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like traveling/Jeolla

[군산] 8월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군산여행

작은천국 2015. 12. 24. 06:30

[군산] 8월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군산여행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진사 정원(한석규)과 다림(심은하)의 사랑이야기가 있는 군산.

군산은 오랫동안 가 보고 싶은 도시였다.

볼거리도, 먹을 거리도 넘쳐난다는 그 도시에 원초적 욕망 따위는 애초에 내겐 없었다.

 

그저 반듯반듯하면서도 날카로움을 품고 있는 골목들이 있고

그 골목에는 이젠 어느 도시에서도 만날 수 없는 시간의 풍경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 그곳에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떠나야 했던

8월의 추억이 찬란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 없는 정원 씨를 만나고 싶었던 군산여행이다.

 

2015년에 첫 눈이 왔다.

군산에서.

 

이젠 그곳에 없는 정원 씨를 만나는 가는 날은 가슴이 좀 울렁거렸다.

들뜬 울렁거림이 아닌 국화꽃 같은 울렁거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게 웬일.

비가 내린 첫 날과 달리 둘째 날에 함박눈이 쏟아 질줄이야.

 

눈이 내리는 군산의 풍경 앞에 모든 것은 풀어졌다.

 

 

 

엄청나게 퍼 붓는 눈 때문에,...

이 눈 때문에...

평정심은 상실했고 애초 군산에서 계획했던 여행은

 외형적으로 똑같았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순식간에 뿌려지는 눈발에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겠다.

 

그래도, 군산. 눈 오니 참 좋았다.

그저 걸어다니며 눈 구경 하는 것 만으로 참 좋았다.

 

 

군산을 앞서 다녀왔다는 지인은 군산의 눈 내린 풍경을 보고

군산이 이런 도시였냐며 감탄을 했었다.

눈이 오니 풍경이 완전이 180도 달라졌단다.

 

동국사에서 출발해 골목 골목 일본 조계지를 걷는다.

 

 

우리나라에 남겨진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군산 항쟁관

 

미즈카페

 

 

신흥동 일본식 가옥(구. 히로스 가옥)

 

 

 

 

올 한 해 군산을 방문한 관광객이 무려 75%나 증가했고

올해 처음으로 200백만 명을 넘어 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군산 보다 앞서 개항을 했던 인천도

중국 조계지와 일본 조계지가 남아 있는데

왜 가까운 인천을 마다하고 이 먼 곳 군산까지 사람들이 앞 다투어 찾아오는 걸까?

 

그건 어쩌면 1930년대에 멈춰 있는 군산의 시간때문일지도 모른다.

아픈 역사와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이 뒤엉켜 여전히 이어가는 강한 생명력.

그 속엔 삶이 있고 우리네 모습이 고스란이 담겨 있는 것이리라. 

 

어찌보면 남루한 것들이 남겨 놓은 풍경은 애잔하다 싶으며서도  

그래서 더욱 열광할 수 밖에 없는 1%의 어떤 것.

 

군산, 참 마음에 든다.   

 

이 골목을 돌고, 저 골목을 돌고도

동국사에서 채 30분이 걸리지 않아 도착한 초원사진관.

 

가능하다면 훨씬 더 천천히 정원 씨를 만나고 싶었다.

긴긴 기다림의 시간이 한 순간에 툭! 하고 나오면 너무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진은 세트 촬영 대신

진짜 사진관에서 촬영을 하기를 원했고

전국의 사진관을 다 뒤져도 마땅한 창소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잠시 쉬러 들어간 카페 창 밖으로 여름 날의 나무 그림자가 그리워진 창고를 발견했고

주인에게 어렵사리 허락을 받고 사진관으로 개조한 것이 바로 초원사진관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 대부분 초원사진관 주위에서 촬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촬영 후 철거를 했고 이후 군산시에서 영화 속의 모습으로 복원해

영화의 여운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초원사진관이다.

 

 

 

 

정원과 다림의 8월의 크리스마스 명대사.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

 

이제 막 사랑을 시작흔 여자는 마음이 들뜬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흔한 사랑 고백 한 번 없고

고작해야  비오는 날 우산을 나누어 쓸 뿐. 

 

떠날 시간이 정해진 남자는 그 여자의 사랑을 본인은 품었고

여자에게는 열린 결말로 남겨둔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한 이 사랑의 잔상이 꽤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다.

정원 씨 때문에 군산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모든 것은 영화를 옮겨 놓은 것 마냥 똑같다.  

 

 

 

군산을 다녀와서 오랜만에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다시 봤다. 

 

 이렇게 느린 영화였나 싶어 살짝살짝 졸기도 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군대 못 가는 여자를 두고

꼭 빠지지 않는 단골레퍼토리는 군대에서 축구하고 귀신도 본 얘기가 추가되나 싶어 우습기도 했다.

 

시작할 때 결말이 정해진 정원씨는 크리스마스를 못 기다리고 떠났다.

 

마지막에 찾아 왔던 8월의 다림. 

정원 씨에게 사랑은 더이상 추억이 아니다.

 

정원 씨의 부재에 분풀이를 하듯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 버렸던 다림에겐,

남겨진 다림에겐 그 사랑이 사진 속의 추억으로 남았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 놓고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던 정원 씨.

 

정원 씨도 몰랐고 그때는 나도 몰랐던 한 가지.

 

그 사랑이 있었기에

8월 한 낮보다 더 뜨겁게 내가 빛나던 순간이 있었고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다림 역시 고마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찌 어루어진 사랑만이 최고이며 그 사랑만이 찬란하겠는가.

 

정원 씨!

다시 돌아온 겨울,

그곳에서 안녕하시지요?

 

정원 씨에게 안부를 물었다.

 

 

다시 눈이 내린다.

 

다림과 정원이 신나게 뛰던 운동장 담벼락에 붙은 글귀들. 

 

내 속에 너무 많은 나를 품는다.

 

 

 

 

 

 Merry Christmas!!

 

모든 축복과 영광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초원사진관

전북 군산시 신창동 1-5

관람시간 09:00~18:00

입장료 무료

 

 

 

 

공감 꾹!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