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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공원] 미친 날씨가 만들어낸 그림 같은 풍경

작은천국 2015. 10. 15. 06:30

[평화의 공원] 미친 날씨가 만들어낸 그림 같은 풍경

 

 

사진에 있어 날씨는 또 하나의 변수다.

대부분 날씨가 맑은 날 가장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생각이다.

 

좋지 않은 날씨지만 그래서 맑은 날보다 더 운치 있고 멋들어진 

사진이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 풍광의 사진의 경우

제아무리 사진 찍는 사람의 능력이 출중하고 좋은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한들,  

인간의 힘으로는 완전하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내가 아닌 듯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던 날,

그건 순전히 날씨 때문이었다.

 

변덕을 부리는 날씨가 원망스러운 것도 잠시,

눈앞에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광경에 취해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을 뿐이다.

그저 셔터만.

 

 사진 찍으며 오랜만에 희열로 짜릿짜릿 오금이 지렸다.

 

하하!

 

그냥 그런 날이 가끔 선물처럼 찾아왔으면 좋겠다.

 

 

어쩌다 보니 밤을 새운 주말 아침.

자정에 시계 한 번 봤고 세시쯤에 커피 한 잔을 마셨고

그리고 자야겠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통이 트고 있었다.

 

원고 조금만 더 읽고 졸리면 바로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는데  

시계는 5시도 아니고 7시가 되어 가는 시간.

뭐야~ 밤새운거야? 

 

뭔가에 집중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피곤하기는커녕 정신이 말똥말똥. 

오렌지빛 석양 같은 하늘도 한몫을 한다. 

그 오렌지빛에 홀려 베란다 끝으로 달려나가니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매번 산이나 바다에서 보는 일출이었는데 정확히 아파트 사이로 떠오르는 오늘의 태양.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했던 스칼렛 오하라를 여기에 데려 놓으면

그녀는 오늘의 태양을 보고 무엇이라 말할까?

쓸데없는 생각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잠시, 잠~시 (잠이 왜 안 와... ㅠㅠ) 눈을 붙이고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이 너무 찌뿌드드해 집 근처 산으로 산책하러 가려고 나서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할 수 없이 다시 들어와 한두 시간 보내고 창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비는 내리는데 저쪽 동네는 날이개고 있다.

 

이러다가 꼼짝도 못 하겠다 싶어 우산을 받쳐 들고 일단 집을 나섰다.

 

장마에도 우중 산책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무슨 청승인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질척거림이 싫어 산으로 가려던 생각은 접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도 가을이 영글어 가고 있다. 

 

넌 이름이 뭐니?

이것들이 원래 빨간색 열매가 맺히는 게 아니었나?

 

어느새 장대비는 가랑비로 바뀌었다.

그리고 파란 하늘이 조금씩 번져간다.

 

하지만 이쪽은 아직 먹구름.

그래서 저쪽 사람은 우산을 쓰지 않고

이쪽 사람은 우산을 쓰고 있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러기를 잠시,

먹구름은 눈에 띄는 속도로 멀어져 간다.

 

그 덕분에 저녁 같은 풍경을 만났다.

 

날씨 덕분에 구름은 하늘이 캔버스인양 제멋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샤샤샤샥.... 샤샤샤샥... 하늘이 말개진다.

 

 

눈 한 번 꿈뻑! 할 때마다 점점 빠른 속도로 구름이 밀려나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북적이는 하늘공원은 싫고 난지천 공원은 만만하고 한강까지는 멀고,,

그냥 평화의 공원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구름이 희한하게 걸친 덕분에 평화의 공원 호수도 멋진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데칼코마니의 반영도 오늘따라 더욱 예쁘다.

 

 

아무것도 없는 말간 하늘보다 구름이 있는 것이 확실히 더 좋게 느껴진다.

 

가끔 평화의 공원을 산책하면서 봤던 풍경 중 오늘 풍경이 제일 좋은 걸로~

 

평화의 공원은 정원박람회 막바지 행사로 한창이었다.

 

업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평화의 공공 곳곳은 작가들이 정원을 꾸며 놓아서 볼거리가 쏠쏠했다.

 

그러다가 조.용. 필에 두 눈이 번쩍!!!

 

동아시아 최초의 정량악보 '조선 정간보'를 모티브로

조용필의 '꿈'을 정원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정원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둑해지는가 싶었는데 그것도 잠시 하늘은 다시 또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바닥도 오렌지빛~

이쯤 되면 본능적으로 안다.

오늘 해넘이가 아주 멋지리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일몰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니기에

하늘공원을 갈 걸 그랬나 후회도 잠시.

 

다시 호수로 돌아오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야.

 

이쪽은 비 오는데 저쪽은 해넘이가 시작되었다.

 

으아아아~~ 살다 살다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다.

괜스레 마음이 호들갑스러워졌다.

 

이 풍경을 보고 있는 근처의 사람들도 일제히 감탄사를 쏟아내며

자신들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어떤 사람들은 좀 더 가까이에서 보겠다고 아예 호숫가로 달려가는 분도 계셨다.

 

 

자연이 주는 황홀한 선물은 늘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에

궂은 날씨에 산책 나온 것에 대한 보상은 차고도 넘쳤다.

 

다만, 겨울도 아닌데 한 시간이 조금 넘은 산책 동안

손이 시려서, 손이 시려서~

 

그리고 거짓말처럼 다시 비는 개었고 하늘은 맑아졌다.

미친 듯한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았다.

 

정말 뭔가 홀린 것 같았던 날씨다.

 

한국시리즈를 보러 간 친구는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고 투덜거렸고

일산에서 운전하고 있던 친구는 비가 왔느냐고 했다.

 

나는 그 속에서 미친 날씨에 그림과도 같은 사진을 투척하고 있었다.

 

이틀 밤을 새우고 미친 날씨 구경을 나간 덕분에

며칠 동안 아주 죽을 지경이다.

 

그래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며 혼자 흐뭇해 하며 웃는 기분.

 

다 같이 받은 종합선물세트 외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만 혼자 받은 선물 같았던 하루였다.

 

미친 날씨 덕분에!!

 

그래도 혼자만 즐기긴 좀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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