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China

[중국 태산, 태항산①] 4박 5일 중국여행 프롤로그

작은천국 2016. 6. 7. 06:30

[중국 태산, 태항산①]

 

 

 중국의 태산(泰山)과 태항산(太行山)을 4박 5일 동안 다녀왔다.

 

거기 이 있어 을 올랐던 태산과 태항산은

뭘 하던, 뭘 보던 기대 이상이었다.

 

지하대열곡, 태산, 태항산 팔천협(태항산 대협곡)과 왕망령 일출, 천계산 운봉화랑 등

 산,산,산,산으로 가득 채웠던 4박 5일의 태산, 태항산.

 

"그 산이 뭣이 중허냐고?"

.

.

.

"안 가봤으면 말 허들 말어." 

 

같은 산 이름 가졌다고 하나

 어디에서, 언제, 어떤 날씨에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어느 한순간도 같지 않았던 태산, 태항산.

 

뭘 하던, 뭘 보던 늘 상상 이상이었고

매일 산을 마주 보며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를 넘나들어야 했다.

때론 너무 선명했고, 때론 너무 몽환적이어서

너무 좋거나, 너무 아쉽거나 사이에서 허우적거렸다.

좋으면 좋은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인간의 어떤 기술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예술품이었다.

 

자연이 펼쳐놓은 거대한 교과서는

최, 최, 최, 최, 최고를 매일 새로 써내려가야 했고 

직접 가보지 않고, 직접 보지 않고 절대 가늠할 수 없는 웅장하고도

넉넉한 품에 안기어 거기 산이 있기에 산을 올랐던

 4박 5일 태산, 태항산 여행이다.

 

 

태산, 태항산으로 이동은 중국 산동성의 제남(濟南)공항을 이용했다.

구름바다를 건너 제남공항까지 약 1시간 30분.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의 산동성의 짧은 비행시간은 

해외여행을 무색하게 느낄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했다. 

그 덕분에 태산. 태항산의 여행이 더 편리해진 건 두말하면 잔소리. 

 

 

산동성에 위치한 제남은 수려한 태산과 황하강에 둘러싸인 자연조건 덕분에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곳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제남 일대.

처음엔 농촌 지역인가 싶었는데 도심으로 들어오니

산을 깎아내는 대규모 공사부터 거대한 리조트 단지에 즐비한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은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방 곳곳까지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중국 여행은 태산과 태항산의 2곳이었지만 중국이 얼마나 넓은 곳인지 실감을 했다.

 태산에서 태항산맥에 위치한 팔천협과 왕망령, 천계산은

산동성, 산서성, 하남성, 하북성 총 4개의 성을 넘나들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산동성에 위치한 태산과 달리

태항산의 경우 태항산맥이 산서성과 허북성의 경계를 이루며 남북으로 약 400km로

 베이징, 하북성, 산시성, 허남성까지 4개의 성에 걸쳐 있다.

 

태항산맥이 워낙 길게 자리 잡고 있어 팔천협과 왕망령 그리고 천계산까지 각각 이동하는데 여러 성을 오갔던 것.

 

 

산동성을 출발해 하남성의 안양까지 약 5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한결같이 밀밭이 펼쳐지는 풍경은 역시 대륙! 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곳은 2모작 농업으로 밀 수확이 끝나고 나면 옥수수를 심는데 이 지역의 옥수수 생산량은

전세계인구의 1/7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니 허허허 웃음이 절로-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양사언의 시조에 등장해 수도 없이 읊조렸던 그 태산.

'갈수록 태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 속에 등장하는 그 산도 바로 이 태산이다.

 

내가 그 태산에 가게 될 줄이야.

그리고 태산이 우리에게 속담에도 등장할 만큼 친숙한 산이었는 줄 미처 몰랐다.  

 

이 산은 중국에서 산을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산으로 

바로 역대 제왕들의 봉선() 의식이 거행된 곳이다.

'봉'이란 하늘에 지낸 제사를 말하며 '선'이란 산천에 지내는 제사를 말하는데

오직 하늘의 아들인 천자, 황제만이 하늘에 제사를 올릴 수 있다는 있음이요.

황제의 공덕이 탁월함과 황제의 위엄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태산의 봉선 의식은 특별했다.

 

최초의 봉선은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에 의해서 시작됐는데  

그 이후 한대 무제(武帝), 광무제(光武帝), 당대 측천무후(則天武后), 현종(玄宗), 송대 진종(眞宗)

총 13명의 황제가 태산을 찾아 봉선을 올렸다.

 

그래서인지 태산은 소원성취를 이뤄주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중국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이다.

이곳에서 빌었던 소원이 이뤄지면 3년 안에 다시 찾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태산을 오르기 전에 먼저 찾은 곳은 지하대열곡(地下大裂谷)

 

산동성 림습시 습수현 용강산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로 중국 북부지역 최대의 석회암 동굴이다.

약 15억 위안을 투자해 2013년에 오픈한 종합관광풍경구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곳이었다.

 

중국의 유명한 석회암 동굴이 동굴 안에서 배를 타고 움직이는 것은 예사지만

이곳은 특이하게도 입구에서 약 3km 정도를 래프팅을 이용해 동굴 감상을 하는 한편,

다시 또 30여 분을 걸어서 총 6km의 거대한 종유석을 감상하게 된다.

우리나라 석회암 동굴이 차암- 귀엽게 느껴졌다.

>>> 이 밑에 지하 동굴이 있다니-  이곳에서 미니카를 타고 또 한참을 이동해야 했다.  

 

 

>>>지하대열곡의 지하 래프팅은 세계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자꾸만 가짜 같은 느낌이 들던 어마무시한 크기의 종유석. 요란하고 현란한 조명에 이 엄청난 종유석들이 훼손될까 자꾸 마음이 쓰여 @.@

 

 

>>> 꺄아아악! 타이베이 101빌딩을 닮은 종유석 발견!

 

 

 

역대 황제들의 대묘의식을 진행했던 태산 대묘(岱廟)  

 

태산 산행은 둘째날 아침에 예정돼 있었기에 그에 앞서 찾아간 곳은 바로 태산 대묘다.

이곳에는 태산 신과 태산 할머니 신을 모시고 있는데

 역대 황제들이 태산에서 봉선 의식을 거행하기 전 태산 바로 아래에 있는 대묘에서

 제를 올리며 이곳에서 대묘 의식을 진행 한 후 다시 산에 올라 봉선 의식을 치렀다.

이곳의 많은 유물은 타이완 고궁박물원에 보관돼 있으며 현재는 건물만 남아 있다.

 

 태산 산행을 앞두고 역대 황제들이 그랬던 것 처럼 대묘에 들러  

'내일 산에 갑니다.'라는 인사차 방문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태산에 가는 것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저 대묘를 방문한 것뿐이라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켠에는 경건함과 진지함이 조금씩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 대묘에서 정면으로 태산이 보인다.

 

 

>>> 봉선의식을 진행했던 거대한 제단

 

 

>>> 태산은 중국의 5대 명산인 오악 중에 최고라 하며 오악독존(五岳獨尊), 오악독종(五岳獨宗), 오악지장(五岳之長) 등으로 불리고 있다.  

 

 

>>>웅장한 대묘의 정전인 송천황전. 북경의 태화전, 곡부의 대성전과 함께 중국 3대 건축물 중 하나라고.

 

 

>>> 태산 할머니 신

 

 

>>> 태산 신.

 

 

>>> 그 간절함으로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소서.

 

 

>>> 눈을 감은 채 돌을 한 바퀴 돌고 난 다음 그대로 정면의 측백나무의 구멍에 손을 짚는다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그 소원은 다름 아닌 로또를 사면 된다고. 믿거나 말거나.

 

 

 

태산 중턱에서 감상하는 봉선대전 공연

 

역대 황제들의 봉선 의식을 재현한 공연인 봉선대전.

태산 중턱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앉아 최초의 봉선을 거행했던

 진나라부터 청나라까지 봉선 의식을 재연한 야외 공연은 약 80분 정도 진행이 됐다.

 

등장하는 인원만 약 500여 명에

설치된 무대 외 양쪽 산을 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놀라웠지만

봉선 의식에 등장하고 있는 진, 한, 당, 송, 청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역사를 봉선의식에 녹여낸 컨텐츠는 놀라웠다.

 

간단한 영어 자막밖에 없었지만 충분히 중국 역사와 문화의 저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공연은

분서갱유, 실크로드 등등 흡사 움직이는 중국 역사 교과서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악(五嶽)의 수장 태산.

 

드디어 태산에 발을 들여놓는다.

중국의 5대 명산을 특별히 오악으로 부르고 있는데 동서남북의 방위를 기준으로

산시성에 있는 북악의 항산(恒山), 허난성에 있는 중악의 숭산(嵩山), 산동성의 동악 태산(泰山),

후난성에 있는 남악 헝산(衡山), 산시성에 위치한 서악 화산(華山)을 말한다.

 

 태산은 정상까지 1,545m로 오악 중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역대 제왕들이 봉선을 했던 중요한 곳으로 오악의 수장으로 불린다.

 

중국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이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산인 태산.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하고 아름다운 것도 그 이유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품고 있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던 태산이다.

 

태산에 올라 벽하사((碧霞祠)에서 스님들의 기도의식은 매우 특별했다.

>>> 1987년 세계 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에 함께 지정됐다.

 

 

>>>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게 되니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태산을 오를 수 있다.

 

 

>>> 하늘길을 걷는 기분이 들던 천가(天街)

 

 

>>>천가에서 보이는 벽하사의 모습

 

 

>>>계단을 통해 태산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

 

 

>>> 아주 특별했던 벽하사 기도의식

 

 

갑골문(甲骨文)이 있는 문자박물관

 

책에서나 봤던 갑골문,

 갑골문이 있는 문자박물관의 방문은 예정된 코스는 아니었으나

약간의 일정이 차질이 생긴 덕분에 운 좋게 갈 수 있었다.

 

문자박물관이 있는 중국 하남성의 안양(安阳)

 중국 최초의 왕조인 상(商)의 도읍이었던 은허(殷墟)다.

약 3,0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1899년 갑골문의 발견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온통 황금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문자박물관 앞에 서니 괜스레 가슴이 울렁거렸다.

평소라면 금칠이 거슬릴 만도 했겠으나 고대의 땅이라고 생각하니 좀 특별했다.

4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갑골문 외에 갑골이 발견된 시기 중국의 청동기 문화와 56개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반나절은 꼼꼼하게 봐야 성에 차는 박물관을 1시간여 짧은 시간 동안 돌아보려니 무척 아쉬웠다.

>>>문자박물관 입구

 

 

>>> 문자박물관 내부

 

 

>>> 고대 유적을 만나는 일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이다.

 

 

 협곡의 아름다움 팔천협(八泉峡), 태항산대협곡

 

태항산의 첫 번째 일정은 바로 팔천협 트레킹이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인 팔천협 트레킹. 

 

올해 3월 1일 정식 오픈된 팔천협인지라 한국 사람 중에는 가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며

산속까지 배를 타고 트레킹 장소까지 이동해 1시간여를 트레킹 한 다음,

다시 3km의 케이블카를 타고 30여 분 산을 걸어 내려가 높이 200m의 투명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여정은  

전문 산악인이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트레킹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비가 그렇게도 안 오는 지역인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몇 번의 경험상 이런 날씨야말로 협곡 트레킹엔 제격이라는 걸 알고 있다.

 

물론, 정상에 섰을 때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테지만

좀 안 보이면 어떤가. 맑은 날씨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지 않은가.

내 입맛에 딱 맞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자연에선 무리다.

그저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해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태항산에서 가장 으뜸인 풍경을 가진 팔천협 계곡의 트레킹.

비온 덕분에 에메랄드 물빛과 물기 머금은 연두의 세상에서

안개가 산을 삼켰다 뱉었다 하는 감질 거리는 풍경이 더없이 황홀했고

비 온 덕분에 계곡을 전세 낸 양 걸을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사람이 오르기 힘든 곳까지 문명이 찾아들어 있는 덕분에 마음껏 태항산을 감상할 수 있어

가히,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라 말하고 싶어지던 팔천협이다.

>>> 팔천협의 입구에서 미니카를 타고 이동한 다음 다시 배를 타고 트레킹 장소까지 이동하게 된다. 

 

 

>>>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왔는데도 이런 곳에 강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 에메랄드 빛 물색에 환호성이 터졌다.

 

 

>>> 눈으로 보는 풍경이 사진으로 도저히 담아지지 않던 팔천협

 

 

>>>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산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장관 앞에 숨이 턱!

 

 

>>> 안개 자욱한 산길

 

 

>>> 투명 엘리베이터 앞으로 처음 도착했던 팔천협의 입구가 아스라히 보인다.

 

 

아! 그저 감탄만 왕망령 일출.

 

그리 숱한 일출을 보았건만!  왕망령 일출이 시작되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비가 온 덕분에 1년 중에서도 가장 멋진 날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물론, 시계가 맑은 날의 일출을 보는 건 더없는 행운이다.

하지만, 나는 발 밑까지 구름이 몰려 와 있는 풍경을 보고 싶었다.

 

딱 한 번 그 옛날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을 때 그런 풍경을 만났었다.

그 이후 지리산 등반은 엄두가 안 나(첫 등반이 너무 힘들었다) 지리산은 가도 천왕봉까지는 올라보지 않았다.

 

왕망령 일출을 생각했을 때 문득 지리산에서 본 운해가 떠올랐고

왕망령을 찍어 놓은 사진에서도 그 풍경이 있었다.

하지만 꼭 두 손 모아 기다리면 늘 빗나가는 게 인생이듯 왕망령 또한 그랬다.

 

모든 걸 체념하고 그저 우연인 듯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야말로

진정 내가 품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새벽 3시 30분에 기상. 어둠을 가르고 일출을 보기 위해 나섰다. 

 

 

>>> 여명이 밝아온다.

 

 

>>> 모두 숨죽인 일출. 들리는 건 오로지 카메라 셔트 소리뿐.

 

 

>>> 태양은 높이 떠올랐고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주름 접힌 곳곳마다 환한 햇빛이 찾아든다.

 

 

 

인간이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괘벽공로(挂壁公路)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의미로

 우공이산의 유래가 된 곳이 바로 '비나리길'로 불리는 이곳 괘벽공로다.

 

태항산에서 캐낸 자연 마와 약초를 팔러 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산을 빙 둘러 가야했고

이것이 불편했기에 기계장비도 없던 그 시절 오로지 사람 손으로 약 3km의 굴을 뚫은 것이란다.

 

내가 하다가 안 되면 다음 세대가, 그래도 안 되면 그다음 세대가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산에 굴을 뚫어 마침내 길을 만들어낸 인간의 위대함.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풍경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경이로움을 선물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고 힘들더라도 마음 단단히 먹고 그때 조금만 더 참아 볼걸...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아침이었다.  

>>>  이 길은 비나리길로 불리는데 도저히 이것을 번역할 수 없어 이 코스를 제일 처음 개발한 여행사 이름을 붙인 거란다.  

 

>>> 인간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 같은 길이 반복되니 착시현상마저 느껴진다.

 

 

>>> 산에 숨구멍을 뚫은 것 같다는 상상은 나만의 착각일까.

 

 

>>>과연 내가 보는 것은 얼마만큼의 세상일까. 거대한 세상을 딱 이만큼의 창만으로 바라보면서 그게 전부라고 사는 것일지도.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석애구(锡崖沟)

 

마지막 일정으로 향한 곳은 천계산이었다. 

햇볕이 좀 따갑긴 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린다는 그곳은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내 비록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은 사진으로만 봤지만 그에 못지않은 곳이었다. 

>>> 석애구

 

>>> 이곳이 바로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풍경!

 

>>> 이번 여행은 정말 내가 사진을 지지리도 못 찍는다는 것만 실감하고 온 여행이다. 뭘 찍어도 내가 본 것의 반도 안 담기니 원-

 

 

다리가 후들들. 천계산(天界山) 운봉화랑

 

이곳은 비가 잘 안 오는 지역이지만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지형이라

오전 11시 정도가 지나면 안개가 올라와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석애구에 도착했을 때 워낙 그림 같은 풍경이라 설마 그럴까 했지만

웬걸- 시간이 지날수록 거짓말처럼 안개가 밀려왔다.

 

천계산은 걷는 것이 아니라 미니카를 타고 360도로 한 바퀴 돌아보게 되는데

총 7개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이 전망대에서 산의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3번째 전망대를 지나니 안개가 올라와서

산을 조금씩 지워져 버리는 거짓말 같은 풍경은 놀라웠다.

 

고소공포증이 없음에도 제7 전망대에는 다리가 후덜덜-

안개 때문에 가려진 풍경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전망대 구경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며

이 전망대를 만든 사람이 몹시 궁금해지던 천계산 운봉 터널이다.

>>> 천계산 운봉화랑 제1전망대. 안개가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 안개 때문에 제4전망대부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건너뛰었다.

 

>> 가장 하이라이트인 제7 전망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절벽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전망대가 위치한다.

 

>>> 이 절벽에 이런 구조물을 설치하다니 -

 

>>> 풍경보다 갈라진 절벽 위에 만들어진 전망대가 더 장관이었어.

 

 

중국을 여행하는 내내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라는 공자의 말을 곱씹었다.

 

이 위대한 철학적 명제 앞에 산을 오르게 되면 나는 어진 자인지

적어도 어진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그저 말없이 묵묵하게 넉넉한 품을 내어주며

산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진 마음을 들게 하던 태산. 태항산.

 

이번에 내가 본 중국은 대륙이 품은 100가지 빛깔 중에 한두 개뿐이겠지만

그중 최고라는 태산과 태항산은 확실히 품었으니 더 바랄 거 없는 중국여행이었다.

 

19077

 

 

[중국 태산, 태항산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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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행은 태항산대협곡 한국사무소, 왕망령한국 사무소의 미디어 팸투어로 다녀온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