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like traveling/Gyeongsang

[단골식당] 백종원 3대천왕 대구 돼지불고기 제가 한번 먹어봤습니다.

작은천국 2015. 11. 20. 06:30

[단골식당] 백종원 3대 천왕 대구 돼지불고기 제가 한번 먹어봤습니다.

 

 

대중적이고도 서민적인 음식 돼지불고기가 한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바로 백종원 3대 천왕에 이 돼지 불고기가 소개된 것.

 

 백종원씨가 직접 찾아다니며 전국에 숨은 맛집 3곳을 찾아내 

스튜디오에서 직접 먹방 중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백종원의 3대 천왕의

첫 방송에서 다룬 아이템이 바로 돼지불고기.

3대 천왕으로 선정된 돼지불고기는  그만큼 검정된 맛집이었을 터.

 

 대구 칠성시장의 단골식당 돼지 불고기는

불향이 촘촘하게 배어 있어 백종원도 엄치 척,

심지어 김준현씨는 연탄까지 먹고 싶다고 할만큼

완벽한 불맛으로 극찬을 받았던 곳.

 

 대구 단골식당의 돼지 불고기 제가 한번 먹어봤습니다.  

 

그간 이름은 여러 번 들어 본 대구 칠성시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조용필&위대한탄생 2015 첫 공연이 지난 주 토요일 대구 엑스코에서 있었다.

평소에는 늘 엑스코 근처에서 밥을 먹었는데 관광지 식단같은 음식들이 싫어서

이번에는 그곳만은 좀 피하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동생이 강력하게 백종원 3대 천왕에 소개된 곳이 대구에 있다며 가보고 싶어했다.

 

"어디에 있는 곳인데?"

"몰라, 식당 이름도 모르겠고 그냥 돼지 불고기다. 백종원 3대 천왕에 나왔다."

 

"뭣이라?"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난 한번도 백종원이 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도 없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다.

네이년에 물었다. '백종원 3대 천왕 대구 돼지불고기'로

 

야~~ 나도 블로그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블로그들 대단하다.

설명이 좌르르륵 쏟아진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동대구역에서 10분 거리, 칠성시장에서 엑스코까지 다시 10분거리,

이 정도면 줄서서 기다린다고 해도 공연시간 전까지는 큰 무리가 없을 듯 했다.

 

그리하여 공사로 여전히 복잡한 동대구역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와 도착한 칠성시장.

혹시나 싶어 주차를 하면서 주차요원에게 물어보니 단번에 설명을 좌악~~

'아하하 유명한 집인가봐'  이러면서 시장골목으로 접어 들었는데...

 

어머나~~ 이게 웬 족발골목인고....

 

주차요원 아저씨께 안 물었다면 혹 길을 잘 못 든건 아닌지 고민했을텐데

아저씨가 일러준대로 의심없이 찾아가니

저 멀리서도 사람이 줄을 서 있어서 바로 알아차렸다.

 

게다가 가게 앞에 온통 플랫카드가~

방송을 봤다는 동생은 플랫카드에 있는 사진을 보더니 이 집이 맞다고 했다. 

 

일단 자리가 없어서 잠시 기다려야했다.

 

가게 입구에서는 연탄 화로 세 개가 놓인 불 앞에서 열심히 돼지 불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잠시 서서 구경을 하는데 연탄불의 향연이 시작됐다.

 

촤르르 촤르르 촤르르 하다가 순식간에 불이 확!!! 피어 올랐다.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이 몸이 뒤로 물러날 정도건만

얼마나 많은 불 앞에서 세월을 보낸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열심히

고기를 굽고 계신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연탄 불 위에 고기가 올라간 순간부터 다 익을 때까지

한 순간도 쉴틈없이 연탄불이 고기 사이로 녹아들고 있는 중이다.

 

백종원씨 설명에 의하면 참숯보다 연탄불 구이가 더 맛있는데

그 이유가 육즙이 떨어져도 온도 변화가 없고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란다.  

 

 이게 한 접시 1인분, 정말 착한 가격 5천원이다.

 

 불 맛 솔솔나는 돼지 불고기가 내 앞을 지나가는데 

오늘 첫 끼니가 될 음식 앞에 갑자기 허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래된 집이라고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낡은 것이 더 입맛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시장의 밥집이다.

칠성시장의 건물구조가 정말 요상해서 안쪽으로 2층이 또 있었다.

이곳에서 밥을 먹을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날 따라 단체 손님 20명이 한꺼번에 왔다며

더욱 분주해진 탓에 옆집 족발집으로 안내됐다.

 

알고 보니 옆집의 족발집도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원래도 유명한 곳이었는데 방송 타고 난 다음에 더 유명해져서

족발집의 공간까지 단골식당의 돼지불고기 손님이 차지하고 있는 듯 했다.

 

정수기가 따로 있었지만 사람들이 미어 터지니 정수기를 감당하지 못해

생수병이 물병을 대신할 정도였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 간단한 차림새의 한 상이 우리 앞에 놓였다.

된장국과 밑반찬이라곤 상추 겉절이와 김치 그리고 곁들이게 되는 깻잎과

양념장으로 마늘, 새우젓, 된장, 간장이 전부인 단촐한 밥상이다.  

 

그런데 이 한 상이 나오기까지 자리에 앉고도 30분이나 걸렸다.

이윤즉슨, 자리를 안내해 주신 분과 서빙하는 분이 달라서 들어오는 순서가 어긋났고

식당에 앉은 다른 손님들 상이 모두 차려질때까지 제일 먼저 앉은 우리 순서가 밀렸던 것.

 

배는 고프지 음식은 안나오지 살짝 볼멘소리가 나오려는 찰라,

옆에 앉은 단골로 추정되는 아저씨들이

 

"아이고.. 아가씨들이 우리보다 먼저 왔는데

이거 미안해서 어짜노.

경상도는 막 빨리 달라고 큰 소리치고 성질내야 함더.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카이.

아줌마. 거 여가 우리보다 먼저 왔심데이.

여 먼저 주소!!! "

 

이러면서 본인들이 아줌마들을 붙잡고 한 소리하시며 이쪽을 먼저 챙기라며 거드셨다.

아마도 단골분들이라 이곳 분들하고 허물없이 대하는 모양새도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 훈훈했다.

 

그리하여 득달같이 우리 상에 올려진 돼지 불고기.

소불고기 맛은 어떤지 비교해보려고 소불고기도 시키려고 했으나

요즘은 너무 바빠서 돼지불고기만 하신다고~

 

기름 좌르르 흐르는 비주얼보다 돼지고기에 베인 불 맛이 먼저 닿았다. 

 

 지난 주에 몸이 많이 아파서 일주일 내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컨디션 100% 회복이 아닌 상태라

내심은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대신 기름기 흐르는 고기가 본의 아니게 다 저녁에 첫 끼라는 것이 심히 부담스러웠으나

동생이 그렇게 먹고 싶다던 돼지 불고기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마음과 달리 불맛이 코 끝을 강하게 자극하니 조건반사적으로 군침이 흘러주시고~~

 

 깨잎에 불 맛이 잘 베인 돼지 불고기 올려주시고 새우젓에 쌈장까지 올려주시고

들어간다 들어간다 들어간다~~~

 

호로록 호로록~~ 

 

가히 깊에 배인 불 맛은 일품이었고 불 맛에 취하는 맛이었다.

 

다시 쌈장만 올려서 들어간다 들어간다 들어간다~

 

호로록 호로록~~

 

이젠 마지막으로 간장에 푹욱 찍어서!!!

 

역시 깻잎에 척! 하고 올려주니..

 

이 집은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대로다!!!

 

게다가 정말 정신없어 보였던 상추 겉절이.

이거 두 접시나 갖다 먹을만큼 정말 맛있었다.

뜨끈뜨끈한 돼지 불고기에 달콤 시원 쌉싸름한 상추 겉절이의 궁합은 환상이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돼지불백맛이 어떠냐고 동생에게 물었더니 첫 마디가

 

"엄마가 옛날에 연탄불에 구워주던 고기맛하고 똑같다." 는

기상천외한 답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아! 그래. 엄마가 고추장불고기 대신 이렇게 구워주곤 했었지.' 싶었다.

그리 생각하니  불 맛이 엄청 강하게 배여 있어 좋긴한데

사실 내 입 맛에는 이거 먹자고 굳이 대구까지 올 정도는 아니다 싶었던 돼지 불고기가

뭔가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건 바로 ’평범함속의 비범함’ 이었던 것.

온통 돼지족발인 이 골목에서 이집만 유일하게 돼지불고기를 메뉴로 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옆 집 한 곳도 있었다.) 

 

취재 근성 생겨서 물어보니 원래는 이 골목이 전체가 돼지 불고기 골목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 곳, 두 곳 족발집으로 바뀌더니 족발 골목이 돼버렸다고 하면서

"우리 집만 살아 남았어요." 라며 자부심으로 물기 촉촉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한 그릇 뚝딱 헤치우고 밖으로 나가니

 

올해로 54년째 이 집의 연탄불은 꺼지지 않고 

지금은 연로하신 시어머니 대신 이제는 시이모와 며느리가 그 가게를 물려받아

쉴 새 없이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요즘은 가게가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을 유지한다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게다가 요즘의 사회구조는 숙련된 장인보다는 젊은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

 

연륜과 엄청난 내공이 쌓여 만들어지는 음식은

젊은 사람들이 1,2년으로는 절대로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그게 비단 음식만이겠는가.

 

즐비한 족발집 사이에서 가히 대구 칠성시장의 자존심이자 지역주민이 보증하고 있는

50년의 궁극의 불맛을 가진 단골식당의 돼지불고기 한 끼를 두고 괜히 심각해졌다.

 

 

덧,

2인분이면 충분하다는 나와 달리 혹시 먹다가 더 먹고 싶을 경우

다시 시키면 흐름이 끊어져서 맛이 없다는 동생과 실갱이 끝에 3인분을 시켰다.

백종원은 동생을 없는 식탐도 생길만큼 현혹시킨 ㅎㅎㅎ

 

결국 둘 다 1인분도 겨우 먹고 고스란히 남은 1인분때문에

티격태격하며 억지로 먹긴 다 먹었는데 고기에 불 맛이 어찌나 배였던지

그날 새벽녘까지 내내 몸 속에서 불 맛이 올라오는 통에 아주 혼구녕이 났다.

 

개인적인 총평은 동생말마따나 엄마 돼지불고기 기억이 더해져서 좋았지만

한번쯤은 먹어 볼만한데 그냥 한 번 먹어 본 걸로 족한 내 입맛이다.

 다음에 다시 대구를 가면 또 갈지는 미지수.

 

하지만,

밥 먹고 있는데 옆사람이 막 말거는 것도 서울에선 실종된 모습인지라

오랜만에 사람 사는 세상같은 시장 밥 집 분위기에

  경상도 특유의 틱틱거림 속에 묻어나는 정이 더해진 불맛은 꽤 오랫동안 기억될 듯하다. 

 

그 집 참 좋았어! 라고 말이다.

 

공감 꾹!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