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북한산 원효봉] 봄이다. 산이 부른다.

작은천국 2015. 3. 26. 06:30

[북한산 원효봉] 봄이다. 산이 부른다.

 

 

지난 주말 북한산 원효봉을 다녀왔다.

 

겨우내 얼어있던 산은 완연한 봄을 느끼기엔 다소 이른 봄이지만 

문턱으로 넘어오는 봄의 기운은 점점이 번져간다.

아침공기가 하루가 다르게 나른해지는 것을 보면 바야흐로 봄인게야.

이런 계절엔 이상하게 산에 가고 싶어진다.

 

 집에서도 보이는 북한산이 멀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백운대와 인수봉, 그리고 만경대가 큰 삼각형으로 놓여 있다고 해서

삼각산으로 불리는 북한산!

북한산은 아름다운 봉우리를 여럿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원효봉을 이번 산행의 목적지로 삼았다. 

 

그나마 북한산 중에 그리 높지 않고 산행시간이 길지않아

느긋한 걸음으로도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북한산 원효봉이었다.

 

 산이 부르는 봄이니 응당 응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북한산의 원효봉으로 향하는 길은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잡았다.

집에서 차로 30여분이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이라 북한산의 다른 곳보다

이 부근 일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 코스로 등산을 몇 번 해봤으나 원효봉은 길을 잘못들기도 했고

혹은 코스가 짧아서 마음만 먹고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아예 원효봉으로 작정을 하고 나선 길,

애매하게 길을 잘 못 들어 백운대로 향하는 실수를 피하지 않기위해 지도를 보고 또 보고~

 

오랫만에 왔더니 계곡 입구 초입의 음식점들을 모두 정비했고 북한산 둘레길로도 연결돼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원효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안내판에 표시된 네 개의 봉우리들.

일전에 이곳에서 가볍게 출발해 길을 나섰다가 문수봉과 비봉까지 가느라 완전 뻗었던 어느 봄날도 있었다.

그날의 북한산은 여기에서~ http://blog.daum.net/chnagk/11263745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포근한 휴일은 아침이었더라면 엄청난 사람으로 붐빌터.

너무 운동을 안한 저질체력은 무리가 될 수 있어 이번에는 가볍게 원효봉까지만 가는 걸로 코스로 잡았기에

집에서 느긋하게 11시를 넘겨 부담없이 출발했다.

 

그래도 아직은 이른 봄이라 스산한 느낌이다.

3월이 봄이라고 하지만 음력으로 치면 아직은 정월인지라

절기상으로 봄이라고 하기엔 온도차가 있다.

그래서인지 3월은 엄격하게 따지면 겨울 끝자락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북한산에 관한 역사 해설을 듣는 것도 좋겠다.

 

아직까지는 산책로같은 길을 걷는다.

 

약간 오르막이 있긴하지만 무난한 편~

 

사실, 4월 혹은 5월 온 산이 분홍색으로 물드는 계절에 더 자주 찾는 북한산이건만,

3월에 서둘러 북한산을 찾은 건 순전히 오빠때문이었다.

 

올케와 조카들이 따라가지 않겠다고 해서 겨울 내내 혼자 북한산 등산을 다닌 오빠는

꼼짝도 못하는 내 사정을 위로해준다는 차원으로 친절하게도

매주 실시간으로 북한산 등산 중계방송을 해댔지만 그건 고문에 가까웠다.

 

급기야 원고 작업이 끝나면 제일 먼저 등산을 가겠다는 결심으로~

올케와 조카들은 봄이 됐지만 여전히 따라나서지 않았고

오빠와 둘이서 등산을~

 

오호호호~~~ 청둥오리가 있었구나!!

 

얼어있던 계곡에도 봄이 흘러가고 있다.

 

한참을 올라오니 정면으로 원효봉이 버티고 서 있고

아까는 보이지 않던 염초봉이 나타났다.

 

예전에는 음식점들이 잔뜩 있어서 마땅찮았는데 둘레길덕분에 갈끔하게 정비가 돼 있어서 좋았다. 

간이로 원효봉이라고 써 놓았던 표지판대신 깔끔한 안내판으로 교체~

 

워낙 늦게 출발한 탓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따로 점심을 준비하지말고 가서 간단하게 김밥을 사먹자고 했으나 

유부초밥이 먹고 싶어서 급하게 후다닥 준비한 유부초밥으로 간단히 점심 해결~  

 

그리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덩그러니 상운사를 지나니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을같은 느낌이 물씬~

 

늦게 출발하니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아침 일찍 등산을 시작하신 분들은 이미 하산을~ 

 

원효봉까지 이르는 길은 다양한 길들이 나타나며 지루할 틈이 없다.

 

본격적인 원효봉 등산이 시작되는 길목에는 막존지해(莫存知解) 라고 쓰여진 나무 기둥이 있다.

그런데 이게 뭔가 해서 보니 옆에 다른 나무 기둥이 있는데 밑둥이 썩어서 쓰러져 버렸는데

이 두 나무 기둥의 문장을 조합하면 바로,

 ‘입차문내 막존지해(入此門內 莫存知解: 이 문을 들어서면 알음알이를 지니지 마라).’였다.

 

불교 선종의 가르침으로굳이 풀어보자면 세상의 지식들에 분별하는 마음을 버리고 겸허한 자세를 지닐때

비로소 일체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정도로 풀이되는 듯 했다.

 

 지식의 눈으로 깨닫기 보다 진정한 마음으로 깨닫는 것이야 말로 진짜인 것!

때론 지식의 눈으로 그것밖에 보지 못하는 것 또한 인간이니...

지식으로 안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모르는 것이던가.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지지만 이 정도면 북한산에서는 쉬운 편이지 싶다.

 

엥? 웬 레일이지~ 백운대까지 물품을 실어나라는 것인가 라는 추정만 할뿐

도대체 어디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는 것인지는 궁금증으로~ 

 

이제 백운대와 원효봉의 또 한번의 갈림길~ 

 

길이 무난한 편이라 어린아이와 함께 가족들이 함께 등산을 오신 분들이 꽤 많았다.  

 

쉬엄쉬엄 한 계단 한 계단 꾹꾹 즈려밟고나니

 

어느새 북문에 도착했다.

 

 

북한산성에는 대서문, 대남문, 대동문, 대성문, 중성문, 북문 등 6개의 대문이 있는데 

북문의 경우 도성과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고 북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편이라

북문만 대(大)자를 붙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북문을 따라 얼마걷지 않으니 능선에 올라섰다.

 

그리고 눈앞에 삼각산의 두 봉우리인 백운대와 만경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미세먼지가 워낙 심한 날이었기에 북한산도 희끄무레~~

카메라의 특수 효과를 적용해봤다.

 

불과 1시간 정도의  가벼운 등산으로 수묵담채화같은 멋진 경치는 정말 예술이었다.

 

기념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경치에 감탄하면서

사진만 보면 히말라야 부럽지 않다며 온갖 포스로 설정샷을~

 

나 역시 북한산 봉우리들과 정면으로 마주보며~~

 

그렇게 한참을 시간을 보내고 북한산성을 따라 다시 길을 나섰다.

 

오호~ 있는 돌을 그대로 이용해 복원해 놓은 산성은 특이했다.

 

드디어 해발 505m의 원효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의 모습이다. 

 

오빠도 원효봉은 처음이라고 했다.

다른 봉우리에 비해 높지 않아 그동안 다녔던 북한산 봉우리를 자랑하더니

막상 원효봉에 올라 던진 한마디!
야!!!  내가 웬만하게 북한 봉우리 다 가봤는데 원효봉 경치가 최고다. !  라며~^^

 

 

원효봉에서는 꽤 많은 북한산의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그 봉우리들의 설명은 안내판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푸근한 곡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원효봉의 이름이 된 원효대사가 왜 이곳을 택했는지 짐작이 되고 남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도심에서 이런 명산을 가지고 있는 건 축복이다.

 

원효봉에서는 도심의 모습까지 함께 볼 수 있는데

워낙 미세먼지가 심했던지라 뿌연 날씨가 아쉬웠다.

 

그래서 흰구름 둥둥 떠 있는 맑은 날 다시 한번 오는 걸로~

아쉬움이 있어야 더욱 간절한것이니

 

자 이젠 하산할 시간~

 

원효봉에서 암벽 등반은 딱 한번!

 

쇠줄을 잡고 바위를 넘어야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낼 정도로 후덜덜하지만

 

 

건너편으로는 우리가 지난 온 길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치가 발 아래로 펼쳐진다.

 

다음에 원효봉을 오르게되면 오늘보다 이른 시간에 출발해 필히 정상에서 저 바위에 앉아

신선놀음하며 점심을 먹자고 다짐을 ^^

 

그땐 낮잠 한숨도 ~

 

내려가는 길도 완만한 편이긴 했지만

이 길로 올라왔으면 생각보다는 재미가 덜했을 듯했다.

 

이 길에 원효암이라는 조그만 암자가 있다고 했는데 딴 생각하느라 그냥 지나쳤으니

그것도 다음에는 한번 들러보는 걸로 ~

 

서암문으로 빠져 나간다.

암문은 비상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이자 구원병의 출입로로 사용됐으며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취약한 지점에 설치됐는데 서암문은 8개의 암문 중 하나다.  

서암문은 또 다른 용도가 있었는데 산성 안에서 죽은 사람은 대문이아닌

서암문을 통해 내보냈기에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라 해 시구문(屍口門)이라고도 불렀단다.

 

소나무가 많은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효자리(孝子里) 둘레길로 연결되는데 조선말의 효자 박태성(朴泰星)

지극한 효성에서 지명이 비롯됐으며 지금도 효자리에 고정때 세워진 정려비가 남아있단다.

 

길의 끝부분에 오니 엄청난 크기의 전나무 한 그루가 뒤덮고 있다.

 

그렇게 길을 내려오니 북한 둘레길 내시묘역길 구간과 만나졌다.

 

송추까지 이어진 내시묘역길이니 언제 한번 편안히 둘레길을 걸어도 좋다.

 

처음에 온 길로 향해가니 북한산 등반과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1타 2피가 됐다.

 

점심먹고 쉬엄쉬엄 걸어도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북한산 원효봉.

그 경치만큼은 어느 곳보다 못지 않았다.

 

희끄무레한 날씨 아쉬워 다음에 다시 오는 걸로~

 

그런데 아무래도 다음 등산은 진달래 능선이 될 확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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