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노란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작은천국 2014. 11. 5. 06:30

[산티아고 가는 길]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세계적인 도보 여행지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요즘에는 '산티아고' 와 관련된 책들은 가이드북, 여행 에세이를 비롯해

 많은 종류의 다양한 책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내가 그 길을 걸었던 불과 5년전만 하더라도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도 얼마없었기에

제대로된 가이드북은 커녕 그 길에 관한 정보도 몇 안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정보들을 참고 할 수 밖에 없었고 산티아고 가는 길과 관련된 

에세이도 몇 권이 되지 않았고 독립제목이 아닌 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불과 5년만에 '산티아고 가는 길'은 더이상 특별한 여행지는 아닌 듯하다.

그 길을 다녀온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인터넷에는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고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한 책들은 개인 출판물까지 합하면

단일 여행지로는 단연코 갑인 여행지가 된 듯하다.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약 35일 동안 일상을 떠나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걸어야하는 도보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산티아고 가는 길'은 보편적인 여행지가 될 수는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산티아고 가는 길'과 관련된 출판물은 언제나 내 관심대상 1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이상 '산티아고 가는 길'과 관련된 에세이 형식의 글들은

차고 넘치는 터라 차별화도 없고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이 전부여서 그닥 손이 가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는 소설가 서영은이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난 뒤 쓴 에세이로

 내가 그 길을 걸었을 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어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과 이리도 똑같은 기분을 느꼈을까 싶어 소름이 돋았다.

 

 이 책을 내가 구입한 것 같지는 않는데 아무리 기억해도 이 책이 어떻게 내 손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책이 책꽂이에 한참동안이나 꽂혀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한번도 꺼내보지 않을만큼

에세이류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더불어 서영은이라는 이름만 보고 가수 서영은인 줄 알았다는 ㅠㅠ

 

오죽하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서영은 작가의 '꽃들은 어디로 갔나'임에도 불구하고  

그 서영은이 이 서영은인 줄 몰랐을 만큼 그냥 던져놓은 책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잠깐 머리나 식히자 싶어서 책을 꺼냈다가

그만,, 그 자리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느새 5년전의 그날로 돌아가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티아고 가는 길'을 선택할때

프랑스 생장에서 시작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마무리를 하는 것과 달리

이룬에서 시작하는 점도 눈길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한번 가보고 싶었던 스페인의 도시로 고려했던

게르니카, 빌바오, 오비에도가 들어있는 루트라니..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프랑스 길을 걸었음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로그로뇨에서 빌바오를 다녀온 기억은

두고 두고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의 영안이 비로소 없는 곳에서 '있는' 것을 본다'는  

한동안 이 글을 따로 적어두고 오랫동안 곱씹었고

행간의 의미가 깊이있게 와닿았다.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 줄을 치고 생각을 적어 놓는게 다반사였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줄을 칠 수가 없었다.

 

그 외적으로도 요즘은 깊이 있는 사유가 담긴 책 보다는

가볍게 스치고 있는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보니 

딱히 책을 읽어도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별로 없어 줄을 칠 이유가 없기도 하다.   

 

오랫만에 소설가가 씹어 놓은 많은 문장들이 마치 내 속마음을 투영하고 있는 듯

나도 모르게 책에는 어느새 밑줄이 그어 지고 있었다.

 

산티아고가 위대하다고 느끼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만족하기보다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한 것만 보이는 자기비하적인 생각이  

하루, 이틀이 지나고 채 일주일이 되기전에  '이거면 충분하지 뭘 더 바라겠는가?' 가

입에서는 절로 나오며 평생을 못 고친 생각을 바꾸게 해주기 때문이다.

 

부족한 것이 더 이상 부족하지 않음이요

지금 이대로가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은 쉽다.

 

하지만 그것이 액면 그대로 진정한 마음으로 깨우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매 순간 쏟아냈던 불평과 불만 대신

어느 순간 매일이, 살아 있음이, 내가 나 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가  저절로 나오게 되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기도 하다.

 

내 두 발로 의지할 것이라곤 단지 내 자신 하나밖에 없는 절박함은

그곳에서도 의지할 사람을 찾기 마련이지만

결국, '혼자' 임을 느낄 수 받게 없다. 

 

사람들속에서 혈연, 지연으로 관계로 맺고 살아가지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혼자' 임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혼자이되 혼자 아닐 수 있는 독립적인 삶에 대한 자유로움을 터특하게 하는 것 또한 이 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의 또 다른 책 제목 역시

'마지막 한걸음은 혼자서 가라' 이다.

 

하지만, 그 길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깨닿는 것은

나는, 우리는 너무 많은 짐을 어깨에 지고 간다는 사실이다.

 

그 길에 서 보면 안다.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이 많은 것을 버리지 못하고 미련스럽게 쥐고 앉아

자신의 영혼과 몸을 상하게 하고 있는지...

 

이처럼 걷는 순간 순간, 문득 문득 길은  철학적인 사유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소설가 서영은은 마음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에 대한 사유도 던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몇 문장들은 한동안 가슴에 오랫동안 박혀있었는데

이 문장도 그 중에 한 문장이기도 하다.  

 

걷기 시작한지 약 10일 정도가 지나게 되면 너나없이 걷기에 중독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도시에서 살았던 몸이 기억하는 오랜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 북적이는 도시가 싫어지는 것도 산티아고 가진 힘이기도 하다.   

 

실제로 프랑스 생장에서 시작해서 그림과도 같은 피레네 산을 넘어

스페인에 들어서서 내내 초원길, 시골길만 걷다가 가장 첫 번째로 만났던

 팜플로나, 그 대도시가 주는 생경함은 참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었다.

 

 

 사실, 산티아고를 걷기 전에 막연히 산티아고를 걷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티아고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대한 환상을 많이 키웠었다.

 

그래서 산티아고 직전에 있는 기쁨의 언덕이라 불리는 '몬테도 고조'에서

파올로 코엘류가 '순례자'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그곳에서 보일 희미한 산티아고를 생각하면

참 많이도 가슴이 울렁거렸고 하룻밤을 머물며 그런 느낌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나 역시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는 것이 세속화 된 도시에 가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어

몹시도 혼란스러웠고 대형 리조트 단지 같았던 몬테도 고조에 도착했을때는 정말 울고 싶었다.

 

이런 내게 보성언니는 물었다.

"도대체 산티아고에 어떤 환상을 가진 것이었냐고..."

 

너무도 혼란스러운 그 상황은 해답이 없었고 그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다만, "내가 원한건 이게 아니었다구요~" 라며 애꿎은 몬테도 고조를 원망했었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운 감정은 서영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결국 '세속' 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걸어야 하는 길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은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 길은 종교와도 상관없이 매 순간 내 영혼과 마주하게 했고 

나 역시 '진공묘유'를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첫 문장

'우리의 영안이 비로소 없는 곳에서 '있는' 것을 본다'는

적어도 나에겐 액면 글귀 그대로가 아닌 행간의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문장이다. 

 

그 길에서 진정으로 만났던 생각들은 세월이 지나서도 내 안에서도 살아 움직이며

스스로 홀로 서기를 가능하게 하는 밑천이 되어 주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품었던 생각들은 그녀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시간의 향기를 품어내고 있음이다.

 

산티아고 이후, 습관적으로 내 몸은 의무감처럼 날마다 추억찾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그 추억찾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또 내 안에서 품고 있었던

철학적인 사유를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길을 다녀오고 나서 그 길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 길에서 내가 느낀 많은 것들은 누구나 그 길을 걸으면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  

 흔치 않다고 할 만큼 매우 특별했다는 것 또한 그들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건, 단 하나,

 

나 역시

'길이 나를 불렀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동안 산티아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긴, 5년이면 잊혀질때도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은 나를 5년전의 그날로 데려다놓았고

나와 너무나 비슷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는

나에겐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시간에 머물렀어도 같은 기억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드는 

서영은작가의 필력이 몹시도 부러웠다.  

 

다소 루즈해지고 있는 마음근육은

산티아고 끝나고 나니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었던 자신감이 떠올랐고

이내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지만 덕분에 몸도 마음도 무척이나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때 씨가 뿌려진지도 몰랐던 어설픈  나의 감정들이

제대로 잘 자라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제 산티아고를 다시 갈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기약할 수 없지만

아마 죽기전에 한 번은 더 그 길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 그 길이 나를 부른다면, 물론 기꺼이 응할 것이고

아마도 그 길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작은천국이 다녀온 산티아고는  링크를 누르시면 요약본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chnagk/11263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