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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여행] 경주에 유독 소나무가 많은 이유는?

작은천국 2014. 2. 26. 06:30

[경주여행] 경주 소나무, 그 심오한 세상과 만나다

 

 

경주는 소나무가 참 많은 곳이다.

어쩌면 도시 전체가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왜 하필 소나무냐고 물었을 땐, 나에게 그 누구도 뚜렷한 답을 해 준적이 없다.

 

심지어 경주에 취재가 있어 갔을 때도 문화해설사분에게

왜 경주에 소나무를 많이 심은 거냐고 물었을때도

속시원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다른 곳에서 그 답을 찾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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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심오해 심오해~~

경주 소나무, 그 심오한 세상과 만났다. 

 

요새 갑자기 스페인 산티아고 때문에 좀 경황이 없는 일이 생겼다.

그러던 차, 우연한 기회에 소나무를 찍은 배병우 사진작가가 스페인 산티아고를 찍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린 햇빛이 땅을 기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열린다.

빛의 애무로 깨어나는 풍경, 이 순간을 포착하기위해

나는 첫새벽 산티아고의 길목마다 멈춰 서 카메라를 세웠다.

 

- 배병우 빛으로 그린 그림 중 -

 

엥? 배병우 작가가 산티아고 사진을 찍었단 말이야? !!!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알람브라 궁전을 찍은 사진집은 본 적은 있지만

어디에서도 산티아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기에 더 혹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폭풍 검색 후 배병우 사진집에 산티아고 사진이 실렸다는 것을 알게됐다.

몇 번의 조회끝에 서울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득달같이 서울시청으로  달려갔다.

 

 

책을 펼치고 산티아고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난 깨달았다.

 

난 배병우 작가의 사진에 뭘 기대한거지?

 

아!  이런!   내 생각에 낚인거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산티아고의 이미지가 아니어서 솔직히 좀 당황했다.

 

물론 사진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모습이 들어 있긴하다.

그리고 이 사진외에 산티아고에서 찍은 두 어 장의 사진이 더 있긴 했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니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고..

 

배병우 작가의 책은 그가 주로 작업한 소나무, 창덕궁, 종묘, 한국의 문화유산, 제주오름, 바다,

자연, 알람브라, 이국적 풍경들의 작품을 비롯해 작업노트, 평론가들의 비평이 실려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는 뜻밖의 궁금증 하나를 해결했다. 

 

경주는 소나무가 참 많은 도시다.

특히 왕릉에는 어김없이 소나무가 있다.

 

왕릉 입구에서부터 왕릉까지 이르는 길은 온통 소나무로 뒤덮여 있을 뿐 아니라

<선덕여왕릉 @2010년 2월>

 

은은한 노을빛이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내는 선덕여왕릉의 소나무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선덕여왕릉 @2010년 2월>

 

왕릉 주변으로는 어김없이 소나무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경주는 수없이 많은 왕릉이 존재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무덤의 도시'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더없이 편안한 기운을 주는 곳이다. 

 

 나는 늘 궁금했다. 왜 경주는 유독 소나무가 많은 걸까? 

왜 하필 왕릉근처에 소나무를 심은 걸까? 

하지만 어디에도 속시원하게 답을 주는 곳은 없었다.

<괘릉 @2013년 7월>

 

그런데 그 미스테리같은 의문을 이 책에서 발견할 줄이야!!!

 

경주는 신라 1대에서부터 56대까지 왕을 배출한 도시로

소나무는 죽은 자의 영혼을 안식시키기 위해 심은 나무라고 한다.

 

 

소나무 = 배병우라는 대명사가 성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병우작가의 소나무 사진 중

유독 경주의 소나무를 찍은 사진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내 예술적 감성을 현대의 붓으로 그린 빛 그림이다.

30대 이후 나는 조선왕조의 걸출한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을 만났다.

그는 조선왕조 문화 절저익 화가로 한국의 경관을 진솔하게 묘사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의 대부분 속에 소나무를 묘사하였는데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자연과 삶 속에 소나무의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나는 카메라는 현대의 붓이라고 생각하며 한국의 경관을 조선시대의 붓 대신 카메라로 묘사하고 있다.

나의 작업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지고 또 비중있는 작업은 소나무 시리즈이며

특히, 경주의 소나무 들은 20년 넘게 계속 작업중이며

이 경주 왕릉의 소나무들은 일본사람들이 소나무를 신이 강림하는 나무로 신성했듯,

인간의 영혼이 하늘로 가는 통로요, 매개체로 경배의 대상이다.

따라서 소나무의 기상이 극동아시아의 문화와 예술을 고양시키는 조그만 계기가 되길 바란다.

- 배병우 '사진, 빛으로 그린 그림' 중 -

 

<선덕여왕릉 @2010년 2월>

 

무심코 책을 넘기다 보니

나무가 나무로 보이지 않고 사람처럼 보이는 단계가 찾아왔다는

한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와 꽂혔다.

 

사실 경주 소나무에 대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 2011년 9월 조용필 공연 바람의 노래 경주 공연을 보기위해

 공연장이었던 경주 공설운동장을 찾았었다.

 

공연시간은 한참이나 남았고 입구의 시끌벅적함을 피해 운동장 뒷편으로 돌아가니

황성공원 일대는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부모님댁에서 경주가 가깝기때문에 웬만한 경주의 유명명소는 다 꽤뚫고 있는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황성공원은 관광지로 여겨지는 곳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치기 일쑤여서 정작 한번도 가 본적은 없었다.

 

큰 기대가 없었던 황성공원의 소나무 사이사이로 빛이 내려오는데....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예사로 보고 있던 소나무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그 느낌은 실로 강렬했다.

<황성공원 @2012년 9월>

 

그 황홀한 느낌에 온 감각을 사로잡혀 한동안 멍때리고 있자니 순간 소나무가 사람처럼 보였다.

<황성공원 @2012년 9월>

 

<황성공원 @2012년 9월>  

 

이 날의 느낌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막 새로 쓰기 시작한 일기장에 급하게 스케치했다.

한낱 소나무이건만,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으로 서 있는 것이 없는 소나무의 모습이

어찌 이리 인간세상의 사람들고 똑같을 수가 있는 것인지!!!!

 

 그 느낌을 혼자 간직하기 싫어 지인에게 짧은 선문답같은 글귀와 함께

소나무를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냈는데

지인은 내가 이런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았을까? 우후훗!!!  

<황성공원 @2012년 9월>

 

배병우 작가가 미친듯이 소나무를 찾아 수 십년을 헤매고 다녔다는 그 마음을

그제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강렬했던 느낌을 만났던 날 이후 나는 내 방식대로 소나무를 만나고 있다.

<괘릉 @2013년 7월>

 

<괘릉 @2013년 7월>

 

무덤이 그렇게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한없는 포근함이 느껴지는 경주!

영혼의 안식이 내려앉은 그 심오한 세상이 이 내 안에 닿은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런데 왕릉에 소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가 나만 궁금한게 아니었나 보다.

    지인도 궁금해서 내 블로그 링크와 함께 문화재청에 질문을 올렸는데 오늘 답변을 받았다며 내용을 보내왔다.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조선왕릉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조선시대 가장 품격이 높은 나무를 소나무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 것이 왕실의 위엄과 잘 맞았고 송충이 외에는

벌레도 없고 깨끗하며 수명도 길었거든요.

 

또, 소나무가 시신을 쉽게 부패시키지 않으며 후손이 창성한다는 뜻도 있으며,

음양오행설에 따라 음택자리는 방위상 북현무(현무는 거북이를 상징하죠)고,

소나무 껍질이 거북등처럼 갈라져있어 그리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블로그의 글은 무덤가의 소나무를 도래솔이라 하는데, 죽은자의 영혼이 도래솔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하!! 그렇지.... 조선왕릉도 소나무로 둘러쌓여 있었지...  문화재청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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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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