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like traveling/Seoul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도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풍경

작은천국 2015. 8. 24. 06:30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도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풍경.

 

 

8월 28일(금)까지 2015년 경복궁 야간개방이 진행중에 있다.

통상 덕수궁을 제외하고 고궁은 야간개방을 하지 않았으나

지난 2010년부터 창건 615년만에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야간개방을 실시한 후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매해 계절마다 일정기간 야간개방을 실시하고 있다.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고궁 야간개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인터넷 예매만 가능하기때문에

사전 예매시작과 함께 대부분 단시간에 모든 입장권이 마감될 정도로 치열하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경복궁 야간개방.

 

도심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으로 들어 갔다.

 

 경회루에는 색색깔의 조명이 환하게 불을 밝혔고

바람에 따라 물결 일렁이는 경회지에는

 광복 70년에 맞춰 열린 기념공연 <경회루, 성하에 물들어>는

조선시대의 궁중무용을 재현하며

타임슬립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기에 충분했다.

 

입장료 3천원으로 누린

 황홀했던 경복궁의 여름 야간개장이었다.

 

 

 

왠지 오늘따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져.

 

지나다니는 광화문. 어제 오늘 본 것도 아니고 어제 오늘 지나가 본 것도 아니건만 묘하게도 특별한 기분이 드는 건, 아무래도 야간개방을 오래기다린 탓이겠다. 지난 2010년, 고궁 야간개방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부터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지난 해 본격적으로 예매 전쟁에 뛰어 들었으나 번번히 실패하기 일쑤. 그렇게 한 해를 넘겼고 올 봄 다시 예매에 실패했다. 이번 여름 야간개방마저 실패하면 의욕상실이 될 터.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겠다 다짐했으나 역시 실패. 고궁 야간개방 벌써 4년. 이제 웬만큼 볼 사람은 다 보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매는 치열했다. 이번에 못 가게되면 또 언제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몰라 취소표가 나오는 것을 노려 예매에 성공했다. 물론, 취소표라고 만만한 것은 아니다. 클릭 세 번에 예매가 끝났는데 아마 취소표 모두 소진에도 2분이 채 걸리지 않은 듯하다.

 

 

늘 서둘러 경복궁 안으로 휙~ 들어가던 것과 달리 오랫만에 광화문과 마주한다.

경복궁 정문의 위엄을 간직한 광화문의 중앙 홍예문 너머로 보이는 흥례문이 아스라하다.

 

 

뜨거운 여름 날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도심. 백악산의 바람이 경복궁 타고 불어 내려 온다. 아하! 여기가 명당인 줄 내 미처 몰랐구려!

 

 

 

야간개방은 광화문, 홍례문일대, 근정전, 경회루만 가능!

 

야간개방이라 하더라도 해 떨어지기전에 들어가서 경복궁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 

일반 관람객들이 모두 나간 다음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했고 개방구간 역시 광화문, 근정전 일대, 경회루 외에는 개방되지 않았다. 

어느 덧 서촌으로 주황빛 해가 뉘엿뉘엿 기운다.

 

 

흥례문은 상시관람 가능

 

광화문을 통과하면 궁으로 들어가는 흥례문이 위치한다. 경복궁 입장권이 없더라도 흥례문 일대는 상시관람이 가능하다.

 

 

 경복궁 야간 개방관람 정보 

약간 특별 관람시간 : 오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장마감 오후 9시),

경복궁 내 위치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도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기간에 맞춰 오후 10시까지 연장운영한다.  

관람료 : 경복궁 일반관람료(3천원)과 동일

경복궁 정기 휴무 :  매주 화요일

경북궁 여름 야간 특별관람 일시 : 2015년 8월 12일~28일까지

 

 

 

줄을 서시오!

 

현장 예매가 가능한 사람들이 표를 구매하기 위해 엄청난 줄이 늘어선 것에 비해 사전 인터넷 예매자들의 줄은 생각만큼 혼잡하지 않았다. 야간개방에 관람객들이 많이 몰리기때문에 제대로 된 관람이 힘들다며 이미 야간개방을 경험한 사람들의 푸념이 있어 살짝 걱정을 했었다. 오후 7시 30분 입장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하면서도 조금 걱정은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경복궁 야간 개방 입장권 예매 안내

 

입장권 예매일반인은 인터넷으로만,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현장구매(50매) 또는 전화예매, 외국인은 현장구매(200매))만 가능하다.  인터넷 예매는 '옥션티켓'과 '인터파크티켓'에 예매날짜를 공지하게된다.

1인당 예매가능 매수 :1인당 4매 단. 인터넷으로 구매한 입장권은 오후 7시부터 실물입장권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때 암표나 대리표를 방지하기위해 실물입장권을 구매할때 주민등록증으로 본인확인을 하게 되니 참고하자.

 

 

 

드디어 홍예문이 열렸다. 관람객들은 우루루루 궁궐로 일제히 바삐 발걸음을 옮긴다.

갑자기 나도 사람들틈에 섞여 바쁜 걸음을 움직였다.

궐 안에 뭘 놔두고 나온 사람마냥 나도 모르게 덩달아 허둥지둥 마음마저 바빠졌다. 

 

홍예문에 도착했다. 문 사이로 불 밝힌 근정전의 모습이 보인다.

어! 이게 아닌데..  뭐 때문에 이 짧은 거리를 뛰다시피 왔던거지? 

 

비로소 뒤들 돌아본다. 여전히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바쁘다. 그리고 그들은 소음과 함께 지나친다.

잠시 숨을 고른다.  굳이 겹겹의 문을 닫지 않아도 광화문 하나만 닫아도 이곳은 세상과는 완전히 차단되는 구중궁궐.

광화문 너머의 촘촘한 현대식 건물이 이다지도 낯설었던 적이 있었던가.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 타임슬립으로 조선시대에 온 건 마냥 착각이 들었다.

 

 

시나브로 궁궐에는 어둠이 내려 앉는다. 

 

다시 뒤를 돌아 한 걸음, 한 걸음 궁궐로 들어간다. 어느새 모든 소음은 사라져 버렸다.

낮의 근정전과 밤의 근정전의 차이가 뭐 그리 특별하랴만은 오래 기다린 구중궁궐의 여름 여름 밤은  아름다웠고

기분탓인지 다소 숙연한 느낌마저 들었다. 순전히 푸른 밤 때문이리라. 시나브로 궁궐에는 어둠이 내려 앉는다.

 

 

예전 궁궐이 일반관람객에게 개방하기 전 이른 아침에 이곳을 찾아 이 자리에서 촬용을 했던 적이 있었다. 늘 북적이는 시간에 바라 본 근정전과 달리 사람이 아무도 없는 침묵의 근정전의 느낌은 또 달랐고 그 아우라는 길었다.

그랬기에 야간에는 어떤 느낌이 들지 아침과 같은 자리에 같은 앵글로 촬영을 해봤다.

단지 낮과 밤이 바뀌었을 뿐인데 낮져 밤이가 됐다. 참 묘하다.

 

 

 

 

 

 

 

이젠 경회루로 발걸음을 옮긴다.

 

경복궁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은 경회루는 밤이 되니 조명으로 인해 특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바뀌었다.

마침 광복70년을 기념해 <경회루, 성하에 물들어>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궁중무용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렸다.

누각 2층에는 왕과 왕비가 자리를 하고 조선시대 경회루의 연회를 재연한 점이 매우 특이했다.

다양한 공연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경회지에서는 배를 띄워 명창 안숙선의 심청가를 들을 수 있는 '선유락(船游樂)'과 경회루의 인공섬인 만세산에서 이생강 명인의 대금산조 공연은 압권이었다.  하지만 이미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어마어마한 관람객들로 인해 경회루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포기하고 가장 자리에서 한 여름밤의 공연을 즐겼다.

 

경회루는 언제나 진리다. 

 

약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공연이 끝났다. 공연 중에 오색조명이 시시각각으로 수놓으며 화려함을 더했다.

평소에도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회루지만 조명이 더해지는 더욱 특별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도 관람이 끝나는 시간까지오색 조명은 여전했다.

다른 야간 개방에도 이렇게 화려한 조명인 줄 알았는데 평소에는 조명을 이처럼 많이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광복 70년에 방문했더니 이건 덤이다.  

 

 

 

 

 

 

 

 

 

 

 

 

 

 

공연이 끝나고 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발길은 고 고요와 평화가 찾아왔다. 비로소 경회루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문헌에서나 만나던 선유락의 느낌은 온몸으로 전율을 타고 흘렀고 여름 밤의 풍미는 더 없이 황홀했다.

 

 

이것이야 말로 왕의 피서이자 한 여름 밤의 꿈!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구중궁궐의 밤.  

그저 궁궐에 턱!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을 뿐이다.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불어오니 낮 동안 더위에 지친 마음을 스다듬고 지나간다.

이것이야 말로 왕의 피서가 아니겠는가.

 

 

 

세세한 부분까지 보아야하는 낮의 궁궐과 달리 밤의 궁궐은 두루뭉술하다.

들어을 때 바쁜 마음과 달리 나갈 때 발걸음은 처음과 같지 않다.

게다가 조심스러웠던 한 걸음, 한 걸음 역시 그와 같지 않다.

궁궐을 품은 자의 여유와 낭만이라고나 할까.

 

한 걸음 걸어 나간다. 

 

두 걸음 다시 걸어 나간다.

 

완전히 문이 닫힌 근정전.

이제 앨리스의 시간여행은 끝이 났다.

 

 

"곧 문 닫아요. 관람 시간 다 됐습니다. 서둘러 주세요!"

연신 빨리 나가라 재촉한다. 저 문만 나서면 내가 사는 세상인데 발걸음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 이곳은 또 어떤 풍경으로 밤을 지새고 내일을 맞이할까?

 

잠들어 있는 조선 왕조 600년의 시간을 깨웠던 야간개방.  

이제 이 문을 나서면 다시 잠 들어 갈 경복궁.

왠지 한 여름 밤의 꿈을 꾼 듯하다.

 

 

※ 경복궁 여름 야간개방을 놓치신 분들이라면 아쉬워 말자. 경복궁 가을 야간 개방은  10월에 실시된다.

    나? 이번엔 청사초롱 들고 궁을 관람하게 되는 창경궁에 도전해볼테야! 물론 다시 또 엄청난 예매전쟁에서 성공해야겠지만 말이다. 

 

야간개방으로 가장 많은 화제를 가진 도시 '교토'가 있다.

교토는  일본 중세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만 무려 11개를 가지고 있는 도시로

벚꽃과 단풍이 유명해 그 두 계절은 매우 특별한 도시로 변한다.

그리고 일본의 놀라운 마케팅은 이 기간에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때, 웬만한 문화유산은 모두 조명을 하고 '라이트업(Light-up)'이라는 야간개방을 실시하고 있다.

따로 누구라도 인터넷 예매를 할 필요도 없고 매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한 이 기간에는  한 곳당 입장료가 5천원~7천원정도인 관람료도 이 라이트업기간에는 무조건 상승한다.

라이트업을 보기위해 일부러 밤에 찾는 관광객들 또한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입장료만 3만원을 지출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봄 라이트업, 가을 라이트업으로 문화재시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다만, 교토는 평소에는 밤에는 거의 할 것이 없는 도시고 워낙 봄, 가을의 풍경이 대단한 곳이기에

이것을 우리나라와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특별한 야간개방임에도 불구하고 평일관람과 동일한 입장료 3천원은 저렴해도 너무 저렴하며

차라리 가격을 대폭 올리고 일정기간 상시 개방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2015년 8월 24일 다음(daum)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