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소소일기] 재미있고 즐겁게 신나게, 2015년
2015년도 이제 하루만 남았다.
늘 그렇듯 한 해의 마지막에 오면 아쉬움과 후회가 남기마련.
개인적으로 올 한 해는 큰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말그대로 신나게 놀았던 2015년이었다.
나름대로 정래해보는 2015년이다.
# 책, 책, 책,
가장 큰 변화는 3권의 책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책을 출판했다고해서 거창하게 뭐가 달라진 점은 하나도 없다.
주위에 '책 출판'이 버킷리스트라는 사람들로부터는 부럽다는 말을 말이 들었으나
살면서 내가 책을 출판할 것이라는 작은 불씨 조차도 없었기에
이 일을 처음 생각했을때부터 내가 경험해야 하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처음 00에 가는 사람들'은 제목도 콘셉트도 내 의견이 100% 반영된 책으로
타이완을 시작으로, 교토, 오사카, 상하이, 베이징, 홍콩, 오키나와 등등
이제 총 11권의 책이 출판되었으며 '처음' 시리즈로 나름은 자리를 잡고 있는 듯 하다.
큰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지난 1년 6개월.
교토 책이 끝나면서 출판사의 간곡한 부탁에도
시작할 때부터 3권까지 예정된 멈춤이었기에
무덤덤할 줄 알았던 마음은 생각보다 큰 헛헛함에 살짝 당황^^
하긴 내 피와 살과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1년 6개월의 시간 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건 사기다.
이젠 다시 '나'로 돌아가야야 할 때,
다소 먼 길을 돌아온 기분이지만
가보지 않았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들은
언젠가 또 다른 무언가의 힘이 될 것이다.
# 습관은 체형에 남는다.
잠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고 나니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허벅지 뒷 근육은 옷이 스치기만 해도 찢어질것 같았고
허리, 목 통증이 심해 단 10분도 앉아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무엇보다 맞는 옷이 없다는 건 큰 충경이었다.
그날로 체중계를 구매했고 저울은 내가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이후 큰 몸무게 변동이 없었는데 몇 개월 사이에 무려 6kg이나 증가를 한 것.
몸에 3kg 쌀 두 포대가 올라와 있으니 몸이 무거운 건 당연한 것이었고
몸에 맞는 옷도 없고 심지어는 체중 증가로 인해 무릎통증까지 동반한 총제적 난국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식사관리를 하고 운동을 병행하면 쉽게 몸무게가 빠지던 체질은
나이가 주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그마저도 불가능해진 사실 앞에 절망, 절망, 절망,
지인들은 살이 찌니 보기 좋다고 해대는 바람에 크게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죽하면 지인들에게 우스개로 책 3권에 미모와 젊음을 바꿨다고 했을 정도였으나( ㅎㅎ)
차근 차근 그동안의 내 생활을 돌아보니 체형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었다.
몸무게를 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무게 자체를 처음부터 늘려서는 안되는
소위 말하는 '평생을 다이어어트'의 중요성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한 나이가 주는 우울함도
몸무게 6kg의 압박감 앞에 며칠 가지 않았다.
평소 습관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부터 다이어트는 시작됐다.
그리고 책 때문에 일절 하지 못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그 중에 내 몸 상태에 가장 잘 맞는 '노르딕 워킹'이었다.
구부정한 자세와 틀어진 골반 교정효과는 물론이고
아무리 근육운동을 해도 잘 사용하지 않는 몸의 뒷 부분 근육까지 사용하면서
게다가 즐겁고 재미있게 걷는 운동이니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
지금은 어떠냐고?
원래 몸무게로 완전히 돌아왔다......였는데
연말이 되면 줄창 모임에, 회식에 다시 조금 늘었지만 이 시기만 지나면 곧바로 회복될 듯^^
#삶은 여행
눈 뜨면 오늘 하루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살고 있으니
딱히 '여행' 을 간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삶 자체가 여행이라고나 할까.
집 근처,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등등 올해도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좀 달라진게 있다면 일로 가는 여행보다 개인적으로 다닌 여행이 훨씬 더 많았다.
물론 이런 개인적인 여행도 나중엔 다 여행 원고로 이어지니
일 인듯, 일 아닌 듯 삶 자체가 그렇다.
그래도 변화가 있다면 늘 카메라를 놓지 못했던 일상도
언젠가부터는 일부러 카메라를 챙기지 않고도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게 됐고
그러다보니 오래 머물면서 구름도, 바람도, 햇살도 전에 비해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 점은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다.
사진으로 찍은 것 보다 안 찍은 것이 더 많았던 2015년.
물론 찍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나
모든 것은 의식 속에, 무의식 속에 차곡차곡 쌓여 내 곡간을 풍부하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
# 비워야 채운다. 1
책이 끝나고 나니 무언가를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모두 싫어졌다.
내 안에 가지고 있던 모든 단어와 생각이 탈탈 털린 기분이랄까
말 그대로 황폐해졌다.
2015년은 그냥 마음가는데로 하고 싶은데로 미뤘던 모든 것들을 마음대로 해보겠다 생각했고 그 1순위는 전시 관람이었다.
전시 역시 기록을 남긴 전시보다 남기지 않은 전시가 훨씬 더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아쉬운 것은 전시는 모두 기록으로 남길 것 그랬다는 아쉬움이 조금 든다.
전시를 보면서 스치는 생각들과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참 많았는데 큰 줄기를 빼곤 세세한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이 야속하구나~~
올해 본 전시 중에 가장 좋았던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셀아담스의 사진전이다.
풍경 사진의 대가답게 전시장 전체가 그가 평생을 바라 본 풍경 안에 초대된 느낌을 받았던 전시는
사진가로 보낸 한 사람의 삶 전체가 주는 울림이 있어 무한 감동이었다.
전시장에서 4시간 이상 머무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다.
또한 사용하는 언어들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가 '사진'에 대해 말하고 있는
행간의 의미에 대해 차이점과 다른점이 이젠 확실하게 읽힌다.
# 산티아고, 이젠 안녕
그러고보니 가장 뜨거웠던 8월에는 나의 전시도 있었다.
2009년 각자 모두 혼자 갔던 산티아고에서 만나 기꺼이 동지가 되었던 사람들과
함께했던 전시는 우리 추억의 종지부를 찍었다.
개인적으로는 잊을만 하면 깨어있으라 하는 산티아고였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에게 흐르는 기운은 완전히 바뀌었고
이번 전시를 끝으로 이젠 나의 산티아고와는 안녕을 고해야하는 순간임을 알았다.
물론 여전히 산티아고는 언제나 나의 노스탤지어로 남아 있을 것이다.
# 비워야 채운다 2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술하는 집안도 아니고
이런 내가 어디서 떨어진 것인지 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돌아보면 참 신기하다.
늘 부족하고 모자란 점은 학구열을 뽐뿌질 하게 만드는 바,
당장 내 작업에 필요한 강의가 아니더라도 예술사, 미술사 등등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싶으면 강의들을 찾아 다녔다.
처음엔 잘 분간이 안되더니 이것도 몇 번 듣다보니
교양정도로만 가볍게 혹은 굳이 듣지않아도 되는 강의들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아마 2016년에도 필요한 몇 개의 강의들은 꾸준히 듣게 될 것 같다.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인문학 열풍이 대단하다는 것과
명품 쇼핑 대신 강의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은근 많다는 사실이었다.
# 비워야 채운다.3
주된 생활 동선 안에 도서관이 3개가 있다.
도서관마다 각각 장점들이 있어서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는데
그놈의 책 때문에 한번도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석을 할 수가 없었다.
올해는 그게 뭐가 됐던 모든 프로그램을 다 신청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도서관에서 2015년 인문독서아카데미가 1년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마침 클래식, 뮤지컬, 중세미술, 대중문화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였기에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대중문화의 경우 주철환 교수님이 강의를 맡아주셨는데
소위말하는 라임을 맞추는 특유의 국문학도 기질은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클래식과 뮤지컬 강의는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일줄 생각했다가
완전 이론식 수업으로 진행됐는데 그 또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는 수업이었다.
클래식이라는 음악 장르가 단순히 '음악' 만을 떼어 놓고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다른 음악장르도 마찬가지다)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현상으로 드러나는 음악(클래식)이란 관점은
시간, 시간 마다 지리, 세계사, 경제사, 문화사 등등과 그동안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지식을 되새김질하며
새로 꿰맞추는 놀라운 경험을했던 시간이었다.
다른 강의들도 모두 좋았지만 특히 좋았던 뮤지컬 강의는
음악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를 음악으로 해석하는
그래서 악기 하나하나의 역할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다.
총 5주차 강의는 매주차 마다 한 곡의 뮤지컬을 다루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에클립스(ECLIPSE)다.
한국적 색채가 한껏 실린 스커스 장르에 속하는 이 뮤지컬은
뮤지컬의 초반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경계'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그 심오한 내용을 마장마술의 서커스로 선보이고 있다.
화질이 좀 별로이긴 하지만 유투브가 있어서
이젠 그 어느 곳에서도 다시 재연될 수 없는 에클립스를 볼 수 있음이 고마울 뿐.
너무 유명해서 두 말이 필요없는 '오페라의 유령'은
영화로도 예술의 전당에서도 뮤지컬을 직접 관람한 적이 있어서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런데 25주년 기념으로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린 오페라의 유령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느긋하게 앉아 있다가 첫 장면부터 허리를 꼿꽃하게 세워야 할 정도로 충격이었다.
이 버전이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개봉됐다는 사실을 알고
감질나는 유투브 화면이 아닌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는데
운좋게도 영상자료원에서 영화버전이 상영되어서 소원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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