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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축제] 노란 봄이 힘차게 달려옵니다!

작은천국 2016. 3. 24. 06:30

[구례 산수유축제] 노란 이 힘차게 달려옵니다!

 

구례 산수유축제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다녀왔다.

지금 구례는 구례 산수유축제가 한창이었다.

 

사람 북적거리는 것이 싫어 주말을 피했는데 사람들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산수유가 만개하는 절정의 봄이 기다리고 있었다.

 

1박 2일 동안 구례 산동면 곳곳을 걸어 다니며 노란 산수유꽃을 보다 보니

나중에는 눈알마저 노래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2016년의 봄이 노랗고, 하얗고, 빨갛다.

 

이제 곧 서울에 도착할 봄.

남도에서 노란 봄이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기차타고 떠나는 봄꽃 여행

 

남도 곳곳은 산수유꽃, 매화꽃, 벚꽃축제까지 앞다투어 봄꽃 축제가 벌어지는데

여전히 서울은 겨울의 메마름을 붙잡고 있다.

 

 

 

 

봄꽃 여행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구례와 광양.

구례는 온통 마을마다 노란색으로 가득 찬 산수유꽃이 피어 있고

광양은 겨울 지나고 가장 처음 피는 봄꽃의 매화가 한창이다.

그래서인지 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구례 산수유축제와 광양 매화축제는

봄의 대명사처럼 생각되곤 한다.  

 

구례 산수유축제와 광양 매화축제를 다녀온 적은 있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사진도 별로 없어 해마다 봄이면 늘 아쉬웠는데

봄꽃과 관련된 원고를 쓸 일이 있어 일 겸 여행 겸해서 다녀왔다. 

메인은 구례였기에 당일치기로 구례만 취재해도 됐지만

멀지 않은 곳에 광양이 있어 조금 욕심을 내어 광양까지 다녀왔다.

 

 구례 산수유축제는 KTX를 이용하면 당일치기로도 여행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용산 출발(08:30) - 구례 도착(11:15)

구례 출발(16:47, 18:31) - 용산 도착(19:03, 21:48)은 인기 최고다.

 

물론 고속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2시간 30분이면 구례구역까지 도착하게 되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버스보다는 편리하겠다.

 

구례구역의 이름이 독특했다.

구례구라는 역명과 달리 행정상 구례가 아니라 순천시에 위치한다.

하지만 구례구역 바로 앞에 있는 다리를 넘으면 바로 구례이기에

구례 앞에 있다는 의미로 입구(口)를 사용해 구례구역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구례구역은 산수유꽃축제로, 지리산 등반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역이다.

 

 

 

구례 산동면 마을마다 노란 산수유꽃 

 

구례 산수유축제는 평촌마을, 대평마을, 반곡마을 일대가 산수유꽃축제장이며

더 넓게는 이곳보다 더 위쪽에 있는 하위마을과 상위마을까지 아우른다. 

산수유꽃축제장 일대만으로 산수유꽃을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1박2일 산동면 일대 이곳저곳을 걸어 다녀보니 

꼭 산수유꽃축제장에 한정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산동면 일대의 마을은 온통 산수유꽃이었다. 

 

산수유마을과 지리산 둘레길에 있는 현천마을과 계척마을,

그리고 지나는 길에 보았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마을까지

봄날의 색은 노랑으로 칠하고 있었다.

 

 

 

 

 

 

 

 

 

 

 

 

 

 

 

 

 

 

 

 

 

 

 

 

 

 

 

 

 

 

 

 

1,000년 전 산수유 나무 시조.

온통 산수유꽃 천지인 구례의 산동면.

산동면의 산수유꽃은 천 년이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나무가 바로 계척마을에 있는 바로 이 시목이다.

천 년 전 중국 산동면(山洞面)에서 시집올 때 가져온 이 산수유나무 한 그루가

우리나라 곳곳에 퍼져 나갔고 산동면이라는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천년의 세월의 꿋꿋이 버티며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시조나무의 산수유는 여전히 노란 산수유 꽃을 피우고 있다. 

 

세월의 풍파에 나무 등껍질은 벗겨졌어도 가지마다 달린 노란 산수유꽃은 여전히 아름답다.  

이 얼마나 가슴 뭉클한 장면인가.

 

 

 

 

지리산 둘레길 산동- 주천구간, 내가 길을 걷고, 길이 나를 걷게 하고.

 

 

항상 그랬다. 

'이 길이 맞나? 설마 길을 잘못 들어선 건 아니겠지.'

처음 출발과 달리 길을 걷다 보면 보이지 않는 화살표 때문에 마음은 불안해진다.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반신반의 하면서도 어쩔 수없이 걸음을 옮겨야만 한다.

그리고 그 불안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때, 바로 그때,

화살표는 홀연히 그렇게 나타났다.

이 길이 맞다고.

 

인생도 그렇다.

 

내가 길을 걷는 이유고, 길이 내가 걷도록 하는 이유다.  

 

 

 

 

 

 

 

 

 

찍고, 찍고, 찍고, 사진찍는 사람들

요즘은 어딜 가나 출사 나온 사람들 때문에 몸살 아닌 몸살을 앓는다.

사실 그런 부분에 일정 부분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에 사진은 나에게도 또 하나의 스트레스다.

 지금은 일이 아니라면 아예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기도 한다. 

 

구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예외 없이 삼각대에 백통을 둘러메고 일렬로 죽 늘어서서 사진을 찍는다.

행여나 멋모르고 그 앞을 지나갈라치면

자신들의 프레임이 걸렸다고 난리가 난다.

그들 앞에서는 길도 마음대로 못 걷는다.

 

어디 그뿐인가.

처음 보는 나에게 대뜸 자신들의 모델을 요구한다.

이런저런 설명도 양해도 없이 일방적인 지시에 가까웠다.

마치 그런 멋진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내가 너를 찍어주는 게 대단한 일처럼 으스대기까지 했다.

 

나는 그들을 찍었다.

 

 

 

 

삼각대를 가져갈까 고민도 했지만

원고에 삼각대를 놓고 찍은 사진이 기껏해야 한 두 장 정도 들어가기에 과감하게 포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내가 삼각대도 없이

바위를 삼각대 삼아 사진을 찍으니 한심하게 쳐다본다.

노출에 ND 필터를 두 개나 끼웠다며 은근 자랑이 늘어진다.

그리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의기양양 보여준다.  

 

나는 보란 듯이 내가 사용하는 캐논 5D maskIII를 집어 치우고

한 손에 가볍게 쥘 수 있는 서브 카메라인 리코 GR에

ND 필터 기능을 on 시키고 손각대로 당당히 사진을 찍었다.

 

오로지 나만 가능한 프레임으로 ~

 

 

 

스치는 인연도 우연히 만나는 인연은 없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구례에 도착해

 산동면 구석구석을 걸어서 누비고 다녔던 1박 2일의 여행은

9박 10일의 여행이었던 것 마냥 드라마틱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택시기사 님, 호텔리어, 우연한 여행자, 동네 이장 님,

지리산 둘레길 도보 여행자, 혼자 여행하는 사람, 단체 관광객,

단체 출사 팀, 스님까지 1박2일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그렇게 짧은 인연이 닿았다.

 

자가용을 타고 볼거리만 찾아다니는 여행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여행 과정이 주는 즐거움은 여전했고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무심결에 툭툭 던지는 한 마디가

내 안에 큰 동심원이 되어 흔들고 지나간다. 

길을 나서면 모두가 스승이라고 하더니 스승을 여럿 만났다.  

 

늘 깨어 있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등을 기대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사람(人)'

그 사람들과 스치듯 짧은 만남은 인연의 연기로 피어 올랐다.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잠시 모닥불을 피우면

 따뜻해지는 것이 눈물만이 아니라고 했던가.

 

저물녘 산 아래마을에서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절로 따뜻해졌다.

 

제1의 봄꽃, 광양 매화축제

 

구례까지 갔으니 응당 광양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리상 멀지 않으니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으로

다시 경남 하동에서 전남 광양으로

지리상 짧은 길은 행정상 너무 멀었다.

 

우여곡절 끝에 운 좋게도 자가용으로 광양을 다녀왔다.

구례의 산수유축제가 이제 막 시작하는 절정인 것과 달리

제1의 봄꽃이라는 매화꽃은 절반은 지고 없었다.

그나마 반쪽이었던 다른 한쪽이 화사하게 피어

온 산은 눈으로 뒤덮인 것 같았다.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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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스쳐 지나갔을 곳에서 

홍매화 한 그루를 만났다.

 

은은한 향기보다 더 이끌렸던 홍매화.

 

 

길이 엄청막히고 시끌벅적한 축제장에 아연실색하기도 했지만

이토록 황홀한 봄이 기다리고 있던 광양 매화축제였다.

 

 

 

이제 곧 서울에도 시작될 노랗고 하얗고 빨간 봄.

그 봄이 힘차게 달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