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movie

[영화 나의 산티아고] 왜 하필 '산티아고'냐고 묻는 당신에게

작은천국 2016. 8. 12. 21:48

[영화] 나의 산티아고, 다시 산티아고를 생각하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 책  그길에서 나를 만나다,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산티아고 가는 길

 

 

영화 '나의 산티아고' 조용히 8만을 향해 순항 중이다. 

개봉 초기부터 순식간에 3만을 넘기더니 벌써 7만을 넘겼단다.

별다른 홍보도 없이 대작들이 쏟아지는 여름 영화시장에서

예술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산티아고'의 놀라운 흥행기록.

 

이 영화는 독일 영화로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 하페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다 '신이 있는지 찾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게 된다.

그 길에서 평소에는 알지 못하는 자기 자신과 또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겪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길을 걸은 나로서는 내 경험과 맞물려 있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가 매우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산티아고 영화가 개봉한대요"

 

요즘 다른 것에 거의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닌 터,

얼굴 한번 보자고 해놓고도 연락 없이 몇 달이 훌쩍 지나던 차 

지난 7월 지인이 영화 개봉 소식을 알려왔다.

 

실은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를 좀 안 다는 지인들은 

한결같이 내 일처럼 생각하며 '산티아고 영화 개봉 소식'을 알려왔다.

 

'당최 왜?' 싶을 테지만 그들에게 나는 이미

 '산티아고 여행자'로 뿌리 깊게 인식이 된 것이리라.

나쁘지 않다. ^^

 

 여행 관련 글을 쓰고 여행 관련 강의도 하면서

지금의 나(직업적인)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산티아고 때문이고

내 삶은 산티아고를 가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올로 코엘류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산티아고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러니 또 다른 의미에서 나에게 신(神)과 같은 존재인 산티아고가 어찌 특별하지 않겠는가.

이런 나를, 내 삶을 이해하고 있는 지인들에게도 산티아고는 이미 특별한 곳이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보다 드라마 'W' 찍는 줄!

 

PCT 도보여행이 배경이 됐던 영화'와일드'도 그렇고

이 영화 '산티아고'도 그렇고 그 길을 걸었던 사람이라면

영화가 단순히 영화로만 보일 리가 없다. 

 

영화의 배경과 상황이 내가 걸었던 그 길과 그 길에서 만났던 상황이 수시로 교차하게 되고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지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착각마저 들기 때문에

영화를 영화만으로 온전히 즐기는 건 어쩔 수 없이 힘들다.

 

어떤 문명의 도움도 받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두 발로 길을 걸었다는 경험은 그런 것이다.

남자들이 입만 열면 군대에서 축구했다는 그것과 같은,

적어도 나에겐,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에겐, 그런 것이다.

 

참 희한한 것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정도로 유서 깊은 길 '산티아고'는

숱하게 다큐멘터리로는 제작됐지만 의외로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을뿐더러

 영화적 스토리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인 감상평을 이야기하자면 산티아고를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수작이라는 생각이다.

독일적 시니컬한 유머코드에 2,000% 공감은 안 되지만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들이 그 길을 걷는 이유, 내적 변화 등등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묵직하게 전달해 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몇 가지 아쉬움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아쉬움은 영화적인 장치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극적인 장면이 나오는 배경이 산티아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는 포스터 배경의 산조차도 산티아고가 아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저런 산이 없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으로선 영화의 스토리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스토리보다는 산티아고 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일 수도 있는데

산티아고가 아닌 배경이 등장하는 건 많이 아쉬웠다.

 

이 영화도 지난 2013년에 촬영 되었기에 그 시기에 그 길을 걸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더욱 특별할 것이다.

내가 그 길을 걸을 때에도 영화가 촬영됐다.  

 우리나라에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마틴 쉰 감독의 영화 <The Way>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습을 오롯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른 경로를 통해 이 영화도 소장하고 있다.)

그래도 이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소장하고 싶은 영화다.

 

내 경험과 맞닿아 있는 '나의 산티아고'는

영화 보는 내내 드라마 'W'를 찍는 것 마냥

내가 주인공이 되어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했더랬다.

 

혹 산티아고 관련 다큐멘터리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MBC에서 방송한 <세계를 걷다> 편에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http://blog.daum.net/chnagk/11264400 

영화보다 훨씬 더 내면에 접근하고 있다.

 

 

내가 영화를 본 날은 영화 GV로 김지선 여행작가의 산티아고 순례길 강의가 있었는데

이 영화를 함께 보자며 청한 지인은 내가 산티아고 여행 강의하는데 뭘 이런 걸이라고 했다. 

 

하긴 요즘 내 여행 강의에도 빠지지 않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니

다른 사람은 어떻게 강의를 하나 궁금하기도 했으나 강의는 뭐 쏘쏘.

 

영화의 여운이 찐하게 남았는데 차라리 <시네마 톡>을 했더라면

 영화를 훨씬 더 곱씹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어 많이 아쉬웠다. 

 

 

카페 알베르게(cafe Albergue) ~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참새가 방앗간 지나가듯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마침 잠실 롯데타워에서 영화를 본 뒤였기에 그곳에서 가까운 카페 알베르게를 찾았다.

 

카페 알베르게는 산티아고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 라는 이름을 가진 곳으로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산티아고를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그야말로 산티아고 순례자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영화를 보내는 내내 순례길에 마셨던 '카페콘레체' 한 모금이 그리웠고

영화 GV가 너무 늦어져 카페 알베르게의 영업 종료시각이 다가오고 있어

카페에 영업시간을 문의했더니 아 글쎄.... 사장님께서 나랑 영화를 함께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웁스웁스웁스!!!!!!!!!!!!!!!!!!!!!!!!!!!!!!!!!!!!!!!!!!!!!!!!!!!

 

온통 산티아고 순례길의 흔적들로 가득 채우고 있는 카페 알베르게.

 

이곳에 가면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형 지도 앞에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다음에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된다면 이 지도만은 꼭 한장 사오리라 늘 다짐하면서....

 

 

살면서 자발적으로 만취하고 싶은 몇 안 되는 날 중 하루. (하하!)

 

디톡스 때문에 아직 술과 밀가루 유제품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지만

카페 알베르게의 영업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의 배려로 카페 알베르게에서

스페인 맥주와 타파스를 앞에 두고 우리만의 시네마톡이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그동안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으로 전시도 많이 했었고

작년 이맘때 있었던 산티아고 전시를 끝으로 더는 산티아고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생각했었다. 

이젠 산티아고의 기억도 희미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한 편으로 산티아고에 대한 그리움이 목까지 차오르는 밤이었다.

 

+ 카페 알베르게 정보

 

영업시간 22:00까지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8-8 1층

전화번호 02) 423-8833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이 영화는 독일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로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수많은 독일인을 산티아고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산티아고 길을 걷고 있을 때 10명이 길을 걷는다면

40~50% 한국인과 독일인 그 나머지가 다른 나라 사람일 정도로 구성비가 매우 독특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물었다. 이 길을 어떻게 알고 오게 됐냐고.

 

대부분 한국인은 파올로 코엘류의 순례자 혹은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씨가 이 길을 벤치마킹 한 길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길이라고 했고  대부분 독일인들은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는 이 책을 흘려 들었는데 7년이 지나 이 책을 느닷없이 만날 줄은 몰랐다.

 

영화 보고 난 뒤 GV 행사에서 운 좋게 받을 수 있었던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영화 본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영화 후기가 늦어진 것도 이 책을 읽느라 시간이 좀 걸린 것도 있다.

 

 

 

요즘은 산티아고 관련 책은 잘 읽지 않는다.

그 길이 미지의 세계였던 것과 아닌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단어의 선택과 깊이만 다를 뿐.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는 산티아고 책.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편집과 디자인에 눈이 먼저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운이 좋았다면 내 첫 책은 '산티아고'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직 산티아고 관련 책이 그리 많지 않았을 때 블로그에 올린 산티아고 관련 이야기를 읽고

출판 제의가 왔었고 약 한 달여 동안 산티아고 책을 쓰기도 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책은 출판하지 않았다.

 

그 당시 마음만 덜 뜬 상태로 내공도 없는 상태에서 산티아고 관련 책을 출판할 생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 책이 출판되지 않은 건 백번 잘한 일이란 생각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와 있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조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긴  한다.

혹 나에게 산티아고와 관련해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을 써 보고 싶은 욕심이 들긴한다.

물론 그때는 훨씬 더 다져진 글솜씨와 내공을 더 쌓은 상태여야겠지만 말이다.

 

 

 

 

왜 '산티아고'냐고 묻는 당신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하필 '산티아고'였나고.

글쎄 왜 하필 산티아고였을까.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

산티아고가 나를 불렀다는 것!

 

 그 길을 걷지 않은 사람은 밑도 없고 끝도 없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그 대답을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오로지 걸어봐야만 알 수 있다.

 

언젠가 내가 죽기 전에 한 번은 다시 산티아고에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는 산티아고에 갈 때가 되었음을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면 이 대답을 들려주고 싶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내가 누구인지?'를 물어야 하는 때가 온다고. 

 

그리고 그 길을 걷게 되면 알게 된다.

산티아고 가는 길 800km의 종점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그리고 그 길이 끝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내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과 내가 얼마나 많은 자신감을 내 안에 가졌는지를.

 

산티아고를 걷지는 못하더라도 영화 '나의 산티아고'를 보는 동안 순례길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받기를 바라며.

 

뷰엔 까미노(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