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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산] ② 태산에 올라 소원을 말해 봐~

작은천국 2016. 6. 13. 13:13

[중국 태산] 태산, 중국 돈 5원에 그려진 산 

 

 

중국 태산은 중국의 산 중에서도 천하제일의 산이라 불리는 곳이다.

중국돈 5원 뒷면에 그려진 산이 바로 태산으로

중국에서 태산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만하다.

 

중국의 명산이라 불리는 태산은 우리나라와도 친근한 산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양사언의 시조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갈수록 태산', '티끌 모아 태산' 등 우리나라 속담 속에서도 태산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태산에서 봉선 의식을 진행한 이후

수많은 황제가 태산을 찾아 하늘에 봉선을 올렸고 당대의 수많은 명인은 태산의 올라 시를 지었다.

 

이처럼 태산은 중국 사람들에게 단지 명산이 아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올라 보는 걸 소원할 만큼 하는 깊은 의미가 있는 태산이었다.

 

태산이 거기 있어 태산을 올랐다. 

 

참, 황홀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제아무리 산이 높다고 해도 하늘 아래 고작 '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늘아래 '산'이라고 하기엔 태산은 물리적인 것으로만 가늠할 수 없는 산이었다. 

 

중국에서는 5대 명산을 특별히 오악으로 부르고 있단다.

산시성에 있는 북악의 항산(恒山), 허난성에 있는 중악의 숭산(嵩山), 산동성의 동악 태산(泰山),

후난성에 있는 남악 헝산(衡山), 산시성에 위치한 서악 화산(華山)이다.

 이 중 태산은 해발 약 1,545m로  우리나라의 설악산과 비슷한 높이다.

오악 중 세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역대 제왕들이 봉선을 했던 중요한 산으로 인해 오악 중에 수장으로 불리고 있다.

 

참고로 진시황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된 봉선의식은 한대 무제(武帝), 광무제(光武帝),

 당대 측천무후(則天武后), 현종(玄宗), 송대 진종(眞宗)총 13명의 황제가 태산을 찾았다고 한다. 

 

이런 태산을 오르면 반드시 소원 한 가지씩은 이뤄진다고 했다.

심지어는 태산을 한 번 찾을 때마다 10년씩 젊어진다는 속설까지 있을 정도라고.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했으니  

자, 이제 태산을 오를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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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을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의 복합 유산인

태산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산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해외등반에서 빠지지 않는 곳 또한 이 태산이다.

워낙 우리나라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태산 한국길'이라는 등산로도 개통돼 있다.  

 

태산 한국길은 한국 전문 등반가들의 자문을 얻어 만들어졌는데  

봉선대전 - 망태령 - 천촉봉 - 옥황정에 이르는 코스와

직구저수지 - 칼바위 능선 - 옥황정까지 칼바위 능선으로 불리는 코스 2가지로

등산 초보들은 두 코스 모두 조금은 힘든 코스라고 했다.

하지만 힘든 만큼 경치는 정말 예술이라고. 

 

 이번 태산은 산행이 아니라 산 중턱의 중천문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는 케이블카로 이동했고

이후 남천문부터 법하사 그리고 정상의 옥황정까지는 걸어서 이동했다.   

 

태산이 너무 높아서 망설여진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태산을 오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어떻게 태산을 오를까?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중국인은 산 중턱의 중천문까지 수직으로 이어지는

십팔반(十八盤) 코스를 이용하는데 약 1,600여 개의 계단을 걸어서 오른다고 했다.

 

그 옛날 황제가 천제를 위한 봉선 의식을 치르기 위해 이 계단을 올랐기에

 이 계단의 이름은 '황제의 길'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고 했다.

 

 길이는 약 800m에 수직고도가 400m나 되는 돌계단인 황제의 길은

계단이 너무 가팔라 아래를 보면 발이 떨릴 정도고

계단에 머리를 박고 이마를 18번이나 찧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이 계단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그런 아찔한 1,600개의 계단을 걸어서 오른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그 정도의  수고로움과 고단함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을 정성이라면

그 소원이 뭐가 됐던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태산에서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 간절함으로 이 힘든 계단을 오르기 때문에 생긴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갈수록 태산'이라며 곡소리 절로 나올 계단이긴 했다.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태산은 황제들도 올랐지만 사마천, 이백, 두보 등 수많은 문인도 올랐기에

태산 곳곳은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도 볼 수 있는데  

 이 지역 출신인 공자 역시 태산에 올라 이 태산을 두고

천하가 작다(登泰山小天下)'고 한 말이 전해지고 있다.

 

같은 문구는 아니지만 공자의 문구가 눈에 띄어 반가웠던 것도 잠시.

어랏 -  중간에 한문 한자가 다르다.

 

의미전달은 큰 차이가 없으니 뭐 대수겠나 싶으면서도 히릿.

 

상점거리를 지나 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했다.

 

케이블카 탑승이요~

 

산 안에 있으면 전체적인 산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늘 아쉬웠는데

태산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린아이마냥 기분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는 태산이 버티고 서 있고

발밑으로는 안개 자욱한 도시가 아스라하게 펼쳐져 있어 신비로움마저 자아낸다.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케이블카는 약 2km의 길이로 상당한 높이로 인해 아찔했다.

남천문까지 이르는 약 10여 분 동안 발 밑으로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는 태산의 절경은

숨 쉴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경치 구경이 끝나갈 즈음 케이블카의 목적지가 눈앞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다가섰다.

중국은 자연환경도 놀랍지만 그 자연을 즐기기 위해 만든 것들도 놀랍다.

우와 - 어떻게 이런 곳에 케이블카(또는 엘리베이터)를 만들었을까?

 

남천문으로 향하는 길

 

저 멀리 벽하사와 정상의 옥황정 그리고 남천문으로 이르는 수직계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통 수직 절벽의 바위들이 마치 태산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다.

 

얼마 걷지 않아 남천문이 보인다 싶더니

 

이내 남천문에 도착했다.

 

날씨가 흐렸기에 망정이지 햇빛이 쏟아지는 날이었다면

 아- 상상만으로도 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갈 것 같은 계단이었다.

 

이 남천문을 통과하면 이젠 속세의 세상을 벗어나 신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 문명을 이용해 편리하게 남천문을 통과하니 확실히 그 느낌은 덜 했다.

만약, 황제의 계단을 걸어서 올랐다면 기분은 무척이나 남달랐으리라.

 

그 옛날 봉선을 치렀던 황제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으며 태산을 오르는 기분,

태산을 오른다는 것은 어쩌면 그 기운을 받는 것일지도.

 

길은 그런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온 중국 사람들은 잠시나마 이곳에서 마치 걸어온 것 마냥

저 아래에서 계단을 걸어오는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천가(天街), 하늘과 맞닿은 길

 

케이블카를 탔다고 하더라도 벽하사를 지나 정상인 옥황정까지는 누구라도 예외 없이 걸어야 한다.

벽하사 입구에 계단이 좀 있긴 하지만 길이 험하다거나 경사가 심하거나 한 것 없이 누구라도 걷기엔 무난한 편이다.

 

천가, 이름 그대로 하늘길이 열렸다.

비가 한바탕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날씨 덕분에

태산의 경치와 어우러지는 하늘길은 걷는 기분은 신비로웠다.

  

 

  

 

 

 

 

 

 

 

 

 

 

 

 

벽하사(碧霞祠)

 

태산 정상 부근 아래 벽하사에 도착했다.

벽하사는 송나라 시대에 지어진 도교 사원이자 고산 건축의 걸작으로

태산의 산신인 벽하원군(碧霞元君)을 위해 세운 사당이다.

특이한 건 여자 산신으로 '태산 할머니' 라고 부르고 있단다.

 

태산을 올라 벽하사에서 소원을 빌면 태산 할머니가 소원을 이뤄준다고 해서

벽하사에는 향에 불을 피우고 항상 기도하는 사람들로 넘친다.

 

도교 사원이라 그런지 중국의 여느 절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지만

이곳에서도 엄청난 크기의 자물쇠가 곳곳에 달린 것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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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하사 특별법회

 

우리가 방문했을 때 벽하사에서는 우리를 위해 아주 특별한 법회가 열렸다.

특별법회는 1년에 한두 번만 열릴 정도로 중요한 VIP가 방문했을 때나 열린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기문 유엔총장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특별법회가 열렸다고 하니

참 특별하고도 특별한 법회겠다.

 

 

소원을 이뤄주는 영험한 태산인데 게다가 특별법회까지 열린다니

이쯤 되면 없는 소원도 수십 가지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두루두루 두루두루 두루두루로

일맥상통하는 소원을 빌었다.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던 법회는 약 30분 정도나 지나서야 끝이 났다.

 

 무릎을 꿇고 소원을 빌기 시작  한지 10분 정도 지나가니

집중하고 있던 정신은 슬금슬금 흩어지기 시작했다.

슬며시 실눈을 떠보니 끝날 듯 끝날 듯하며 법회는 끝이 날 줄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도사님들이 기도를 위해 연주하는 악기 소리에 마음이 닿았다.

악기들이 모두 제각각이고 소리 또한 어우러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이 묘하게도 불협화음 없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규칙적인 소리의 흐름에 따라 들숨과 날숨으로 그 소리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머리 속에 들끓는 생각은 쉬 가라 앉지 않았다.

그러기를 수 차례 반복하다 기도를 멈췄고 그렇게 나만의 의식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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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정,  태산의 정상

 

결과적으로 태산의 정상이라는 옥황정까지 오르지 못했다.

 

아주 특별했던 법회가 끝나고 법하사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니

태산에 관한 이야기를 빼곡하게 새겨넣은 대관봉이 나타났다.

 

뭐니뭐니해도 금색 번쩍이는 글씨에 가장 눈이 갔다.

바로 당 헌종의 '기태명산(紀泰山銘)’이란다.

모두 1,008자의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는데

당 현종이 개원했던 725년에 태산에 올라 봉선을 올렸던 것에 관한 내용이란다.

 

그리고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는 태산의 정상 옥황정으로 오르려는 찰라,

관계자분들이 옥황정 오르는 것을 극구 말린다.

이유인즉슨, 법하사에서 특별법회가 없었다면 소원성취를 기원하며 옥황정을 올라야 하지만

이미 넘치도록 소원을 빌었기 때문에 자칫 옥황정을 오를 경우 소원이 안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도 옥황정을 오르지 않았기에 승승장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 주석이었던 장쩌민이 상해에서 자동차 회사 당서기를 할 때

태산을 찾은 장쩌민은 벽하사에서 향을 피운 다음 옥황정으로 향했는데

이때 벽하사의 도사가 옥황정을 올라서는 안 된다며 그를 막아선 것.

장쩌면이 이유를 묻자 옥황정에 오르면 관직이 지금에서 끝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장쩌민은 옥황정에 오르지 않고 벽하사에서 그대로 돌아갔고

훗날 그는 중국 주석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단다.

 

그것과 상관없이 옥황정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했으나  

말리는 눈빛이 너무 간절해서 그걸 뿌리치면서 까지 도저히 오를 수가 없었다. 

 

 

 

대신, 대관봉 건너편으로 보이는 언덕을 올랐다.

이곳은 법하사의 전체 모습과 태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뷰 포인터였다.

 

비록 정상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웅장한  태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람은 부드럽고 발아래 그림처럼 태산의 도심이 펼쳐지고

손에 잡힐 듯한 옥황정은 마치 신선의 세계인 양 가깝다가 어느 순간 멀어진다.

풍경도 풍경이었지만 사방팔방으로 탁 틔어 있는 높은 곳에 올라서니

하늘 아래 뫼라던 태산이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다.

 

워낙 많은 의미가 덧붙여진 태산인지라 너무 거대하고 너무 아득했는데

웅장함 대신 나에게는 너무 다정다감하게 느껴지는 태산이었다.

 

길을 걷고 있을 때는 그 길이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니 그 길이 너무 잘 보인다.

저 멀리 내가 걸어왔던 길에는 점처럼 늘어선 사람들이 다시 길을 걷고 있다.

 

태산은 그렇게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람을 지켜볼 뿐.

태산은 말이 없었다.

 

 

 

 

 

 

 

 

 

 

힘들게 걷지 않았어도 태산을 느끼기에는 부족함도 아쉬움도 없었지만

등반을 해서 태산을 올랐다면 그 감정은 분명히 달랐을 듯하다.

 

이곳에서 빌었던 소원이 이뤄지면 3년 안에 꼭 태산에 다시 와야 한다는 데 과연,,,

믿어 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때는 옥황정에 올라 진시황이 세운 글씨가 한 자도 없는 비석인  무자비(無字碑)도 보고 싶고

일출 감상에 최적이라는 일관봉에서 일출도 한 번 보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일몰도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일몰이라도~  

 

 

19080

 

※ 이 여행은 태항산대협곡 한국사무소, 왕망령한국 사무소의 미디어 팸투어로 다녀온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