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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벚꽃 명소] 불광천 벚꽃길, 매봉산 자락길, 서울월드컵 경기장 일대

작은천국 2016. 4. 11. 06:30

불광천 벚꽃길, 매봉산 자락길, 서울월드컵 경기장

동네에서 즐기는 서울 벚꽃 명소

 

 

서울의 공식 벚꽃 개화 시기 4월 6일.

평년보다 나흘이나 빠르게 개화했다.

개화 시기가 빠른 것도 빠른 것이지만

봄에 피는 꽃들이 순서 없이 앞다투어 피어있으니

좋기는커녕, 환경문제는 자처하고라도

그렇지 않아도 짧은 봄이 더 짧게 느껴지고 있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은

가을 단풍을 위해서는 도심을 떠나야 하는 것과 달리

봄의 꽃들은 굳이 도심을 떠나지 않아도

동네에서도 충분히 꽃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서울의 다른 동네도 그럴 것이다.

 

지방의 화려한 벚꽃 잔치 외에도

과천 현대미술관, 국립 현충원, 서대문 안산 등등

올해 가보려고 생각했던 서울의 벚꽃 명소들은

 벚꽃 개화가 너무 빠르기도 했고

개인 일정상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결국 내년으로 미뤘다.

 

그래도 동네 곳곳에서 꽃 잔치를 벌이고 있는 풍경을 놓치고 가는 건 좀 서운하다 싶어  

며칠 내내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있던 것을 멈추고 잠시 짬을 내어 동네 산책을 다녀왔다.

 

동네에도 손꼽히는 벚꽃 명소가 있음에도 

다른 동네 벚꽃에 홀리는 탓에 올해도 절정을 지나버렸다.

 

2016년의 봄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2017년의 봄이 오지 않겠는가.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일대

 

매주 K리그 경기가 열리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요즘은 주말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벚꽃 엔딩을 속 쓰리게 즐기는 솔로들 등등

참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동네 주민으로서는 큰 재미다.

그렇다고 구경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날씨만 좋다면야 돗자리와 1인용 의자를 들고 나가 집밥을 도시락처럼 먹고 온다.

그리고 좀 나른해지면 소나무에 기대 한숨 자고 오기도 하고

때때로 책 한 권 골라 들고 벚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괜히 분위기를 한 번 잡아보기도 하고...

출근하지 않는 프리랜서의 삶은 24시간이 일모드가 되기도 하지만 일 모드가 아닌 경우에는

서울에서도 충분히 자연인처럼 살아갈 수 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

그게 가능한 건, 집만 벗어나면 환상적인 봄을 만날 수 있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매봉산 + 매봉산 자락길

 

내가 동네 주민이 아니었다면 기껏해야 서울 월드컵 경기장과 하늘공원 정도만 알았을 것이다.

공식적인 명칭인 월드컵 공원은 공원만 5개다.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 공원, 한강 난지공원.

공원마다 규모가 너무 커서 5개의 공원은 하루에 모두 돌아보는 게 힘들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는 자전거는 필수다.

그런데 요즘은 공원보다 더 자주 가는 곳이 있으니 바로 매봉산이다.

월드컵 경기장 서쪽 출입구 건너편에 있는 산이 매봉산으로 내가 처음에 이사 올 때만 하더라도

완전히 야산이라 접근이 그리 쉬운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석유비축기지까지 있어 더 그랬다.

지금은 매봉산이 산책로가 모두 조성되어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산의 이름이 매봉산인 이유는 산 위에서 매사냥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면서 석유비축기지는 용인으로 이전했고 현재 석유비축기지는

공연장 등의 문화공간으로 변신할 예정이라 한창 공사 중에 있다.

 

도로와 바로 접하고 있는 매봉산이지만 산에 들어서는 순간, 서울 도심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숲의 느낌을 주는 곳이고 해발 100m밖에 되지 않아 20분 정도만 걸으면 매봉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전망대에서는 월드컵 경기장은 물론이고 확 트인 조망권이 압권인데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ㅠㅠ

매봉산의 반대편으로는 상암지구의 아파트들이 접하고 있어 아파트 주민들이 사랑하는 매봉산이다.

 

5월, 연초록이 시작되는 계절이면 나는 매일 아침 무조건 매봉산으로 간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다면 나는 온종일 매봉산에 보낸다.

산은 하나인데 매봉산자락길, 난지생명길, 마포구 걷고 싶은 길 등 여러 길이 있다.

어떤 구간은 무장애길이 조성되어 있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도 많고

숲속 도서관도 2개나 있어 맹꽁이나 새소리 들으며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야생화는 또 어찌나 많은지 그중에 최고는 어떤 고급진 향수도 흉내 낼 수 없는 은방울꽃 군락지가 있다는 사실!!! 

(은방울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 )

 

이번에 매봉산에 가보니 꽃이 이미 지기시작했고 5월초나 시작될 연초록의 봄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ㅠㅠ

이상기온이 확실하다. 계절이 빨라도 너무 빠른 2016년의 봄. 넌 반칙이야....

 

 

 

 

 

 

 

 

 

 

 

 

 

 

 

 

 

 

 

 

 

불광천 벚꽃길

해마다 봄이면 서울시에서는 벚꽃길 명소를 발표한다.

순서를 어떻게 매기던 그 순위만 바뀔 뿐 불광천 벚꽃길은 늘 빠지지 않는다.

굳이 사람이 미어터지는 여의도 벚꽃축제를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불광천 벚꽃길 만으로도 벚꽃 구경은 충분하다.  

불광천 벚꽃길에도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소박하게나마 벚꽃축가 열린다.

무엇보다 불광천은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 코스가 지나간다.

집을 나서면 불광천이 있으니 나의 경우는 집 나서면 서울둘레길을 걷게 되는 셈이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마트에 갈 때도 서울 둘레길을 걷게 되는 셈이라 

이런 일상이 꽤 멋지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벚꽃은 비오면 속절없이 지는 꽃이라 지난 주 비온 탓에 절정은 지났지만

그래도 벚꽃 터널을 걷는 기분은 좋았다.

증산역과 새절역 사이의 벚꽃이 가장 촘촘해 환상적이지만

이미 서울월드컵 경기장 일대와 매봉산을 돌고난 뒤 증산역까지 걸어온 터라

다시 되돌아 갈 걸 생각하니 새절역까지 가지 않고 증산역에서 마무리 했다.

평소에는 월드컵 경기장역에서 응암역까지는 대체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편이지만

봄에는 자전거 대신 무조건 걷는다.

이 멋진 길을 자전거 타고 휙휙- 지나가기는 너무 아깝잖아~~

 

 

 

 

 

 

 

 

 

 

 

 

 

 

 

 

 

 

청춘 = 봄 그리고 참 좋을 때.

 

소녀들은 벚꽃을 머리에 신고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하하하, 호호호, 까르르르, 까르르르,

흔히 계절을 시간에 비유하곤 하는데 봄은 청춘의 계절이다.

이미 봄을 지난 계절에 머물고 있는 나.

한때는 '청춘'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마음이 청춘인 것과 몸이 청춘인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마침, 벚꽃을 배경으로 배우 유연석 씨가 광고로 추정되는 촬영이 한창이었다.

내 눈에는 배우 유연석 씨보다 그녀들에게 훨씬 더 끌렸다.

그렇게 그녀들의 행동을 지켜보다 보니 이래도 저래도 세 명이 한 번에 사진을 찍는 건 어려워 보였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선뜻 응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들은 지치지도 않고 까르르, 까르르, 까르르.

직업 정신 발휘해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어 줬다.

그녀들은 내가 찍은 사진을 보자마자

"와~ 인생샷이다." 라며 또 까르르, 까르르, 까르르.

가랑잎만 굴러가도 웃을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까르르, 까르르, 까르르.

 

순간, "참 좋을 때다."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뻔 한 걸 겨우 참았다.

내가 너무 늙은 여자 같잖아. ㅎㅎㅎ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벌써 ㅠ)

나도 저맘때 언니들로부터, 어른들로부터  "참 좋을 때다."는 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었고

그때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노땅같아서 정말 싫었다.

그녀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참 좋을 때' 인지 아마 모를 것이다.

살아보지 않고 그걸 어찌 알겠는가?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너는 늙어봤나? 나는 젊어 봤다!"는 말도 있더라만

굳이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몸이 청춘이면 뭐하냐 청춘이니 아프고 아프니 환자이지 않은가.  

가끔은 '청춘' 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럽기도 하겠지만

누구보다 치열했던 나의 청춘 시절. 

그 시절을 지났다는게 행복한 요즘이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이 생이 다할 때까지 각자 자신의 계절을 제대로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화양연화(花樣年華)!

 

봄꽃들이 몇몇 꽃을 제외하고 의외로 향기가 별로 없는 편이라는 사실 알고 있는가.

개나리가 그렇고 벚꽃도 그렇고 진달래가 그렇고 철쭉 등이 그렇다.

물론 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에 피는 꽃들에 비하면 꽃향기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메마른 겨울을 지나 봄에 피는 꽃들은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오는데

꽃만! 있기 때문에 굳이 향기가 없더라도 나비나 벌을 유혹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여름꽃들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온통 초록초록하고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에는 잎사귀에 가려 

향기가 진하지 않다면 나비나 벌을 유혹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여름꽃들은 한 송이만으로도 대부분 제 몫을 다한다.

 

하지만 봄꽃들은 향기가 없는대신 작은 꽃들이 자잘하게 무리 지어 피어

한 송이의 큰 꽃인 양 화사한 색깔로 나비와 벌에게 꿀을 제공하고

꽃들은 내년을 기약하는 종의 기원을 이어가는 것이다.

 

봄에 피는 꽃들은 화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픔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주일이나 열흘 남짓 꽃을 피우기 위해 일 년 내내 사투를 벌여야 하니 말이다.

어찌 생각하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지속하기 힘들다 생각하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슬픔의 속성을 품고 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이 화사한 봄을 배경으로 행복한 노래가 아닌 이별 노래가 많은 것도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괜찮다. 우리에겐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고

긴 겨울을 이겨내고 작은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벌과 나비를 유혹하듯

봄꽃이 가지는 생의 자잘한 치열함으로 오늘을 살아가리라.

 

짧아서 더욱 아쉬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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