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movie

[영화]영화 제목에 끌린 '리스본행 야간열차'

작은천국 2014. 6. 17. 06:30

[영화] 영화제목에 끌린 '리스본행 야간열차'

 

 

 

우연히 보게된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영화 포스터.

 

해질무렵 가장 아름답다는 상 페드루 데 알칸타라 전망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포스터가 풍기는 푸른 밸벳색은 

포르투칼의 주요 도시를 여행한 나에겐 오롯이 '추억' 그 자체였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영화의 카피.

 

게다가 제목에서 연상되는 야간열차가 주는 설렘의 로망이라니...

 

이 정도면 덮어놓고 봐야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였다.

 

 

 

불과 1주일 머물렀던 포르투칼이었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도 그 느낌은 충만했었다.

리스본 시내의 가장 높은 곳 상 조르즈 성에서 내려다보는 리스본은

이 영화 포스터 처럼 그저 서 있다는 것 만으로도 황홀 그 자체다.

 

영화 포스터를 보고 소름이 돋았을만큼

거짓말처럼 누구라도 상 조르즈 성에 서게되면 영화 포스터와

똑같은 곳을 바라보고 똑같은 사진을 찍게 된다.

 

다만, 주황색 지붕의 강렬한 색깔은 영화의 분위기에 맞춰 빛바란 색으로 톤을 조절했지만

포르투칼의 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황색계열이다. 

 

그렇게 나의 노스텔지어를 가득 안고 보게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종류의 영화는 전혀 아니었다.

어짜피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볼 영화였지만

이 영화를 통해 비춰지고 있는 리스본은 생각만큼은 낭만적이지는 못했다.

그건 아마도 '혁명'이라는 현대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특정 시점이 배경이 되고 있는 무게감이 크게 작용을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은 영화속 장면에 등장하는

리스본 곳곳의 풍경들 ( 리스본 기차역, 호시우 광장, 트램, 해안도로, 가스등 등)을

아주 낭만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긴 리스본의 이런 풍경이 등장하고 있으니 어찌 낭만적이 아닐까 싶다.

 

 

평생을 자신이 정해놓은 일상을 벗어난 적이 없는, '고리타분' 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주인공인 그레고리우스( 제레미 아이언스 역)는 고전문헌학 교사다.

 

특이한 건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성격묘사(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를

영화 시작 5분 이내에 그의 아침 시간을 보내는 행동을 통해 슬그머니 보여준다.

 

폭우가 쏟아지는 출근길 아침 목숨을 버리려는 여성을 구하게 되고 

 

그 묘령의 여성이 홀연이 떠나며 남긴  책 한권, 그 책 안에 있던 15분 뒤면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 티켓.

짧은 시간 수 많은 생각이 스쳐가면서도 웬지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힘에 이끌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르게 된다.  

 

 

영화는 그렇게 중년(?) 보다는 노년기에 가까워 오는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기적같은 여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인 '리스본행 야간열차' 원작으로

유럽에서는 꽤나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소설을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최대한 소설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것이 충분이 짐작되고 남았다.

 

하지만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생각했던처럼 제목이 풍기는 그런 낭만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1974년 포르투칼 카네이션 혁명에 휘말린 젊은 청춘들이 사랑, 오해, 배신 등으로 

 인생의 가장 혹독했던 한 때를 모질게 겪어내야 했던 과거의 시점과 현재의 시점이 교차 편집되고 있다.

 

주인공인 제레미 아이언스가 소설 속 과거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남아 있는 과거의 풀지 못한 오해와 응어리들을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는 제리미 아이언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오히려 더 와닿았다.

 

가령, 담배를 전혀 못피는 그가 소설속 주인공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주저없이 담배를 받아 무는 장면이라던지

공포와도 같은 그날의 기억을 애써 잊기 위해 술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이야기를 들을때는

엄청난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하는 장면등은

 

따분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어쩌면 자기의 주장만을 이야기 할 것 같은 고전문학 교사에게

'당신은 따분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대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

"이젠 그를 만날 준비가 된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되지않고는 그를 이해 할 수 없습니다."라는

또 다른 여자주인공이 영화 전체를 설명하는 마지막 대사가 주는

 깊이 있는 무게감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것은  '혁명' 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뒤 중년이 되어

비로소 그 상처들과 다시 조우하며 그제서야 할 수 있는 한 마디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개인적으로는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말하고자 하는,

그래서 대부분의 관객이 공감하는 지점이 아닌,

다소 엉뚱한, 다른 곳에 끌렸던 영화였다.

 

 

물론, 마지막은 아마도 자신의 거주지인 스위스 베른이 아닌

리스본에 남을 확률이 크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이 남자의 행동이 과연 '일탈' 로 정의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러웠지만

그렇게보면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레이션으로 등장하고 있는

 

"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 라는 문장은

몇 번을 곱씹어 봐야할만큼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레이션으로 처리한 몇몇의 주옥같은 산문적인 문장들은

할수만 있다면 정지버튼을 누르고 생각을 좀 정리하고 가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었기에

바쁜 일이 끝나고 나면 이 영화의 소설인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꼭 읽어보겠다 생각했다. 

 

 

한반도가 접하고 있는 대륙에서 대한민국이 동쪽에 있다면

포르투칼은 정확히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와는 위도가 거의 비슷하며 지중해성 기후라는 점이 우리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는 스위스 베른에서 포르투칼 리스본을 향해 가는 설정이지만 

나는 포르투칼 포르투에서 리스본행 기차를 탔었다.  

 

포르투의 상벤투역은 20세기 초 수도원이 있던 자리가 역사로 탈바꿈한 멋진 공간이다. 

역사의 홀 내에는 아줄레주로 장식한 포르투 역사적인 사건들이 묘사되어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포르투에서는 2틀 정도 머물렀고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포르투칼 포르투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12월이 시작된 날씨에 며칠 동안 그칠줄 모르고 하염없이 내리던 비가 어찌나 을씨년스럽던지. 

 

그렇게 포르투에 머무는 내내 비가 왔고 포르투는 나에겐 '비'로 기억되는 도시이다. 

 

스페인과 바로 인접하고 있는데 시차가 1시간이 있다는 것도 생경했지만

바다를 접하고 있는 포르투는 이렇게  도심 곳곳에서 엄청난 크기의 갈매기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신기하긴 했다.

 

비가 오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포르투의 와이너리 투어를 비롯해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비 내리는 포르투 시내만 죽자고 줄창 걸어다닌 기억만이^^

 

그런데 막상 리스본으로 떠나는 날 아침에 비가 딱 그치고 태양이 떠올랐을 때는

비오는 이미지가 가득한 포르투 대신 푸른 하늘의 포르투를 기억하고 싶어

가방을 기차역에 맡겨놓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예매한 기차를 놓처 거금 35유로를 주고

다른 기차를 타야했던 것 마저도 이젠 추억으로 남았다.

 

비 내리던 포르투의 억울함(?)을 보충 해주었던 리스본의 날씨는 정말 굿굿굿이었다.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 제레니무스 수도원 앞에서는 그냥 입이 절로 떡!

 

이 수도원안에는 인도항로를 발견한 바스코 다 가마의 관이 안치되어 있는 것도 놀라웠다.

세계사에서나 짐직했던 포르투칼의 대 항해시대의 위상이 새삼스러웠을 뿐이다.

하긴 브라질이 포르투칼어를 사용한다는 건 말해 무엇하리.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리스본과 연안을 잊고 있는 4월 25일 다리이다.

 

1974년 포르투칼 카네이션 혁명에서 혁신파 군인 집단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새 정부가 탄생했는데

포르투 사람들은 이 사건을 '리스본의 봄' 이라고 부르며 이 혁명을 기념해

원래 독재자의 이름을 붙였던 '살라자르' 라는 이름대신  4월 25일 다리로 부른단다.

 

벨렝의 탑에서 보는 4월 25일 다리.

 

 

상 조르즈 성에서면 리스본의 주요 관광지 스폿들이 한 눈에 내려보이는 절경을 선물한다.

저 멀리 벨렝지구, 알파마 주변 등을 비롯해 시내의 호시우 광장, 산타 주스타의 엘리베이터 등이 조망가능하다.  

 

물결무늬 가득한 호시우 광장

 

 

특히 이곳에서 보는 야경도 정말 멋진 곳이다. 

 

 같은 숙소에 묵게된 일본인 친구와 겁도 없이 사람도 거의 없는 시간에 야경을 보겠다고 이곳에 올라와 두리번 거리고 있다가

포르투칼 경찰을 만났는데 밤에는 이곳이 위험하니 절대 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ㅠ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때만 해도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어쩐지 사람도 아무도 없는 것이

내내 신경이 쓰였는데 등골이 써늘~~ 해졌다.

 

친절한 경찰아저씨는 한국에서 온 사람은 처음 만난다며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을 또 까먹었네) 두 바퀴의 기계머신을 타며

순찰을 돌고 있었는데 이걸 너무 신기해하니 직접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시며 태워주시기까지 ^^

 

 28번 트램과 카데드랄은 리스본의 상징이다.

 

 이름없는 무명화가가 그린 리스본의 명소를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리스본의 큰 매력이다.

 

미로같은 골목이 얽히고 설켜 있는 알파마지구는 리스본의 속살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현지인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십중팔구 길 잃을 각오를 해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줄레주풍으로 온통 장식된 리스본의 거리는 그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름이 주는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이곳에서도 서점투어는 빠질 수 없는 재미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고 있는 포르투칼의 땅끝 로카곶!

 

유라시아 대륙의 땅끝 '로카곶'에 서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느낌을 분간할 수 없는

그래서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내가 닿은 대륙의 끝에 서 있다는 남다른 기분은

아마 다시 가면 그와 같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포르투칼의 모든 것을 다 잊는다고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하나

리스본 벨렝지구에서 본 노을은 죽을때까지도 선하게 밟히는 내 인생의 명 장면 중 하나다.

 

단순히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 제목에 이끌려 따라가 본 기억 속의 리스본.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갈 때 우리 자신을 향한 여행도 시작된다."

 

한 번쯤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멋진 여행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