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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2월의 마지막 주 휴일, 봄 맞이 눈이 내렸다.

작은천국 2016. 2. 29. 17:35

[상암] 2월의 마지막 주 휴일, 봄 맞이 눈이 내렸다.

 

 

봄을 앞두고 있는 2월의 마지막 주 휴일.

봄이 코앞인데 겨울보다 더한 눈이 펑펑 내렸다.

봄을 시샘하는 눈이라고 하지만

겨울 눈과는 너무 다른 봄의 눈이었다.

봄 맞이 눈이라고 해야할까.

 

유독 봄에는 대한민국이 크게 느껴진다.

서울에는 눈이 내리는데

부산에는 꽃 망울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리니 말이다.

 

순식간에 짠- 하고 바꾸어 버린 겨울왕국은

어쩌면 이 겨울에 보게 되는 마지막 풍경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눈 내린 탓에 며칠 꽃샘추위를 예고하고 있지만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봄이 코 앞이지 않은가.

 

마술같은 봄의 눈!-  

 

과연 비일까? 눈일까?

일기예보에서 어느 지역은 비, 어느 지역은 눈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희끄무레 날씨가 심상치않다.

 

날씨는 점점 흐려지고 오후 2시를 넘어가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숱하게 본 눈이니 눈이 내릴때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처음에는 눈이 가로로 내리다가 그 다음에는 세로로, 아래로...

그러다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흩날린다. 

겨울에도 그런 함박눈을 보는 건 흔하지 않은데 소리없이 새하얀 시루떡이 하늘에서 내리다니.

눈 발이 잦아들고 나니 순식간에 겨울왕국으로 변한 세상에 나도 모르게 함성이 터진다.

"와아-   대박-  "

 

가지마다에 쌓인 눈은 성이 나서 뾰쪽거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올 겨울 마지막 눈이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늘 보던 풍경인데, 겨울에도 눈이 왔었는데, 아- 이 기분 뭐지>

 

 

<철쭉은 목화꽃이 피는 요술을 부리고 있다>

 

 

 

 

추운 건 정말 싫다.

유난히 추웠던 올해 겨울.

인간도 겨울 잠을 잘 수 있다는 걸 나는 내 몸으로 실험을 했다.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만 되면 에너지가 착-착-착- 가라앉는데 올해는 유독 심했다.

음력상 아직 겨울 절기에 해당하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태양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마음은 이미 앞선 봄을 느끼며 초록의 풍경을 칠하고 있던 차,

초록대신 다시 찾아온 겨울왕국 눈 내린 풍경이 참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온 세상 하얗게~, 하얗게~>

 

 

 

 

 

 

산책 고고고~

 

#1.  월드컵 경기장

 

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

봄에는 벚꽃과 목련이 흐드러러지고 분홍색 철쭉과 노오란 개나리는 그에 못지 않다.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니 더운 계절은 시원한 초록색으로 지친 기운을 돋운다.  

가을에는 새식시마냥 발그스레한 단풍으로 마음을 노곤노곤하게 품어준다.

겨울에는 좀 휑하기도 하지만 눈이 내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눈이 내리면 이곳이 도심이라는 사실을 아예 잊게 만든다. 

 

 

 

 

 

 

 

 

 

#2. 길에도 이름표가-

 

걷기 열풍인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일대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둘레길을 비롯해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있다.

굳이 길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내 맘대로 수십, 수백 개의 걷기 코스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이름표 위에 소복하게 앉은 눈이 내려앉았다.

그래, 이참에 이름표나 한번 읽어보고 가자.

 

 

<매봉산 자락길>

 

<소나무 향기길>

 

<숲 속 탐방길>

<난지 생명길>

 

<꽃 이름표가 눈 속에 파묻혔다>

 

 

 

#3. 매봉산

 

 

평화의 공원, 월드컵 공원, 난지천 공원, 난지 한강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주변으로 가야할 곳이 많은 것도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올 겨울은 겨울산행을 하지 못해 아쉬웠기에 일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발길은 매봉산이다.

'매봉산' 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긴하지만 동네 앞 산이기에 흔히 생각하는 그런 산은 아니다.

하지만, 산 속에 들어 앉은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매봉산의 풍경만큼은 예외다.

게다가 월드컵 경기장 입구에서 1분만 지나면 산 속에 들어온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되니 금상첨화 -

<월드컵 경기장 북쪽광장에서도 매봉산으로 향할 수 있다>

 

<조금 그친다 싶은 눈은 어느새 다시 함박눈이 되어 내린다>

 

<데크로 조성된 길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라도 즐길 수 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1분만 걸어 올라오면 완전히 다른 세상>

 

<한라산이라고 해도 믿겠어>

 

<설마 한라산 떼죽은 아니지?>

 

 

 

 

#4. 봄을 기다려요-  

 

가지 마다마다에  새하얀 눈이 쌓였다.

비 대신 내린 눈이지만 이 눈이 봄을 더 재촉할 것이다.

봄의 기운이 눈 속을 뚫고 복수초를 피워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봄이 되면 벚꽃이 만발한 매봉산. 

가지 마다마다에 핀 새하얀 눈꽃이 내 눈엔 벚꽃이 핀 것같다. 

그렇게 겨울 속으로, 혹은 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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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심의 세계

 

산에서는 중년의 아주머니 두 분이 아들도 딸도 손주도 아닌 자신만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몸통을 만들고 깔깔깔- , 머리를 만들고 깔깔깔-, 눈을 붙이고 깔깔깔-, 손을 붙이고 깔깔깔-

깔깔깔, 깔깔깔, 깔깔깔 -

눈은 아이들만 좋아할 것이란 편견은 '나이'가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제약이다.

'나이값' 이란 댓가를 치르고 내가 사야 하는 건 무엇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깔깔깔이 만든 눈사람>

 

<준상이 어딨니?>

 

<싱그럽고 풋풋함이 없어도 알콩달콩한 중년의 데이트>

 

<에잇. 삐뚫어질테다>

 

 

 

 

눈은 그치고 흐린 하늘이 맑게 개였다.

그 사이를 가르고 태양이 주황색으로 빛난다.

그러고 보니 2015년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한번도 일몰을 보러가지 않았네.

정말 춥긴 추웠나 보다. 이렇게 꼼짝을 안하고 있었을수가. 하하!

 

하늘공원 -

노을공원 -

우리 봄에 만나자.

 

 

 

 

추운 건 싫은데,

눈은 좋아한다.

일생이 모순덩어리야 -

 

춥고 배고프다.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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