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해파랑길] 동해 바다의 푸른 기운이 절로 따라오는 해파랑길

작은천국 2014. 1. 13. 07:30

동해 바다의 푸른 기운이 절로 따라오는 해파랑길

 

 

 

2014년 1월 1일 첫 날부터 해파랑길을 걸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되고

내가 걸으면 거기서 부터 내 길이 된다.

 

정호승 시인은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고 시를 읊었다.

20분만 달려가면 언제나 품을 수 있는 바다를 고향으로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2014년의 첫 날,  푸른 동해를 기운을 듬뿍 받고 돌아왔다.

 

청마의 해가 열린 첫 날, 첫 아침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뜬다는 간절곶에서 맞이했다.

 

 

평년과 달리 포근했던 첫 날, 해맞이를 위해 간절곶에는 12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해맞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날부터 대중교통을 통제했기에

이용할 수 있는 건 울산시에서 운영하는 셔틀 버스 뿐...

셔틀버스를 이용하려면 최소2시간 이상을 예상해야 했다.

 

 

부모님 댁에서  간절곶에서 한 시간이 더 걸림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기꺼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동생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할 것 같아 도로를 따라 잠시 걸어보니

1차선인 도로 양방향은 정체현상으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해서 그냥 슬슬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으흐흐 울산까지 27km 라~~ 간절곶에서 울산까지 하루 종일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이겠다.

 

그렇게 슬슬 걷다보니 어느새 1.9km 는 순식간에~

 

 간절곶을 갈 때 늘 차를 가지고 움직였기때문에 차안에서 보던 익숙한 광경이었는데

막상 두 발로 걷게되니 참 느낌이 남달랐다. 

 

역시 .. 내 두 발로 걸어야만 보이고 느껴지는  무엇..

그 무엇은 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이다.

 

도보여행이 갖는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게되면 헤어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 길은  바닷길을 따라 걷는 '해파랑 길' 로 이름붙여져 있다.

참고로, 해파랑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의 길과 문화가 2009년 11월부터 조성한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를 잇는 길이 770km,

총 50km 코스의 국내 최장거리 국토종단길이다.

 

해파랑이라고 불러보면 입에서 또르르 굴러가는 기분좋은 느낌을 받는 '해파랑' 이란 이름은  

떠오르는 , 바다 색깔 파랑과 조사 '랑'을 합쳐 '해파랑' 이라고 이름을 지었졌다.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7번국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이미지 출처 http://s2yon.tistory.com/306 

 

또한 이 길은 각 구간마다 역사와 문화가 결합되며 걷는 내내 바닷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라

국내의 여러 도보 길 가운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길이다.  

 

굳이 약 800km 의 스페인 산티아고 도보 여행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해파랑길을 전부 완주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미지 출처 http://s2yon.tistory.com/306

 

다른 도보 여행과 달리 바다를 걷는 해파랑 길 중 경주 구간을 작년에 걸었었다.

경주 구간에는 '파도소리길' 이란 이름 붙여진 길이 있는데

이 구간에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주상절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희귀한 부채꼴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http://blog.daum.net/chnagk/11264495

 

<경주 파도소리길의 희귀한 부채꼴 주상절리>

 

이처럼 동해 바다를 접하며 걷게 되는 해파랑길은 각 구간마다 전부 다른 모양으로

또 다른 볼거리를 선물하는 길이기도 하다.

 

산티아고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제주 올레길 혹은 해파랑 길을 걷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언젠가 우리의 멋진 도보 여행지도 전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싶다.

 

이 길에 멋진 솔개 공원도 생겼다. 

 

제주에서 바라보는 바다 못지 않은 울산의 바다이다. 

 

오늘따라 봄날같이 따스한 날씨에~

 

잔잔한 미풍이 불어오는 파도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솔개 공원전까지는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솔개 공원에서는 부터는 조성된 바닷길을 걷게된다.

 

전망대도 설치되어있고

 

지척으로 보이는 바다는 어찌나 물이 맑은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차를 타고 갈 때는 지명도 알 수가 없었는데 얼마걷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접하고 있는 세 개의 공원을 지나간다.

 

바다와 인접한 곳은 산책로가 조성이 돼 있어 걷기에도 정말 무난하다.

 

바다는 바로 옆에서 나를 따라온다.

 

차를 타고 지나갈때마다 이름도 모르는 저 해변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차를 세울 곳도 마땅하지 않아 늘 그냥 지나치던 해변이었는데 

이 길이 해변으로 이어지고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집에서 가까운 정자해변은 몽돌해변이라 고운 모래를 가진 백사장을 볼 수 없는데

이곳은 아.. 고와도 너무 고운 모래사장이다.

 

동해에서 태어나고 자라다보니 고등학교 여름에 남해로 놀러갔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지인들은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겨울수도 있는데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거의 없는 동해와 달리

책에서만 보던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남해바다는 정말 충격이었다. ^^

 

 

하루 종일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거의 없는 울산의 앞 바다이다.

 

겨울만 아니었다면 분명히 바지를 걷고 첨벙거리면 바다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조용히 밀려 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무의식적인 영역의 상처까지 모두 어루만져주는 기분이 든다.

 

마음의 온도가, 영혼의 온도가 좋은 느낌으로 따뜻하게 차오르는 이 기분..

 

지구와 달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파도가 보내주는 풍욕의 기운은 늘 느끼지만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나처럼 셔틀버스를 포기하고 아예 바닷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쯤에서 당연히 기념사진 한 장은 남겨야 정상이다. ^^

 

고요하고 잔잔하던 바다는 갑자기 철썩! 와서 부딛치며 파도가 부서진다.

 

그러다가 다시 잔잔~~ 순간에 변화무쌍한 힘을 보여주는구나.

 

오호~~~ 이상하게 생긴 바위들도 꽤 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랐고 지나 온 길엔 해가 부서지고 있다.

 

다시 언덕길을 올라~

 

ㅎㅎ 언덕이라고 하기엔 너무 낮았다.

 

그리고 또 다시 조그마한 바다가~

 

여긴 뭘 심은거지?

 

아주 짧은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오르막이다.

 

그리고 언덕에 올라서는 순간..... 어!  뭐야.. 벌써 진하해수욕장인거야?

완전 깜놀했다... 내가 얼마나 걸었지?

어그부츠를 신고 있어서 빨리 걸을래야 걸을 수도 없었고

중간에 사진을 찍고 경치 구경하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했는데

시계를 보니 어느 새 훌쩍 1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큰~ 징검다리를 건너니

 

진하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간절곶에서 진하해수욕장에서 약 5km..

 

이미 나보다 앞서 걸었던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진하 해수욕장은 전국에서 수질이 가장 좋은 곳으로 이름난 곳으로

고운 모래의 백사장이 2km에 300m의 너비로 펼쳐져 있는 곳이다.

 

여름에는 수 만명의 피서 인파로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이지만

한적한 겨울바다는  여름과는 전혀 다른 겨울 바다만의 낭만이 존재한다.

 

게다가 이 곳에는 물길이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명선도가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출도 멋있는 곳이지만 동해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진 저녁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곳이라 구정 날에는 차례를 지내느라 움직일 수 없기에

구정 다음 날은 명선도를 자주 찾는 편이다.

 

올해도 구정 다음 날 아침... 또 다른 해맞이를 위해 명선도를 찾을 생각이긴 하다. ^^

 

 

간절곶을 여러 번 가보기는 했지만 간절곶에서 일출을 보게 된 건 처음이었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걷게 된 해파랑 길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상상하지 못했던 그 길은

청마의 해를 시작하는 첫 날, 횡재했다는 생각이 절로들만큼  정말 아름다웠다.

 

 늘 그렇듯 길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걷지 않으면 내 길이 아니고,

내가 그 길을 걷게 되면 비로소 그때부터 내 길이 된다.

 

나는 진정 그 길을 내 안에 품었다.

 

2014년 좋아 .. 가는 거야~~~ 아! 첫 출발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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