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5년 8월 소소일기] 광복 70년, 8월의 시간

작은천국 2015. 8. 16. 17:50

[2015년 8월 소소일기] 광복 70년, 8월의 시간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은 날'인 광복(光復),

광복절을 하루 앞둔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만큼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매우 의미있는 해이다.

 

이러 저러한 일이 연관되어 있다보니 

다른 해와 다르게 올해는  광복 70년을 

무척이나 바쁘면서도 의미있게 보낸 시간들이다.

 

휴일에 다시 시작되는 일상은 

시간을 훌쩍 넘나든 간격만큼 낯설지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 한다. 

 

원래 광복절이 있던 기간에는  서울에 있을 예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행사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으나

갑자기 스케줄이 하나 씩, 둘 씩 생기더니 급기야는

그 모든 시간들을  온전히 광복절 70년과 함께 바쁘게 보냈다. 

 

서울 곳곳은 광복 70년 행사로 분주했다.

전국적으로도  광복 70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로

많은 시민들이 즐거운 연휴를 보냈을듯 하다. 

 

 

연이틀 광화문대로를 몇 번씩이나 왔다갔다하면서 바라본 광화문 일대의 풍경이다.

 

서울 시청광장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었던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 광복 70년으로 기획된 전시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 전시였다. 

 

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기의 암흑을 벗어나 되찾은 광복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는

조부모 세대, 부모세대가 겪어낸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광복 이후 70년의 역사를 총망라한 전시였다.

 

차례로 전시실을 따라 걷다보면

단순히 역사적인 사건을 일자형으로 나열하고 있는 것이 아닌,

광복 후 70년의 시간이 '단절' 된 것이 아닌 '연속' 선상에 있으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불안정한 동시대의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전시였다.  

 

나라를 잃어본 비참한 시간을 지나 , 참혹한 전쟁의 시간을 견뎌내며, 굶주림으로 배 곯은 시간을 버티며

엄청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조부모와 부모세대,

그리고 이제 우리의 혹은 우리의 다음 세대가 만들어갈 미래의 대한민국의 시간까지

70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작품들이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광복 70주년과 관련하여 몇 가지 취재를 하게됐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있었던 것은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이었다.

 

'장수사진 촬영'이라는 근사한 제목이 붙었지만

실상은 영정사진 촬영이다.

 

광복 70년을 맞이하여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유공자 어른신을 대상으로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나프탈렌 냄새가 켜켜히 배인 정복을 입고

 자신의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오셨다.

그 모진 세월을 겪어낸 얼굴에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감히 그 누구도 흉내조차낼 수 없는 '자랑스러움'이 흘러 넘쳤다.

 

그러나, 그런 추상의 가치와 상관없이

그들의 생활이 일반적인 삶보다는 넉넉하지 않음을 눈치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몇 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로하신 나이에 목소리에는 힘이 없고 허리는 꼿꼿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데는 거침도 없고 막힘도 없고

마치 어제 일어난 일인냥 또렸했다.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고 허리는 꼿꼿해졌다.

  

절로 숙연해진다.

 

계절마다 경복궁을 특별히 야간 개방하고 있다.

그동안 몇 번 가보려고 하다가 어찌나 예매율이 치열한지 번번히 실패했다.

늘 그렇듯 가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다음'의 기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영영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필코.... 라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당일 예매는 실패했다.

이왕 가보겠다고 작정한터,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기에

취소표가 나오는 첫 날, 새벽 2시에 클릭 3번으로  8월 14일 예매에 성공했다.

 

예매할 때만 해도 임시공휴일이 아니었는데 임시공휴일로 지정이 됐고

광화문 일대는 광복절을 맞이해 온통 태극기로 장식이 되어 있으니

늘 가던 광화문과 달리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갈망했던 야간의 경복궁은 오래 기다린만큼

한 걸음, 한 걸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극악무도한 일본에 의해 명성왕후가 살해된 역사의 현장이 남아 있는 경복궁을

광복절에 즈음하여 방문하게 되니 다른 날에 비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야간개방시간에는 근정전 일대와 경회루를 제외하고 나머지 공간은 개방되지 않았기에

건천궁 일대는 볼 수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근정전을 지나 경회루에 도착했다.

 

 광복 70년을 맞이해 8월 13~15일 경회루에서는

'경회루 성하에 물들어'라는 제목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경회루 누각에는 왕과 왕비가 앉아 그 시절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경회루의 조명도 오색으로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멋스러움을 더했는데

야간개방이 되는 시기에는 다 이런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고 푸른 색의 조명 하나만을 사용한다고 했다.

 

광복 70년을 맞이해 평소의 야간개방과 달리 아름다운 조명이 설치된 듯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음에도

시시 각각으로 바뀌는 경회루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사진도 찍을만큼 찍었는데도 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역사에서 쓸데없는 생각이겠지만

외세의 침략없이 자력으로 중세에서 근대로,

그리고 근대에서 현대로 시간이 이동을 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했을지 생각을 부여잡고 있으니

발걸음이 자꾸만 더뎌진다.

 

그렇게 어영부영 문 닫는 시간 10시까지 꽉 채우고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관람객이 되었다.

 

일본은 아직 침략 및 지배를 비롯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얼버무리며

기회만 되면 망언을 일심하고 있다.

 

우리에게 광복의 날은 그들에겐 전쟁에 참패한 날,

그들은 오늘 무엇을 기념하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한쪽으로 기울어진 프레임 마냥 기분도 마음도 자꾸만 기운다.

 

집 근처에도 광복 70주년 행사가 있었다. 

 

원래 광복절에 서울에 있을 예정이 아니었기에 입장권 신청기간에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틀 내내 새벽까지 리허설이 진행되는 걸 보고 있으니

 집에 있어봤자 소음도 소음이고해서 아침에 표를 받으러 나갔다.

 

1시간 기다리고 표를 받았는데 지나칠정도로 이것저것 심각하게 한다 싶어서

대충 눈치는 챘지만 역시~~

 

그리고 공연시작 시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월드컵경기가 있던 날인양 엄청난 사람들로 붐볐다.

 

늘 주말에는 축구경기를 비롯해 이런 저런 행사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것은 실로 오랫만인듯 했다.

 

 

어짜피 이것도 기사로 하나 써야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무대 자체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어마무시한 무대에 입이 떡! 벌어졌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도 놀랐지만 

웬만한 스타 가수의 공연과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무대는 더 놀라움이었다.

 

이곳에서도 공연이 많이 열리기도 하지만 한번도 직접 공연하는 걸 보지 못했기에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새벽 3시가 넘도록 진행된 리허설에 경기장밖으로 뿜어내던 조명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정말 엄청난 물량과 역량에 정성을 쏟아부었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연이었다.

 

1부 마지막 순서로 코리아 판타지가 불릴 때 전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뭉클한 순간이었다.

공연의 스케일도 내용도 더없이 감동적이고 훌륭했다.

 

그 멋진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벅찬 마음과 달리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 축제 무대를 좀 더 소박하게 치르는 한편, 공연을 줄인 예산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에게 좀 더 혜택을 드렸으면 어떠했을까

개인적으로 내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삼천불, 우리 잊으면 안돼"

-영화, 암살 중-

 

우리는 잊으면 안되는 것을 얼마나 많이 잊고 살고 있는가.

광복 70년이나마 그걸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8월 시작하고 15일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8월1일부터 8일까지는 전시때문에 시간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고

전시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화요일 부산에서 타이완 여행관련 강의가 있어

겸사겸사 월요일에 고향집에 잠시 들렀다.

 

서울 더위는 더위도 아니라며

 눈 뜨면 기온이 35도라는 '울'프리카의 더위였다. 

살짝은 긴장된 마음으로 남쪽으로 날아갔으나,,

 

결과는,,, 줄창 비, 비, 비,

덕분에 한 여름에 가을 이불을 꺼내 덮어야할만큼 쌀쌀했다.

 

최악의 더위에 부모님댁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동해바다에 발이라도 한번 담그고 오려했더니

비로 인해 모두 다 일장춘몽이었다.  

 

늦더위와 달리 고향집 마당은 이미 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해가고 있는 중이다.

 

 동해바다를 못 간 대신 강의 전에 해운대를 잠시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일부러 동해남부선을 타고 해운대역에 도착했건만...

 

으리으리~한 해운대역은 내가 알던 해운대역이 아니었고

기존의 해운대역은 폐쇄되고 2016년 개통앞둔 KTX해운대역으로 이전해서 운영되고 있었다.

 

너무도 낯선 곳에 도착한 상태라 '여긴 어디? 난 누구?' 라 당황한 것도 잠시,  

아뿔사,,, 기존의 동해남부선이 사라진다고 했던게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난 건지.  

 

물어물어 해운대에 도착했으나 흐리고 비 오고~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돌아섰다.  

역시 사람은 안하던 짓 하면 안된다. 

 

그렇다고 옛날 기억찾기는 멈출수 없었기에

국제시장을 거쳐 보수동책방골목을 알뜰히 돌아다니며

강의 전 부산여행은 추억여행으로 마무리했다.

 

 

 그리하여 무려 15일 만에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일상으로 돌아온 첫 날.


도서관 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다음 주까지 밀린 원고 7개나 써야하는데...
이제서야 촬영한 사진파일 정리 시작!

 

아이고... 이걸 언제 다하니...

왜 RAW파일로 찍어가지고서는.....

아주 일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K 교수님 방학을 틈타 

ACR을 비롯한 후반작업 등등

미루고 미루었던 꼭 필요했던 강의가 8월 한 달 간 속성으로 진행중에 있다.

 

강의 관련으로 숙제도 많고, 따로 실습에,  개인 공부도 해야하고,

읽을 책 목록 잔뜩 지정해 놓은 책도 읽어야하고,

취재도 해야하고 원고도 써야하고,

 철학, 역사, 서양미술사 정리도 끝내야하고,

완성된 곡에 가사도 붙이고 편곡도 해야하고.......

 

지난 15일을 보충하기 위해 남은 15일은 두 배로 사용해야 할 듯 하다.

 

광복 70주년이 있는 8월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