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movie

[삼포 가는 길] 이만희 감독이 남긴 영화의 시간

작은천국 2015. 5. 12. 06:30

[삼포가는 길] 이만희 감독이 남긴 영화의 시간

 

 

 

외화 어벤져스가 천 만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이 때,

우리에게는 기억해야할 감독이 있으니

바로 한국영화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故이만희 감독이다.  

 

올해로 작고한지 40주년이 되는 故이만희 감독을 기억하기위해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故이만희 감독의 전 작품을 재조명해보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1층의 영화박물관에서는

 '영화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이만희 감독 영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전시가

2015년 10월 23일까지 진행중이다.  

 

한국영상자료원 B1층의 시네마데크에서는

이만희 감독이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한국영상원의 모든 행사는 무료라는 점!!!

 

시간이 되는데로 최대한 많은 영화를 보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꼬여

삼포가는 길 외에는 보지 못했다.

14일에 열리는 '만추를 읽다'를 은근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다른 스케쥴과 겹치는 탓에 아쉽게 됐다.

이번에 놓친 영화들은 영상자료원에서 언제든지  VOD로 볼 수 있을 듯하니 아쉬움은 조금만^^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작년 한 해는 거의 영화를 잘 보지 못했기에

올해는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 시네마데크를 통해 좋은 영화 감상을 목표로 세웠었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은 철저히 지키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나는데로 가서 보고 있으니

절반의 성공인 셈이긴 하다.

'영화 다시보기'라는 타이틀로 영화자료도 남겨 볼 계획도 있다.

어쨋거나 타계한지 40주년이 되는 올해,

이만희 감독의 작품이 재조명 된다고 했을때 무척 반가웠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탕웨와

그녀의 남자 김태용감독이 만든 '만추'의 원작이 바로 이만희 감독의 작품이고

 이젠 원본 필름이 분실되어 더 이상 볼 수 없어 더 안타까운  '만추'이기에

김태용 감독의 '만추'를 감동적으로 봤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던 행사이기도 했다.

 

마침, 내가 한국영상자료원을 찾던 날은 이만희 감독의 유작 '삼포 가는 길'이 GV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상암 MBC와 딱 마주보고 있다.

어벤져스2에 아마 이 조형물이 나온다지... 흠흠...

개인적으로 MBC의 건물이 올라가기 전 상암이 텅텅비었을 때

영상자료원 2층에서 보면  MBC가 있던 자리 넘어로 얕트막한 집들과 국철 그리고 산이

한 번에 들어오는 조망을 참 좋아했었더랬다.

오디오 시스템이 끝내주는 데다가 편안한 의자까지 있어

 세상에 둘 도 없는 편안한 자세로 누워 시골같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영화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MBC가 완공되고 영상자료원 2층을 다시 갔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건 MBC 유리창 뿐...

MBC에 가지는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영화 상영시간보다 일부러 일찍 간 건, 1층 영화박물관에서

이만희 감독의 기획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박물관의 입구.

상암동에 한국 영상자료원이 생기자 마자 쾌재를 부르며

회원등록하고 내 집 드나들듯이 정말 뻔질나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영화와 관련된 전시들이 1년 365일 전시되는데

주제도 다양하고 소재도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은 편이고 디스플레이도 좋아서

상암동 산책에서 빠지지 않고  들러는 곳 중 하나다.

이런 시설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게 그저 감사함이~

 

이만희 감독의 기획전시 타이틀은  '영화의 시간' 되시겠다.

 

들어서자마자 이젠 영원히 볼 수 없는 '만추'의 스틸 중 한 장면이 붙어있다.

 

그리고 이만희 감독의 얼굴을 따라 한 바퀴 돌면

 

그의 필모그라피를 따라 영화의 시간으로 안내된다.

필모그라피를 좀 자세하게 봐야한다.

특이한 이력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그런 이력이 영화에 이렇게 응용이 되는 구나 싶었다.

 

고작 이름 석 자 정도 알고 있는 정도의 관객에게

영화를 보기 전 감독의 발자취를 따라 가 보는 건 예의가 아닐까.

 

영화박물관 내부의 모습

 

 

 

 

눈에 띄던 키워드~

 

 

그가 남긴 작품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한다면 반드시 공부해야 할 감독이 아닐까 싶다.

 

여러 영화들의 설명이 있었지만 가장 눈에 들어온 만추!

 

원본 필름이 없기에 오리지널 영화는 스틸컷으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만추는 영화컷으로~

 

그냥 스윽~ 훓고 나오엔 봐야할 것도 읽어야 할 것도 참 많은 전시다.

 

1970년대 척박했던 한국영화에서

'연기자'를 대우했고 '사운드와 형식미를 중요시' 했던 감독! 이라고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이 관객의 여백을 키웠고

이는 영화 '삼포 가는 길'을 보는 내내 절로 공감되는 키워드였다.

 

 영화 천재로 불리고 있는 이만희감독을 보다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출판물도 있으니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읽어봐도 좋겠다.

 

 한 사람이 군사정권을 거치며 사상적으로, 심리적으로 변화하는 부분이

이만희 감독의 '영화의 시간'에  담긴 것이 오롯이 느껴져서 좀 마음이 아팠다.

이만희 감독에 대해서는 더 자세하겐 언급은 이 포스팅에서 생략하겠다.

 

 이 전시와 GV 행사를 통해 이만희 감독을 좀 더 깊이있고 자세히 느끼게 된 시간이어서 좋았다.

 

이만희 감독의 영화 포스터

 

영화박물관의 전시를 보고 지하 1층에 있는 시네마테크로 향했다.

 

무료지만 입장권 발매부터 모든 건 동일하다~ .

단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예매수수료 500원이 있지만

아직 이 영화관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한번도 매진이 된 적은 없기에 늘 표는 현장에서~   

 

이만희 감독의 40주년을 기념해 곳곳에는 그의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삼포 가는 길'의 GV행사에 만나게 될 주연배우 문숙씨와

이만희 감독의 딸 배우 이혜영씨가 영화 상영 전에 잠시 인사말을~   

 

 

영화 '삼포 가는 길'은 소설가 황석영씨의 단편을

1975년에 영화로 만들었으며 이만희 감독의 유작이 되었다.

마지막 일부 편집은  감독이 하지 못한 영화로 알려져있다.

 

삼포가는 길 줄거리 (위키백과 발췌)  

일정한 거처 없이 공사장을 떠돌아 다니는 노동자, 팔려갔던 술집에서 도망친 작부,

출소 후 떠돌아 다니다가 고향인 '삼포'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전과자, 세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하게 되며, 노동자 영달과 작부 백화는 서로 호감을 가지지만 결국 헤어진다.

영달과 전과자 정씨는 삼포로 가는 기차 티켓을 사는데 정씨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삼포가 공사판으로 변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삼포가는 길은 고등학교 국어책에도 실려있고

국어 시험이나 수능 언어영역 문제로도 출제되던 단골 소설이었다.

게다가 어렴풋이 TV문학관에서 졸린 비비가며 본 기억이 있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삼포가는 길은

고등학생인 내가 '삼포 가는 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엄청 지겨웠고 재미없는 이야기였다는 기억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꽃할배 백일섭배우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도 신선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이 주연 여배우인 문숙씨를 굉장히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느껴질 만큼 프레임 너머 감독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가끔 아침 프로그램에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녀는 어느새 거울 앞에 돌아와 앉은 국화 같은 향기가 묻어났다. 

 

연예인의 가십성을 별로 안 보는 탓에 이만희 감독과 문숙씨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했었다.

이 영화가 이만희 감독의 유작이었듯,

배우 문숙에게도 이 영화는 마지막 작품이었다.

20대 초반에 이만희 감독이 타계하자 미련없이 한국을 떠났고 이 영화는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수 십년이 지난 후 겨우 보게  '삼포 가는 길'을 통해

이만희 감독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가 모두 끝나고.....

최근에 이렇게까지 사람 마음을 깊이 파고 드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나 되짚어 봐야할 만큼 

영화는 완벽했고, 왜 이만희 감독을 '천재'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게됐다.

 

'삼포 가는 길'은 볼 때마다 다른 감정으로 만날 수 있는 '고전' 이라고 해도 좋을 영화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원작이 워낙 힘이 있기도 했겠지만 배우로 영화에 첫 발을 들여놓은 감독이기에

배우들의 감정선을 그대로 살려 놓았고 음악과 영상은 촌스러움은 커녕이었다.

 

무엇보다 이젠 만날 수 없는 1970년 대한민국의 풍경과 사회상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었고

가장 물질이 풍부한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한 편이 40년의 세월을 지나고 나니 옛것이 새롭게 보이고

옛것이 새롭게 읽히는 것들이 주는 감동은 몇 배나 크게 다가온 듯하다.

 

어벤져서 천 만 관객 중 하나가 된 시간 보다

이만희 감독 관객 중 하나가 된 시간이 이렇게 뿌듯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