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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산타마을] 작은 산골 간이역의 놀라운 기적

작은천국 2016. 1. 26. 12:08

[분천역 산타마을]작은 산골 간이역의 놀라운 기적

 

 

분천역 산타마을은 하루에 고작 10명 정도 이용하던 산골 간이역이었다.

그랬던 분천역이 한 해 이용객 10만 명이 방문하는 놀라운 기적을 일궈냈으니.

그건 바로 분천역 일대를 '산타'로 테마로 한 산타마을로 대변신 덕분이라고.  

 

 경상북도 봉화에 위치한 분천역의 특성상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점을 이용해 

2014년 겨울에 처음 조성된 산타마을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이에 힘입어 분천역 산타마을에서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단다.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오지에 가까웠던 분천역은

'산타마을' 덕분에 1년 내내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여행객들에게는 산타마을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즐거움을

지역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곳이다.

 

작은 산골 간이역이 일궈낸 놀라운 기적!

이 겨울이 끝나기 전 분천역 산타마을로 떠나 보자.

 

 

분천역은 경북 봉화에 위치하며

1950년대부터 기차가 다녔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일대가 춘양목 산지라 분천역을 통해 전국 각지로 운송되면서

엄청난 사람들로 몰려들었으나 벌목 산업의 쇠퇴는 분천역을 다시 산골 마을 간이역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러던 것이 코레일의 관광열차가 속속 개발되면서 중부내륙 백두대간을 달리는

중부내륙순환열차( O-train),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이 개통되면서 분천역을 달리는 한편, 

스위스 체르마트 역과 자매 결연을 맺으면서

분천역은 스위스 풍의 외관으로 바꾸고 산타마을로 대변신을 했다.  

 

어쩌면 페역이 될 수도 있었을 분천역의 변신이 놀라울 뿐.

컨텐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스럽다.

 

 

분천역을 한 번 가보고 싶긴했으나 오랜 시간 기차를 타야하는 관광열차의 특성상 혼자 여행은 좀 그랬다.

그러다, 지난 연말 부모님댁에 머물던 차,

 

엄마, 이모, 외숙모가 하루 기차 여행코스를 추천해달고 했다.

평균 연령 68세인 관계로 평소 운전을 하시지만 가까운 거리외 운전은 힘들어 하신다.

가끔 엄마와 이모들은 여행 날짜만 잡고 모든 코스는 나에게 일임하셨고

 여수, 순천, 하동, 거제  등등 기차여행 + 시티투어를 적절히 이용한 코스에

만족하셨던기에 내가 집에 와 있다는 이야기에 이번에도 여행 추천을 부탁하셨다.

 

마침 내가 가고 싶던 분천역이 생각났고 울산에서도 새마을호를 이용하면 분천역을 갈 수 있는 것!

모두들 산타마을에 반색을 하셨고 내가 따라나서는 것에도 흔쾌하게 좋다고 해주셔서

가이드 겸 여행을 따라나섰다.

 

 

지금의 동해남부선이 울산시내를 관통하던 것이 현재의 태화강역이 있는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우리 동네(병영)에도 있던 기차역이 폐쇄됐고 기차역이 있던 곳은 아파트로 개발되었다.

 

기차가 시내를 달릴 때는 버스 대신 시내까지 기차를 타고 다닌 기억이 있어 

기차와 기차역은 나에겐 남다른 추억과 로망이다.

 

이젠 병영역과 효문역은 없어졌지만

경주 노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호계- 모화는 아직도 운행을 하고 있는데

이 역들도 동해남부선의 복선화가 이뤄지면 조만간 폐쇄될 예정이라고 한다.

 

엄마와 이모들은 호계역이 없어지는 걸 몹시 아쉬워하셨다.

나는 논 밭만 가득해던 곳에 서 있던 호계역을 기억하는지라

처음 와 본 호계역 일대에 전부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기차역이라고 하기엔

서울 외곽에 있는 지하철역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아파트만 걷어내면 그 옛날 영화에 나오던 경강역 느낌도 살짝.

 

덜컹거리며 무궁화호가 달려온다.

 

이 무궁화호는 부산을 출발해 일출 여행지로 유명한 정동진까지 운행되는 열차로

연말에는 예약하기도 힘들정도 미어터진다.

 

울산에서 무려 7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정동진이지만

기억으로는 동해를 따라 달리는 7번 국도와 바짝 붙어서 달리는 열차이기때문에

환상적인 바다풍경을 볼 수 있어 색다른 낭만이 있었다.

 

지금은 바다따라 구불구불한 7번 국도외에도 새로운 직선도로가 생겨 

굳이 바다를 따라 달리지 않아도 되던데 열차는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호계에서 출발한 열차는 경주, 영천, 의성, 안동, 영주, 봉화, 운향, 현동을 지나 분천까지 4시간이 걸린다.

 

무려 4시간..

열차 타기전에는 어렸을때부터 봐와서 불편함은 없지만

고작 일년에 한 두 번 얼굴 볼까한 이모와 외숙모의

 

평균 연령 68세에 어른들과

평소에 말 많은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엄마와 함께

4시간은 정말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이어졌고

4시간이 40분인양 분천역에 도착했다.

 

 

 무궁화 열차에서 안동, 봉화 닭실마을 등등이 스쳐 지나가자

엄마는 그동안 가족들과 여행했던 곳이라 반가워했고 

나는 춘양역이 지나가자 춘양 지역과 '억지 춘양'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면 가이드 역할에 충실충실~

 

그렇게 수다 삼매경으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분천역.

 

울산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흐렸기에 살짝 눈오는 걸 기대했으나

분천역에 도착하니 화창하게 맑은 날씨가 반기고 있었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알싸하게 맛있는 분천역의 공기는 남달랐다.

 

작고 소박하기 그지 없는 분천역.

 

분천역 굴뚝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있는 중이고

 

눈썰매를 끌고 있는 산타할아버지가 역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소박하지만 절로 동심을 느끼게 했다.

 

 

소박한 분천역의 모습 ~

 

 

 

분천역 일대 곳곳에서 만나는 산타할아버지~  

 

 

크리스마스가 지났음에도 이곳은 여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

 

예. 여기는 산타마을입니다.~

 

희망 드림 열차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조형물 안쪽은  

 

이렇게 소원 엽서카드들 붙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분천역 일대의 다른 관광지들을 영리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자전거 대여도 가능하고, 레일바이크 체험도 가능하고, 

어린아이들을 위한 눈썰매장도 있고, 주말에는 공연도 열리고 시끌벅적 분주하다고 했다.

특히 관광열차가 하차할때는 그 열차 여행객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8천명이나 한꺼번에 몰릴만큼 특수를 누렸다고 하는데

이미 시즌도 끝났고 주말도 아닌 평일이고 하니 한산해도 그리 한산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라면 여전히 산타에 대한 환상으로 정말 좋아할 듯하지만

어른들에게 그저 한바퀴 둘러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것이 없었다.

 

레일바이크도 한 번 타보고 싶었지만 평균 연령 68세는 싫다고 하셨다. 하하~  

 

내 시선을 사로 잡은 건 낙동 정맥 트레일!!

1박하면서 하루 정도는 트레킹을 해도 좋겠다 싶었다.

근처 산에는 눈이 내려있어 눈 트레킹도 가능하단다.

 

실제로 되돌아 오는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동안

 낙동 정맥 트레일을 하고 오시는 분들을 만나니 부럽부럽~ 

 

분천역 앞쪽으로 카페와 밥집들이 즐비~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는 점은 참 좋았다.

 

추운 날씨에 평균연령 68세들과 밥 집 찾아 삼만리는 곤란했기에.

 

블로그 후기 중에 가장 괜찮아 보였던 봉덕식당!

 

 

가격봐라~ 얼마나 착한지. 

관광지화된 곳의 가장 큰 불만은 뭐니뭐니해도 음식대비 비싼 가격과

 맛도 없는 음식이란 점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제육불고기, 능이버섯육개장, 메밀전병을 골고루 주문했는데

깔끔한 반찬에 맛도 훌륭하고 다들 흡족해하셨다.

 

특히 약초 무침은 정말 끝내주더라는...

 

그리고 이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정겨운 한 량 열차가 먼저 달려오고

 

곧이어 집으로 데려다 줄 무궁화호가 달려왔다.  

 

 

분천역은 눈이 오면 정말 환상적인 공간이 될 듯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다녀오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동심을 자극했다.

 

서울에서는 중부내륙순환열차( O-train),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를 이용하면

분천역을 비롯해 자동차로 이동하기 힘든 역들을 모두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어 유용하겠지만

울산에서 이용한 무궁화편 운행시간상 분천역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약1시간 40분.

 

밥먹고 분천역 돌아보는데 1시간 40분은 짧아도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소박해도 너무 소박한 분천역에

평균 나이 68세의 소녀들이 체험할 것은 거의 없는 분천역이었지만

 

평균 나이 68세의 소녀들은

분천역의 맑은 공기가 좋다고 했고

산타 마을을 좀 더 천천히 둘고 보고 싶다고 했고

밥 먹고 커피라도 한 잔하는 여유를 부리고 싶다고 했고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분천역 근처의 마을까지만이라도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딱 1시간 아니 30분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하고

너무너무 아쉬워했다.

 

왕복 8시간의 기차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요구했지만 

기차 안에서는 지칠줄 모르고 수다가 이어졌다.

 

그런 수다들은 기차에서 내리고 나면 정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크게 기억에도 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그것마저도 힐링이 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하!

 

소녀소녀소녀하셨던 평균 연령 68세.

다만 그 시절 그 소녀들은 평생을 생활에 치어 소녀 감성을 누르고 살았을 뿐.

 

괜히 짠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