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제주여행]서우봉 넘으니 에머랄드 봄이 기다리고 있었네

작은천국 2015. 4. 9. 07:00

[제주여행]서우봉 넘으니 에머랄드 봄이 기다리고 있었네

 

 

가야할 곳이 많은 제주여행.

 

그중에서도 제주 서우봉이 위치하고 있는 함덕 해수욕장은

고운 흰 모래사장과 더불어 에머랄드 물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런 함덕해수욕장을 멀리서 한눈에 품을 수 있는 곳.

바로 서우봉이다.

 

이미 함덕해수욕장을 가 본 적이 있기에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여행이었다면

그저 함덕해수욕장에서 머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봉에서 내려다 본 함덕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경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제주의 봄날은 오래도록 여운에 남을 듯 하다.

 

서우봉은 함덕해수욕장의 오른쪽으로  망오름이 있는 봉우리로

 올레 19코스인 조천에서 김녕까지 걷게되면 이 코스를 걷게 된다.   

 

제주생태관광에서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인 '이을락'이 북촌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북촌포구에서 서우봉을 넘어 함덕해수욕장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드리운 이을락의 진입로는

지리산 산골마을에 들어서는 착각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소나무향을 맡으며 출~~바~~~알!!!

 

이을락에서 북촌포구까지 약 10분 여 남짓.

어느새 보리가 쑥쑥 자라고 있다.

 

애초의 계획은 서우봉으로 갈 생각은 아니었고 도로를 따라 걷다가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우회도로를 걸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주생태관광 고제량 대표님은 서우봉이 그리 높지않고

2시간 정도면 충분한 곳이니 꼭 걸어보라고 추천하시며

더불어 북촌에 살고 있지만 그 풍경은 어디 내어 놓아도 아깝지 않은 풍경이라고 강조하셨다. 

 

이 때 얇은 귀는 상당히 도움이^^ 

 

올레 표식을 따라 오른쪽 바닷길을 걸어가면 김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은 다음 번에 다른 포스팅으로 소개하겠다.

 

서우봉은 북촌 포구에서 왼쪽으로 경사진 언덕길을 따라가면 된다.

 

물론 올레표식이 있으니 길을 헤맬 필요는 없다.

 

북촌포구의 물빛 역시 매혹적이다.

남쪽의 서귀포 등에 비해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북촌포구.

조용함과 고요함이 좋았고 제주스러움이 한껏 남아 있어 더욱 좋았다.

이곳 역시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그건 다음 기회에 확인해보는 걸로~

 

차를 렌트해 다녔다면 북촌포구의 물회비빔밥은 먹었을지언정

북촌포구는 예사로이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머물러야,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은 비단 '꽃' 만이 아니다.

 

비탈길에도 요리조리 보리농사가 지어지고 있다.

 

호젓한 길을 얼마 걷지 않아 능선에 올라선다.

 

 

저 바다가 어떤 발톱을 숨겨 놓고 있는지 바람 부는 날에만 확인이 가능하고

 

여느 때 처럼 잔잔한 바다는 고운 미소를 드리울 뿐..

 

거센 파도가 치면 어떤가.

 

늘 그렇듯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다아~ 아름답기에~

 

 

사뿐거리며 사방을 살피며서 걸어도  

고제량 대표님 말씀처럼 그리 힘들지 않게 봉우리 정상에 올라설 수 있는 길이었다.

 

그리고 서우봉 산책로로 바로 이어진다.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름답다'는 추상성은  선입견을 갖지 않는 바,

경치에 대한 기대보다는 서우봉 산책로 표지판을 만나고 나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몇 걸음 옮기지 않아 일몰지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몇 발자욱 걷자마자 감탄사는 절로 터져나왔다.

 

 

이런 풍경이었단 말이야!!!!

우와~~ 우와~~~ 우와~~~

감탄사가 끝도 없이 터져 나왔다.

 

흰색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모래의 색깔과

에머랄드 색깔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바다의 색깔과

그 뒤로 펼쳐지고 있는 제주의 오름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앞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렇게 한참을 넋을 빼고 감상모드에 돌입했다.

 

역시 일몰지점을 가지고 있는 서우봉이니 기회되면 다음에 오래도록

노을이 지는 풍경 역시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우거진 숲길을 지나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올라온 길이 다소 완만한 경사였다면 내려가는 길은 꽤 경사가 있는 편이라

함덕 해수욕장에서 서우봉을 오른다면 땀을 뻘뻘 흘려야 할 정도였다.

 

길을 갈수록 함덕해수욕장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바다 색깔과 어우러지는 초록과 유채의 노란색은 파스텔 물감을 곳곳에 뿌려놓은 듯하다.  

 

망오름의 갈림길에 도착해서 망오름을 갔다올까 조금 망설였지만

서우봉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는 걸로 정했다.  

 

그것은 바로 유채꽃이 피어있는 서우봉 둘레길을 걸어보기 위해서였다.

 

노오란 유채꽃은 봄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터

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녀자~~ 우후훗!

 

바다와 접하고 있는 노오란 유채가 이끈는 길~ 왠지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바다와 접하고 있는 아래 쪽은 해안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는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시원함이 전해져온다.

 

둘레길은 약간 심심한듯하면서도 심심할 틈을 안 주었다.

 

한 문장 한 단어 곱씹고 되새기며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서우봉 둘레길이었다.

기대하지 않은 풍경과 기대하지 않은 길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세지.

 

물빛은 한없이 깊었고

 

노란 유채꽃 마저도 사랑스러워보였고

 

언덕에 풀어놓은 말과 송아지는 한없이 평화로웠다. 

 

길이 건네는 위로를 받으며 볕이 잘드는 양지바른 곳에 놓여진 의자는 내 집 앞마당이고

 그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었다.  

 

 

그렇게 다음을 위한 쉼표의 시간은 어느새 내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다시  함덕해수욕장으로 걸어가는 길

바닷가 산책로는 큰 의미가 없어 함덕해수욕장으로 바로 내려갔다.

 

서우봉의 산책로가 뒤로 보인다.  

 

올레 19코스에 위치한 서우봉이다.

 함덕해수욕장은 야영장과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있어

여름 휴양지로는 인기만점인 스폿이겠지만 시끌벅적한 해수욕장의 풍경은 피하고 싶을 뿐 ^^

 

서우봉은 점점 멀어지고

 

쉼터에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함덕해수욕장이다.  

 

 으아~~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함덕해수욕장!! 

 

뭔지 모르게 참 알듯말듯한 함덕해수욕장의 조형물들~ 

 

 

끝없이 펼쳐진 모래 백사장은 언제나 여운을 남긴다.  

 

살찐 물소가 뭍으로 기어올라가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이름붙여진 서우봉인데

멀리서 보니 그런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함덕해수욕장에 머물기만 했다면 그저 예쁜 해수욕장에 지나지 않았을 터.

 

 두 발로 길을 걸었다는 것은 그런것이다.

 

흔히 보았던 파도마저도, 파도마저도 감동스러운 것. 

  

 낫과 호미만을 가지고 2003년부터 2년에 걸쳐 길을 조성하고

서우봉 길을 내어준 함덕리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 한 가득이다.

 

이 멋진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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