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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항산] ⑤왕망령, 태항산 최고의 일출.

작은천국 2016. 6. 29. 09:00

[중국 태항산] ⑤왕망령, 태항산 최고의 일출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왕망령!

그런 왕망령이니 별명 또한 남다를 터.

 

 태항 최고봉무릉도원태항지존(太行至尊)이라 부르며 왕망령을 극찬하고 있다. 

 

또한 모택동 주석의 비서이자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리예(李锐)

'왕망령에 오르지 않으면 태항산을 안다 할 수 없으며

천하에 기이한 봉우리가 이곳에 다 있으니 굳이 오악(五岳)에 오를 이유가 무엇이냐"고 읊었다.

 

오악의 지존인 태산을 올랐고 우리나라에서 절대 누릴 수 없는 태항산 대협곡 팔천협 트레킹을 거쳐 

왕망령 일출까지 매일 놀라움과 새로움의 연속이었고 끝도 없는 중국 산하의 아름다움은 경이로움이었다.

 

늘 해는 떠오르지만 좀 더 특별함을 느끼게 한 왕망령의 일출.

전날 비가 내린 덕분에 왕망령 최고의 일출을 선물받은 아침이다.

 

같은 태항산 산맥이지만 팔천협에서 왕망령이 있는 곳까지 3시간여를 달렸던 것 같다.

다음 날 일출이 예정돼 있으니 아무래도 비가 온 게 신경이 많이 쓰였다.

혹여 일출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왕망령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지만 

왕망령으로 이동하는 내내 비만 안 왔으면 좋겠다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다행히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니 안도의 한숨이.

 

저녁 7시가 다 되어 도착한 숙소는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산장이었다.

지역 특성상 이곳 역시 물이 없어 평지에서 이곳까지 물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 기온이 다른 곳보다 4~5도가량 낮아 약간 쌀쌀한 느낌이 들었기에

이곳에서 하룻밤은 다소 불편하며 추울 수도 있다고 미리 안내를 받았다.

 

이름도 호텔이 아닌 산장이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웬만한 호텔과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추위에 대비해 침대에는 따끈한 전기장판까지 있어서 안내받은 것과 달리 불편함도 추위도 없이 하룻밤을 잘 지냈다.

 

저녁에는 특별히 환영 만찬을 준비해주셨는데 만찬에 앞서 공연이 있었다.

 전통 악기들은 더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악기들이었다.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맙소사! 불협화음도 그런 불협화음이 없었다.

그것과 달리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심하게 즐거운 표정이 묘하게 대비되면서

순간, 이게 뭐지 싶어 혼자 완전 멘붕이었다.

최근에 이 정도의 크기의 소음을 언제 들어봤나 싶어 기억을 더듬었을 정도였다.

 

짧은 시간, 불협화음을 듣고 있자니 그건 불협화음이 아니라 

악기 하나하나 소리들이 제각기 살아서 최대한의 소리를 내고 있어 그렇게 들린 것이었다.  

 

 다시 살아 있는 소리들을 찬찬히 듣고 있자니

독립된 소리들이 어울리지는 않는데 그게 또 묘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훌륭한 만찬을 끝낸 후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창밖으로 푸른 밤이 펼쳐진다. 

밤하늘 총총한 별을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은 아니었다.

그래도 별 몇 개는 헤아려 보고 싶었으나 새벽 3시 30분 기상해야 하는 관계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 30분 기상 4시경 집합. 

잠드는 시간에 기상이라니 -

 

왕망령은 나를 신세계로 인도했다.

 

동쪽 새벽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급해 발걸음을 서둔다.

 

 중국 산서성(山西省) 진성시(晋城市) 릉천현(陵川县) 교외에 위치하는 왕망령은   

 왕망령 풍경구로 지정돼 있으며 국가지질공원 및 국가 4A급 여행지다.

 

왕망령이라는 이름은 사람 이름으로 서한(西汉) 왕망이 후한의 최대황제인 유수(광무제)를 쫓아

 80만 대군이 군사를 이끌고 이곳에 진을 친 것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태항산맥 정상인 1,650m에서 일출 감상과 운해로 유명한 곳이다.  

 

숙소에서 왕망령까지는 미니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게 된다. 

이후 일출 장소까지 약 20여 분 걷는 게 전부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

  

지리산이나 설악산 일출을 보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산을 올라야 했던가.

왕망령 정상까지 짧고 편하게 걷는 길이 참으로 새삼스러웠다.

 

왕망령은 만선선과도 이어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등산이나 트래킹으로 많이 찾는 곳이란다.

등산을 위한 안내지도도 군데군데 붙어 있고 한글로도 안내하고 있다.

 

 태산이나 팔천협과는 또 다른 느낌의 거대한 협곡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감탄사가 연신 쏟아졌다.

 

얼마 걷지 않아 앞쪽으로 구름바다가 펼쳐지자 사람들은 연신 셔트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망대는 그쪽이 아니라며 앞쪽으로 조금 더 가면 훨씬 더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조금 더 걸어가니

 

바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곳에 자주 온다는 현지인은 1년 중에 이렇게 맑은 날은 드물다며 행운이라고 했다.

어제 비가 온 덕분에 날이 맑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곱게 맑을 날이 될 줄이야.

 

하지만, 내가 원하는 풍경은 맑은 날의 운해보다는 더 많은 운해가 가득 찬 풍경을 보고 싶긴 했다.

사진의 풍경처럼.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자연이란 것이 어디 내 뜻대로 되겠는가.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그 어떤 것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말해 무엇하리요.

 

 

날은 어느새 점점 더 밝아오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출을 기다린다. 

 

 

드디어 시작된 일출.  짧은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사람들은 일제히 호흡을 멈추었고 들리는 건  셔트 소리뿐.

 

   수평선을 만들고 있는 구름 바다 위로 손톱 크기만 한 해가 천천히, 그러다 순식간에 떠올랐다.

 

많은 생각이 찰나의 순간 모았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뜨거운 것이 목젖까지 차고 올랐다가 금세사라졌다.

 

아득하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아득하고 아득했다.

 

그리고 긴 침묵의 시간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태양은 순식간에 강렬한 빛을 발산하며 정면으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가 돼서야 정신이 들었다.

 

각자 혹은 단체로 기념 사진도 찍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늘의 벅찬 일출을 기억에 담는다.

 

그냥 좀 고요해지고 싶었다.

그러기엔 전망대 쪽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전망대 옆으로 발길을 움직이니

또 다른 작은 전망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겠지만 한발 앞서 혼자만의 한적함을 즐긴다.

 

이곳은 산화대(散花台)라는 곳으로 모주석(毛主度, 모택동)은 이곳의 풍경을 다음과 같은 시(詩)로 남겼다.

'높은 하늘에는 파도치는 찬바람이 급하고 대지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실제로 이곳의 지형은 태항산과 중주 평원 냉온 기체가 교착되는 곳이라 벼랑 아래의 따뜻한 기류가 상승하여

절벽과 출동하고 찬 공기의 눌림을 받아 이 틈새에 파도가 치는 곳이라 복사꽃이 피는 시기에는

벼랑에서 복숭아 꽃 이파리가 골짜기에서 춤을 추며 오래도록 떨어지지 않아

'선녀가 꽃을 뿌리는 풍경' 이라 찬사를 보내는 곳이라고 한단다.

 

 그 황홀한 무릉도원의 풍경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압권이다.

 

심심한 바람이 분다.

 복사꽃 날리는 것처럼 코끝으로 향긋한 바람이다.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했던가.

 

너무 맑아 비어버린 것 같던 느낌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그곳에서 다시 바라보는 풍경.

 복사꽃 얼굴로 수줍은 아침이 다가온다.

 

닮은 듯 묘하게 다른 구름바다가 내 앞에서 신기루처럼 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복사꽃 구름바다에서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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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득했던 태양도 점점 또렷해지고 주름 잡힌 골짜기마다 햇빛이 비치며 선명한 녹색이 얼굴을 내민다. 

 

마침 중국 방송국에서 일출 촬영을 나왔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걸 놓칠 리가 있나.

드론으로 우리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해도 웬만큼 떠올랐고 내려갈 때는 올라온 길과 반대방향으로 잡았다.

 

방지애(方知崖)가 나타난다.

 

왕망령 또 하나의 정상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

왕망령은 릉천현교외와도 접하고 있는데 릉천현의 기자산은 세계 바둑 발원지 중 하나다.

 

2004년 4월 진성시에서는 '바둑 귀가'라는 특별한 바둑축제를 진행했는데 세계 각국의 바둑 고수들이

왕망령에 올라 바둑을 두었고 이중 조훈현 9단과 중국의 진조덕 9단의 대국 장면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었다.

 

 기암절벽의 초록 풍경 앞에 펼쳐지는 흑과 백의 세상이라니.

무심의 마음으로 한치도 흔들림 없는 두 고수 대신

바람과 구름이 대신 흩날렸으리라.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이런 풍경 앞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나 다를까 바둑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경치감상을 즐겼단다. 

 

그 풍경은 바로 이런 풍경.

 

태항산맥 대협곡의 웅장함은 거대함이 아닌 아기자기함으로 한껏 매력을 드러낸다.

 

 

아침의 고요함을 깨우는 건 양 목에 걸린 방울.

 양들의 침묵은 언감생심.

 

  왕망령 정상 부근의 약 50개의 봉우리는 조금씩 닮은 듯 다른 풍경으로 마지막까지 경치를 즐기다 가라 한다.

 

 

 

 

 

거의 마지막에 오니 집라인이 설치된 것이 아닌가.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협곡의 바닥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은 아찔한 높이에 집라인이라니.

보는 것만으로 후들후들했다.

 

다시 돌아서 나오는데 안내판에는 해맑게 집라인을 즐기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실제로 여기에 서면 이런 해맑은 표정이 나올 수 없다며  이건 합성사진이라 우기며 일행들과 한바탕 웃었다.

믿거나 말거나다.

 

저 멀리 보이는 곳도 산장인데 몇 년 전만 해도 왕망령의 숙소는 저곳이었지만

습기가 너무 많이 차서 지금은 영업하지 않는다고 했다.

 

산허리를 빙 둘러 내놓은 길이 있어  트래킹도, 등산도 당연히 멋진 풍경일 것이다.  

 

왕망령을 두고 태산의 일출, 황산의 운해 등 중국 내 유명한 산들이 가지고 있는

랜드마크적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축복받은 자연경관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왕망령을 오르면 오악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오르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태항산 왕망령의 매력.

 

힘들게 걷지 않아도 불과 1~2시간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왕망령의 매력.

 태항산의 지존이라더니 과연 그러하지 않은가.

 

[중국 태산, 태항산 여행기] 총 5편으로 마무리됩니다.

 

태산, 태항상 프롤로그

http://blog.daum.net/chnagk/11265018 

태산  

http://blog.daum.net/chnagk/11265019

팔천협 협곡트레킹  

http://blog.daum.net/chnagk/11265023

 

 

팔천협  

http://blog.daum.net/chnagk/11265024


※ 이 여행은 태항산대협곡 한국사무소, 왕망령한국 사무소의 미디어 팸투어로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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