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culture

[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김수자 -마음의 기하학

작은천국 2016. 7. 31. 13:12

현대미술관, 현대미술관 서울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청도 갈만한 곳, 볼만한 전시

[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 - 마음의 기하학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에는

김수자 작가의 마음의 기학학전으로

7월 27일(수)부터 2017년 2월 5일(일)까지 서울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지난 2014년부터 10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진 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장기 연례 프로젝트다.

 

작년의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였던 안규철 작가의'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를

꽤 흥미롭게 감상했던지라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언젠가부터 기다리는 전시가 됐다.

 

올해는 김수자 작가가 선정됐으며 지난 26 일(화)요일에 전시 오프닝이 있어 다녀왔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년 : 김수자 - 마음의 기하학  

장소 : 국리현대미술관 서울관 제 5 전시실 및 전시마당,

일시 : 2016.7.27~ 2017.2.5

시간 : (화, 목, 금, 일) 10:00~18:00 (수,토) 10:00~21: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및 1월 1일

해설 : (화~일) 13:00시 5 전시실 앞.

입장료 : 4,000원 (서울관 모든 전시 관람가능) (※ 수, 토 야간개장[18:00~21:00]시 무료관람)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며칠 내내 우중충한 하늘에 습도까지 더해진 날씨는 절로 지치게 한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나니 맑은 하늘이 드러나니 덥지만 조금은 상쾌.

 

당연하다 생각했던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 다소 귀해진 한반도가 새삼스럽다.

 

해마다 여름이면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는 색다른 전시가 진행된다..

바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으로 젊고 재능 있는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는 건축가 육성프로그램이다.

 

뜨거운 여름에 전시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게 되는데

올해 우승작은 신스랩건축(신형철)의 '템플(Temp'L)이 선정됐다.

 

템플은 '템포러리(temporary)'와 '템플(temple)'의 합성어로

뜨거운 여름 한시적으로 설치되는 도심 속 명상 공간인 파빌리온 구조물로

일상의 사물을 변형하고 사물의 본래 용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미술의 창작방식과

동시대 미술의 화두인 재활용 개념을 접목한 독특한 조형 건축물로 만날 수 있다.

 

현대미술관 마당으로 들어서면 단연코 눈에 띄는 배 한 척이 바로 '템플(Temp'L)이다.

 

같은 마당을 두고 배 안에서 바라본 모습과 밖에서 배를 바라본 모습이

같은 공간을 사뭇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점이 매우 독특했다.

 

 

한쪽으로 오픈된 공간 안에 들어서면 '배 안'이라는 공간은

이제 매우 사색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앉아서 쉬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등등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까지 모든 것은 풍경이 된다.

 

그렇게 한참을 템플에서 머무르다 미술관 실내로 들어선다.

 

쾌적하고 시원한 바람에 지쳐가던 몸에 생기가 돈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여름, 절로 시원한 걸 찾게 되는 요즘.

미술관 관람이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더위를 피하는 최적의 방법이겠다.

 

개막식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의 인사 말씀이 이어지고

 

본격적인 전시 관람이 시작됐다.

 

 작품 <구의궤적>으로 김수자 작가를 첫 대면한다.  

 

타원형의 나무 탁자 위에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찰흙 덩어리들.

워낙 관람객이 많아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 음악 소리가 묻힌 게 살짝 아쉬웠지만

그마저도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개입하는 참여형 워크숍 작업으로

 

한쪽 공간에 마련된 찰흙을 원모양으로 빚어 타원형의 나무 탁자로 굴리면 그것이 바로 작품이 되는 것이었다.

 

타원형 탁자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는 관람객의 참여행위에 달린 것.

 움직이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현대미술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작가는 그의 초기 작업에서 '보따리'라는 개념을

물질과 비물질을 감싸는 방법론으로 풀이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작가가 요구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찰흙을 감싸며 굴리는 순환적인 행위는

관객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물질로, 다시 물질에서 무(無)로 전환되도록 만들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두 손바닥에 가하는 균형적인 힘 사이의 양극성을 체험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얼마 만에 만져보고 굴려보는 찰흙인가.

 

처음엔 소극적인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찰흙을 빚어 책상 위에 굴리기 시작했다.

 

 

행위자로서의 예술가 개념을 전도시키는 방식으로 물질성과 비물질성,

이동성과 부동성을 탐구하며 세계무대에서 맹활약하는 김수자 작가는

소리, 빛, 이불보 등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등의

작업을 통해 자아와 타자에 대한 이슈를 탐구하는 작가라고 한다.

 

김수자 작가의 신체를 직접 조각한 <연역적 오브제, 2016>

 

 

작가의 퍼포먼스 사진에 의한 실크스크린 연작, <몸의 연구, 1981>

 

 

작가의 사운드 퍼포먼서 '직조공장' 중 한숨의 시퀀스 <숨>

 

바느질 작업을 중단한 이후 처음으로 제작한 디지털 자수 작품으로

들숨과 날숨이 만들어 내는 파동을 바느질을 통해 음과 양,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했다.

 

마치, 스마트 폰 녹음 기능의 음파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새겨놓은 디지털 자수는

어떤 소리가 담겨 있을지 몹시 궁금해졌다.

 

영상작품 시리즈 <실의 궤적>

 

편안하고 다양한 자세로 영상을 관람 중인 관객들.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실의 궤적'은 직물 문화의 퍼포먼스적인 요소와

자연, 건축 농업, 젠더 관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적 연관성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때로는 자연환경이, 때로는 돌이, 때로는 물이 등장하는

각각의 챕터들에서 막연히 연관성을 찾기는 다소 힘들었지만

 

하지만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물질성 너머 원초적인 근원적인 행위를 바라보는

작가의 인류학적 탐구의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호흡, 2016>은 필름 설치작품이다.

 

이 작품은 공간의 허공성(空, void)을 건축물의 표면으로 확장하고

보따리의 개념을 빛의 언어로 비물질화함으로써

 회화에 대한 작가의 초기 명상의 결정체를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빛의 프리즘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했고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의 공간은 순간 사라지고 다른 공간의 세계로 초대된 듯했다.

 

필름 설치 작품인 <호흡> 너머로 바라봤던 또 하나의 작품 <연역적 오브제>는 전시 마당에 설치한 야외 조각이다. 

이 작품은 '우주의 알(Cosmic Egg)'로 알려진 인도 브라만다의 검은 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보따리의 기하학'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보따리로 형상화하여 오방색 띠를 두른 타원체로 나타냈단다.

 

이 전시의 제목처럼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비물질을 경계를 지나 나에겐 우주의 알이 아닌 박혁거세의 알에 가 닿았다.

 

 물질로 보이는 형상에 사로잡혀 본질을 놓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요즘.

김수자 작가의 전시 <마음의 기하학>은 그 생각에 대한 해답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오랜만에 현대미술관의 발걸음은 이제 다른 전시장으로 향한다. 

온통 분홍분홍한 질 바비에의 '에코 시스템' 전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프랑스 작가 질 바비에의 전시.

우리 생태계와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해 던지고 있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아이디어는 놀라웠다. 

 

 

시원한 미술관 곳곳을 누비며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길,

2층으로 이어진 길을 걸으며 내려다본 <연역적 오브제>가 마지막까지 발길을 붙든다.

 

아무래도 전시 개막일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작품 관람이 다소 힘들다.

날 더울때 최고의 피서지인 미술관 관람.

무더위가 가시기 전 다시 한 번 현대미술관을 찾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