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청산도] EBS 하나뿐인 지구

작은천국 2016. 4. 15. 07:00

[청산도] EBS  하나뿐인 지구

청산도 슬로길, 지리산 둘레길, 서울 둘레길

 

길, 자연과 사람을 잇다.

 

 

※ 아래 링크나 사진을 누르시면 엄청난(ㅎㅎ) 예고편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home.ebs.co.kr/hana/board/10/10025226/view/10007010655?c.page=1&hmpMnuId=102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20대 국회의원 투표일이었던 지난 4월 13일(수)

<EBS 하나뿐인 지구> 길, 자연과 사람을 잇다.

종편(종합편집)이 있어 다녀왔다.

 

 비가 내리고 나니 하늘을 뒤덮고 있는 나무에는 물이 오르는 중이고 

온통 연두연두한 아침이 싱그러웠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청산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병연 PD님이 종편에 같이 참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실제 방송까지는 촬영 외에도 다양한 후반 작업을 거치는데

촬영을 마치고 난 다음 편집본으로 방송국 안에서 내부시사를 마치면 의견을 반영해

종편을 하게 되고 이 종편이 본방송으로 나가게 된다고 했다.

집에서 방송으로 봐도 상관은 없지만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욕심일 뿐 방송 관계자가 아니면

 아무리 출연자라고 하더라도 종편을 볼 수 있는 건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했다.  

심지어 방송작가였던 후배는 종편 간다는 내 말에 "출연자가 종편을 본다고?" 라며 다소 의아했다.

 

유시진 대위의 말처럼 그 어려운 걸 김병연 PD님이 해냈고(^^)

그 배려 덕분에 편집실에서 최종 작업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모니터에서 같은 영상이 돌아가고 화면에는 내 얼굴이 나오는데

내가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청산도를 걸었던 시간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우씨, 편집 방송 보다가 내가 울컥할 줄이야..

 

 계절이 빨라도 너무 빠른 탓에 기획 의도였던 '한국의 봄을 걷다.'  대신

'길, 자연과 사람을 잇다.'로 조금 변경됐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았다.

 

게다가 내 속을 들여다본 것 같은 이지아 작가님의 맛깔나는 글솜씨에

어우러지는 서울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그리고 청산도 슬로길의 풍경.

아~ 좋은데 정말 좋은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

 

오늘 저녁 8시 50분 본 방송에서 꼬옥 확인하시길^^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청산도.

청산도를 좀 더 특별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개인 여행이 아니기에 방송 촬영을 하면서 청산도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는 일.

대신, 조심스럽게 방송 촬영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다.

촬영하다 보면 예민해질 수도 있고 또 그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수 있기에. 

 

감독님은 본인도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별로 없다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나에게는 또 다른 모습의 작업인 셈!

 

그렇게 우리는 청산도를 향해 먼 길을 떠났다.

 

완도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청산도까지는 배로 약 50여 분. 

운전기사님의 특급 운전 실력 덕분에 여유있게 완도연안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촬영장비와 개인 짐들이 잔뜩 실린 승합차.

 

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대합실에서는 재미있는 광경을 만났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은 청산도 어르신들의 일상복도 점령.

똑같은 헤어 스타일, 똑같은 색깔, 똑같은 아웃도어! 

이 놀라운 현상에 외국 사람들은 십중팔구 경악하겠지만

이것도 엄연히 한국의 문화지 않은가.

 

드디어 슬로시티 청산행 배에 올랐다. ~

 

붉은 노을이 청산도행을 반긴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빨리 친해져야 결과물도 좋다는 건 만고의 진리.

오늘 처음 본 사람들과 어색함을 가장 빨리 푸는 건 대화와 인증샷!

 

청산도가 설레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강성필 조연출의 요염한 엉덩이를 한껏 부각하며 신났다.  

 

그렇게 한바탕 즐거운 시간이 지나고 다시 고요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청산도에 역사적인 첫발을 딛는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 저녁이 돼서야 청산도 도착.

피곤할 법도 한데 생각보다 눈이 일찍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맨발로 밖으로 나갔다.

 

왼쪽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산이 둘러싸고 있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잔잔한 바람이 반기는 청산도. 

 

청산에 살으리랏다.

 

돌담길이 아름다운 상서마을에서 첫 촬영이 시작됐다.

 

옛 담장이 매력적인 상서마을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청산도 안에서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알록달록하면서도 나트막한 지붕,

닭과 참새가 공존하고 염소 우는 소리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담장을 타고 흐른다.

 

담장마저도 느린 상서마을의 풍경을 담고 있는

김병연 PD님과 강성필 조연출

 

 

 

"거기서 기다려요. 신호 주면 그때 걸어오세요~"

 

딱히 촬영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외에는 특별한 설정도 없고

평소에 내가 길을 걷는 대로 걸어가며 내가 슬로길을 걸으며 느끼는 생각들을 담아낸다.

 

 

자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

촬영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차를 타고 이동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스텝들과 함께 걸어서 다음 촬영장소로 이동~

 

 

박소영 작가님도 예외일 수가 없다. ^^

 

 

속의 섬 같은 새목아지는 새의 모양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청산도의 풍경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과 절경에 놀랐다.

더 놀란 건 인터뷰 영상 찍으며 바람 얘기를 하는데 딱 그때 바람이 어찌나 불어주시는지^^

 

개인적으로는 새목아지의 기운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고

촬영을 끝내고 섬을 나오니 다리에 힘이 쑥- 빠지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다가 무심히 발밑을 내려다보니 수직의 기암절벽!!

촬영할 때 좋은 그림을 위해서라면 겁도 없고 용감해지는 것 같다.   

 

 

 

이런 멋진 풍경을 드론이 놓칠 리가 있나.  드론은 힘차게 날았다.

 

청산도 슬로길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서편제 길은

우리나라에서 최초 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의 촬영장소다.

유채꽃 길이 아름다운 곳에 봄의 왈츠 세트장이 있어

청산도의 대표적인 풍경일뿐 만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이곳을 찍을 때 날씨가 좋기를 기대했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의 날씨가 아니어서

촬영을 해 놓고도 감독님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청산도를 떠나는 날 마지막 날 그렇게 원하던 날씨가 되었고 재촬영~

 

 

 

이 코스를 찍을 때도 청산도 배가 들어오는 항구에서부터

서편제 길까지 걸어서 이동하며 하루 종일 촬영이 이어졌다.  

 

내가 걸어가는 장면 촬영을 마치고 사람들을 기다리며 그들 촬영 모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들 손을 흔들고~~^^

 

또 다음 장소까지 걸어서~

 

 

인터뷰를 촬영할 때 사용했던 오스모.

DSLR이 걸으면서 촬영하면 아무래도 화면이 떨리기 마련인데

외계인 눈같이 생긴 이 장비는 그런 결점을 100% 보안~

 

스마트폰 앱을 연동하면 촬영되고 있는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 아~ 영상에는 이렇게 담기는군요!~~"

 

영상으로도 기록하고, 사진으로도 기록하고^^

 

이번에 드론 촬영이 꽤 있었는데 드론 영상이 있고 없고에 따라

영상의 완성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실감했다.   

 

 

 

드론이 날기 시작하면 감독님은 드론 조종, 다른 사람들은 드론이 잘 날고 있는지

일제히 드론을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여주시고 ^^

  

드론 내립니다.~~

 

이번 방송에는 통편집돼서 볼 수 없는 범바위 풍경~

 

우리가 촬영할 동안 박소영은 작가님은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리고,

 

 새끼 제비가 어미 제비를 기다리며 목을 빼듯~ ^^

 

청산도 날씨가 좋기를 기대했지만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데 청산도만 일을 안 한다고 웃스개 소리가 나왔으니.

 

 이틀 연속 노을 촬영을 위해 바다를 찾았고

타임랩스 설치를 했지만 원하던 장면은 얻지 못했다. 

 

지리산 둘레길 현천마을 타임랩스 장면을 보니 나 역시 아쉽긴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 날에는 이 정도의 일몰을 볼 수 있음도 고마웠다.

개인적으로는 노을길이라 이름 붙은 지리 청송해변이 정말 좋았다.

 

 

태안의 꾸지나무골 해수욕장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름드리 소나무는 지리 청송해변만 못하지만.

 

이곳에서 마지막 씬 촬영을 하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초등학교 다닐 때 누구나 그런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나른한 오후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오렌지빛 석양을 아침이라 착각하고 화들짝 놀라 학교로 달려간 기억을 말이다.

이 어이없는 헤프닝은 가족들에게 두고두고 놀림감이 됐었다.

 

그런데 문득 이 바닷가에서 그 오래전 기억이 갑자기 떠오를 줄이야. 

'그래, 그때가 아마도 이맘때 즈음이었을 거야.'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그렇게 내게 훅- 다가왔고 괜히 울컥- .

 

청산도는 그렇게 무의식 속에서 꿈틀거리며 조각조각 울컥 거리는 기억을 끄집어 내게 하는 곳이었다.

 

마지막 씬 촬영의 모습.

인터뷰할 때는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났는데 편집된 걸 보니 새삼스러웠다. *^^*

 

그렇게 4일의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고 서울로 떠나야 할 금요일이 돼서야 비로소

산도, 하늘도, 바다도 푸르다는 청산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찍어 놓은 화면 중에 아쉽다 싶은 장면 보충을 위해 배 타기 전까지 숨 가쁜 촬영이 이어졌다.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시간에 맞춰야 하니

청산도 항구 보충촬영을 위한 드론이 마지막으로 날았다.

 

"감독님, 마지막 드론은 제가 잡아 볼게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과 함께 기념촬영!  

일주일 동안 청산도에 머물며 청산도 슬로길 촬영이 모두 끝났다. 

 

느리고 천천히 걸으며 만났던 청산도의 하늘, 바다, 산 그리고 바람.

 

다양한 장면을 담기 위해 걸었던 길을 반복해서 걸어야 했음에도

청산도 슬로길이 가진 좋은 기운은 걷는 순간마다 저절로 몰입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길은 걸어보지 않고서는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진정 모른다. 

산티아고와도 닮은 그 길은 이 봄 나에게 행복한 봄을 선물해 주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모습의 리더십을 가진 김병연 PD.

큰 체구에 섬세한 반전 매력을 가진 강성필 조연출.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늘 세심하게 신경 써준 박소영 작가.

 

이분들과 함께 청산도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내게 또 다른 행운이었다. 

 


 

짧아서 더욱 아쉬운 봄에 찾아온 이벤트 같았던

 청산도 슬로길 + EBS 하나뿐인 지구.

 그 덕분에 청산도의 아름다운 봄을 원없이 누렸다.

 

방송 출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호들갑스러워할 필요도,

그렇다고 굳이 무덤덤한 척도 아닌 이런 상황을 적당히 즐기고 있다.  

선물 같았던 봄날의 이벤트는 끝났고 이 봄은 잊지 못할 봄이 됐다.

 

그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봄에 안녕을 고하며..

 

So goodbye yellow brick road

 

 

이번 방송에 함께 보게될 지리산 둘레길 중 일부도 같은 시기에 나도 걸었다.

그 길은 아래 링크에서~

http://blog.daum.net/chnagk/11264998

 


 

<EBS 하나뿐인 지구> '길, 자연과 사람을 잇다'

 

다시보기  ☞  http://www.ebs.co.kr/tv/show?prodId=439&lectId=10494362 

 

 

 

<김윤아 봄날은 간다>

19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