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 까미노]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한다.

작은천국 2013. 5. 24. 07:30

[산티아고/까미노]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한다.

성장통이 아닌 정지통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바치는 책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은 후 두 달만에 서울로 돌아와

약 10kg 의 몸무게가 빠졌지만 빠진것은 몸무게만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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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비계가 빠졌고, 그 비계가 빠지자 마음바닥이 드러난 자신에게

'뿌리를 건드리'며 스스로 생채기를 내면서

산티아고 가는 길을 발로만 걸은 것은 아니라

힘들어 걸은 것은 '내 마음' 이라고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다.

 

1963년, 올해나이 50세의 소위 말해 세간에서 성공했다고 일컫어지는 정진홍씨는

이 책에서 그 길을 걷는 동안 자신의 속에 쌓인 '숙변같은 눈물' 을

쏟아내며 평생 울 것을 다 울었다며 솔직하게 적고 있다.

 

 자신에게 늘 하는 말 '안주는 안락사다!' 라며

시들해가던 중년의 사내가 받은 산소공급 '산티아고 가는 길'의 여정은

묘하게 내가 걸었던 산티아고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난데없이 산티아고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인문학 코너에서 책 을 하나 발견했는데

 너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이건 완전 우리 얘기이자 니 얘기야' 라고 한 템포 높아진 목소리....

 

'아유~~ 또 지긋지긋한 산티아고 여행기야... 난 산티아고를 좀 잊어버리고 싶다고...

요새는 산티아고에서 행복했던 기억보다 가끔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날은

정말 가도가도 알베르게는 안나오고 골반은 빠질 것 같던 날,

눈, 비, 우박을 맞으며  뼈와 살이 녹는 것같은 추위를 견디며 오세이브레이로를 넘었던 날,

하루 종일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고 신발은 물론이고 팬티까지 물이 뚝뚝 떨어질만큼

비를 맞고도 비를 피할때가 없어서 무작정 죽어라 걸어가던 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을 며칠씩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걷던 날 등등

몸으로 기억하는 처절한 고통에 가위에 눌릴 정도라고!' 하며 절규했지만 

 

묘하게 마음이 일렁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문제의 그 책은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피레네 산맥의 안개낀 오리손 산장의 사진.... 그리고 글 귀...

 

 내가 보았던 피레네의 오리손의 모습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닮아 있었다.  

<2009년 10월 프랑스 피리네 산맥>

 

, 내가 메고 있는 내 배낭 무게로 오롯이 느껴야 했던 내 인생의 무게.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부여잡고 있는 내 자신의 한심함...

 

산티아고를 걸었던 첫 날부터 그렇게 길은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마치 정진홍씨가 그랬던 것과 진배없이..

 

내 배낭 무게 무려 50L에 꽉찬 짐에, DSLR 카메라에 18~200m 렌즈 두개....

 

그 길을 같이 걷던 사람들은 누구라도 첫 마디가 무거운 배낭에 대해 한 마디씩 했고

심지어는 카페에서도, 알베르에서도, 식당에서 모두들 안스러워 염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저자역시 건장한 남자도 48L의 배낭을 메고 휘청했다고하니 내가 그 길에서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저자가 그랬던 것나  역시 짐을 아무리 줄여도 남보다 더 무거운 나의 배낭...

인생의 십자가처럼 내가 감당하고 끌어 않아야 하는 무게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20여일이 지나고부터는 배낭무게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허나 그렇게 되기까지 첫날부터 배낭무게에 짓눌려 대성통곡의 눈물을 쏟으며

세상에서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은 미련을 버리듯 배낭안에 쓸데없는 물건을 버렸고

그 모든 것은 삶의 철학으로 들어왔다.

 

길을 시작도 하기전에 너무나 나의 상황과 똑같이 느끼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에 소름이 돋았고

결국 책을 읽지 못하고 덮어야 했다.

 

책장이 넘어가면 넘어갈 수록

한동안 그 곳에서 느끼던 무거운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게 느껴지는 산티아고 였지만

그곳이 아무리 도보여행지라고 한들, 각자 느끼는 생각들은 다 자신의 경험치만큼 느끼는 것이 정상이 아니겠는가?

 

물론, 800km 이상을 줄기차게 평균 한 달이상을 걸어야만 하는 산티아고 인지라

'느림', '속도', '삶' 등등 비슷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고 일정부분 비슷한 느낌을 갖기 마련이긴하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끝일텐데 어떻게 나이도, 사회적인 환경조건도, 다녀온 시기도 다른데

어떻게 거짓말처럼 내가 생각하고 느낀것과 이렇게도 닮아 있는지...

이 사람이 내 머리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싶게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한다' 였다.   

 

나의 여행기 내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했던 피레네 를 확인해 보면 된다.

 

 

이 사람은 징징~~ 징기스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날  나 역시 걷는게 너무 힘들고 지쳐갈 즈음 

조용필님의 노래 '끝없는 날갯짓 하늘로' '작은천국' '꿈'을 차례로 부르다가

결국 나도 모르게 '꿈'에서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두 번째 폭풍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이렇게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감정전이가 일어나 마치 내가 그 길을 다시 걷고 있는 것 마냥

착각이 들만큼 정진홍씨의 산티아고가 내 산티아고와 합집합으로 오버랩되어

나는 다시 한번 산티아고를 걸어야 했다..

 

 

 

 

또한 그 길에서 저절로 깨닫게 되던 삶의 철학들 역시 한치의 오차도 업이,  

심지어는 어떤 경우 사용하는 단어마저도 너무나 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평생을 내 자신과 벗하고 살아가지만 그런 본연의 내 자신을 마주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혼자가 아닌 내 자신과  벗을 삼아 외로움, 고독을 견디며  고통의 순간순간마다

아직 속으로 자라지 못하고 어린아이로 남아 있는 가장 상처받은 순간의 자신을 다독이며 

내 자신과 온전히 만날 수 있었던 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가 아니라면  아무 포장도 하지 않은 내 존재와 언제 또 그렇게 마주할수 있겠는가?

 

그랬다. 거대한 자연속에 아무것도 아닌 미약한 내 존재,

상처 투성이인 내 존재를 누구보다 가장 사랑했던 시간, 산티아고 가는 길...

그리고 그런 시간을 통해 내 자신, 세상을 보는 시각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은

내 자신을 진정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자신만의 속도가 남의 속도와 애시당초 비교의 대상도,

더더군다나 경쟁의 대상이 아니란 것은 몸소 길을 걸어보면

활자로 된 단어들이 비로소 살아서 진정한 내 것으로 다가온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인생이란 것이 자신만의 속도로 가야 하는 길이란 것은 저절로 알게된다. 

 

단지, 걷고만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도 비로소 마음으로 깨닫게 된다.

저자와 내가 그랬던것처럼 어김없이...

 

그 길에 서 보면 알게된다. 세상의 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란 것을

<2009년 11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의 끝 피네스테레>

 

삶이 정지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려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다양한 책들이 존재하지만

몸으로 느낀 철학이 가진 진정성이 결코 가볍지않은 이유는 그저 책상머리의 이론적인 담론이 아닌

땀과 눈물 범벅으로 처절하게 이루어낸 결과물이 언어 너머로 전해지는 어떤 기운이리라~

 

현실적인 상황에 쫓겨 여유없이 살아가면서 포기하지도 못하고 남의 속도로 살고 있는 삶을

천천히 돌아보게 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위의 책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대부분 산티아고 여행기들이

산티아고 도보 여행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 및 그곳에서 경험등이 들어가 있는 정보성 성격이 강한 서적들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정보라고 해봐야 산티아고 기본 루트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길

(프랑스 생장 데 피르포데 -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 피네스테레/묵시아)

총 48일간을 걸었던 900Km를 표시한 도시 이름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다.

 

중간 중간에 다른 사람들을 만난 경험도 들어가 있긴 하지만

흔한 여행기에서 보는 누구를 만났다는데 이렇더라 하는 경험이 아닌

그 사람을 통해 인생의 철학을 느끼게 하는 것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화들의 인문학적 정보들이 녹아들어 있어

산티아고 가는 길에 만났던 스페인 문화를 훨씬 다면적으로 이해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산티아고를 걷고 난 뒤,  이슬람의 문화가 뒤섞인 스페인의 독특한 문화가 궁금해

스페인 내란, 스페인 역사, 스페인 예술 등등 관련 서적들도 꽤 찾아보고 나름 공부를 했었지만

얕은 지식적인 한계에 부딛친 부분들이 이 책을 통해 상당부분 그 갈증이 해소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성격상, 여행서적이 아니라 인문서적으로 분류되는 책으로 소장가치로도 충분한 책이다.

 

사춘기는 성장통이지만 사추기는 정지통이라 말하고 있는 정진홍작가.

 

 

누구나 어김없이 한 번은 찾아오는 정지통을 겪어야 하는 시간.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정지의 시간이 훌륭하게 살아온 자신의 모든 시간을 부정하고

스스로에게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기엔 인간은 너무나 위대하다.

 

한 번 멈추어 본 사람은 안다.

그때 멈추지 않았으면 고장난 기차처럼 분명히 만신창이가 되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어서야 끝이 날 것이란 걸..

그리고 멈춤이야 말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란 것을...

 

정지통을 통해 한 단계 성숙된 자신의 맑은 영혼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행운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이지 않겠는가? 

 

 

저자는 비박도 해보고 새벽에 걸어보기도 하고 자정부터 걸어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반나절 내내 글만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48일간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하고 싶은데로 걸어보고 싶은데로

정말 마음껏 즐기고 누리면서 이 길을 걸었다.

 

하지만 36일의 여정으로 38km를 걸었던 어떤 날을 비롯해

 나는 매일 평균 25km를 약 13kg의 배낭을 메고 걸어야 했던 나의 산티아고.

 

어쩔 수 없이 산티아고 가는 길이 매일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내 모든 한계를 시험받아야 했고

최대치의 행복감을 선물받은 대신 최고치의 육체적 고통을 수반해야 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행복한 그리움은 슬금슬금 사라지고

육체적인 뼈아픈 고통만이 남아 시도때도 없이 내 몸을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그런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굳이 두 번은 할 필요가 없다고

침튀기도록 얘기하고 있는 나 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 길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매일매일 스쳐가는 수 많은 생각 중에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떠오르면 걸음을 멈추고 그런 생각들을 깊이있게 부여잡고 싶었지만

여전히 그 길에서도 삶의 속도는 늦추지 못하고 전투적으로 걸어야 했던 것은 다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일행들과 함께 쉬지 않고 걸었기에 산티아고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어쩌면 그때 나에게는 쉬는 시간보다 부지런히 몸을 놀리며

인생의 버리지 못한 수많은 지꺼기들을 땀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더 옳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흘린 눈물과 땀이 

 맞닿아 있는 내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 나를 끈질기게 괴롭혔고

실제로 지난 주 까지 내내 마음이, 그리고 덩달아 많이 아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실컷 아프고 난 뒤 느껴지는 묘하게 개운한 기분...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만큼 산티아고는 육체적인 고통을 절정을 달한 상태에서만

그 어떤 가치를 발결할 수 있는 길이란 반증이 아닐까 자위해 본다.

 

언젠가 한 번은 원하든 원하지않든 삶을 멈추어야하는 숙명적인 시간앞에

 모든 것을 땀으로, 눈물로 비워내는 동안 좌절대신

거짓말처럼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한 걸음으로 다시 숨쉬고 살아갈 용기를 선물받는 산티아고...

 

누구도 아닌, 혼자 힘으로,

 마지막 한 걸음을 혼자 걸을 수 있을 때

진정 자유로워지는 것임을... 

 

그나저나, 올해 내 블로그에 저장된 방대한 분량의 산티아고 관련 내용을 

정보성 내용은 전부 없애고 포토에세이 형식으로 재편집에서 엮고 있는 중인데

어찌 이리 이 책은 내 경험치와 똑같을까싶어 읽으면 읽을 수록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나는  나다... 내 자신을 믿으며~~

올 해 안에 모든 정리를 끝내고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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