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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삽시간의 황홀, 간월재 억새평원 안개

작은천국 2015. 10. 5. 06:30

[영남알프스] 삽시간의 황홀, 간월재 억새평원 안개

 

 

가을 억새 평원으로 영남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곳, 바로 신불산 간월재 억새평원.

해마다 가을이면 수만 평의 억새평원은 은빛 물결 출렁이며

단풍보다 멋스러움을 뽐내고 있는 곳이다.

특히 간월재 억새평원이 위치한 곳은 영남알프스라 불리며

유럽 알프스 못지않은 경관을 자랑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가을 여행지로 해마다 빼놓지 않고 소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울긋불긋 가을 단풍도 좋지만, 간월재 억새평원의 은빛 물결도

그에 못지않은 낭만을 선물하는 곳.

 

하지만 올가을은 조금 일찍 다녀온 탓에 간월재 억새평원의 은빛 억새는 만나지 못했지만

안개로 인해 삽시간의 황홀을 맛본 멋진 간월재 억새평원이었다.

 

모든 것이 삽시간에 안갯속에 사라지던 눈앞의 황홀경.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나 더 많은 것을 느꼈던 간월재 억새평원.

 

그렇게 나의 가을은 시작되었다.

 

추석 연휴에 이른 제사 음식을 끝내고 서둘러 간월재로 나섰다.

반나절의 시간 동안 간월재로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은 사슴농장만 한 곳이 없다.

 

간월재로 향하는 숱한 코스가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라도

 대략 1시간 30분만 무난하게 걸으면 되는 코스인지라 간월재 억새평원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사슴농장은 배내골이 있는 배네통 하우스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시작한다.

이 길은 산 정상까지 임도가 나 있는 길이지만 차량은 전면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길이다.

 

이 길은 국내 최대 억새 탐방로인 하늘억새길로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인

사자평, 간월재, 신불평원을 7개의 등산로로 연결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표식이 없었는데 하늘억새길이란 표식과 함께

군데군데 간월재까지 얼마 정도 남았는지 표지판도 설치해 놓으니 더욱 수월했다.

 

사슴농장에서 간월재까지 약 6km~ 

 

다른 코스들에 비해 거리가 짧기도 하지만 가장 장점은 간월재까지 길이 임도라 걷기에 무난하다는 것이다.

 

산 아래에서 시작하면 간월재까지도 꽤 힘든 산행을 해야 하는 코스도 있지만

이 길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굳이 등산복을 입을 이유도 등산화를 신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가벼운 복장과 운동화면 충분하니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 만점이고

온 가족이 산책 삼아 길을 걷기도 하고 종종 유모차를 밀고 오는 분을 만나기도 한다.

 

포장도로가 끝나면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길은 굽이굽이.. 굽이굽이...계속 정상까지 이어진다.

해마다.. 까지는 아니어도 1년 혹은 2년 걸러 한 번씩 오는데도 계절감이 달라서 그런지 지겹지는 않다.

 

도시와 달리 산에는 이미 이른 가을이 찾아왔다.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 ~

 

이 길은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도 인기 만점인 길이다.

 

연휴 전날 내린 비로 산에서 물이 바위를 따라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 중이다.

너무 빨라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다람쥐만 해도 10여 마리는 넘게 본 것 같다.

중간에 뱀도 지나가서 혼비백산했던 것은 잊고 싶다. 하하 ~

 

산허리에 줄이 생긴 길을 따라 걸어 올라왔다.

이게 보이면 다른 산으로 이미 넘어온 것이다.

 

은근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고

 

가을 국화들이 같이 걸어준다.

 

그렇게 1시간여를 조금 더 걸어 올라오니 드디어 눈앞에 간월재 평원이 나타났다.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갈마처럼 잘록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영남알프스의 관문이다.

 

약 5만 여평의 규모를 자랑하는 억새밭은 이번 주가 아마 절정이 될 터.

추석 연휴 기간에는 이 정도만 피어 있었다.

 

간월재는 백악기 시대에는 공룡들의 놀이터였고 호랑이나 표범과 같은 맹수들의 천국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 부근 아래쪽의 왕방골은 원시림의 협곡으로

천주교인들의 은신처였고, 한때는 빨치산의 주근거지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지금은 그 흔적으로 기억되는 곳이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평원도 한때는 치열한 삶의 터전인 곳이었다.

우리 산하 곳곳 어디 치열하지 않은 곳 있으랴.

 

어디선가 부아앙~~ 부아앙~~~

그 생각을 멈추라는 오토바이 소리가 매섭다.

산악자전거에 이어 산악 오토바이 부대들까지 찾고 있는 간월재다.  

 

 바람도 쉬어간다는데 사람이 안 쉬어갈 수 없지~ 

 

해마다 간월재에서는 억새가 피는 10월 초에

울주 오디세이라고 산상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참석해 본 적은 없지만

뉴스로만 소식은 듣고 있다.  

 

등억 온천 단지에서도 간월재로 올라올 수 있는데 최근 복합 웰컴 센터가 준공 된걸로 알고 있지만

그곳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멀리서 나마  등억온천 단지로 시선을 보냈다.

 

 

배가 고파서 요기하고 난 뒤, 휴게소 뒤쪽의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추석 연휴 엄마의 조련으로 다이어트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지만

제사 음식으로 기름 냄새를 맡으니 아침, 점심 모두 생각이 없어 건너뛰고

산에 올라왔더니 밀려오는 허기에 휴게소에서 일단 라면 한 그릇 먹었다.

 

그리고 전망대로 오르는데... 오르는데...

 

오모나....

저게 뭐야?

앗, 하는 순간...

 

삽시간 온통 안개 천지!

 

눈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안개가 떼로 밀려왔다.

 

삽시간의 황홀! 이라고 하더니..

정말 순식간에 펼쳐지는 눈앞의 장관에 감탄사마저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올해 본 영화 중에 정말 인상 깊었던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Clouds of Sils Maria)' 가 있다.

두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좋았지만

영화 중에 삽입된 아르놀트 팡크가 촬영한  '말로야 스네이크' 흑백 영상은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감독도 이 영상 때문에 이 영화의 촬영장소를 그와 비슷한 장소로 정했다)

 

안개가 뱀처럼 호수를 뒤덮는 말로야 스네이크 장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논까지 음악으로 삽입되었으니 애정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개를 본 적은 많았지만, 삽시간의 안개를 경험한 적은 없었기에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간월재에서 그 느낌의 맛을 보게 될 줄이야.

 

이 모든 현상은 불과 10여 초가 걸리지 않았다.

 

동영상을 미처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이런 건 사진으로 절대 표현이 안 된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에서 말로야 스네이크 장면이 궁금하신 분들은 누르시라.  

 

산 하나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요술을 부린다.

 

등억 온천단지 쪽은 아예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 황홀한 광경에 너나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이 신기한 순간을 다들 즐기며 기뻐할 줄이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용감하게도 만들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두렵게 만들기도 한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안개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억새 길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안개 때문에 눈으로만 즐기고 돌아섰다.

 

그렇게 다시 되돌아 내려가는 길에도 온통 안개다.

 

앞쪽으로는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듯하다.

 

수묵산수화가 펼쳐지는 풍경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연신 오묘한 풍경을 보여준다.

 

안개가 물에서 잉크 떨어지듯 내려오기도 하고

천천히 산허리를 타고 넘어가기도 하는 모습에 발걸음을 내내 멈춰야 했다.

 

 

 

 

요즘 온도 차로 인해 안개가 수시로 발생하기에

운이 좋다면 아침 해돋이 운해는 정말 멋진 풍경이 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이미 많은 사람이 운해를 보기위해 비박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하산길에도 많은 사람이 비박을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을 숱하게 만났다.

 

그렇게 산을 어느 정도 내려오고 나니 다시 하늘이 맑아진다.

 

그곳은 여전히 안개로 휩싸여 있을까?

아니면 다시 맑아졌을까?

 

삽시간의 황홀한 풍경 덕분에 더없이 멋진 간월산 억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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