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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가볼만한 곳] 국립현대미술관 어때요? 『박현기 만다라』

작은천국 2015. 2. 18. 06:30

[설 연휴 가볼만한 곳]국립현대미술관 어때요? 『박현기, 만다라』

 

 

오늘부터 시작되는 5일간의 설 연휴,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은 설 연휴 기간에도 정상개관을 비롯해

 

무료관람과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준비해두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 맞이하는 설 연휴.

문화의 목마름을 채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2015년도 「설」 연휴를 맞이하여  정상개관 및 무료관람을 비롯해 문화행사를 실시한다.

○ 기 간: 2015.02.18()~ 02.22()(5일간)  

 

  - 무료관람: 과천관, 서울관(상설 및 기획전시) 

   - 서울관에서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총 2,015명 <환영과 환상> 이미지가 새겨진 환상쿠키 증정
         (매일 선착순 403명 / 전시 입장권 소지자에 한함)
 

 

- 설맞이 문화행사

   - 서울관: «OH!~ 콘서트», 2 18()

- 과천관: «2015 을미년, 다 같이 돌자 미술관 한바퀴», 2 20(), 21()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mmca.go.kr/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매우 뜻깊은 전시가 진행중에 있다.

바로 국내에서 비디오를 본격적으로 예술에 도입했던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박현기의 아카이브 2만여점이

『박현기 1942-2000 만다라』라는 제목의 전시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비디오 아티스트라고 하면 누구나 백남준을 떠올린다.

그래서 '박현기'라는 생소한 이름과 맞불린 아카이브 전시가 이뤄진다고 했을때 꽤 궁금했었다.

 

백남준이 한국 예술계에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영상매체를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했었고

무엇보다 서울이 아닌 지방도시인 대구가 주요 활동 무대였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박현기 이 작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한없이 궁금증이 커졌다.

 

박현기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1984년에야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한 데 반해,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영상매체를 작품에 활용하여 독특한 비디오 작업을 해나갔다.

그는 1974년부터 시작된 대구 현대미술제의 주요 작가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1980년 파리 비엔날레에 출품하면서 일찍부터 국제적인 시야를 넓혔다.

1980년대에는 일본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1990년대 한국에서도 비디오 아트에 대한 열품이 일어나면서 백현기의 활동이 주목받게 되었으며,

그는 1997년 이후 <만다라> 시리즈, <현현 시리즈> 등 대표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내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각광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갑작스럽게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2000년 1월 숨을 거두었다.

- 전시 보도자료에서 발췌-

  

 

 

<박현기 설치작품 '무제'>

 

 

실로 백만 년만에 찾는 듯한 기분을 느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꽃 피는 봄 과천관의 벚꽃길을 한번 걸어보겠다는 다짐은

자연스레 가을 낙엽길을 걸오보는 것으로 미뤄졌고

어느새 한 해가 지나버렸고 꽃 피는 이번 봄에는 꼬옥!

미술관 옆 동물원 버전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언제나 그렇듯 미술관 가는 길은 즐겁다.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진행중이다.

 

 

오랫만에 찾은 과천관에서 실로 오랫만에 만났던 백남준의 '다다익선'

모니터 노후화로 인해 모니터 300여대가 작동을 하지 않아  작품 보존방법을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8월 15일까지 전체 모니터가 작동을 할 수 있도록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천관의 상징이기도 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다다익선'앞에 서니

한국 토종이라고 불러도 좋을 비디오 아티스트인 박현기는 어떤 작업을 한 사람이었을까 궁금증이 커졌다.

 

전시장 입구에는 대형포스터와 더불어 그의 마지막 작업이었던

만다라가 영상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입이 쩍! 벌어졌다.

 

거대한 도서관에 초대된 듯한 느낌의 전시 디스플레이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한 작가의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아카이브를 어떻게 펼쳐 놓았을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전시를 둘러보지 않아도 기대는 어느새 감탄사로 바뀌어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디스플레이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늘 감탄에 마지않건만 이번 전시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박현기라는 비디오 아티스트,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그의 작품들,

그리고 그가 대한민국 현대미술계에 남긴 발자취 등을 고스란히 느껴지는 전시였다.

 

이 전시를 위해 2년 동안 공을 들였다고 했는데

'박현기'라는 작가에 대해 전시팀들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오롯이 와 닿았다.

 

도서관처럼 꾸며 놓은 A 파트에는 박현기 작가의 작업을 시대별로  볼 수 있다.

 

 

 

모든 기록을 총망라하고 있는 아카이브전시는 

모든 주관이 배제된 채 시대순으로 담담하게 펼쳐진

 그의 초기 작업부터 최종적인 작업까지 천천히 흐름을 따라 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박현기' 라는 '사람'과  그의 '작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 앞에서 발길을 멈춰야했다.

과연 이 사람이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어떤 작업으로 영역이 더 확장됐을까 궁금해지던 순간이었다.

 

 

너무 집중해서 보다보니 나중에는 방향감각을 상실할만큼

둥근 원형의 전시 공간은 교묘하게 박현기의 만다라속에 나도 모르게 들어간 느낌마저 들게 했다.

 

아카이브 전시를 제대로 선보이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자료가 있는지가 관건일터...

 자신의 작업과 생각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기록으로 남긴 박현기 작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고민, 방향, 추구하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전시 스케치, 전시 준비과정에 대한 기록,전시 리플렛, 방명록,

전시 뒷풀이를 위한 메모까지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남겨져있었다.

  

 

 

 

 

 

 

'박현기' 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내가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동안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을 해나갔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 미술에서 작품을  이해하기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가의 생각을 어느 정도 따라잡기 시작했다.   

 

비디오 아트 백남준의 신문기사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자신의 인터뷰가 실린 신문. 묘하게 찡했다. 

 

 당시 가장 핫한 기술인 테크놀러지를 이용하면서도

백남준의 작품세계와 달리 동양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그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박현기작가다.

 

 아카이브전의 장점을 십분 살려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검색해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의 손때묻은 작업노트나 그의 자료들을 원없이 보고 느낄 수 있으니

그 길을 걸어갈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보고가 아닐까 싶다.

 

 또한, 평소 박현기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자료들을 모았는지도 살펴 볼 수 있어

마치 박현기 작가의 작업실에 초대된 기분이 들었다.  

 

아카이브 바깥공간을 이용해 그의 마지막 작업이었던 만다라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언뜻보기에는 성스러운 탱화같은 느낌을 자아애는 만다라의 작은 이미지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르노 사진을 조합해 만다라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극과 극에서 존재하는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인 양 극단이

 필연적으로 가질수 밖에 없는 긴장과 긴장 사이에서도

묘하게도 하나의 접점에서 만나지고 있다니...

 

놀라웠다.  

 

물처럼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속에 우리는 어디에서 서 있는 것일까?

 

이번 전시가 더욱 돋보이는 건,

아카이브에서 상상만으로 그려보았던 전시장 풍경을

전시했던 당시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박현기 작가의 철저한 기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그를 제대로 만나기전에

갑작스러운 위암판정으로 2000년에 타계한 박현기 작가.

 

그는 죽기 6시간전까지 작업에 대한 메모를 남겼을만큼

죽는 순간까지도 작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모든 전시를 가능하게했던 박현기 작가의 방대한 기록들,

그 기록을 통해 만나는 박현기 작가와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된 행운에 감사하며.

 

 

 

※ 포스팅과 관련된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협조를 받아 촬영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