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Ordinary Daily Life

[2014년 2월 소소일기] 심심한 천국을 향해~

작은천국 2014. 2. 4. 06:30

[2014년 2월 소소일기] 심심한 천국을 향해

 

#고향은 뭘까?   #피아노 치는 남자   #추억은 방울방울  # 여행유전자  #심심한 천국을 향해

 

 

본의아니게 생각보다 꽤 길었던 설날 연휴를 보냈다.

 

긴 연휴를 보내는 만큼  취재2건이 있었고 책 4권에 사진작업을 위해 외장하드까지 들고갔지만

결국 기사마감이있는 취재를 제외하고 완전 놀고 먹는 그야말로 휴식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바빴던 탓에 쉬는게 지겹다고 느껴진 시간.

엄마는 서운하겠지만 역시 내 집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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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은 뭘까?

 

 지금 울산 중구는 혁신도시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산을 몇 개나 깎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이었던 곳은 모두 택지 조성이 끝났고

아직은 건물도 제대로 없는 곳에 4차선 도로를 기본으로 모든 도로들은 자리를 잡았고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어린이 놀이터2개와 공원이 4개가 벌써 조성이 돼 있어서 감짝 놀랐다.

 

이곳은 산이 있던 곳이라 몇 십년째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밭농사와 논농사만 가능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방분권과 맞물린 혁신 도시개발이란 이름으로 아름드리 소나무로 가득했던 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거대한 신도시가 새로생겼다.

  혁신도시에는 이미 몇 개의 공기업이 이전을 했고 엄청난 대단지 아파트와

다양한 문화시설이 조성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집 뒤에서 5분이면 바로 산으로 갈 수 있었기에

놀이터 대신 산으로 들로 내 어릴적 놀던 곳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도대체 산을 몇 개 없앴길래 이렇게 거대한 신도시가 생길 수 있는것인지 못내 궁금해졌다.

 

연휴동안 지방방송 프로그램에서 급격한 산업도시로 성장한 울산이

댐 건설, 공장부지편입,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을 이유로 꽤 많은 고향이 사라졌지만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자신의 살던 자리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젠 공장 도로로 변해버린 도로길에 이승에서 마지막 상여를 내려놓고

옛 고향 내 집이 있던 자리라며 제를 지내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무엇이 그들이 살던 그 자리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걸까?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은 모르긴 몰라도 그 터에서 족히 200년 혹은 그 이상을 살아오고 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고향은 과연 내게 어떤 의미이고 우리집은 어떤 의미일까?

 

이젠 옛날의 추억은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새로운 추억이 생겨날 것이다.

 

울산은 여름만되면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로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는 도시가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논과 녹지로 가득했던 산들이 사라진 이유도

한 몫을 거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괜시리 씁슬해진다.  

 

#피아노 치는 남자

 

 

오빠가 집에 오자마자 느닷없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생전 피아노에 피자도 모르는 사람이 나이 오십줄에 피아노가 웬말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한 건 손가락을 제대로 집지 못할 때마다 입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온갖 의성어 작렬에 그만 폭소가 터졌다.

 

하늘향해 치켜든 새끼손가락을 보니 이제 고작 배운지 한 달이 채 됐을까말까? 

 그 나이에 왜 갑자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냐고 했더니 

이것저것 다 해보고 여러가지 공부를 해봤지만 그 가장 꼭대기에는 '예술'이 

  그것도 '음악'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오빠는 고조선과 삼국시대 역사와 사람의 기운을 다스리는 천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한번씩 만나면 맨날 왜곡된 역사와 일제 강점기에 기록된 역사자료에서 발견된 모순들에 관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몰라서 다른 식구들은 둘이서 맨날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 사람이 그 나이에 피아노를 배운다고 생각하니 좀 안울리기도 했지만

온통 아이들만 가득한 곳에 남자 혼자가 피아노를 배운다는게 어디 말처럼 쉬운일이겠는가?

 

우스개로 나중에 은퇴하면 80살까지 피아노 치는 남자로 살아도 좋겠다고 했더니

으흐흐 으흐흐 좋다고 웃어댄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에 푹 빠진 것을 보니 덩달아 좋은 기운이 전해진다.  

 

 

#추억은 방울방울

 

이렇게 설탕이 잔뜩 뿌려진 구운 라면을 아이들에게 먹인다고 하면 

건강에 꽤나 신경쓰는 젊은 엄마들은 경악을 할 일이겠지만

이건 어릴적 우리집 최고의 간식이었다.

 

엄마가 명절을 맞이해 라면땅을 엄청 준비하셨다.

결국 조카들까지 달려들어 다른 모든 음식들 가운데 인기를 독차지한 라면땅은

올케가 엄마에게 따로 비법을 전수받아 갔다. ^^

 

아~~ 이젠 나도 나이가 드나보다. 자꾸만 옛날에 먹던 것들이 생각나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 꼬..

 

 

# 여행 유전자

 

 

연휴가 꽤 길다보니 점심만 먹고 나면 울산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간이역 서생역을 비롯해 반구대암각화,  간절곶, 천전리 각석, 

울산대곡박물관, 울산 암각화박물관, 정자해변, 인문학서재 몽돌 그리고 사진을 찍지 않은 몇 군데까지..

 

산, 바다, 숲, 호수, 유적지 이 모든 것들이 1시간 이내의 근거리에 모두 가능하다 보니

나들이 즉 여행이 특별할 것도 없고 집 근교를 다니는 것도, 다른 도시를 가는 것도, 해외를 가는 것도 

 가족들에게는 모두 여행이라는 같은 맥락에서 움직인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천전리 각석을 보러갔다가 볕 좋은 풀밭에 앉아 집에서 가져온 주전부리를 하면서

엄마 왈,, "여행이 뭐 별거가, 이런게 다 여행이지.."

 

그래그래, 여행이 뭐 그리 거창하고 별건가.  

 

이러니 삶이 여행이라는 나의 여행 유전자는 선천적인 것과 부모님의 후천적인 영향이 절대적인 것이리라.

 

 

 #심심한 천국을 향해

 

겨울내내 심심한 천국이라 불리는 태국의 빠이를 그리워했다.

예정대로 였다면 아마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 쯤에 태국으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그렇잖아도 불안한 태국의 정국은 여행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지라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내 두 번째 여행 책으로 태국을 결정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였던 빠이,

심심한 천국이라 불리는 빠이는 알면 알수록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마을이었고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있는 지금 상황에서 빠이는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태국에서 이어질 강행군에 은근 체력도 걱정이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일단 체력부터 보강하고^^

 

심심한 천국에 갈 날을 설레며 기다려 본다.  

 

 

갑자기 영하의 날씨가 찾아온 입춘.

하지만 봄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개나리와 몹시도 닮은 샛 노란 영춘화는 봄을 맞이 하는 꽃이란 이름으로 우중충한 겨울에 미소를 드리운다.

 

2014년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을 출판해야 하고

알고보면 인문학적 소양이 턱없이 부족한 부끄러운 내 자신을 좀 더 돌봐야 겠고

작년 바쁘다는 핑계로 전시를 놓친 것이 없도록 올해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튼튼한 체력이 관건!

겨울 들어 운동과 담을 쌓고 살다보니 게으른 자에게 따라오는 것은 살과의 전쟁. ㅠㅠ

 

어쨋건 올 한 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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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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