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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 곳곳에서 만나는 늦가을의 정취/매봉산,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난지습지생태원

작은천국 2015. 11. 24. 06:30

서울 상암 곳곳에서 만나는 늦가을의 정취

매봉산, 하늘공원 메타쉐콰이어길, 난지습지생태원, 서울둘레길

 

가을이라고 하기엔 겨울같고

겨울이라고 하기엔 가을같은 요즘이다.

 

봄 비와 다르게 가을 비가 한번씩 내릴 때마다 겨울을 불러 들인다.

그렇게 창문 넘어 겨울이 찬바람을 이끌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천천히 천천히 잎사귀들을 떨궈내고 있다.

 

화려한 만추의 계절은 쓸쓸함의 끝장을 보여주려는 듯

가득 찬 것들이 서서히 비워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또 한 해가 가는 구나 싶어 남은 날들을 세어보게 된다.

 

꽃 지는 봄이 서러워 울고 싶던 마음은

낙엽지는 가을이 되니 그리움이 발 끝마다 채인다. 

 

마흔의 길목에서 없어진 것만 보지마라.

당신에겐 남아 있는 소중한 것이 더 많다.

 

김병수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중에서

 

굵직굵직한 것들보다 사소한 것들이 쌓여 하루가 흘러가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게 보낸 가을이다.

 

상암에도 온통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예년 같았으면 단풍 구경이 따로 없는 상암을 부지런히 돌아다녔을테지만

올해는 산책을 다닐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마음을 먹은 날에는 여름같은 장맛비가 어찌나 이어지던지 눈으로만 즐기고 있었더랬다.

 

이번 주 잦은 비와 겨울 앞 둔 한파를 예고 하고 있는 바,

더 늦어지면 꼼짝없이 겨울을 맞이하겠다 싶어 주말 오후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열흘 전 노란 은행잎이 멋진 길은 어느새 텅텅~

 

다른 동네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공원만 5개를 가지고 있는 상암은 정말 환상적인 동네다.

워낙 넓다보니 산책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한 번도 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될 정도다.

 

지난 봄, 여름과 달리 가을에는 거의 산책을 하지 못했기에

매봉산에서 시작해 하늘공원 메타쉐콰이어길, 서울둘레길(가양~불광), 난지습지 생태원까지

일주일치 밀린 운동과 함께 주요 산책로를 돌아보기로 했다.

 

나중에 앱으로 체크한 결과 총 거리 10.34km~

산책치곤 좀 멀다 싶긴 한데 노르딕 워킹으로 걸었더니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상암의 동네 뒷산 상암 매봉산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월드컵 경기장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그런 곳이 있었냐며 생소한 공간이겠다.

 

상암 매봉산은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긴 하지만 산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산에만 들어가면 도심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을 정도로 멋진 공간이다.  

 

특히 상암 매봉산에는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있는데

1970년대 두 차례의 국제 오일쇼크 후 국가차원에서 추진한 석유비축 시설이지만 2000년 이후 용도가 폐기된 후 방치돼 왔고

 용도를 두고 의논을 거친 결과 2016년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으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매봉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날은 보조 경기장인 풋살 경기장 뒤로 산을 올랐다.

 

아파트 주위로는 이미 나뭇잎이 다 떨어져 있어 썰렁할 줄 알았는데 이곳은 늦가을이 한창이었다.

 

매봉산은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더위를 피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꽃 피던 봄이 지나

 

신록이 우거진 여름을 지나

 

낙엽지는 가을이 왔다.

 

매봉산을 좋아하긴하지만 가을과 겨울보다  

봄과 여름에 더 자주 올라오는 편이기에 지금 계절에 올라오긴 처음이었다.

매봉산에 들어서면서부터 느끼긴했지만 매봉산이 이런 가을을 품고 있는 줄은 몰랐다.

 

올해 봄과 여름 그 어떤 곳보다 매봉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건만

낙엽밟는 소리가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이 매봉산에 있을 줄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은방을 꽃은 향수의 원재료가 될만큼 고고하고 은은한 향이 아름답다.

6월말~ 7월 초순에 개화를 하는데 이곳에 은방울 꽃 군락이 있는 걸 발견하고 어찌나 좋던지~

 

이제 내년에나 만날 수 있는 은방울꽃. 낙엽 이불 덥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렴~~

 

가을 낭만 품은 상암 메타쉐콰이어길  

 

 은행나무와 함께 화석나무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인 메타쉐콰이어도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옷을 갈아 입으며 가을 낭만의 대표 나무로 떠오른다.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남이섬의 메타쉐콰이어 등이 유명하지만

굳이 그곳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상암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다. 

 

하늘공원에는 2개의 메타쉐콰이어 길이 있다. .

맹꽁이 열차 타는 곳을 지나쳐 하늘공원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으로 하늘공원까지 둘러가는  '희망의 숲길' 길이 나온다.  

 

이 길을 잠시 걷다보면

 

이렇게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

 

본격적인 희망의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하늘공원까지 둘레길을 따라 걸어갈 수 있다.

 

이 길은 이렇게 전부 메타쉐콰이어가 펼쳐진다.

그리 길지 않은 길이지만 이곳만으로도 메타쉐콰이어의 가을 낭만은 부족하지 않다.

날씨가 더 좋았더라면 정말 빛 고운 가을 메타쉐콰이어가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메타쉐콰이어 길은 하늘공원 둘레길의 메타쉐콰이어 길이다.

희망의 숲길을 따라오면 그 길 끝에 이렇게 하늘공원으로 이어지는 길과

왼쪽으로 하늘공원 메타쉐콰이어 길로 나뉜다.

왼쪽 길이 바로 하늘공원 메타쉐콰이어 길이다.

 

사실, 이 길은 처음에는 간판도 제대로 없을 정도로 동네 주민들만 알던 곳으로 나름 하늘공원의 숨은 명소였다.

 

정말 나만 알고 싶은 곳이었기에 포스팅을 제대로 한 적도 자세한 위치도

소개하지 않았을 정도로 정말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좋은 곳은 입소문이 나기 마련.

하늘공원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이곳 역시 알려졌고

나들이 철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요즘 산책길에서는 제외된 곳이다.

 

그건 단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한창 공사중인 월드컵대교때문에 초입부터 울창하던 메타쉐콰이어는 이렇게 다 잘려 나갔고 

나무도 일정 부분 안쪽으로 다 옮겨심었기에 내가 기억하는 아름답고 멋진 길은 더 이상 없다.

 

게다가 강변북로와 닿아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도 다 잘라 버려서

강변북로와 접하고 있음에도 큰 소음이 느껴지지 않던 길은 이젠 소음과 매음이 있다.

그러니 아쉬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길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안쪽으로 가면 옛날 모습을 간직한 메타쉐콰이어 길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긴한다.

 

 

 

모르는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겠지만

이 길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눈이 내리거나 눈 내린 직후다.

가지 가지마다 눈이 쌓인 모습은 도심을 떠나지 않더라도 만날 수 있는 멋진 겨울 소경이다. 

 

언젠가 완주하고 싶은 서울둘레길

 

서울에서도 트레킹과 하이킹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 둘레길이 탄생했다.

서울의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까지 아우르는 서울 둘레길은

총 길이 157km로 서울시 외곽을 크게 한 바퀴 도는 8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가양역에서 구파발까지 서울둘레길 7코스가 바로 하늘공원 메타쉐콰이어 길과 노을공원의 둘레길을 지나간다.  

 

하늘공원 메타쉐콰이어 길이 끝나면 왼쪽으로 한강공원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직진하면 노을공원 둘레길이 이어진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크게 한바퀴돌면 약 10km정도 나오기 때문에

마라톤 코스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하늘공원이 대부분 메타쉐콰이어 나무인 것과 달리 노을공원쪽은 다양한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어

색색깔의 나무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고 봄이면 온통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있어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니 바닥에는 꽃이 피었다. ^^

 

곧장 길을 걸으면 노을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맞은 편으로 한강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하늘공원보다 노을공원의 크기가 약 1.5배나 큰 곳으로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291개라면

노을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장장 558개다.

 

 다리 힘 좋다면 노을공원으로 도전해보는 것도~~^^

참고로 나는 내려는 와봤어도 올라갈 엄두는~~

 

이 길이 없을 때는 한강공원과 노을공원은 따로따로 다녀야했었다.

 지금은 난지 나들목이 생겨서 두 군데 모두 함께 산책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

 

서울 도심에서 자연생태 그대로 보존된 곳 난지생태습지원

 

난지생태습지원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맹꽁이를 비롯해

무당개구리, 한국산개구리, 청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어

'난지 한강공원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보고하고 있다.

 

특히 이곳 중 일정구역은 야생생물을 보호하기위해 매년 2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출입이 금지되는 구역이 있을만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난지 생태 습지원은 상암을 통틀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고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이곳으로 숨어 든다. 

이곳 역시 혼자만 알고 싶은 곳이지만 위치를 알려준다고 해도 웬만해서는 마음먹기 쉽지 않다.

 

자가용이라면 모를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역에서 약 5km이상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나 난지캠핑장을 찾는 사람들

정말 난지 한강공원을 찾은는 사람 몇몇은 제외하고는

난지 한강지구의 거의 끝에 위치한 이곳까지 오기는 힘들기에

언제나 한적하고 조용하게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 역시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해서 이곳까지 찾아온다.

 

이곳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지만

 

이곳은 한때는 온통 아이리스, 즉 창포꽃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이 아이리스는  난초와 지초를 아우르는 '난지도(蘭芝島)도'라는 이곳 지명이 된 꽃이다.

그래서 아이리스 군락만으로 이곳이 조성되어 있었단 말이다.

 

애초에 한강이 난지지구로 조성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성산대교를 조금만 지나면 가양대교 방면에는

자생적으로 자란 아이리스가 한강 앞까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강에 아이리스라니 정말 황홀하지 않은가. 

지금은  모두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갈대와 억새가 심어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사진은 이사오고 난 뒤 한참 한강을 다닐때 찍었던 2004년 5월의 모습이다.

 

이 꽃밭이 없어지고 아쉬웠는데 이곳으로 옮겨져 아이리스 군락이 조성되어 위안을 삼았었다.

 

해마다 창포가 피는 계절을 손꼽아 기다렸고 꽃이 필 때 즈음이면

이 꽃길을 따라 비밀의 숲을 걷는 기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정말 친한 친구에게도 상암의 모든 곳은 소개해도 이곳만은 소개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봄이되어도 아이리스는 없다.

 

이곳도 생태계의 변화가 있어 몇 년 전부터 아이리스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드나무 아래 나무로 조성된 탐방로 아무 곳이나

척 걸치고 않아 바람부는데로 흔들리다보며 어느새 걱정이나 근심은 사라지고 마음엔 단단한 반창고가 붙여진다.

 

그리고 이내 환하게 웃으며 씩씩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나에게는 그런 곳이다.

 

이곳에도 가을이 찾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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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거리가 있는 곳이다보니 봄 여름에는 자주 오긴해도

가을로 접어들면 11월 초순 정도 외에는 잘 와보지를 못했었다.

그런데 이 계절이 이런 풍경을 품고 있는 곳일줄이야~ 

 

온통 억새가 휘날리는 모습은 하늘공원의 억새와는 또 다른 무엇이 있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겄일까.

자연 앞에 다시 숙연해지고 겸손해진다.

 

상암 곳곳에서 만난 늦가을의 정취 덕분에

가을이 모두 말라 없어질 때까지 곶감 빼먹 듯 알차게 환상적인 가을을 누린다. 

 

 빅뱅같은 순간을 품고 있는 삶을 견디는 것.

2015년 11월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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