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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 삼광사 연등축제

작은천국 2016. 5. 16. 07:00

[부산여행] 석가탄신일, 삼광사 연등축제

삼광사 수만 개의 연등이 장관일세~

 

 

부처님 오신 날,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연등이 사찰마다 달린다.

어느 사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유독 사진 한 장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부산의 삼광사의 연등이다.

 

일반적인 연등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도없는 삼광사의 연등 사진은

한 번에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언제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다.

지난 5월 임시공휴일까지 주어진 연휴의 하루는

봉화마을을 거쳐 삼광사를 다녀왔다.

 

삼광사의 연등축제의 대표적인 모습은 바로 이곳이다.

 

이런 장관을 CNN이 놓칠 리가 있나.

 부산에서는 해운대, 광안대교, 그리고 삼광사 연등축제의 모습이

지난 2012년 CNN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 50선에 선정됐다. 

 

경내에 달린 약 4만여 개의 연등은 실제 눈으로 보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그 압도적인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으니.

 

하지만 더 놀란 건 삼광사의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매직 타임에 맞춰 도착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봉화마을에서 오래 시간을 지체한 탓에

오후 8시가 되어서야 도착한 삼광사.

 

내비게이션에서는 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으로 안내를 하고 있었고

막상 다 와 가는데도 즐비한 아파트만 있어 이런 곳에 과연 절이 있기나 할까 의심이 됐다.

 

주말이라 차도 조금 막히는 듯 해서 근처에 주차하고

삼광사 표지판을 따라 집들이 있는 골목길을 올라가면서도 여전히 반신반의.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절이란 게 집들 사이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고

게다가 그렇게 많은 등이 달리려면 적어도 이런 곳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 즈음.

 

갑자기 멀리서 불빛이 비친다.

 

아! 삼광사가 이런 곳에 있다니.

어쩌면 캄캄한 밤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1천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는 법화삼매당이 눈앞에 따악!

 

천태종 사찰인 삼광사는 부산불교의 1번지라고 할 수 있는데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 다음 제2의 사찰이 바로 이 삼광사란다.

 

불교 전 종단을 통틀어 신도 수가 무려 36만 명.

국내에서 최대 규모라는 특별한 사격이 부여될 정도라니

이 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에 맡기겠다.

 

 

도로 입구에서 걸어오니 10여 분 남짓.

 절 입구까지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긴 했지만

1차선의 도로는 좁았고 게다가 너무 가팔라서

거의 홍콩 버스 수준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주말이라 상당히 혼잡했고 실제로도 주차를 하고 걸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아마 석가탄신일이었다면 이곳 도로는 엄청난 정체로 몸살을 앓을듯했다.

 

입구에는 집들이 늘어선 골목을 따라 가파른 길을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삼광사 입구에 도착하고 보니 바로 백양산 자락이었다.

 

처음 가는 곳인 데다 밤이니 뭐가 보일 리가 있나.

게다가 절까지 가는 도로 양옆으로 집들이 있어 삼광사가 백양산 자락에 있으리라 

 전혀 생각을 못 했기에 발아래로 보이는 집들과 야경은 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산꼭대기까지 집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피난시절 부산의

기형적인 도시 모습을 새삼스럽게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경내뿐만 아니라 온통 연등이 빼곡히.

 

삼광사의 가장 대표적인 풍경은 법화삼매당의 2층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법화삼매당과 지관전의 건물은 물론이고 두 전각 사이가 모두 연등으로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  

 

당연히 대표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법화삼매당으로 향하는 길

머리 위에는 다양한 색깔의 연등을 이고 걷는다.

 

착시현상마저 느껴지는 연등의 행렬.

 

 

그리고 드디어 법화삼매경 2층에 도착했다.

 

이 멋진 풍경을 위해 삼광사에서는 해마다 사진 대회에 개최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출사 나온 사람들로 자리 잡기도 힘든 곳이라고 했지만

매직아워를 지나도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풍경.

 

아!

정말 장관이 따로 없었다.

 

보이는 건 사진과 똑같지만 그 사실적인 느낌은 사진에 전혀 담기지 않는다.

직접 보지 않고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는 사진의 한계를 실감한다.

 

사진은 사진일 뿐.

 

아득하고, 아득하고, 아득하고,

가슴 속에서부터 뭔가 가득 차 오르다가

또 순간 텅 비어 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어느 순간

 바다에 혹은 은하수에 둥실 떠 있는 느낌마저 덧칠하는 신기한 풍경.

 

내 그리 숱한 연등을 보았건만 삼광사 연등은 확실히 달랐다.

 

단순히 등 숫자가 많은 것과 차원이 다른 어떤 것.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설명될 수 없다.

 

 

 

 

 

 

삼각대를 챙기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워졌지만 뭐-

 

다들 줄줄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좀 심란해지려는 찰라,

 

 친절한 부산분께서 삼각대를 빌려주겠다고 한다.

 

그냥 괜찮다고 했다.

 

물론, 삼각대가 있었다면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사진 출품을 할 것도 아니고 삼광사 연등이나 구경하자고 나선 길이고

삼각대 아니더라도 좋은 카메라 덕분에 적당히 보기에 나쁘지 않겠다 싶으니

이런 장면을 찍을 걸 알면서도 일부러 삼각대를 챙기지 않았다.

 

프로답지 못한 것과 게으른 것 어디쯤이겠지만

뭐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진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만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자- 이제 다른 전각으로 향할 차례.

 

상당한 절의 규모에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입이 벌어진다.

 

오십삼존불 팔면 구층 대보탑 뒤로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문구가 새겨진다.

 

이 문구를 선택한 이유를 찾아보니

삼광사의 주지 스님인 무원합장께서

부처님께서 자비행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시고 실천의 중요함을 가르쳐주신 것처럼

봉축을 맞이해 실천하는 마음으로 물질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나누는 뜻깊은 날이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삶의 현장에서 서로 도우며 사회복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극락이라는 의미를 담았단다. 

 

꼭 종교적인 실천에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지 않은가.

 

 평범하고 단순하게 던져진 화두가 크게 다가온다.

 

대웅보전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보는 풍경

 

 

 

 

절의 입구에서 오른쪽이 법화삼매경이었는데

정면으로 직행하면 대웅보전이 위치하는 구조였다.

 

대웅보전의 모습

 

 

대웅보전에서 저 멀리 보이는 극락전으로 향하는 길.

 

백양산과 접하고 있어서인지 나무 냄새가 참 좋았고

실제로 산까지 모두 산책로가 데크로 조성되어 있어

낮이었다면 산책을 했어도 좋겠다 싶었다.

물론 이곳에도 모두 연등이 달렸다.

 

 

극락전에서 바라보는 풍경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극락전에서 바라보는 풍경.

도심의 불빛이 별빛으로 보인다.

 

2년 전에는 약 2만 5천 개의 등을 달았다고 하던데

지금은 약 4만 개의 등이 달렸으니 해마다 등의 숫자가 늘고 있는 모양이다.

 

1번 등은 누가 어느 곳에 달았을까 궁금해 등마다 달린 번호를 계속 유심하게 보긴 했는데

100번대까지는 봤는데 도저히 찾지를 못했다.

 

해운대에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이나 진배없었겠지만

그냥 한번 그래 보고 싶었다.

 

대략 1시간 정도나 지났나 했다가 시계를 보니 맙소사 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상당한 삼광사의 전각마다 다 걸어보고 연등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마지막으로 내려오는 길은 108배 참회길을 걸어 내려왔다.

 

 

 

항상 마음에 큰 생채기가 날 때면 나를 다잡거나 위로가 되는 말은

희한하게도 불교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제행무상(諸行無常)

무심(無心) 등등   

 

 

할머니는 항상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 등을 다셨다.

 할머니는 안 계시고 이젠 그 일을 무교인 엄마가 대신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할머니가 다니시던 절에 할머니 이름까지 온 식구들 이름을 적어 등을 다신다.

 

엄마에게 등을 다는 행위는 '불교'라는 종교적인 행위는 아니겠지만

내가 이렇게 무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분들의 오랜 기도와 염려 덕분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할머니도 그곳에서 잘 계시리라.

 

 

<삼광사 여행정보>

 +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54-58

+ 전화번호 051)808-7111

+ 기타 부산 어린이대공원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