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like traveling/Seoul

[동네서점탐방] 요조의 책방, 무사(無事)

작은천국 2015. 12. 8. 06:30

[동네서점탐방] 요조의 책방, 무사(無事)

 

 

 

스토리 펀딩 중 눈을 끄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 동네서점지도.

 

 

보통의 책방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하루

 

 

 스토리 펀딩의 부제목에 시선이 먼저 꽂혔다.

책방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하루라...

 

우리 동네에도 '술 파는 서점'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북바이북이 있다.

동네서점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누리며 북바이북은 서점 본연의 역할은 물론이고

다양한 작가들과 만남의 공간, 아티스트들의 공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점이 동네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에

상암의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워낙 독특한 콘셉트인지라 어쩌면 스토리 펀딩에서 조만간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듯, 주인장 개인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작은 동네서점들은 언제나 내 호기심의 대상이고

 그 어떤 곳보다 가슴을 뛰게 하는 공간은 그렇게 나를 초대하고 있었다.

 

 

 

미용실 아닙니다.

가수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 무사

 

가수 요조가 북촌에 책방을 냈단다.

스토리 펀딩에서 기사를 보기 전에 이미 다른 기사로 접하면서 좀 의외다 싶긴 했지만

가수 요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모를까 연예인을 보러갈 이유는 없기에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다.

 

크게 기사도 주목해서 보지 않았기에

그저 가수가 책방을 열었나 보다 생각했던 것이

스토리 펀딩을 통해 책방 운영자가 기고하는 책방의 하루 이야기는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456)

스토리 펀딩의 의도처럼 '오늘은 동네 근처 서점에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요조의 책방 무사 이전에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또 하나의 동네 서점을 가보려고

수차례 마음을 먹었건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도 있다.

그런데 요조의 책방이 몸을 움직이게 하다니. 히릿~

 

 

엄격히 따지면 요조의 책방이 몸을 움직이게 한 건 아니다.

요조의 책방이 있는 계동 일대가 마음에 불을 댕기고 몸을 이끌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일전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시간이 조금 남아 북촌에 들어섰다가

너무도 변해버린 북촌의 왁자지껄함에 기겁을 하고 왔었다.

 

그 아쉬움이 내내 목에 걸린 듯했고

마침 요조의 책방 무사가 그곳에 있었다.

 

현대미술관 전시 관람을 위해 나선 길,

 오랜만에 한가로운 원서동 길을 걸어 책방 무사를 가보기로 했다.  

 

창덕궁 옆길을 따라 올라가면 원서동이다.

 

고궁에도 겨울이 찾아들었다.

 

 고궁 담벼락과 현대식 건물은 부조화 속의 조화라고나 할까.

 

담장 밖에서 보는 창덕궁 인정전과 전각의 모습은 북촌 8경 중 하나라고 하니

이 길을 걷게 되면 습관적으로 스폿에서 사진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 창덕궁을 갔을 때 후원을 돌아보고 깊이 심취했다가 창덕궁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보고

 갑자기 몇백 년의 시간 여행이 뚝! 끊겨버린 황당했던 기억은 여전하다.

 

북촌은 경복궁, 창덕궁, 종묘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원서동, 재동, 계동, 가회동 등은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의미를 담아 북촌(北村)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한옥들은 서울이 이 땅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증거물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어느 한옥의 담벼락 사이로 비밀스러운 풍경을 만나기도 하고

 

과거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은 그래서 더욱 새롭다.

 

물론 골목들도 예외는 아니다.

 

 

원서동 언덕길을 올라 중앙고등학교 쪽으로 내려오면 왼쪽으로 보이는 미용실 간판 하나.

바로 이곳이 가수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 무사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책을 읽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7평의 공간은 책 읽을 여유를 부리기엔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될 듯했다.

 

가수 요조 씨가 있다고 해도 서점의 주인으로 와 있는 그녀이니

가수로 굳이 알은체할 이유는 없었다.

그것이 서점 주인의 역할인 그녀가 더 불편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이지 이곳을 방문했던 12월 1일. 

프로그램 녹화날짜가 갑작스럽게 변경돼서 그녀 대신 그녀의 지인이 대신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본래는 문을 닫는다고 했으나 서점이 기사에 나가고부터

제주에서도, 부산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찾고 있는 관계로

요조씨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문을 닫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이젠 주인장의 책 취향을 둘러볼 차례~

 

 

작은 책방의 매력은 주인장이 취향이 한껏 반영된 책들을 통해

텍스트로 그 사람의 내면을 만나기도 한다.

 

 

 

작은 서점답게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작가의 책보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들이 좀 많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분야 등 한두 권씩은 묵직한 책들이 자리 잡고 있어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들은 모두 요조씨가 읽은 책이라고 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책들이 주인을 찾아가겠지~

 

책은 신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헌책도 보유하고 있고

헌책방에서 좋은 양서들을 고르기 위해 제주도까지 책방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반 이상은 내 책 목록과도 겹쳐서 좀 놀랬고~

쭈그리고 앉지 않았다면 스쳤을 비디오 목록은 100%라 웃음이~

 

눈에 띈 책 몇 권 중 한 권은 역시! 산티아고 도보여행기를 낸 독립출판물. 

 

독립출판다운 파격적인 디자인은 즐거웠다.

 

기회가 되면 내가 가진 산티아고도 내가 직접 디자인해서

한정판으로 책을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는 있는데 더 늦기 전에 질러봐야 할 텐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몇 권의 사진집도 갖춰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눈에 띈 몬세라트의 사진.

 

그곳이 단순히 내가 가 본 몬세라트라서 눈에 끌린 건 아니다.

굳이 설명을 보지 않아도 안다.

내가 직접 보았던 몬세라트와 비슷한 감정이 담겼다는 것을.

 

사진집에 몬세라트 사진이 더 있나 봤지만 표지로 쓰인 이 사진 단 한 장.

사실 이 풍경은 몬세라트의 풍경이긴 하지만 몬세라트를 대표하는 풍경은 아니다. 

수많은 몬세라트의 대표적인 풍경을 다 걷어내고 

유일하게 초이스한 사진 한 장. 

이 사진을 표지로 선택한 그 마음이 고스란히 읽혔다. 

 

 

 책을 주르르 넘기면 책 귀퉁이에 그려진 그림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독특한 디자인의 책으로

한동안 일본에서 유행하던 부류다.

지인이 책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나고시마 여행을 하다가 작은 서점에서 나비 그림이 그려진

이런 종류의 책을 선물해 준 적이 있다.

 

별것 아닌듯해도 책 모퉁이를 잡고 주르륵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히히 거리게 되는 묘한 매력 돋는 책이다.

직접 확인해 보도록~

 

 몇 년 전에 사두고 아직도 읽지 못해 여전히 책꽂이에 꽂혀있는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이곳에도 있어 괜스레 반가웠다.

이 서가대에 있는 책 중 하나가 마음에 들어 구매하려고 했으나

요조씨가 읽어보고 이 서점에 갖다 놓을지 말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라 판매가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요조 대신 서점을 지키고 있는 남자분과 책에 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책 추천을 받고 추천해 주신 책으로 한 권 구매했다.

 

그리고 책방을 나서는데,

 

얜 뭐야?

사진은 정지된 채로 있지만 쉬지 않고 한구석에서

훌라 춤을 참 맛깔나게 추고 있더랬다.

 

 

훗! 완전 취향 저격인데~

 

하지만 가장 큰 취향 저격은 동네 골목으로 난 큰 창!

'남쪽으로 창을 내겠소'가 아니라 '골목으로 창을 내겠소'는 그렇게 마음의 경계를 허문다.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의미로 책방 이름을 무사(無事)라고 지었다고 했지만

 '일(事)이 없다(無)'로 내 맘대로 해석하면서 책 읽는 한량 같은 느낌이 드는 이름 같아서 빙그레 웃었다.

 

■ 책방 무사

주소 : 서울 종로구 계동 2-127 (중앙고등학교에서 언덕길 쪽에 위치)

영업시간 : 막연히 정오 ~ 오후 6시 ( 좀 들쭉날쭉하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항상 있다고 하며 오후 6시 전후는 문을 닫는다)

               참고로, 원래는 문 닫는 날도 있었지만 요조씨가 비우는 날은 지인분들이 돌아가며 가게를 연다고..

특이한 점 : 이곳의 모든 시스템은 아날로그다. 심지어는 전화도 없다. 책 목록을 관리하는 것도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도 모두....

그럼 어떻게 이곳의 영업시간을 확인하냐고? 문 닫았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고 갈 것. 셋 중 하나만 확인하면 된다.

책방 무사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usabookstore

책방 무사 트위터 https://twitter.com/musabooks 

책방 무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usabooks/

 

 

 

다시 계동길을 걷는다.  

 

 

책방 무사를 나서 다시 한적한 길을 걷는다.

 

이 길도 예전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과거와 현대의 묘한 조화가 그대로 남아 있어 사람들 북적이는 북촌길보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말라가고 움츠러드는 겨울.

그래도 괜찮다.

 

소격동 골목을 걸어~

 

현대미술관까지 책방 무사가 있어 북촌의 반경이 순식간에 넓어졌다.

책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다.

 

 

 

 

요즘도 여전히 가장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지만 책은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여름에는 이른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하며 책을 보기 위해 북바이북을  종종 찾곤 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뜸했다.

 

'책'을 위해 매진하고 나니 '책'이라면 징글징글해졌고

그게 뭐가 됐던 '글자'라면 토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책을 가장 많이 구매한 건 '인지 부조화'가 빚은 산물이다.

그렇게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한 권, 두 권, 세 권, 네 권, 다섯 권.....

이게 다 몇 권이나 되는 거니.......하면서도 습관처럼 또 책을 샀다.

또 샀다.

 

어느 날 문득,

 '한 달 정도만 아무것도 안 하고 어디 틀어박혀서 책이나 좀 읽었으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12월이다.

2015년을 넘기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공감 꾹!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