있는 곳이 태화강 대공원으로 조성되어 울산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규모가 여의도 공원의 약 2.3배. 어마어마한 크기다.

드넓은 공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양한 꽃을 심어 계절마다 장관을 이루고 있고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생태공원이라 시골의 정취 또한 만끽할 수 있다.

 

고향 집에 갈때면  빼놓지 않고 이 공원에서 산책하기도,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 곳이다. 

 

 

 

서울의 하늘공원도 좋지만 도심 한가운데 펼쳐진 억새밭이 있는 울산도 정말 좋은 곳이다.

 

 

신라 문무 왕비가 용이 된 대왕암.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신라 30대 문무왕.

죽은 후에도 호국대룡이 되어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바다에 묻혔고 왕비 역시 문무왕과 마찬가지로 죽은 후

용이 되어 울산의 대암에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으니 바로 그곳이 대왕암이다.

 

대왕암이 있는 곳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과 견줄 수 있을 또 하나의 일출명소이며

울기등대가 있어 울산지역 학생들의 단골 소풍장소다.

 

실로 오랜만에 찾은 대왕암공원은 입구가 많이 변해 아쉽긴 했지만

사람 위주의 인위적인 변화가 아니어서 나름 나쁘진 않았다.

다만, 주차난이 심각한 건 이해하지만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주차장을 만든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100년 넘은 아름드리 해송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소망했던 신라 문무왕과 왕비의 전설 가득한 대왕암은 여전히 신비로웠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다면 슬도까지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고 싶었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좋지 않아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뤘다.

 

 

 

반짝 차례 후 긴나들이 D턴족

 

D턴족?

 <명절 연휴 내내 고향에 머물렀다 귀경(U턴)하는 대신 차례만 짧게 치르고

추석 당일이나 다음 날부터 나들이와 여행을 떠나는 ‘D턴족’이 늘어나고 있다.

연휴 막바지에 D턴족이 몰린 복합쇼핑몰은 방문객 최고치를 기록하고,

도심 호텔의 객실 예약률은 90%에 육박했다.

D턴족을 끌어들이려는 백화점은 추석 다음 날 영업에 전력을 기울인다.

친척보다는 내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와 가족 단위 소비문화가 발달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추석 때 본 뉴스였다. 추석 다음 날 동생이 쇼핑을 해야 한다고 해서 기장의 롯데몰로 향했다.

추석이고 해서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맙소사 야외주차장은 물론이고

도로 한가운데까지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평소에도 이러냐 했더니 주말에는 사람이 많긴한데 도로 한가운데까지 주차를 한 건 처음이라고.

 

본의 아니게 뉴스에서 봤던 D턴족이 된 하루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모티브로 삼은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

국내 최대의 복합 쇼핑몰답게 어마어마했다.

울산 해운대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부산까지 약 30분 정도면 도착하니

기장에 위치한 이곳까지도 이젠 생활권이 됐다.

처음 가 보는 곳이라 어디가 어딘 줄 모르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서 2km 남짓 해동용궁사가 있는 곳이었다.

어허..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길을 나서는 것인데 아깝게 됐다.

 

산책의 즐거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명절 음식. 저녁에는 어김없이 산책을 나섰다.

고향 집 옆으로 조그만 걸어가면 동천강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고 태화강으로 이어진다.

이른 저녁을 먹고 동네 마실 가듯 슬슬 길을 나선다.

산책로 옆으로 버드나무가 늘어지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시의 전경이었다.

하천에는 송어가 펄떡이며 뛰어오른다.

동해에 위치한 울산은 일출이 먼저지만 태양 없이도 붉게 물드는 서쪽 하늘은 늘 가슴을 뛰게 한다.

 

 

저녁 어스름 붉게 물드는 하늘을 마주하며 길을 걷는다.

 

언제나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같은 하늘을 마주 보며 슬슬 산책하며 별것 아닌 일상에도 즐거워하는

그런 시시콜콜하고도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 뿐이었는데...

 

하늘이 타들어가 듯 마음이 타들어 간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비,비

 

해가 쨍쨍했던 서울과 달리 추석 다음 날부터 월요일까지는 계속 비가 왔다.

어떤 날은 비가 230m 정도로 호우 경보가 내렸다.

 

아파트에서 듣는 빗소리와 주택에서 듣는 ㅣㅄ소리는 천지 차이다.

내가 비를 좋아하는 것도 환경의 영향이 큰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이 초가집이었을 때 비라도 올라치면 툇마루에 앉아

하루종일 흙 마당에 동심원이 그려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곤 했다.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이 그려지는 동심원을 보고 있노라면 그 세상이 신기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좋았고 온통 젖어있는 세상도 좋았다. 

 

밤 새 내린 빗소리에 새벽에 깨어 괜스레 마당을 서성거렸다.

부지런한 부모님의 앞마당에는 이미 고추 수확을 끝내고 배추와 무가 자라고 있다.

억수로 퍼붓는 비는 고랑과 이랑을 따라 물길을 만들며 유유히 흘러간다.

 

정말 오래간만이다. 비 내리는 어느 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한참을 옛날 생각 속에서 서성이는데

 

엄마가 부른다.

 

"아침 먹어라."

 

행복함이 차오른다.

 

비가 오면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빗물을 받는다.

빗물로 빨래하면 어떤 세제로 빨래한 것보다 곱다며

엄마는  평생을 빗물을 받아 빨래며 청소며 생활용수로 사용하신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나도 이젠 비가 오면 빗물을 받아 화분에 물도 주고 걸레도 빨고 베란다 청소도 한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부모님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닮아 가고 있다. 

 

고향에서 보낸 일주일.

반 이상은 비가 와서 집에서 보내는 동안 거의 잠만 잤다.

한 것도 없는데 집에만 오면 무슨 약을 풀어 놓은 처럼 잠이 쏟아진다.

 

 여름 내내 모처럼 학생이 되어 학원에 다니느라 새벽밥을 먹어야 했고

최근 몇 주 사이 출판 한 책 세 권 모두 추가 쇄를 찍었고 서울 둘레길을 걷느라 매주 약 20km 이상을 걸었다.

 

 

생각해보니 편하게 하루도 쉰 날이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푹 쉬고 서울로 돌아오니 비 내리던 울산과 달리 화창해도 그리 화창할 수 없는 서울이다.

 

일단 맑은 날씨라 좋고~

 

가기 전에 화분에 물을 주고 갔건만 잘 자라는 녀석은 물이 필요하다며 축 처졌다.

 

다시 시작된 일상이다.

가을이라 더없이 행복한 날들이다.

 

고작 일주일인데 새로운 날들이 시작된 기분이다.

12월까지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